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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6화 16화 - 동창회(3)


일반인이 여신을 보는 경우는 거의 없다. 하물며 각성자도 그리 많지 않다. 인간 세계에 여신이 직접 개입하는 건 엄연히 세계의 규율에 어긋나는 행동이었으니. 세계는 질서로 유지된다. 이런 질서를 무시하는 존재는 세계의 커다란 위협이 될 수 있어 자체적인 조정에 따라 처분된다. 하지만, 언제나 예외는 있다. 여신이 자신의 신력과 가장 알맞은 인물을 발견해 성흔을 내려줄 때. 그리고 계약을 진행할 때. 그런 특수한 경우라면 개입하는 것이 일시적으로 허용된다. 이번의 경우도 마찬가지였다. 구강성과 차원의 여신 헤나는 먼저 구두로 계약했다. 제대로 된 계약을 하기 위해 차원의 여신 헤나가 구강성 앞에 나타났다. …그러니까, 연회장에 나타난 차원의 여신 헤나는 신법을 어기면서 나타난 게 아니었다. 명분이 있었기에 본신을 드러냈다. 하지만, ‘의도치 않게’ 사람이 많은 연회장에 모습을 드러냈다. 단지, 그뿐이었다. < 16화 - 동창회(3) > 【…다음에 다시 보도록 하죠.】 스으으으……. 차원의 여신 헤나는 그 말을 끝으로 감쪽같이 사라졌다. 그러곤 찾아온 정적. “…….” “…….” “…….” 압도적인 존재감. 아마 다들 느꼈을 것이다. 저 존재와는 절대로 척을 지어선 안 되겠다고. 그리고 그 존재가 구강성에게 말을 걸었단 사실을. 이곳의 모든 사람이 목격했다. “……너.” 그렇게 운을 뗀 도민준은 이어질 말을 한참 생각했다. 그런데―, 그때였다. …또각, 또각. 어디선가 하이힐 굽 소리가 들려온다. 괴괴했기에 그 소리는 크게 증폭되었다. 발소리가 가까워지며 구강성 외 두 명이 함께 들어왔던 문에서 아름다운 드레스를 입은 여자가 모습을 드러냈다. 컬이 들어간 긴 갈색 머리, 여우처럼 사람을 홀릴 것만 같은 꼴리는 얼굴, 날씬한 몸매, 작은 키를 가진 여자였다. “……뭐야? 이 적막은? 나 온다고 서프라이즈라도 준비한 거야?” 카랑카랑한 목소리에 그녀에게 일제히 시선을 보내는 사람들. 이런 반응은 예상하지 못했는지 그녀는 우물쭈물하다가 구강성과 눈이 맞게 되었다. “……! 너……!!” 성수정은 구강성을 바로 알아봤다. 그녀는, 구강성의 중학생 리즈 시절을 봤었으니까. 그때의 구강성과 지금의 구강성이 다른 점이 있다면… 확실히 근육이었다. 힘줄이 돋보이는 두꺼운 팔뚝. 떡 벌어진 어깨. 근육에 의해 탱탱해진 피부. 성수정은 그런 구강성의 달라진 모습이 멋있었다. ‘…지랄 마.’ 설마 자신이 구강성에게 이런 감정이 들 줄은 몰랐던 성수정은 스스로 혐오했다. 그럼에도 보면 볼수록 구강성의 섹시한 근육질 몸매에 마음의 문은 허물어져만 갔다. 반대로. 구강성의 생각은 좀 달랐다. ‘…….’ 성수정. 구강성의 첫사랑. 동시에, 구강성을 나락으로 빠트린 장본인. 구강성은 전부터 생각했다. 만약 성수정을 다시 만나게 되는 날이 있다면 무슨 감정이 들까. 하나, 막상 성수정을 마주한 구강성은 무정했다. 이쁘긴 하구나. 그게 그나마 유의미한 속마음이었다. 구강성은 그녀에게 그 어떤 감정도 품지 않았다. 깡통처럼 비었던 인생과 감정은 디바가 꽉꽉 채워주었기에. 그랬기에 구강성은 성수정을 바라보면서도 무심하게 말할 수 있었다. “성수정. 오랜만이다.” “…응. 오, 오랜만이네…….” 성수정은 구강성의 선수에 저도 모르게 말을 더듬었다. “…둘이 아는 사이인가?” 구강성 앞에 있던 도민준이 말했다. 그런데 그녀는 대답하지 않았다. 그 모습을 본 도민준은 거대화를 푼 손으로 자신의 머리를 짚으며 눈을 질끈 감았다. “……좀 쉬고 싶군.” 도민준은 연회장 밖으로 털레털레 걸음을 옮겼다. 그의 주변엔 경호원들이 붙어있었다. 도민준과 경호원이 밖으로 나가자 연회장은 다시 고요해졌다. * 그 뒤로 대충 시간을 보내다가 집으로 돌아왔다. ‘…….’ 나는 그들의 파티를 망치게 만들었다. 나중에 한번 보자며 건네받은 연락처가 수두룩. 여기엔 나오지 않은 사람들의 연락처도 있었다. ‘…이것들을 다 어떻게 해야 할까.’ 동창회를 직접 가서 녀석들의 얼굴을 확인하고부터 나의 고민은 시작됐다. 과연 최고의 복수는 무엇일까…. 똑같이 폭행? 아니면… 살인? 아니, 아니다. 나는 그들과 똑같아지고 싶지 않았다. 게다가 그럴 능력도 딱히 없다. 내가 가장 잘할 수 있는 것. 그런 생각을 하다가 생각난 것이……. ‘성수정.’ 도민준의 여자친구. 고등학생 시절부터 오로지 성수정에게 푹 빠져버린 도민준은 의외로 순애보였다. 그러니까, 그런 성수정을… 걸레로 만들어 버린다면? 뭐, 이미 걸레일 수도 있다. 그것까진 잘 모르겠지만… 나는 그녀를 전 국민이 아는 개걸레로 만들 생각이다. 그리고 이 계획에는 디바가 꼭 필요했다. 마침 일 끝마치고 돌아온 디바의 도어락 두들기는 소리가 들렸다. 띠로링~! 디바가 집 안으로 들어오면서 내게 인사했다. “강성이 하이~!” “어. 왔어?” “미안. 강성아. 바로 일이 잡혀버려서…….” “아니? 괜찮은데. 재밌었어.” “그래? 무슨 일 있었는데?” 나는 동창회에서 있었던 일을 그녀에게 설명했다. 얘기를 다 들은 그녀가 말했다. “성수정이라는 애…. 너한테 관심 있대?” “……그건 잘 모르겠고. 꼭 연락하라던데.” “풉! 뭐야? 남친도 있으면서. 그래서… 어떻게 할 예정인데?” “디바 네 힘이 좀 필요한데…….” “…응? 내 힘?” 나는 그녀에게 내 계획을 들려주었다. 계획을 들은 디바는……. “……와. 강성아. 너 진짜 음침하다. 진짜 그렇게 할 거야?” “응. 너만 괜찮다면.” “나는 당연히 괜찮지! 레즈 플레이도 몇 번 해봤는걸.” “…….” …그렇구나. 나는 급히 화제를 돌렸다. “일은 어땠어. 잘 맞았어?” “응! 분위기도 좋구, 다들 내가 처음인데 잘했다고 칭찬해줬어! 작품은 아마 일주일 뒤에 나올 거래.” 디바의 계획은 이렇다. 야동을 보지 않는 남자는 없다. 그러니 야동이라는 수단으로 자신의 교단을 번영시킬 계획이었다. 디바는 신이 되는 것에 왜 저리 열중일까. 궁금함에 물어봤다. “그냥, 재밌으니까!” 원초적인 답변이 돌아왔다. ‘……재미라.’ 디바는 자신이 처한 상황을 즐기고 있었다. 나는 그런 디바가 참 신기했다. “그래. 재밌으면 된 거긴 하지.” * 밤늦은 시각. 차원의 여신 헤나가 내 자취방에 다시 나타났다. 【…됐어요. 지금부터 계약 효과가 적용될 겁니다. 확인해봐도 됩니다.】 …확인이라. 각성창을 말하는 건가? “각성창.” 「 <각성치 요약 창> 이름 : 구강성 칭호 : 각성자, 신탈자(神奪者), 신의 계약자, 교주 각성 계열 : 정신계-(미혹) 각성 스킬 : [지스팟 탐지 Lv.1], [매혹 Lv.1], 계약 스킬 : [아공간 주머니], [공간 횡단] 마법 스킬 : - 종교 : 구강성교 각성 포인트 : 20pt 」 …오. 전과 비교해서 바뀐 부분이 좀 많았다. RPG 게임에서 내실을 쌓는 느낌. 꽉꽉 채워진 각성창에서 오는 만족감이 상당했다. ‘교주… 그러고 보니 나도 교단의 교주였지.’ 내 첫 번째 신도 이지혜. 그 뒤로 연락을 한 적이 없었다. ‘사이비 종교로 생각하는 거 아니야?’ 교단에 신경 좀 써야겠단 생각이 들었다. 【그럼… 일주일 뒤에 보도록 하죠.】 ‘…? 뭐지. 이대로 가려는 건가?’ 궁금한 점이 좀 있었다. 나는 다급히 여신을 불러세웠다. “―잠시만요!” 【……?】 “…혹시 연회장에서 나타나신 거 절 도와주신 건가요?” 【그럴 리가요.】 “……그렇군요.” …너무 단호한 대답에 살짝 놀랐다. 어쨌든 간에, 이 여신이 아니었다면 나는 예전 모습 그대로 그들에게 장난감 거리가 됐을지도 모른다. “…감사합니다.” 【…….】 그렇기에 감사를 전했다. 나의 감사에 여신은 별 언급을 하지 않았다. 그리고, 여신과의 계약. 조건이 너무 좋았다. 여신이 얻는 건 대체 뭘까? 그 이유를 묻자, 【일주일에 한 번. 그 이유가 궁금하신가요?】 “네.” 【어차피 알게 될 테니… 미리 말씀드리죠. 당신은 인간이면서도 신을 겁탈했어요. 이게 어떻게 가능한 건진 아무도 몰라요. 그렇기에 연구가 필요하죠.】 ‘……연구?’ 뜻밖의 대답. 내 몸을 각종 방법으로 테스트하고 그런 건가? 순간적으로 몸이 움츠러들었다. 【걱정할 필욘 없어요. 연구라 해봤자 몸에 해로운 건 없을 테니까.】 “……네.” 【오늘로부터 일주일. 일주일 뒤에 다시 보도록 하죠. 그럼…….】 바쁜 건지, 그렇게 여신은 급히 자리를 떠났다. 일주일 뒤라……. 무슨 일인진 모르겠지만 그때 가서 확인해보면 되고. 아공간 주머니와 공간 횡단. 이 두 스킬을 시험해보고 싶었다. 일단 아공간 주머니부터. 주변에 있던 아무 물건이나 집어 물건을 아공간 주머니에 넣는다고 생각했다. 그러자, 부우우우욱― ‘……오.’ 허공이 갈라지며 내 물건을 삼키고 사라졌다. 보이는 대로 집어서 넣었기 때문에 무슨 물건을 넣었는진 잘 몰랐다. 하지만 걱정은 없었다. 이 주머니는 어떤 물건을 넣었는지도 표시해주었다. [아공간 주머니: 여성용 팬티] ‘……?’ 아, 인터넷으로 산 디바의 팬티였구나. 처음이니 기념으로 간직해둘까. 그리고, 용량은 어느 정돈지, 어떤 물건까지 넣을 수 있는지는 설명 창에 나와 있었다. [아공간 주머니: 원하는 물건 전부 수납 가능. 용량, 무게 제한 없음.] ……? ‘이게 뭔…….’ 차원의 여신 헤나는 도대체 무슨 생각으로 내게 이런 스킬을 빌려주신 걸까? 그만큼 힘이 넘치는 강력한 여신인 건가? 용량, 무게 제한이 없다면 뭐 집도 넣을 수 있는 거야? 하지만 그건 굳이 시험해보지 않았다. 만약 집을 아공간 주머니에 넣는다면 하수도 시설이나 가스 설비 등이 뜯겨 나갈지, 어떤 변수가 초래될지 아무도 모르는 거니까. 굳이 큰 위험은 감수하고 싶지 않았다. 모처럼 얻은 새로운 인생이니. 다음으로 [공간 횡단] 스킬. ‘……음.’ 설명을 읽자, [공간 횡단: 하루 한 번. 최대 5명까지 지구 표면 어디든 이동할 수 있습니다.] ‘……이건 또 뭐냐.’ 나만 이동하는 게 아니라 나 포함 최대 5명까지 이동할 수 있다고? 뭔가 엄청난 것들이 내 손에 들어왔다. 이건 굳이 지금 당장 사용해볼 필요는 없으니 다음에 사용해보도록 하고……. 이번엔 각성 포인트. 뒤에 20pt가 붙어있었다. 원래는 아무것도 없었는데. [각성 포인트: 스킬 레벨을 올릴 수 있는 포인트입니다.] 지스팟 탐지랑 매혹을 올릴 수 있는 포인트인가 보다. ‘……재밌네.’ 진짜 뭔가 게임 같은 걸 하는 기분이었다. 불과 며칠 전까지만 해도 컴퓨터로 게임을 즐길 뿐이었는데. 각성자 놈들…. 이 재밌는 걸 자기들끼리만 하고 있었다니. ‘…자. 이제 교단을 한번 관리해볼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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