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16화 41. 자극이 너무 심해 (4)
좋지 않다.
정말로 좋지 않다.
게다가 주변에 지나다니는 사람들도 하나같이 헐벗은 차림새의 늘씬한 여자들 뿐이다. 아니, 남자들도 있었지만 강호의 눈에는 여자들 외에는 아무것도 들어오지 않는다.
‘빌어먹을.’
눈을 질끈 감은 강호가 슬슬 뒷걸음질을 치자 백구가 왜 그러냐는 듯 올려다본다.
“백구야. 카페는 혼자 가라.”
그때였다.
백구를 남겨두고 막 돌아서려는데 돌연 카페의 문이 열리더니 시원한 옷차림을 한 다혜가 모습을 드러낸다.
“아저씨!”
반가운 표정으로 손까지 흔드는 다혜의 모습에 강호가 한숨을 푹 내쉬었다. 이래서야 도망가는 것도 완전 글러먹고 말았다.
“아저씨!”
다혜가 재차 강호를 부르며 쪼르르 달려오더니 별안간 옆에 착 달라붙어서는 팔짱을 껴 온다.
풍만한 가슴이 물컹하며 상박을 압박하는 것과 함께 달콤한 꽃 향기를 동반한 살 내음이 풍겨오자 눈앞이 아찔한 느낌이다.
안 그래도 두 달이 넘게 여자를 안지 못한 상황에서 성욕이 쌓일 대로 쌓인 상태였다. 그것을 조금만 더 참으면 강시연과 할 수 있다는 의지 하나로 버티어 왔는데, 뜻밖의 변수로 인해 잔뜩 쌓인 성욕을 분출할 곳이 사라져 버리고 말았다.
그런 상황에서 여인네의 달콤한 살 내음과 함께 풍만한 가슴의 탱글탱글하면서도 부드러운 감촉이 팔뚝을 타고 전해오자 아랫도리가 의지와 상관없이 불끈하며 신호를 보내어 왔다.
‘비... 빌어먹을.’
평소 패션 따위에 크게 관심이 없던 강호는 즐겨 입는 옷이라고 해 봐야 시장통에서 싸게 사 입을 수 있는 청바지나 면바지 정도로 한정되어 있을 뿐이다.
문제는 지금 입고 있는 바지가 하필이면 옷감이 얇은 면바지라는 것이었고, 발기라도 했다가는 대번에 표가 나지 않을 수가 없다는 점이었다.
하물며 강호는 남들보다 훨씬 큰 물건을 소유하고 있다 보니 아무리 눈썰미가 없는 사람이라 해도 대번에 눈치 채지 않을 수가 없다.
‘이런 곳에서 발기를 했다가는...’
다른 곳도 아니고 누나의 카페 앞이다. 단골손님들 중에는 강호의 얼굴을 아는 이들도 꽤 되는데, 그런 곳에서 바지를 뚫어 버릴 것처럼 발기를 했다가는 얼굴을 들고 다닐 수가 없게 된다.
게다가 발기를 한 원인이 다헤라는 것이 알려지기라도 했다가는 성범죄자로 낙인 찍혀도 할 말이 없게 된다.
절대로 그런 일이 일어나게 둘 수는 없는 일이다 보니 강호는 이를 악물고 성욕을 억누르고는, 아무렇지도 않은 표정으로 말했다.
“넌 여기 아니면 갈 데가 없냐?”
“피! 저도 갈 데 많거든요. 단지 다른 데 가야할 이유 보다 여기에 올 이유가 더 많아서 그런 거죠, 뭐.”
“그래서, 오늘은 아침 부터 카페에 온 이유가 뭘까? 또 백구 핑게 대려고?”
“뭐 백구 때문에 온 것도 맞지만, 오늘은 아저씨가 보고 싶어서 온 거거든요.”
“나... 날?”
자신이 보고 싶어서 왔다고 말하며 생긋이 눈웃음을 보이는 다혜의 모습에 강호가 저도 모르게 침을 삼켰다.
교복을 입고 있을 때에는 남자의 성적 판타지를 자극하는 모습 때문에 사람을 곤란하게 하더니, 이렇게 사복을 입고 있으면 어른스러운 이미지가 섞이며 또 다른 판타지를 자극한다.
“왜... 왜?”
“치! 보고 싶어서 왔다고 말하는데 왜가 머에요? 저같이 예쁜 여자가 그렇게 말하면 아이고 감사합니다 하고 엎드려 절해도 모자랄 판에.”
다혜의 말에 강호가 눈을 껌뻑였다.
예전에 강시연이 했던 말과 거의 토씨 하나 틀리지 않고 똑같았던 탓이다. 그렇게 말하던 강시연과는 얼마 지나지 않아 화장실에서 그런 일이 벌어지고 말았다.
그러자 저도 모르게 다혜와 함께 화장실에서 뒹구는 모습이 떠오르려고 하자 황급히 고개를 흔들며 상념을 털어버렸다.
“커... 커험! 그런 농담하면 나 같은 아저씨들은 진짠 줄 안다.”
“피! 농담 아닌데. 뭐, 다른 볼일이 있기는 하지만 그래도 완전한 거짓말은 아니거든요.”
그러면서 팔짱을 낀 손에 힘을 주자 풍만한 가슴이 보다 강하게 밀착되어 왔다.
팔꿈치 부근의 맨 살에 가슴의 감촉이 고스란히 전해오자 아랫도리에서 격렬하게 반응이 오려고 한다.
‘제... 젠장... 자극이....’
어릴 때 시티헌터라는 일본 만화를 본 적이 있었다.
일본은 물론 한국을 비롯해 전 세계적으로 대히트를 친 만화인데, 당시 이 만화가 인기를 끈 이유 중에서 가장 큰 비중을 차지한 것이 바로 독특한 설정 때문이었다.
아픈 과거를 숨긴 채 살아가는 주인공과 그런 주인공의 주변에 항상 꼬여드는 절세의 미녀들.
그리고 미녀들만 보면 다짜고짜 발기부터 하며 들이대는 주인공이라는 독특한 설정까지.
옴니버스 형식으로 구성된 만화는 매번 새로운 미녀가 등장하고, 때와 장소를 가리지 않고 어떻게든 한 번 해보려고 발정 난 주인공의 모습은 큰 재미와 함께 남자들이 가진 성적 판타지를 대리만족 시켜주는 포인트이기도 했다.
다만, 현실에서 시티헌터의 주인공처럼 때와 장소를 가리지 않고 발정을 했다가는 곧바로 철장신세를 지다 못해 인터넷에 신상 명세가 다 까발려 지게 된다는 것이 다를 뿐이다.
절대로 세워서는 안 된다.
‘절대로..’
극한의 인내력을 발휘한 강호가 두 번째 위기를 넘기나 싶었지만, 안도의 한 숨을 내쉬기도 전에 곧바로 세 번째 위기가 찾아오고야 말았다.
팔짱을 풀기 위해 무심코 시선을 돌리던 강호의 눈에 가슴골까지 패인 라운드티를 입고 있는 다혜의 상반신이 고스란히 들어온 것이다.
새하얀 목덜미 아래로 아름답게 뻗은 쇄골이 보이고, 쇄골 아래로 풍만한 가슴을 더욱 돋보이게 만드는 가슴골이 살짝 드러나 있는 모습은 남자의 방심을 단숨에 흔들어 버리기에 충분했다.
다혜가 고등학생인 것은 아무런 문제가 되지 않았다.
현재의 강호는 오랫동안 굶주려 발정이 임박한 한 마리 수컷에 불과할 뿐이었고, 육덕지다는 말로도 부족한 다헤의 육체는 수컷을 유혹하기 위한 모든 조건을 갖춘 한 마리의 암컷에 불과할 뿐이었다.
‘젠장! 젠장! 빨리 다른 생각을 해라. 강호야! 애국가! 애국가라도 불러!’
다급하게 애국가도 불러보고 어디선가 주워 들은 불경의 한 구절도 외워본다.
정구업진언 수리수리 마하수리....
‘여기서 세웠다가는 누나 얼굴을 볼 면목이 없어.’
누나도 누나지만 조카인 설현에게 변태 삼촌이 되어서는 더욱 곤란하다.
다행이 설현을 떠올린 것이 효과가 있었던 것인지, 한순간에 피가 쏠리며 발기를 하려던 자지가 한순간에 힘을 잃고 잠잠해진다.
‘하아! 빌어먹을.’
잠시 한 숨을 돌린 강호가 곁눈질로 다혜를 힐끔 거렸다.
여전히 팔짱을 낀 채로 병아리처럼 재잘재잘 거리고 있는 모습은 마냥 귀여운 이미지였지만, 옷차림 때문인지는 몰라도 오늘따라 유달리 야하고 선정적인 느낌으로 다가오고 있다.
‘다헤가 원래 옷을 원래 이렇게 야하게 입고 다녔었나?’
그러고 보니 다혜를 처음 만났던 것이 작년 겨울이었다. 당연히 여름에는 옷을 어떻게 입고 다니는 지 확인할 길이 없었다.
그 말은 지금 다혜의 옷차림이 그녀의 평소 여름 옷차림일 수도 있다는 이야기다.
그렇게 생각하고 보니 이전에도 허벅지가 훤히 드러나는 짧은 핫팬츠를 입기도 했었고, 몸에 착 달라붙는 니트를 입어 가슴의 굴곡을 고스란히 드러내는 옷을 입기도 했었다.
그런 모습을 떠올리자 오늘만 야한 옷을 입은 것이 아니라, 그동안 알게 모르게 은근히 야한 옷을 입어 왔다는 것을 알 수 있었다.
아니, 사실 그런 옷이 딱히 야하다고 할 수는 없다. 길거리를 지나다 보면 다혜처럼 입은 여성들을 심심찮게 찾아볼 수 있는 까닭이다.
같은 옷이라도 누가 어떻게 입느냐에 따라 느낌이 다르듯이, 다혜의 야한 몸이 같은 옷이라도 다른 결과를 만들어 낸 것 뿐이다.
그래서일까.
이전까지만 해도 그저 조금 성숙한 동생정도로만 느껴지던 다혜가 오늘따라 온전한 한 명의 여성이라는 느낌으로 다가오고 있었다.
“아저씨. 일단 들어가서 이야기해요.”
함 참을 재잘거리던 다햬가 손을 잡아 끌자, 보드라운 손의 기분 좋은 감촉에 차마 내치지 못하고는 그대로 카페로 끌려 들어갔다.
문이 열리고 안으로 들어서기 무섭게 카페 안에 가득한 여인들의 살내음이 훅 하고 콧속으로 파고들며 정신을 혼미하게 만들었다.
그야말로 천국이 따로 없다. 동시에 지금의 강호에게는 인세의 지옥이나 마찬가지였다.
그런 강호의 사정을 아는지 모르는지, 여름이라고 가벼운 옷차림을 한 여성들이 강호를 따라 카페로 들어서는 백구를 보며 반색을 한다.
“백구다!”
안 그래도 다혜를 통해 백구의 인기가 심상치 않다는 이야기를 듣긴 했었지만, 이런 식으로 직접 확인하고 보니 슈퍼 스타가 따로 없을 지경이다.
게다가 백구의 행동도 가관이다.
사람들이 자신 때문에 온 것이라는 것을 아는지 카페 안으로 들어선 백구가 고개를 빳빳하게 들고는 모델이 워킹을 하듯이 홀을 한 바퀴 활보하는 것이다.
“진짜 잘생겼네.”
“와! 나 저렇게 멋지게 생긴 진돗개는 처음 봐.”
백구를 보며 수군거리는 사람들을 보며 강호는 기분이 묘해졌다.
‘만약 그 날 백구를 만나지 못했다면, 백구는 지금쯤 어찌 되었을까.’
새끼 혼자서 그 험한 곳에서 살아남는 다는 것은 확률적으로 극히 낮을 테니, 얼마 지나지 않아 굶어 죽었을 가능성이 매우 높았다.
어찌어찌 살아남았다 하더라도 부모처럼 맹수나 몬스터의 한 끼 식사거리가 되어 버렸을 지도 모를 일이다.
어찌 되었든 그 끝이 그리 좋지 않았을 것이라는 것만은 분명했다.
그런 백구가 무슨 운명의 장난인 것인지 게란트에서 지구라는 세상으로 차원을 넘어 여행을 하다못해, 지금은 미튜브 최고의 인기 동영상의 주인공이 되어 일약 스타가 되고 말았다.
만약 백구가 SNS를 개설하기라도 하면 수십에서 수백만 팔로워를 거느린 인플루언서가 될지도 모른다는 생각마저 들자 이거야 말로 인생역전 스토리가 아닌가 하는 생각이 들었다.
그런데 그런 일이 정말로 일어날 모양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