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화 2화 - 방구석 찐따와 미혹의 여신(2)
…….
깊은 심연 속.
잠들어 있던 악몽이 수면 위로 떠오르며 오랜 기간 잊고 있었던 그녀의 목소리가 점차 또렷하게 들려오기 시작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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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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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야!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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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야! 구강성! ]
...앳된 목소리.
그녀였다.
"야, 너 필통 내 자리 넘어왔어."
"어? 어…… 미안."
"500원."
"……."
"500원 줘."
"…응."
‘…성수정.’
이름이 예쁘다.
그것이 그녀에 대한 내 첫인상이었다. 첫 만남 이후로도 그녀는 항상 웃음을 잃지 않았던 매력적인 여자아이였다.
또래 여자아이들보다 비교적 컸던 키. 귀여운 외모와는 상반된 매력인 볼륨감 넘치는 몸매까지.
2차 성징이 제대로 온 그녀는 고딩이 되자 나이에 비해 완숙된 성숙미를 뿜어내며 남자들이 졸졸 쫓아다니는 자타공인 ‘퀸카’가 되어있었고.
그리고…, 그녀는 내 첫사랑이었다.
"강성아!"
"…으응."
순간, 그녀의 목소리가 뒤에서 들려왔지만 그리 놀라지 않았다.
첫 번째는 문을 여는 소리가 들렸기 때문이고, 두 번째는 그녀가 날 이곳으로 부른 당사자였기 때문이다.
"학교 다 끝났는데… 혼자 뭐 해?"
"어? 어… 수정이 네가 기다리라 해서……."
"아, 내가 그랬었지? 그냥 재미로 했던 말인데… 진짜 기다렸구나."
"…응."
등에서 그녀의 손길이 느껴지자 몸이 흠칫 떨렸다. 그럼에도 나는 뒤를 돌아보지 않았다.
점심시간. 내게 기다리라던 그녀가 덧붙이며 절대 뒤를 돌아보지 말라 당부했던 말을 지키기 위해서였다.
"중딩 땐 참 귀엽고 잘생겼었는데, 왜 이렇게 됐을까…."
그리 말하던 그녀가 내 눈을 무언가로 가렸다.
"…뭐, 뭐야?"
"아니, 움직이지 말고 가만히 좀 있어 봐."
그것은… 축축했다.
그리고 미지근했다.
"혹시…, 뭐가 보여?"
그 물건에 눈이 가려진 탓에 당연히 아무것도 볼 수 없었던 나는 있는 그대로를 얘기했다.
"응? 어… 아니. 아무것도 안 보이는데……."
나의 이런 반응을 예상했다는 듯,
"응, 그게 네 미래야~ 좆병신 돼지련아~"
그리 말하며 성수정은 눈을 가렸던 물건을 내게 보여주었다.
무언가가… 묻은 팬티였다. 내 얼굴에 묻은 그것 때문에 숨만 쉬더라도 암모니아 냄새가 풀풀 났다.
…응? 암모니아 냄새…?
이윽고, 그녀는 그것을 손수 내 입으로 쑤셔 넣어주었다. 팬티를 말이다.
내 귓가에 그녀의 목소리가 속삭이듯이 들려왔다.
"잔뜩 헤져서 버리려다 네 생각나서 준비한 건데… 어때? 맛있어?"
"……!"
제대로 발음할 수 없었지만 내 저의를 제멋대로 해석한 그녀는 나를 모멸했다.
"……으. 씨발 진짜 역겹다. 강성아. 냄새나고 역겨운 오줌이 그렇게 맛있어? 응? 다음엔 입에 직접 싸줄까?"
"――!"
그녀의 이어진 말에 나는 고개를 끄덕였다.
…지금에 와선 내가 왜 그랬는진 모르겠지만.
바로, 그때였다.
쾅―!!
“―억!”
쿠당탕탕―!!
“……으윽! …으.”
앉아 있던 의자와 함께 바닥으로 고꾸라졌다. 누군가가 나를 발로 찬 것이다.
자연스럽게 뒤를 바라보자,
"…풉!"
끝내, 그 광경을 보게 되었다.
"…푸하하핫! 아 존나 웃겨~!"
"민준아! 너무 세게 찬 거 아니야?"
"하, 씨발― 이 개새끼가 적당히 역겨워야 참지."
"진짜 존나 역겹긴 하더라~"
누군가는 이 상황을 핸드폰으로 촬영하고 있었고, 누군가는 짧은 치마 품에 몰래 손을 넣어 자위하고 있었으며, 누군가는 경멸스러운 표정으로 내 모습을 바라보고 있었다.
어떤 무리가 단체로 내 모습을 직관하고 있었다. 그들은 이 학교의 유명한 일진 무리였다.
그들의 대장, 도민준이 말했다.
"야 성수정. 아까 그 얘긴 뭐냐? 저 새끼 중학교 때… 뭐라고?"
"…아, 그거? 별건 아닌데……."
"―그니까, 뭔데."
"…구강성, 쟤 나랑 같은 중학교 나왔어. 중학생 때부터 쟤가 날 좋아했거든."
"뭐?"
"감히, 제 주제도 모르고 날 좋아했다고. 저 돼지 새끼가."
‘…….’
그래, 그녀와 나는 그런 사이였지.
.
.
.
내가 왕따가 되기 전까지.
짧다면 짧지만 그녀와 나는 연인 사이였다.
..도민준이 말했다.
"…넌 오늘 내 손에 뒤졌다 이 좆같은 살덩어리 새끼야."
< 2화 - 방구석 찐따와 미혹의 여신(2) >
【구웨애애애애애애액――!】
미혹의 여신 ‘디바’는 체면 따윈 없다는 듯 속에 든 모든 것을 게워내기 위해 부단히 노력했다.
그녀의 얼굴은 끈적끈적한 액체로 그야말로 범벅이 되어있었다.
...분명 ‘신神’인만큼 육체에 적을 두는 존재가 아닐 터였건만.
남자의 악력에 빠져나오지 못하고 속수무책으로 당한 것이 상당히 의아했다.
【우으으으……. 대체… 안에다… 얼마나… 싼 거야……. 우웁―.】
“…….”
눈물짓는 여신의 떨리는 목소리에 남자는 그 어떤 대답도 할 수 없었다.
자신 때문에 벌어진 일, 더 이상 수습할 수도 용서를 빈다 해도 의미가 없는 일이었다.
…남자는 고요히 자신의 처우만을 기다렸다.
.
.
.
그렇게, 몇십분이 흘렀을까.
【――아, 안 돼!!!!】
‘……!?’
여신의 다급한 말과 함께,
―쑤우욱!
“꺄아아악――!!!!”
“――윽!”
차원포탈에서 쑥 떨어져 나와 더러운 남자의 품에 그대로 안기게 된 여신, 디바.
아니, 이제는 여신이라 부르기도 좀 모호했다.
허공에 반신만 드러내었던 그녀. 이제 그녀는 진정한 의미의 반신이 되었으니.
반신半神. 반쪽짜리 신이 되었단 소리다.
“……우, 우으… 우으으으……!!”
그녀는 자신이 속해있던 신계에서 방금 막 만장일치로 추방당했다.
실오라기 하나 걸치지 않은 나신으로.
“우으으으으으으…!!!!”
“…….”
반신이 된 여인이 귀엽게 울부짖었다.
“이익! 너 때문이잖아!! 네가 내 입에다 억지로 박아대는 바람에……!”
“……죄송합니다.”
남자의 탄탄한 가슴을 주먹으로 퍽퍽 치며 울분을 토하는 전前 여신 디바.
참고로, 둘 다 지금 나체 상태. 남자 위로 여자가 앉아 서로 마주 보는, 여성 상위의 형태였다.
남자의 두꺼운 허벅지 위로 앉았기 때문에 서로의 생식기가 닿는 일은 없겠지만.
그의 입에선 그저 죄송하다는 말만 연거푸 나왔다.
“……죄송―”
“으으…! 내가 신계에서 추방당했다고! 이게 뭔 말인지 알기나 해?”
“……아뇨. 죄송합니다.”
“…하. 너 각성 했지?”
“아뇨, 죄…….”
“……닥치고, ‘각성창’이라고 말해봐.”
“…네. 각성창.”
잔뜩 화가 난 그녀의 말에 고분고분 따르는 남자.
놀랍게도, 그는 ‘각성창’이라는 말을 내뱉으면서도 몰랐다.
자신이 각성자가 되었다는 사실을.
‘…!?’
남자의 머리 앞, 다시 말해 디바의 물방울 같은 가슴 앞에 떠오른 창 하나.
처음 보는 광경에 저도 모르는 새에 남자의 입이 스르륵 벌어졌다.
「
<각성치 요약 창>
이름 : 구강성
칭호 : 각성자, 신탈자(神奪者)
각성 계열 : 정신계-(미혹)
각성 스킬 : [지스팟 탐지 Lv.1], [매혹 Lv.1]
마법 스킬 : -
종교 : -
각성 포인트 : -
」
“이, 이게 뭔…….”
“…이제 각성창 공유라 말해봐.”
“각성창 공유…….”
남자, 구강성은 죄책감에 그녀의 요구사항을 별 탈 없이 잘 따라주었다.
그러자―,
“……!? 지스팟 탐지에다…, 매혹…….”
반신이 된 디바는 자신이 내릴 예정이었던 성흔들이 구강성의 각성창 내에 그대로 박혀있는 것에 당혹스러움을 감추지 못했다.
왜냐하면 금방 서술하였듯, ‘내릴 예정’이었기 때문이다.
각성창을 빠르게 훑던 그녀의 붉게 충혈된 눈이 어느 한 곳에 우뚝 멈춰 섰다.
그녀의 시선을 빼앗은 항목.
‘신탈자神奪者’.
문자 그대로를 직해해보자면 ‘신을 빼앗은 자’. 약간 의역을 해보자면 ‘신의 것을 강탈한 자’ 정도로 해석될 수 있었다.
‘……!?’
그 의미를 깨닫자 놀람도 잠시, 복합적인 감정이 그녀를 지배했다.
‘…신계에서 빼앗아간 게 아니라 이 녀석이 빼앗은 거였다고!?’
…그렇다.
디바는 설마 구강성이 자신의 신격을 탈락시켰으리라곤 아예 생각조차 해보지 않았다.
당연히, 첫 대면부터 배타적이었던 여신계女神界의 계략인 줄로만 알았다.
“으으…! 이게 대체 어떻게 가능한 거지?! 한낱 인간인 주제에…….”
디바의 비아냥에도 구강성은 자신의 눈앞에 창이 떠올랐다는 사실을 실감하기에 바빴다.
그런 구강성을 게슴츠레한 눈으로 바라보던 디바는 낮은 목소리로 얘기했다.
“……야.”
“예예……, 아, 네?”
“너, 뭐야?”
“저요?”
“여기 너 말고 누가 있어?”
“…그렇긴 하죠.”
“너, 진짜로 정체가 뭐냐고. 어떻게 한 거야? 인제 와서 감출 생각은 하지 말고.”
“어… 제 정체요? 음….”
남자는 곰곰이 생각했다.
정체를 묻는 이유가 뭘까. 그리고, 자신의 정체는 도대체 무얼까.
'흐음…….'
몇 초 동안 짱구를 돌린 결과, 도출된 결론은 아래와 같았다.
“백수요.”
“…….”
그는 아직도 생각이란 것이 없었다.
멍청하게도 디바의 의도를 전혀 파악하지 못한 것이다.
그도 그럴 것이, 자신의 아름다운 각성창에 심취해 질문자의 의도까지 파악할 정도로는 집중하지 않았던 것.
“……아직도 날 놀리고 싶은 거야?”
“예? 아뇨? 아뇨, 아뇨, 절대 그런 건―”
“…됐고. 말하고 싶지 않으면 그냥 말하지 마. 더 비참해지니까.”
“…….”
드디어 분위기를 감지한 남자, 구강성은 여자가 왜 그런 말을 했는지 유추하기 시작했다.
‘…그러게, 저 신탈자란 게 나한테 왜 있는 거지?’
구강성 또한 궁금했다. 이게 도대체 어떻게 된 일인지.
신이 있다면 직접 묻고 싶었지만 그 신도 몰라서 내게 묻는다.
…그럼 대체 누구에게 물어야 하는가?
-구강성
구강성은 정신이 약간 어지러워졌다.
“…그래서, 계획이 뭔데? 날 이렇게까지 만들 정도면 계획은 있었을 거 아니야?”
순간, 구강성의 가슴이 덜컹 내려앉았다.
계획? 그딴 건 당연히 없다. 그저 본능에 충실했을 뿐이니.
앵무새가 된 양, 그는 다시금 입에 붙어버린 마법의 한 단어를 짹짹댔다.
“……죄송합니다.”
“…끝까지 나한테 아무것도 안 털어놓겠다는 말이지?”
“아니, 그게 아니라… 저도 정말 왜 이렇게 된 건지 몰라서….”
“그게 뭔… 하, 됐다. 무슨 꿍꿍이인지는 모르겠지만 허튼수작만 부리지 마. 나 너한테 모조리 다 빼앗긴 거 아니야.”
“…….”
눈을 내리깐 남자의 모습을 한참 동안 쳐다보던 디바.
사실, 여태까지 했던 질문들은 남자의 거짓을 간파하는 과정이었다.
그런데,
[‘구강성’님의 언행은… 99% ‘진실’입니다.]
‘……그러니까, 이게 말이나 되는 소리냐고…!’
이 남자가 아까부터 계속 진실만을 말하고 있었다는 게.
디바는 도저히 납득이 가지 않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