201화 파티 _ 1화
파티 _ 1화
다음 날 오랜만에 떠나는 여행 때문에 설렌 지수는 아침 일찍부터 일어나 나를 흔들어 깨우며 소리쳤다.
“선배! 선배! 옷 다 챙겼어요?”
“으에…”
나는 전날 늦게까지 일하고 집에 돌아와 잠든 바람에 눈도 제대로 뜨지 못하고 그녀를 올려다봤고, 그녀는 어느새 씻기까지 한 건지 모든 준비를 마친 모양이었다.
“짜잔!”
그녀는 내게 자랑스러워하듯 무언가를 들어 올려 보였고, 나는 두 눈을 비비며 흐릿한 형체를 집중해 바라봤다.
“뭐야…?”
그녀는 손에 든 무언가를 내 얼굴에 더욱 가까이 들이밀며 소리쳤다.
“요트 여행이라고 하면 당연히 비키니죠!”
그녀의 말을 듣고 다시 무언가를 들여다보니 한 손에는 정열적인 빨간색의 비키니가 들려 있었고, 다른 한 손에는 조금은 무난한 갈색의 비키니가 들려 있었다.
“왜 두 개야?”
“하나는 선배 꺼!”
“왜…?”
“당연히 선배도 입어야죠!”
“당연히 내가 무난한 색상이겠지?”
“무슨 소리를 하는 거예요… 선배는 지금 머리가 노란색인데 당연히 빨간색 비키니가 어울리지 않겠어요?”
“으아아아아악! 싫어!”
“싫어도 어쩔 수 없어요!”
그녀는 이미 내가 챙겨야 할 짐까지 전부 싸둔 건지 두툼한 가방을 내밀었고, 아직도 침대에 반쯤 걸터앉아 있는 나를 억지로 일으켜 세우며 욕실로 밀어 버렸다.
“알겠어! 알겠어! 알아서 씻는다고!”
“빨리하고 나와요!”
나는 그녀의 고집에 못 이겨 욕실로 밀려들어 가 샤워하기 시작했고, 아직 이 모든 상황을 받아들이지도 못하며 작은 목소리로 중얼거렸다.
“휴… 이번에는 또 무슨 일이 생기려나…”
그렇게 샤워를 마치고 나온 나는 그녀가 준비해 준 옷까지 챙겨 입게 되었다.
“이… 모자는 또 뭐야…”
그녀는 하늘하늘한 원피스를 내게 입히고, 머리 위에는 챙이 넓게 달린 모자까지 씌워줬다.
“이래야 여행가는 기분 좀 나지 않겠어요?”
“이건 너무 과해!”
그러자 그녀는 가방을 뒤적거리며 자그마한 상자를 열었고, 그 안에 들어있던 선글라스까지 내게 건네며 말했다.
“여자의 피부는 소중하니까요!”
“집에서부터 이러는 건 너무 오바야!!”
“헤헤”
나는 결국 그녀가 입혀주고 꾸며준 대로 치장을 마쳤고, 마지막으로 짐을 점검하는 그녀의 뒤로 가서 조심스럽게 물었다.
“근데… 이건 다 산 거야?”
“그럼요?”
“딱 봐도 비싸 보이는 것들뿐인데…”
“선배가 그만큼 벌어 왔으니까! 오랜만에 펑펑 써봤죠”
“그… 내가 얼마나 고생한 건데…!!”
“흐흐흥… 대체 무슨 고생을 했을까요?”
“그야…”
그녀는 자리에서 벌떡 일어나며 큰 가방 두 개를 들어 올렸고, 나는 그녀 때문에 넘어질 뻔하며 휘청거렸다.
“이제 출발!”
“기다려 봐…!”
나는 다급하게 핸드폰을 꺼내 들었고, 타이밍 좋게도 우리 집 앞에 사장님이 데리러 왔다는 것 같았다.
우리가 각자 큰 가방을 하나씩 둘러메고 집 앞으로 나가니 사장님은 어디 동네 슈퍼라도 가는 것처럼 간단한 민소매에 반바지와 쪼리까지 신고 있는 모습으로 우리를 반겼다.
“너희… 옷차람이…”
나는 부끄러운 마음에 고개를 숙였고, 지수가 힘차게 대답했다.
“여행이잖아요!”
“아…하하… 그렇긴 하지?”
나는 둘 사이를 가로막으며 사장님한테 물었다.
“역시 너무 과하려나요?”
“음…”
그는 한참이나 우리를 위아래로 훑어 보고는 말을 이었다.
“꼭 그렇지만은 않은 거 같아! 너희처럼 여행 기분 내려고 챙겨입고 오는 사람도 많으니까”
“휴… 너무 눈에 띄는 건 아닌가 싶었네요…”
“그래서? 수영복은 챙겼어?”
그러자 지수는 자랑이라도 하려는 건지 길바닥에 가방을 내려놓으면서까지 챙겨둔 비키니를 꺼내 보이려는 것 같았고, 나는 허둥지둥 그녀를 말리며 대답했다.
“네…네! 챙겼어요! 아주 정열적인 거로…”
“좋아! 오늘은 너희가 힘 좀 써줘야 하니까!”
“네에…”
그렇게 사장님의 차에 오른 우리는 신나는 노래를 틀어두고, 열심히 따라 부르며 요트가 있는 선착장까지 달리기 시작했다.
“사장님? 근데 우리만 가는 거예요?”
“나머지는 각자 차 나눠서 타고 오기로 했어.”
“원래 서로 다 아는 사이인가 봐요?”
“음… 그런 것도 있고, 아닌 사람들은 내가 다 연결해 줬지!”
“아하…”
“혹시 너희가 불편할까 봐 우리만 따로 가는 거야”
“그렇군요!”
그렇게 우리는 한참이나 길을 따라 달려갔고, 나는 부족한 잠을 채우기라도 하는 것처럼 곤히 잠들어 버렸다.
대체 얼마나 잤는지도 알아챌 수가 없을 만큼 푹 자버린 나는 차가 멈추는 느낌에서야 잠에서 깼고, 주변을 둘러보니 온통 푸른색 바다가 펼쳐져 있었다.
게다가 그 옆으로는 수도 없이 많은 요트가 정박되어 있었고, 이제야 여행이 실감되는 듯 가슴이 두근거리기 시작했다.
한편으로는 우리가 다소 늦게 도착한 건지 이미 많은 사람들이 웅성거리며 모여있는 모습이었고, 우리의 등장에 모두의 시선이 집중되었다.
역시나 이목을 받는 게 익숙지 않은 나는 조용히 맨 뒤에 숨어 상황을 지켜보기 바빴고, 지수는 모두와 친해지기로 작정이라도 한 건지 두 손을 높게 들어 올려 인사를 건넸다.
부둣가에 모인 인원은 사장님이 말한 대로 우리를 포함해서 약 20명 정도 되어 보이는 사람들이 있었고, 정확히 맞추기라도 한 것처럼 성비가 딱 맞아떨어지는 것 같아 보였다.
우리는 모두 어색한 인사를 나누며 요트가 정박되어 있는 곳으로 향했고, 모인 인원 중 어제 봤던 NTR 성향의 커플을 빼고는 전부 솔로인 것처럼 보였다.
연령대는 나와 또래인 사람부터 40대처럼 보이는 사람까지 다양하게 모여 있었고, 이유는 모르겠지만 저마다 커다란 가방을 하나씩 들고 온 모양이었다.
“자 이거예요!”
사장님이 가리킨 곳에는 넓은 갑판이 있는 커다란 요트였고, 모두들 환호성을 내지르며 요트에 올라타기 시작했다.
나는 제일 늦게 요트에 오르며 사장님한테 물었다.
“근데… 이거 운전은 누가 해요? 괜히 우리 같은 사람들끼리 노는데 생뚱맞게 일반인이 끼어 있으면…”
“운전해 주는 사람도 성향자일걸?”
“일걸…?”
“내가 운전하거든”
“네…?”
“SM 바를 차리기 전에는 이쪽 일을 했었어서 자격증도 있고, 운전도 나름 잘 해!”
“오오…”
새삼 그가 다르게 보였다.
요트에 올라타자 실내로 보이는 공간에 열 명은 족히 누울 수 있을 것 같은 침대가 나왔고, 그 앞쪽으로는 모두가 둘러 앉을 수 있을 만한 소파가 보였다.
그리고 넓은 갑판에는 태닝을 즐길 수 있도록 선베드도 준비되어 있었고, 해먹이나 의자 등 필요한 모든 게 갖춰져 있었다.
나는 살면서 처음 경험하는 호화스러움에 기대감이 샘솟기 시작했고, 우리가 탄 요트는 선착장을 떠나 점차 먼 곳으로 나아가기 시작했다.
그때까지만 해도 모두 아직은 어색한 건지 간단한 이야기를 도란도란 나누기만 할 뿐 그 누구도 이상한 짓을 하거나 옷을 벗는 사람도 없었다.
그렇게 한참이나 바다로 나아가니 육지는 보이지 않을 만큼 떨어져 버렸고, 오히려 이름 모를 작은 섬 근처까지 와 버렸다.
그러자 사장님은 요트의 시동을 끄고 모두가 모여있는 갑판으로 나와 이목을 집중시키며 말하기 시작했다.
“오늘 이렇게 와주신 여러분들께 감사드립니다!”
여기저기서 환호성이 튀어나왔다.
“그리고 무엇보다 이런 요트를 빌려주신 형님께 감사드립니다!”
사장님이 가리킨 남자는 아까 출발하기 전에 봤던 40대로 보이는 남자였고, 이야기를 들어보니 이 요트가 애초에 그의 소유인 것 같았다.
“이제 다른 사람을 마주칠 일은 없으니 우리끼리 신나게 놀아볼까요?”
그러자 또 한 번 모두의 환호성이 터져 나오고, 각자 역할을 정해두리가도 한 듯 움직이기 시작했다.
대부분의 여자들은 누가 보든 거리낌 없이 옷을 벗어 재끼며 저마다 챙겨 온 비키니를 뽐냈고, 남자들은 웃통을 훌렁훌렁 벗어 던지며 그동안 가꾼 몸매를 자랑하는 것 같았다.
물론 나도 지수의 잔소리에 이기지 못하고 빨간색 비키니를 차려입은 다음 사장님을 따라 요트 안쪽에 준비된 시원한 술을 모두에게 나누어 주기 시작했다.
그렇게 모두가 자연스럽게 뒤섞여 술을 한두 잔 기울이기 시작하고, 몇몇은 투명한 바다로 뛰어들며 물놀이를 즐기기도 했다.
나도 만약 남자였다면 곧바로 바다에 뛰어들어 물놀이를 즐겼겠지만, 이 몸으로는 머리 말리는 것만으로도 이미 피곤해질 것 같아서 조용히 선베드에 앉아 술이나 홀짝거렸다.
그리고 당연하게도 그들 중 눈이 맞은 몇몇은 요트 안쪽에 침대가 있는 곳으로 조용히 들어가는 것 같았고, 내게도 한 명이 다가오며 말을 걸어왔다.
“안녕하세요?”
“아 네…”
그 남자는 대략 30대 초반처럼 보이는 외모의 훤칠한 남자였고, 피곤했던 나는 대충 그의 인사를 받아넘겼다.
“우리 대화나 할까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