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33화 26. 라그놀 부락 (5)
[은둔의 변태 마스터 – 도화살의 기운이 변질되어 탄생한 희대의 변태 마스터. 선천적으로 타고난 변태성을 완벽하게 숨기고 정상인으로 위장하여 세상에 숨어든 채로 살아가고 있다.
* 화술 +15, 변태력 +15.
* 고유스킬 – 은신 마스터리, 위장 마스터리]
도화살이라는 칭호도 그렇지만 은둔의 변태마스터라는 칭호를 처음 보았을 때에는 굉장한 위화감을 느꼈었다.
강시연과 섹스를 하면서 그녀의 성적인 취향이 조금 색다르다는 것을 느꼈고 변태적인 기질이 있을지도 모른다는 생각을 하기는 했다.
그런데 변태도 아니고 변태 마스터다.
게다가 자신의 변태성을 철저하게 숨기고 살아가고 있다고 한다.
그래서 칭호가 무려 ‘은둔의 변태 마스터’다.
이 칭호의 의미는 지난밤에 보았던 그녀의 모습이 빙산의 일각일지도 모른다는 것을 의미했다.
‘정말일까?’
만약 정말이라면 그녀의 실제 모습이 어떨지 상상조차 되지 않는다. 그리고 정말로 사실이라면, 어쩌면 그녀와 함께 한다면 평소 AV를 보면서 상상만 해보았던 온갖 음탕하고 변태적인 행위들을 경험해 볼 수 있을 지도 모른다.
'오히려 그녀의 변태성을 내가 감당할 수 있을 지를 걱정해야 할 지도...'
그런 생각을 하며 고유스킬을 확인하던 강호는 깜짝 놀라고 말았다.
[명기 마스터리(고유) 15 – 섹스를 통해 파트너를 만족 시켜 줄 수 있는 능력에 대한 전반적인 보정치가 55% 향상된다.]
[은신 마스터리 13(고유) – 적의 이목을 피해 은밀하게 이동하고 잠입하는 능력에 대한 전반적인 보정치가 53% 향상된다.]
[위장 마스터리 15(고유) – 정체를 숨기고 위장하는 능력에 대한 전반적인 보정치가 55% 향상된다.]
강호의 현재 은신과 위장 마스터리 레벨이 5이며 각 25퍼센트의 보정치를 받고 있다. 그런데 강시연은 무려 은신 마스터리 레벨이 13이며 53퍼센트의 보정치를 받고 있다.
53퍼센트의 25퍼센트면 약 13퍼센트다.
쉽게 말해 은신 마스터리의 버프를 받게 될 경우, 강호의 은신 보정치는 38퍼센트까지 치솟으며 스킬 레벨 8에 근접하는 수치라는 소리다.
게란트에서 생존이 최우선 명제인 강호에게 있어서 은신이나 위장 스킬은 그 어떤 스킬보다 중요하다. 그런 스킬이 단숨에 레벨 8이 되어 40퍼센트의 보정치를 받는 것과 동일했다.
하지만 파트너 시스템의 진정한 가치는 이게 끝이 아니다.
‘동반자마다 하나씩 버프를 받을 수 있다고 했어. 그렇다는 건...’
그 말은 다른 동반자가 생기면 해당 동반자가 지니고 있는 고유스킬 하나를 중복해서 버프 받을 수 있다는 이야기였고, 동반자가 많을 수록 더 많은 버프를 받을 수 있다는 이야기다.
게임에서도 버프를 많이 받을 수록 생존 확률이 올라가듯이 게란트도 마찬가지다.
그렇다면 결론은 하나다.
‘결국 하렘을 만들라는 이야기잖아.’
매혹과 정력에 스텟을 몰빵 시켜주는 시스템의 의도는 이제 명확하다.
능력을 키우고 싶거든 보다 많은 여자를 섹스파트너로 만들어서 동반자로 등록시키라는 이야기였다.
매일 몸을 단련하고 수련해서 스텟을 쌓고 스킬 레벨을 올리는 것도 좋지만, 여자를 잘 엮어서 떡만 열심히 잘 쳐도 능력을 대폭 향상 시킬 수 있다는 이야기이기도 했다.
이것은 실로 엄청난 유혹이다.
‘지금도 이 정도인데 만약 반려자로 승격되면...’
그때는 얼마나 많은 버프를 받을 수 있을 지, 어떤 기능이 생겨날 지 짐작조차 할 수 없었다.
‘그러자면 강시연씨랑 부지런히 해야 한다는 이야기인데!’
그런데, 섹스를 많이 한다고 반려자로 만들 수 있을지는 모르겠다.
차라리 19금 게임처럼 호감도 수치나 타락 수치 같은 게 있어 목표를 달성하는 방식이었으면 쉽기라도 하지, 육체적, 감정적 교류라고 하니 막연할 수밖에 없다.
감정이라는 게, 특히 사랑이라는 감정은 저 사람을 지금부터 사랑해야지 한다고 없던 감정이 갑자기 생기는 게 아니다. 누군가는 첫눈에 반하기도 하고 누군가는 상대의 정성에 반해서 사랑의 감정이 싹트기도 하며 누군가는 육체적인 쾌락을 통해 사랑의 감정으로 발전하기도 한다.
‘그래도 지금으로서는 방법이 없지.’
다행이 강시연이 동반자로 등록된 것을 보면 서로에게 호감 이상의 마음이 있는 것은 분명하고, 앞으로 어떻게 하느냐에 따라 충분히 발전의 여지가 있다는 소리다.
그렇다면 지금으로선 부지런히 강시연의 욕구를 채워주며 그녀의 마음을 얻는 것이 최선이다.
문제는 그녀가 버틸 수 있느냐다.
지난 번 헤어질 때 그녀의 다리는 안간힘을 쓰며 겨우 버티고 있는 것이 강호의 눈에도 고스란히 보일 정도였다. 그에 반해 강호는 그렇게 했음에도 체력적으로 큰 타격이 없었다.
본래는 그 정도 하면 지치는 것은 둘째 치고 자지가 아파서 발기조차 되지 않아야 정상인데, 그렇게 하고도 자지는 아무런 이상이 없었다.
게다가 강시연만 괜찮았다면 몇 번이고 더 하고 싶은 충동마저 가득했었다. 정령이 강해진 만큼 성욕도 그만큼 강해진 것이다.
지금도 이런데 만약 앞으로 스텟이 계속 올라 모든 신체적 능력을 비롯한 정력이 강해진다면 성욕 역시 지금보다 더 강해질 것이 분명했다.
그때도 지금처럼 성욕을 자제할 수 있을 것인지는 자신할 수 없을 것 같았다.
‘그건 나중에 생각하자.’
지금 생각한다고 해서 딱히 방법이 있는 문제도 아니라는 생각을 하며 강시연의 정보창에서 은신 스킬을 클릭했다.
[동반자 강시연님의 은신 스킬 버프를 받으시겠습니까?]
버프를 받겠냐고 묻는 창을 보며 강호가 실소를 흘렸다. 시스템을 만든 존재가 누구인지, 무엇인지는 모르겠지만 한 가지만은 분명하다.
‘게임 중독자일 거야.’
그런 생각을 하며 강호가 버프를 적용시켰다.
[은신 5 - 적의 이목을 피해 은밀하게 이동하는 능력의 보정치가 25% 향상된다. (강시연 버프 +13.25%)]
스킬에 버프가 추가된 것을 보며 강호의 입가에 흡족한 미소가 번졌다.
“최고야. 흐흐.”
증가된 수치를 보며 흐뭇한 미소를 지은 강호의 시선이 머문 곳은 바로 강시연의 이름 옆에 적힌 짤막한 문구였다.
[임신 OFF]
처음에는 그저 강시연의 임신 여부에 대한 정보를 표시한 것인 줄로만 알았다. 하지만 해당 정보를 읽고 실체를 알게 되면서 강호는 경악할 수밖에 없었다.
[임신 OFF(기본값) – 대상의 임신 여부를 결정할 수 있는 기능입니다. 현재 비활성화 상태입니다. 대상의 임신을 원할 경우 기능을 활성화(ON) 상태로 변경하시기 바랍니다.]
임신 가능성의 활성화 기능이라니.
설명대로면 OFF일 상태에서는 아무리 싸도 100퍼센트의 확률로 임신이 되지 않는다는 의미다.
임신 걱정 없이 마음껏 질내사정을 할 수 있다는 건 남자에게 있어 실로 어마어마한 선물이라 할 수 있었다. 게다가 원한다면 기능을 활성화 시켜 언제라도 임신을 시킬 수도 있다.
내가 원하는 때에 마음대로 임신을 시켜 생명을 탄생 시킬 수 있으니 신급 능력이라고 해도 무방했다.
‘안 그래도 어제 시연씨한테 그렇게 싸대는 바람에 좀 걱정이 되었는데, 앞으로는 맘 편하게 막 싸도 되겠어.’
그런 생각을 하며 히죽거리던 강호가 시계를 확인했다.
새벽 1시.
이번 원정의 목표는 백구 퀘스트를 위해 라그놀 부락의 위치를 수색하는 것으로, 일단 열흘로 일정을 잡았다. 계획대로 일이 진행된다고 가정할 경우 지구로 복귀하면 대략 20시간 정도가 지나게 된다.
즉, 지구의 시간으로 오후 9시경에 복귀한다는 이야기다.
‘시연씨가 전화한다고 했었는데.’
연락한다고만 했지 언제 연락한다는 이야기는 없었다.
그래서 더 신경이 쓰인다.
그녀와 관계를 가지기 이전이었다면 이런 문제로 신경을 쓰지는 않았겠지만, 이제는 완전히 남처럼 대할 수가 없는 입장이다.
시스템도 말하지 않았던가.
감정을 교감하는 사이로 발전했다고.
게다가 반려자로 만들기 위해서라도 이제 소홀히 할 수는 없는 일이다.
‘쩝! 이거 다시 연애를 하는 기분이네.’
그런데 싫지는 않은 기분이다.
“시팔! 모르겠다. 일단 다녀와서 생각하자.”
그렇게 중얼거린 강호가 크게 숨을 들이키고는 차원 문을 통과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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생각했던 것과 달리 라그놀의 부락을 발견하는 것은 그리 어렵지 않았다.
몇 번의 조우를 통해 그들의 이동 경로를 파악하여 대충이나마 그들의 영역과 부락이 있을 만한 방향을 특정할 수 있었던 까닭이었다.
이를 바탕으로 수색 범위를 설정했고, 드론을 통한 수색을 병행하며 이동한 지 나흘 만에 라그놀의 부락을 발견할 수 있었다.
라그놀의 부락은 생각보다 가까운 곳에 위치하고 있었다. 그렇다고 찾기 쉬운 위치라는 말은 아니다.
야트막한 산으로 둘러싸인 산기슭의 으슥한 곳에 자리 잡은 동굴이 놈들의 둥지였는데, 주변에 무성한 나무로 인해 막연하게 수색해서는 쉽게 찾을 수 없는 위치였다.
아무래도 놈들도 제 목숨 소중한 것은 알 테니, 그런 곳에 둥지를 마련하는 것은 어찌 보면 당연한 일이라 할 수 있었다.
이래서 드론이 필수였고 보다 성능이 좋은 드론이 필요했다.
‘좀 더 가까이 가 볼까?’
일단 놈들의 거처를 발견했으니 최대한 들키지 않게 가까이 접근해서 정보를 획득해야 한다.
수색정찰의 기본은 은신이다.
최대한 들키지 않아야 하는데, 버프를 받아 38퍼센트의 보정치를 받아서 그런지 확실히 체감 성능이 달랐다.
이전에는 조금만 가까이 접근을 해도 금방 눈치를 채고 도망쳐 버리던 몇 몇 동물들이 꽤 가까이 접근 했음에도 눈치를 채지 못하는 것이다.
특히, 나무 둥치 근처에서 무언가를 갉아 먹고 있던 청설모 한 마리는 바로 지척에까지 접근을 했음에도 눈치 채지 못했다.
그러다 갑자기 등장한 강호의 모습에 화들짝 놀라 도망쳐 버리는데, 그 모습을 보며 강호는 25퍼센트의 보정치가 생각보다 더 대단하다는 것을 실감했다.
‘그래도 조심해야 해. 놈들은 이 숲에서 나고 자란 놈들이야.’
그런 생각을 하며 조심스럽게 라그놀의 둥지를 향해 접근했다.
라그놀이 터를 잡고 있는 동굴은 급격한 산비탈의 경사에 위치하고 있었다.
바위 틈 사이에 동굴의 입구가 자리 잡고 있었는데, 보아하니 원래 있던 동굴을 확장하여 사용하고 있는 듯싶었다.
동굴 앞에는 작은 공터가 형성되어 있었는데, 동굴의 좌측 산중턱에 자리를 잡아 관찰을 해 보니 오가는 숫자가 대략 스물 남짓 되어 보였다.
놈들은 수시로 동굴을 들락거리는 중이었는데, 생김새가 그 놈이 그놈이다 보니 전체의 숫자를 가늠하기가 힘들었다.
땅바닥에 배를 깔고 엎드려서 반나절을 꼼짝 않고 살펴본 바, 딱히 체계적이라는 느낌은 없었다.
그야말로 부락을 이룬 짐승의 무리, 닥 그 느낌이었다.
사냥도 체계적이라기 보다는 그때그때 무리를 지어 나가는 듯 싶었는데, 사냥을 나가는 한 무리의 숫자가 대략 대여섯 마리로 구성되어 있다.
한 참을 관찰하고 있다 보니 어느새 해가 질 시간이 가까워졌다.
‘어떻게 하지?’
해가 지면 아무래도 시야가 좁아지고 바로 뒤에서 무언가가 접근해도 알아차리기가 어렵다. 하지만 밤에 저들이 어떻게 행동하는 지도 알아 둔다면 유용할 것이 분명하기에 이대로 물러나기에는 아쉽다.
‘그래도 안전이 최우선이지.’
아무리 정보가 중요해도 당장의 목숨보다 중요하지는 않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