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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63화 온라인 플레이 _ 4화


온라인 플레이 _ 4화 결국 지수와의 대화에도 명쾌한 해답을 얻지 못한 나는 우물쭈물거리며 화장실을 나섰다. 하필 화장실을 나가려는데 다른 손님이 들어와 화장을 고치는 바람에 나는 손에 들고 있던 물풀을 황급히 등 뒤로 숨겼고, 그대로 물에 씻어내지도 못한 채 주머니에 넣고 나가게 되었다. 순간적으로 화장실을 나가며 바로 어디로든 도망치려는 생각도 했지만, 어차피 그래봐야 그가 내 핸드폰 번호를 가지고 있으니 큰 의미는 없는 짓이었다. 나는 여전히 우물쭈물거리며 화장실 앞에 서 있을 수밖에 없었고, 그 남자는 그런 나를 빤히 쳐다보고 있었다. 분명 그가 내게 다가와 무슨 말이라도 할 거라고 생각한 나는 고개를 푹 숙인 채 두 손을 모으고 두려움에 떨고 있을 뿐이었지만 그는 좀처럼 내게 다가오지 않았고, 나는 슬며시 고개를 들어 그를 바라봤다. 그러자 그는 아까부터 나를 쳐다보고 있던 건지 해맑게 웃어 보이며 아무 말도 하지 않으며 내게 다가왔다. 그리고 애써 웃음을 참는 듯한 목소리로 내게 말했다. “역시 변비가 맞나 보네요” “에…?” “똥 싸는데 왜 이렇게 오래 걸려요?” “엥…?” “왜요?” 나는 분명 내가 보낸 동영상 때문에 그가 나를 비웃거나 구실을 잡을 것이라는 생각을 했는데, 그는 마치 그 영상을 못 본 사람처럼 나를 대했다. 그 순간 내가 느끼기에는 아까 그와 교환한 번호가 우연히 잘못된 번호였고, 내가 엉뚱한 사람에게 그런 영상을 보낸 것 같았다. 그는 계속해서 웃음을 참는 듯 보이긴 했지만, 그저 나를 변비라고 놀리고 싶어 하는 것 같아 보이기만 할 뿐 별다른 특이한 점을 찾을 수 없었다. 나는 오히려 그가 영상을 못 봤다는 가정하에 자연스럽게 행동해야겠다는 생각이 들었고, 곧장 대답했다. “뭐… 그럴 수도 있죠!” “변비가 심하면 병원이라도 가봐요~” “네네 그건 알아서 잘할게요!” “그럼 계산하러 갈까요?” “네…” 우리는 다시 손을 맞잡고 계산대로 걸어갔다. 나는 지수가 챙겨준 현금으로 물건들을 계산했고, 그대로 마트를 빠져나와 따사로운 햇빛을 받으며 그에게 말했다. “장 보는 거 도와줘서 고마워요” 그러자 그는 씩 웃음 지으며 대답했다. “그게 다예요?” “네?” “밥이라도 한 끼 하자고 제안할 타이밍 아닌가요?” “그렇게 되나요…?” “그렇게 안 한다면 제가 조금 서운하죠?” “어… 밥은 이따 집에 가서 먹어야 하니까… 커피라도 한잔…” “그럴까요?” 그는 근처에 아는 카페라도 있는 건지 곧바로 내 손을 잡아 이끌기 시작했다. 그의 키가 큰 탓인지 걸음걸이조차도 빨라서 비교적 짧은 나는 종종걸음으로 그를 쫓아갈 뿐이었다. 그렇게 카페에 도착한 우리는 시원한 음료를 하나씩 주문하고 자리에 마주 앉았다. 역시나 너무 잘생긴 그의 외모에 나는 그의 눈을 똑바로 바라볼 수조차 없었고, 애꿎은 빨대만 만지작거리게 되었다. “계속 안 쳐다볼 거예요?” “조금… 부담스럽네요…” “왜요?” “뭔가… 눈이 부시다고 해야 하나” “네?” “잘생겼다고요” “그런 거라면 더 많이 봐둬야 하지 않을까요?” “아직 적응이 안 돼서 그래요” “음… 그러면 하나 물어보고 싶은 게 있는데” “네…?” “모른척하기에는 너무 잊혀지지가 않아서요” “뭐가요?” 그는 자기 주머니에서 핸드폰을 꺼내 뒤적거리기 시작했다. 나는 심장이 미친 듯이 뛰어오며 금세 얼굴이 터질 듯이 달아올랐고, 그가 핸드폰을 건네며 틀어준 영상을 보고는 당장이라도 뛰쳐나가 쥐구멍에라도 숨고 싶은 생각이 들었다. 역시나 그 영상은 아까 내가 화장실에서 했던 짓이 고스란히 남아있는 영상이었고, 그 표정 또한 아주 압권이었다. 그는 배시시 웃으며 자리에서 일어나더니 내게 다가왔고, 옆자리에 앉으며 말을 이었다. “그리고 이거…” “에?” 그는 내 바지 주머니에 불쑥 튀어나와 있는 무언가를 손으로 가리켰고, 나는 존재를 잊고 있던 물풀이 떠올라 버렸다. 당장 숨기려는 마음에 급급해서 계산조차 하지 않고 그대로 마트를 빠져나왔고, 그 뒤로도 긴장한 탓인지 주머니에 그런 게 들어있는 지도 까먹고 있었다. “이…그…” “꺼내볼래요?” “아이… 그게…” 이미 모든 걸 들켜버렸으니 나는 하는 수 없이 주머니에 있는 물풀을 꺼내 보였다. 그는 내 손에서 물풀을 낚아채고는 유심히 바라보며 말을 이었다. “이건… 물풀이 새어버린 걸까요?” 그가 가리키는 곳을 유심히 바라보니 아까 닦지도 못한 애액이 조금 남아 묻어있는 모양이었고, 나는 화들짝 놀라 그의 손에서 물풀을 뺏어 들며 말했다. “으악…! 아니에요! 아니라고요!” “계산도 안 하고 그대로 가지고 나온 건가요?” 나는 고개를 푹 숙이며 얼굴을 붉히고 대답했다. “물론 까먹고 있긴 했지만… 이걸 내밀고 계산해달라고 할 순 없잖아요…” “하하하 하긴 그건 그렇죠?” 그는 뭐가 그렇게 재미있는지 자꾸만 내 어깨를 치며 웃어댔다. 나는 얼굴이 달아오르다 못해 금방이라도 터질 것처럼 빨개졌고, 애꿎은 다리만 쥐어뜯고 있었다. 그는 그 후로도 한참이나 더 웃어댄 다음 건너편 자리로 돌아가 앉으며 물었다. “그래서… 아까 그 동영상은 저한테 보내려던 게 맞아요?” “아니요!!! 그럴 리가 없잖아요!” “그럼, 누구한테 보내려던 거예요?” “윽… 그건…” “역시 남자친구라도 있던 걸까요?” “아니에요…” “그럼 친구?” “친구… 라고 하기에도 조금 애매한데” “파트너… 뭐 그런 건가?” “그건 또 아니에요…” “그럼요?” “동거인이긴 한데…” “동거인이 남자는 아니라고 하지 않았나요?” “어… 굳이 따지자면… 그렇죠?” “그런 거라면 저는 상관없어요” “네?” “다른 남자한테 보내려는 거 아니었으면 상관이 없다고요” “무슨 소리예요?” “만약 그 영상을 다른 남자한테 보내려던 거였으면 아마 저는 질투 났을 거예요” “에… 무슨 질투를…” “저는 그 쪽한테 호감이 있는걸요?” “왜 저 같은 사람한테 호감이 있는 거죠?” 그는 갑자기 정색하듯 표정을 바꾸고는 진지하게 대답했다. “자꾸 그렇게 자신을 비하하지 말아줘요” 갑자기 한참 윗사람에게 혼나는 느낌이 든 나는 잔뜩 주눅 들어 대답했다. “넵…” “뭐 그 얘기는 미뤄두고, 대체 그 영상은 왜 찍은 거예요?” “그냥… 일종의 테스트였어요” “테스트?” “그건 너무 개인적인 사정이라서 말하기가 조금 어려워요” “음… 언젠간 들을 수 있겠죠?” “아마 그럴 일은 없을걸요?” “그러면 더 궁금해지는데요?” 그는 눈까지 초롱초롱하며 내게 대답을 기대했지만 아무리 그런다고 내가 남자였다는 사실을 밝힐 수는 없는 노릇이었다. 그뿐만 아니라 만약에 남자였던 사실을 밝힌다고 해도 받아들이기가 쉽지는 않을 것이다. 내가 대답 없이 물끄러미 자신을 바라보자, 그는 이해한다는 듯이 화제를 돌렸다. “뭐… 일종의 복종? 그런 느낌인가요?” “에?” “상대가 시켜서 그런 행동을 한 거 아니에요?” “그건 맞죠…?” “그런 걸 하면 어때요?” “너무 갑작스러운 질문인데…” “저는 그런 걸 안 해봐서 궁금해서 그래요” “어… 예상치도 못하게 좋았어요…” “오? 그래요? 어떻게 좋았는데요?” 대체 내가 왜 이 남자랑 이런 대화를 하고 있는지는 모르겠지만 점차 취조를 당하듯 대답을 술술 내뱉게 되었다. “일단 누군가가 시킨다는 강제성이 있는 게 좋았고요…” “그리고요?” “영상을 촬영하면서 제 그런 모습을 보게 된다는 사실이 너무 야했어요.” “그리고요?” “누가 찍어주는 것도 아니고, 스스로 부끄러운 자세를 하면서 찍는다는 것도…” “기분이 야릇했어요?” “네…” “결론적으로는 좋았다는 얘기네요?” “맞아요…” “그럼 저랑도 그런 관계를 해볼래요?” “맞… 네?” 무의식적으로 대답하던 나는 화들짝 놀라며 그를 올려다봤다. “저는 그런 변태를 좋아하거든요” “생긴 건 멀쩡해서 왜…” “그게 생긴 거랑 관련이 있나요?” “그래도…” “저는 그거 말고도 다른 것도 봤는 걸요?” “다른 거라뇨?” “우리 첫 만남 때요” “첫 만남이라면… 버스 정류장이요?” “네! 저는 그때도 이미 알고 있었는 걸요?” “아…아…알다니 뭐를…요?” “그 의자에 붙어있던 무시무시한 친구들을요?” “에에????? 그걸 알고 있었다고요?” “아 물론 처음에는 몰랐죠!” “그럼, 대체 어떻게!” “키스할 때 무의식적으로 몸을 살짝 띄웠던 거 알아요?” “에…? 제가요?” “저는 눈을 뜨고 있었는데, 금방이라도 덮칠 사람처럼 달려들던데요?” “제…가…?” “네! 그때 몸이 살짝 들리면서 특이한 색이 보였거든요” “아읏…” “그때 말했으면 뭐가 달라졌을까요?” “아니에요… 말 안 하길 잘했어요…” “그래서? 저랑도 그런 관계 해줄 거예요?” “으아앙악!! 왜 저한테만 이런 시련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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