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88화 36. 강시연의 계획 (4)
강시연이 계획을 바꾸어 빠르게 진도를 나가게 된 것에는 오하영의 갑작스런 변화도 크게 한 몫을 하기는 했지만, 역시나 갈수록 커져만 가는 강호의 성욕 때문이었다.
사실 지난 일주일 동안 강시연은 강호에게 매일같이 시달려야만 했었는데, 안 된다는 것을 알면서도 강호가 토끼 같은 눈으로 애원을 해 오면 저도 모르게 그를 받아들이지 않을 수가 없었다.
그나마 강시연이 마지막 남은 이성의 한 가닥 끈을 부여잡고는 하루에 세 번, 많아도 네 번으로 칼 같이 선을 그어서 그나마 버티고 있는 중이었다.
그렇다고 그게 쉬운 일은 아니었다.
보통의 연인들도 하루에 두세 번이나 많게는 서너 번 정도 섹스를 하기도 한다.
특히, 이제 막 섹스에 눈을 뜬 연인들의 경우에는 매일 시도 때도 없이 하는 경우도 비일비재하기에 강호나 강시연의 섹스 횟수가 딱히 특별하다고 할 정도는 아니었다.
문제는 한 번 할 때마다 체력적으로 부담이 되는 고난이도의 체위를 연이어 구사하는데다가, 특히 강시연의 경우에는 한 번 할 때마다 강렬한 오르가즘을 열 번 이상 경험한다는 점이었다.
남자들도 여러 번 사정을 하면 육체적인 피로감과는 별개로 정신적으로 상당한 피로감을 느끼게 되지만, 여자들의 경우에는 이것이 좀 더 심하다.
특히, 오르가즘으로 인한 쾌감이 강렬할수록 질 내부를 비롯한 온 몸의 근육이 쥐어짜듯이 수축을 하고 부풀어 오르기를 반복하며 경련을 하기에 체력적인 부담은 더욱 클 수밖에 없다.
그러한 오르가즘을 한두 번 도 아니고, 한 번 할 때마다 열 번 이상 경험하게 된다면 천하의 강시연이라고 해도 버틸 수 있을 리가 없다.
당연히 이런 이야기를 오하영에게도 고스란히 전달했다.
특히, 지난 일주일 동안 매일 같이 시달리며 오르가즘에 허덕이는 통에 이제는 체력적으로 더 이상 그를 감당할 수 없는 한계에 다다랐다는 것을 수없이 반복하고 강조했다.
‘그런데 왜 갑자기 강호씨가 달라진 거지?’
오하영과 이야기를 하다 문득 그런 생각이 들었다.
모르는 이들이 보면 딱히 달라진 것을 모를 것이다. 실제로 강시연도 일상생활에서의 강호는 전혀 달라진 것이 없다고 느끼고 있다.
그런데 성욕이 발동하고 섹스에 돌입하면 마치 폭주기관차처럼 달라져 버린다.
‘그 날 부터였어.’
그 날.
잔뜩 성이 난 자지로 변기를 향해 분무기처럼 오줌을 싸던 모습을 보며 아찔하고도 짜릿한 쾌감을 느꼈던 그 날.
그가 보는 앞에서 욕실의 바닥에 오줌을 싸갈기면서 흥분을 느꼈던 바로 그 날.
그 날 이후, 그는 마치 번데기가 허물을 벗고 탈피를 하듯 변하기 시작했다.
훈련을 하다 말고 잠시의 틈만 생겨도 한 번만 하자고 졸라대기 시작했고, 밤을 먹다가도, 잠시 소파에 앉아 여유 시간을 가지려고 하면 또 다시 요구를 해 오기 일쑤였다.
당연히 강시연은 안 된다고 거절했지만, 이런 식으로 남자의 요구를 계속해서 거절하다간 그 끝이 좋지 않다는 것 정도는 잘 알고 있었다.
오하영이 안 되면 다른 여자를 물색할 생각을 하고 있었지만, 갑작스런 강호의 변화가 계획을 급선회하게 만든 가장 큰 원인이었다.
지금 여기서 다른 여자를 물색할 시간은 없다. 그렇다면 결국 오하영 뿐이다.
그런 생각으로 오하영과 약속을 잡았다.
그리고 만나기 무섭게 주구장창 강호와의 섹스를 언급하며 다른 여자가 필요하다고 끊임없이 항변했다.
“그래서 언니는 정말 괜찮다는 거예요? 정말 강호씨가 다른 여자랑 하는 게 정말로 아무렇지도 않다는 거예요?”
다른 여자 이야기를 할 때마다 오하영은 매번 그런 식으로 반문했다. 그리고 그렇게 말할 때의 목소리는 강시연 조차도 확실하게 못 박기 어려운 복합적인 감정들이 묻어나오곤 했다.
사랑하는 남녀 사이에서 그런 일이 실제로 가능할 리가 없다는 전제와 믿음이 깊게 깔려 있는 까닭이다.
그런데 오늘은 뭔가 다르다.
이전처럼 복합적인 감정이 느껴지기는 한다. 그런데 확실히 단언할 수는 없지만 뭐랄까, 오늘은 호기심이라는 감정이 보다 강렬한 느낌이다.
게다가 눈빛도 다르다.
술이 한 잔 들어가서 그런 것인지는 모르겠지만, 혼란스러운 감정 뒤로 눈빛이 반짝이는 것이 느껴진다.
그것은 일종의 기대감과도 같은 눈빛이다.
그런 눈빛까지 본 마당에 더 이상 강시연이 망설일 이유는 없었다.
“그게 뭐 어때서?”
“하지만 그건... 그건 해서는 안 되는 일이잖아요.”
“왜? 왜 해서는 안 되는 일인데?”
강시연의 반문에 오하영은 선뜻 대답하지 못하고 우물거렸다.
그녀의 상식으로는 정말로 말도 안 되는 관계다.
한 남자와 두 여자의 사랑 혹은 육체적인 관계.
사랑하는 남자의 품에 다른 여자가 안겨 있다는 상상을 하는 것만으로도 몸서리가 처질 정도로 싫다. 그런데 강시연으로 부터 계속해서 그런 이야기를 들은 영향 때문일까.
[강호씨는 나 혼자 감당이 안 돼. 다른 여자가 필요해.]
아니면 만날 때마다 세뇌를 당하듯 그런 말을 들은 영향 때문일까.
오하영은 얼마 전부터 강호의 옆에 강시연 말고 다른 여자가 알몸으로 함께 침대 위에서 뒹구는 꿈을 꾸기 시작했다.
그 꿈은 너무나 노골적이었는데, 강시연과 함께 강호의 밑에 깔려 허덕이는 또 다른 여자는 극도의 쾌락에 허덕이며 흐느끼고 또 흐느꼈다.
그러다 절정에 이르러 쾌락에 가득찬 여자의 얼굴을 발견하는 순간, 화들짝 놀라 잠에서 깬 적이 한두 번이 아니었다.
강시연의 함께 강호의 품에 안겨 흐느끼던 여인.
그 여인의 정체는 바로 다른 사람도 아닌 오하영 본인이었기 때문이다.
그때부터였다.
인터넷에 일부다처에 대한 글을 찾아보기도 하고, 한 남자와 두 여자의 사랑 이야기와 관련한 글을 찾아보기 시작했다.
그리고 놀란 것은 지구상에 일부다처를 허용하는 국가가 생각보다 꽤 많다는 것이었고, 공식적으로는 아니더라도 알게 모르게 그러한 관계가 미국이나 유럽같은 사회에도 꽤 많이 존재하고 있다는 점이었다.
[현대의 사회적 시선으로는 용인받기는 어렵지만, 법적으로는 아무런 문제가 없는 관계.]
당장 이 시대의 새로운 귀족층이라는 재벌들만 해도 본처에 첩까지 두고서도 버젓이 잘 살아가고 있고, 재벌을 다룬 드라마만 보아도 혼외자식이 클리셰처럼 등장하고는 한다.
하다못해 본처와 첩이 한 식탁에 앉아 밥을 먹는 장면까지 버젓이 등장하는 경우마저 있을 정도다.
이는 재벌들만의 이야기가 아니다.
우리 주변의 평번한 사람들조차도 배우자 하나로 만족하지 못하고 바람을 피우는 경우를 쉽게 찾아볼 수 있다.
당장 오하영의 집만 해도 겉으로는 화목한 가정처럼 보이지만, 과거에 부친이 바람을 두 번이나 피운 전력이 있을 정도다.
하물며 재력이 있거나 성적으로 탁월한 능력이 있는 사람이라면 두 집 살림을 차리지 말거나 아예 여러 여자를 거느리고 살지 말란 법도 없다.
지난 며칠 간 그런 내용들을 인터넷을 통해 계속 접하면서 생각이 참으로 많아졌다. 그렇게 심란해진 오하영에게 강시연이 돌연 뜬금없는 소리를 했다.
“너 성소수자들의 대우가 과거에 어땠는지 알지?”
성소수자 이야기에 오하영이 고개를 갸우뚱 했다.
“성... 소수자요?”
“그래. 성소수자.”
성소수자란 사회에서 성적인 부분에 있어 소외된 성적 취향을 가진 이들을 지칭하는데 쓰이는 단어다.
예컨대 레즈비언이나 게이, 바이섹슈얼, 트렌스젠더, 인터섹스, 무성애자 등이 이 성소수자에 포함되는 이들이다.
레즈비언이 자신과 같은 여성에 성적으로 끌리는 취향의 여성을 일컫는 단어라면 게이는 반대로 남성이 남성에게 끌리는 성적 취향을 의미한다.
그리고 이러한 성소수자들은 불과 수십년 전만 하더라도 사회에서 낙오자 혹은 정신적으로 문제가 있는 장애로 인식되어 심각한 차별을 받아야 했으며, 이로 인해 스스로의 정체성을 숨긴 채로 살아가야만 했었다.
특히, 항문 성교를 하는 남성 동성애자들의 경우에는 똥꼬충이라는 모멸적인 발언과 함께 레즈비언과는 비교할 수 없을 정도의 지독한 차별과 혐오를 받아야만 했었다.
하지만 시대가 바뀌고 사람들의 인식에 변화가 생겨나게 되면서 성소수자에 대해 다양한 시각으로 접근하려는 시도가 생겨나기 시작했다.
현재에 와서는 성소수자들의 권리를 옹호하고 보장하는 다양한 사회단체들의 활동과 맞물려 유럽을 중심으로 일부 국가에서는 성소수자들의 권리를 보호하는 한편, 동성 간의 결혼까지 법적으로 허용하는 방향으로 변화하고 있는 추세였다.
이러한 성소수자들이 의외로 많이 찾아 볼 수 있는 곳이 바로 연예계다.
평범한 이들과 다른 끼를 가지고 있다는 것은, 평범하지 않은 성적인 취향을 가진 이들이 많이 섞여 있다는 의미와도 일맥상통하는 면이 있다.
오하영도 아이돌로 활동하면서 의외로 꽤 많은 성소수자들을 만나 보았었는데, 그 중의 하나가 바로 그 이름도 유명한 홍석천이다.
과거 그가 처음 커밍아웃을 할 때만 해도 대한민국은 사회적으로 성소수자에 대한 인식이 그렇게 너그럽지 못했다. 특히, 유명한 연예인이 남자를 좋아하는 게이라는 사살이 국민들이 받아들이기에는 꽤 충격이 클 수밖에 없었다.
그러던 것이 최근에 와서는 사회적으로 성소수자에 대한 논의가 지속되면서 인식 자체에 대한 개선이 이루어지기 시작했다.
특히 인터넷 동영상 플랫폼이 대중화 되면서 이곳을 통해 커밍아웃을 하고 인식을 개선하려는 이들이 점점 많아지며 과거와는 확연히 달라진 분위기를 보이는 중이었다.
“너 일전에 만났다던 모델 말이야. 그 사람 트렌스젠더라고 했었지?”
“네.”
강시연의 말에 오하영은 작년에 모 패션 행사장에서 만났던 트렌스젠더를 떠올렸다.
겉으로 보기에는 영락없이 여자였던 사람.
트렌스젠더라는 말에 처음에는 조금 놀라기는 했었지만 그렇다고 해서 거부감을 느낀다거나 어떤 혐오의 감정을 느끼지는 않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