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87화 36. 강시연의 계획 (3)
그런 강호가 어느 날 갑자기 박찬성과 명승부를 펼친 영상을 보았다. 비록 강호의 얼굴이 모자이크 되어 있기는 했었지만, 강호 특유의 자세나 분위기를 못 알아볼 친구들이 아니엇다.
그렇게 한 바탕 소란이 벌어졌었는데, 얼마 전에는 공중파 예능에 출연하게 되었다는 연락까지 받고 보니 다시 한 번 놀라는 것도 무리가 아니었다.
게다가 그 예능에 강시연이 출연한다고 하니 아예 입에 게거품을 문 친구들이었다.
오늘의 자리는 사실 강호의 예능에 대한 축하 겸, 박찬성과의 대결에 대한 이야기도 들어 볼 겸 해서 다같이 모인 자리라 할 수 있었다.
“그럼 이따가 본방 사수해야 하는 거 아니야?”
“본방 사수는 무슨...”
사실 누나와 매형부터 본방 사수를 해야 한다며 호들갑을 떨었지만 정작 강호는 내키지 않았다.
TV에 나오는 자신의 모습을 본다는 것이 뭔가 쑥쓰럽기도 하고 괜히 오글거리는 듯한 느낌이 든 까닭이다.
그때, 가만히 강호의 얼굴을 응시하고만 있던 민수가 가자미눈을 하고는 입을 열었다.
“어때?”
“뭐가?”
“강시연 말이야, 강시연!”
“강시연씨가 뭐?”
아무것도 모른다는 듯 퉁명스럽게 대답하는 강호의 모습에 민수가 답답하다는 얼굴을 하며 말했다.
“하, 이 썩을넘이. 너 강시연이랑 같이 개인 훈련도 했다며? 그럼 바로 앞에서 강시연을 봤을 거 아니야.”
민수의 말에 다른 두 친구들이 화들짝 놀란 얼굴을 했다.
“뭐? 진짜?”
“강시연이랑 같이 개인 훈련을 했다고?”
“어? 내가 말 안 했었나? 강호 이 새끼가 강시연이랑 같이 개인 훈련이라는 걸 했단다. 개.인.타.격.훈.련. 그것도 거의 매일같이 만나서 말이야.”
한 자 한 자 따박따박 끊어 하는 말에 다른 친구들의 눈에 삽시간에 분노의 불길이 타올랐다.
“이... 이 새끼....”
“야! 너 그러다 사람 치겠다? 어? 형일이 너, 그 주먹 안 내려?”
강호의 말에 자리에서 일어나 잠시 주먹을 치켜 들고 부르르 떨던 형일이 풀썩 주저앉으며 한 숨을 토해 내었다.
“하아! 이 부러운 새끼. 시발. 이럴 줄 알았으면 나도 단역 배우나 하는 건데.”
그의 말에 강호가 어이가 없다는 얼굴을 했다.
불과 얼마 전까지만 해도 그깟 돈도 안 되는 단역 배우 때려치우고 자기가 다니는 회사에서 같이 일 하자던 놈이 바로 형일이었기 때문이다.
“그래서 얼른 말해 보라니까. 정말 예쁘디? 그 소문처럼 정말 입이 쩍 벌어질 만큼 예뻐?”
“뭐, 굳이 말하자면 소문이 반에 반도 못 따라온다고 할까나.”
그렇게 말하며 흐뭇한 표정을 지어 보이는 강호의 모습에 친구들이 다시금 발작을 일으켰다.
“이.... 이 새끼. 너 그 표정 뭐야?”
“야! 이 새끼 잡아. 아니, 끌고 나와. 오늘 간만에 매타작 한 번 해 보자.”
강호의 옆에 앉아 있던 재관이 멱살을 붙잡았고 형일이 팔을 걷어 부치고는 주변을 두리번거리며 몽둥이를 찾는 시늉을 했다.
그때였다.
[딴 따라라 딴딴! 딴 따라라 딴딴!]
테이블 위에 올려 두었던 강호의 폰이 울리자 사람들의 시선이 무심코 소리가 들려온 방향을 향했다. 그러다 화면에 떠 있는 이름을 확인하고는 눈이 화등잔 만해졌다.
[강시연]
이름을 확인하기 무섭게 당장이라도 강호를 바닥에 패대기칠 것처럼 굴던 사람들이 금붕어처럼 입만 벙긋하며 강호의 얼굴을 바라보았다.
강시연이라는 이름 자체가 딱히 특이한 이름도 아니고, 강시연이라고 해서 그 이름의 주인이 조금 전까지 대화를 나누던 주인공이라고 할 수도 없다.
다만, 세 명의 친구들은 느낄 수 있었다. 지금 저 화면에 떠 있는 이름의 주인공이 바로 그 강시연일지도 모른다고 말이다.
아니, 거의 확신이라고 해도 좋을 정도의 느낌이었다.
자연히 세 친구들의 눈빛이 야수를 방불케 하듯 사납게 변하더니 얼른 전화를 받아 보라며 강호를 압박해 들었다.
그 눈빛이 얼마나 무시무시한지 전화를 받지 않았다가는 죽을 지도 모른다는 압박을 받으며 강호가 폰에 손을 뻗었다.
“스피커!‘
형일의 짧고 굵은 목소리에 본능적으로 위압감을 느낀 강호가 스피커폰으로 통화를 연결했다. 그러자 가디렸다는 듯 익숙한 목소리가 흘러나왔다.
[어디에요?]
****
강호가 친구들과 함께 술집에 자리를 잡고 본격적으로 술자리를 시작하던 그 시각.
강시연 역시 오하영과 함께 자주 가는 단골 술집을 찾아 막 술자리를 가지던 중이었다.
두 사람은 최근 들어 시간이 날 때마다 짬짬이 만나는 중이었는데, 이는 강시연이 의도한 바였다. 강호에게 말한 바 있듯 오하영을 유혹하기 위한 계획을 차근차근 실행해 나가고 있는 중인 것이다.
사실 두 사람이 꽤 친한 사이이기는 해도 연예인이라는 직업의 특성상 활동 기간에는 일주일에 한 번 만나는 것도 쉬운 일은 아니다.
연예인이라는 직업이 일반 직장인들처럼 출퇴근 시간이 정해져 있는 것이 아니다 보니, 두 사람 모두 스케줄에 쫒기는 시기에는 한 달에 한 번 만나는 것조차 힘들 때도 있을 정도였다.
그나마 최근 강시연이 마지막 작품을 끝으로 거의 1년 가까이 쉬고 있는 중인데다, 오하영도 작년부터 아이돌 활동을 뒤로 하고 배우 활동에만 전념하면서 여유 시간이 생긴 까닭에 비교적 자주 만나는 경우라 할 수 있었다.
그것이 최근에 와서는 부쩍 만남이 늘어났는데, 이는 순전히 오하영을 어떻게든 강호와 엮어 보기 위한 강시연의 의도와 노력 때문이라 할 수 있었다.
그렇다고 급하게 진도를 나갈 계획은 아직 없었다.
최근 들어 강호의 성욕이 날이 갈수록 강해져가는 데다 정력마저도 어째서인지 갈수록 강해져가는 듯한 느낌에 초조한 감이 없잖아 있었지만, 그렇다고 순진한 오하영에게 급하게 진도를 나갈 수는 없는 일이었다.
당연히 이렇게 만남을 가질 때면 큰 거부감을 느끼지 않는 수준에서 성(性)에 대한 그녀의 가치관을 조금씩 흔들어 놓는 중이었고, 그렇게 서서히 늪으로 끌어 들이려는 것이 강시연의 계획이었다.
그녀의 이런 노력은 확실히 효과가 있어 노골적인 이야기에도 큰 거부감을 보이기는커녕, 오히려 변태적인 이야기를 들려주어도 곧잘 듣고는 했다.
급기야 일전에는 항문 섹스를 처음으로 경험했다는 이야기를 털어놓았던 강시연이다.
당연히 오하영은 기겁을 했고, 그 모습에 강시연은 너무 성급하게 진도를 나갔다며 자책을 하기도 했었다.
그런데 웬 걸.
며칠 뒤에 만난 오하영은 뭔가 주저하는 듯 하더니, 항문 섹스에 대한 이야기를 자기가 먼저 꺼내는 것이 아닌가.
그때 강시연은 오하영을 알게 된 이후로 이렇게까지 크게 놀란 적이 없었다.
다른 사람도 아니고 백마 탄 왕자와의 동화처럼 아름다운 사랑을 꿈꾸는 오하영이었다. 그 오하영이 평범한 섹스에 대한 이야기도 아니고, 항문 섹스에 대한 이야기를 먼저 꺼낼 것이라고 그 누가 감히 예상할 수 있겠는가.
게다가 그 질문이라는 것도 단순한 호기심에 의한 것이 아니라 인터넷을 통해 이것저것 알아보기라도 한 것처럼 너무나 구체적이었다.
가령 항문 섹스에 대한 부작용 같은 거나, 사회적인 인식 같은 것에 대한 것들이다.
사실 항문 섹스에 대해 부정적인 의견을 가지고 있는 사람들이 많이 언급하는 것 중의 하나가 바로 변실금의 위험이다.
항문 섹스를 자주하면 괄약근의 힘이 약해져서 나이가 들어 변실금의 위험성이 높아진다는 이야기가 있는데 이는 어느 정도 사실이기도 하고 아니기도 하다.
항문 섹스를 하게 되면 괄약근의 근섬유 조직은 손상될 수밖에 없는데, 이것이 지속되면 괄약근이 느슨해지면서 변실금으로 나타나기도 한다.
그런데 변실금은 나이가 들어 노화로 인해 근육의 기능이 떨어지게 되면서 자연스럽게 생기는 문제에 더 가깝다. 항문 섹스를 한다고 해서 변실금의 위험이 무조건 높다거나 무조건 발생한다는 이야기가 아니다.
항문 섹스를 즐기는 사람들은 나름대로 괄약근을 비롯해서 주변의 근육을 단련하는 운동을 병행하는데, 대표적인 운동이 바로 케겔 운동이다.
케겔 운동이랑 소변을 참을 때처럼 요도와 항문의 괄약근을 조였다 풀었다를 반복하면서 근육을 단련시키는 운동으로, 언제 어디서나 쉽게 할 수 있으며, 하기 쉬운 것이 비해 효과가 매우 뛰어나다는 장점이 있다.
이 케켈 운동을 스쿼트와 병행하면 항문 근육이 발달하여 일반인들에 비해 오히려 변실금의 위험이 줄어드는 것은 물론이요, 항문 섹스로 인한 쾌감이 더욱 발달된다는 효과도 있다.
게다가 항문 섹스를 즐기는 이들은 생각 이상으로 위생에도 철저히 신경을 써서 관리를 하는데, 어떤 면에서 보자면 이들의 항문이 평범한 여성의 손이나 음부 보다 더 청결한 상태를 유지하기도 한다.
다만, 항문 섹스라는 것이 과거에는 너무나 터부시 되다 보니 이러한 부작용에 대한 연구나 의견을 주고받는 것이 극단적으로 제한되었던 것이 사실이다.
그런데 최근에 와서는 유럽을 중심으로 하여 서양권 문화에서 항문 섹스에 대한 인식이 크게 변화하고 있는 중이었다.
항문 섹스도 그저 정상적인 섹스의 연장선이라는 인식이 자리 잡는 중이었고, 정상적인 연인들 사이에서도 항문 섹스를 즐기는 이들의 숫자가 늘어나고 있는 추세였다.
그 결과 항문 섹스에 대한 다양한 연구와 논의가 활발하게 병행되기 시작했고, 큰 부작용이나 후유증 없이 안전하게 즐기는 방법이나 다양한 운동이나 훈련 방법 등에 대한 이야기들이 인터넷을 통해 공유되고 있다.
물론, 지금도 많은 이들은 항문 섹스를 터부시 하기는 하지만 과거처럼 극단적으로 배척하는 시대가 아니라 섹스의 한 방식이라고 인정하는 이들이 늘어나고 있다는 것이 중요했다.
그런 이야기들을 오하영은 조금 불편해 하면서도 꽤나 진지하게 들었는데, 그 모습을 보며 강시연은 그녀의 심경에 어떤 변화가 생겨났다는 것을 확신했다.
그렇다고 갑자기 이야기의 수위를 높이거나 하지는 않았다. 사람의 가치관이라는 것은 쉽게 바뀌는 것이 아니다.
그것이 성(性)과 관련한 것이라면 더운 조심해야 한다. 성(性)이라는 것은 때론 인간의 수치심과도 이어질 수 있는 감정이기 때문이다.
그래서 매번 그 수위를 조절하는데 꽤나 신경 썼던 강시연인데 오늘은 그 수위를 조절하는 데 전혀 관심도 없다는 듯 매우 노골적이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