33화 이게 인간 목장? 여주인공의 능욕 루트는 다른 의미로 무서웠다.
이렇게 주인공과 재회를 할 줄은 몰랐는데.
나는 조금 놀란 표정으로 바닥에 널브러진 아이다를 바라봤다.
과연 에로한 기술 하나만큼은 최고라고 자부하는 서큐버스.
지금 아이다는 완벽한 귀갑 묶기 자세로 바닥에 널브러져 있다.
눈이 마주치자. 그녀는 뭔가 반가워 하는 것 같기도 하고. 놀란 것 같기도 한 얼굴로 나를 바라봤다.
"읍하가 어떱헤 어기애!"
이상한 덩쿨에 가로막힌 입에서 어눌한 말투가 튀어나왔다.
채 삼키지 못한 침이 끈의 사이로 줄줄 세어나왔는데, 그 모습이 또 생각보다 꼴렸다.
나는 그녀의 재갈을 풀어 주며 아무것도 모른다는 듯 미소 지었다.
"나? 몰래 잠입했지. 리백단이라는 빌런 단체인데, 혹시 너는 아니?"
"프하! 당연히 알죠! 저는 오빠가 죽은 줄 알았는데! 하라 언니가 실종신고서도 뿌렸다고요."
"잠깐만. 범죄수배서가 아니라?"
재갈이 풀리자 숨을 들이키더니.
흥분한 아이다가 이런저런 질문을 속사포처럼 내뱉었다.
그리고 이어진 것은, 자신이 트레이너 인증 3단계를 받기까지 일어난 기다란 서사시였다.
마그마 시티에서 일어난 첫 번째 시청장 배틀.
그리고 길을 가던 중에 만난 리백단 조무래기의 작은 아지트.
메가 시티에서 얻어낸 두 번째 트레이너 랭크 업까지.
스토리를 충실하게 따라간 주인공의 이야기.
"슬슬 도시를 떠나려고 했는데, 어떤 꼬맹이가 제게 부탁을 해 오더라고요."
"그래서 부탁을 공짜로 들어주기로 했다고? 하여간에 오지랖도 넓어요."
"헤헤."
타박을 놓자. 아이다가 어색하게 머리를 긁적이며 웃는다.
하긴. 이렇게 호구니까 주인공이라 불리겠지.
나는 고개를 끄덕이며 어떤 꼬맹이를 바라봤다.
어디선가 많이 본 것 같은 외모인데.
빤히 얼굴을 바라보자. 꼬맹이가 눈살을 찌푸린다.
"아하- 경찰들이랑 똑같은 헤어스타일이네. 혹시 어머니께서 경찰이시니?"
"읍읍! 읍읍!"
귀갑자세로 묶인 채 눈빛을 번뜩이는 꼬마 아가씨.
여주인공인 아이다와 비교해도 그리 떨어지지 않는 미모다.
아직은 조금 어리지만 10년 후가 기대되는 얼굴이다. 그렇다면 미리 호감도작을 해 놓는 것도 좋겠지.
나는 친절한 얼굴로 꼬맹이의 재갈을 풀어줬다.
재갈을 풀자. 꼬맹이의 얼굴이 분노로 붉게 달아오른다.
"너. 너 이 녀석!"
"진정하라고. 나는 너희의 편이니까."
"그걸 내가 어떻게 믿어!"
"평범한 조무래기라면 모를 정보. 이번 작전, 정책보좌관 레일라가 주도한 작전이지? 정보를 전달한 사람이 나야."
"저, 정말요? 과연 오빠. 믿고 있었어요!"
지금에서야 초롱초롱한 눈빛을 보내와도 말이지.
아이다는 방금 전까지만 해도 뱁새눈을 뜬 채 나를 노려보고 있었다.
내게 변질자가 아닐까 의심하는 표정이었다.
거짓말을 하는 것은 요 입인가?
나는 아이다의 입술을 꽈악 움켜쥐며. 그녀의 의심을 응징했다.
"하여간에 이놈에 입이 문제야. 응?"
"제승해여..."
그렇게 주인공과 반가운 재회를 마친 나는 두 사람을 바라보며 말을 이어 나갔다.
"그런데 말이야. 차라리 경찰들이랑 같이 진입하는 쪽이 더 안전하지 않을까?"
"그게 말이에요..."
아이다의 짧은 설명이 시작되었다.
리백단의 실체와 인체개조에 대한 이야기였다.
에로몬 육성에 재능이 없는 자들에게 재능을 부여해 준다고 꼬드겨서, 그녀들의 신체를 개조한다나 뭐라나.
순간 내 머릿속에 저장된 온갖 19금적 상상이 넘치더니. 금방 정답이 도출되었다.
"...인간 목장?"
"네. 인간 목장. 인간 목장이 여기에 있데요. 이제부터 저희는 빌런들이 실험체를 데리고 도망치지 못하도록 막을 거예요!"
결연한 눈빛으로 나를 바라보는 아이다.
그 눈빛은 분명 능욕당하기 직전까지 방심하며 고블린의 소굴로 들어가는 여기사의 그것과 닮아 있었다.
'베드 엔딩 #2 : 빌런들에게 붙잡혀서 고기 인형 엔딩'이 떠오르는 이유는 단지 나의 착각일까.
"보가트는 얻었어?"
"네? 보가트?"
"아니. 아무것도 아니야."
흐음.
아직 보가트는 얻지 못한 건가.
나는 힐끗- 아이다의 손목을 바라봤다.
현재 주인공이 계약에 성공한 에로몬은 샐러맨더와 바쿠로 총 두 마리.
보가트는 아직 등장하지 않았나? 이러면 배틀의 승리 확률이 굉장히 올라간다.
슬쩍 숟가락을 올려서 보상을 타먹어도 괜찮겠구나 싶다.
"나도 도와줄게."
"저, 정말로요?"
"그럼. 당연하지."
나는 고개를 끄덕이며 제자리에 철퍼덕- 주저앉았다.
까딱까딱 손가락으로 꼬맹이를 가리키자, 꼬맹이가 의아하다는 표정을 지었다.
"꼬마야, 지도 있지? 꺼내 봐라."
"어, 어떻게 알았지? 너는 역시 첩자인가?"
"아니 꼬맹아. 지도도 없는 녀석들이 이 비밀 통로를 어떻게 알았겠니."
할 말이 없는지 입을 쩝쩝 다시는 꼬맹이.
쭈뻣거리던 그녀가 안주머니에서 종이를 꺼내며 작은 목소리로 속삭였다.
"나를 꼬맹이라고 부르지 마라. 내 이름은 키야다."
"그래 키야. 내 이름은 기별룡이다. 오늘 하루 잘 부탁하지."
"...나도."
그렇게 원형으로 둘러앉은 세 사람과 에로몬들.
우리는 건물의 설계도를 바라보며 이런저런 대화를 나눴다.
***
"적이다!"
"모든 리백단원들은 정해진 집결지로 이동하라!"
막 비밀의 통로를 나선 우리들.
사방이 소란스럽다. 조무래기들은 적의 침입을 알리고 있다.
나오기가 무섭게 고래고래 목청 높여 소리를 지르던 리백단 간부와 시선이 마주쳤다.
나는 흠잡을 곳 하나 없는 완벽한 경례 자세로 충성을 걷어붙였다.
"리백!"
"그래. 너는 집결지로 가지 않고 뭐 하는 거냐."
"다른 간부님이 포로 운송을 시켰습니다."
리백단 간부의 시선이 나의 뒤쪽을 향한다.
이상한 덩쿨에 손이 꽁꽁 묶여 있는 아이다와 키야가 보인다.
초췌한 얼굴. 반항을 하다가 잔뜩 얻어맞은 것처럼 그녀들의 몸에는 만들어진 멍 자국이 가득했다.
"어떤 간부님이 시켰지?"
"그으... 테두리가 금색인 뱃지를 달고 계셨는데 이름은..."
"이름은?"
"죄송합니다. 모르겠습니다."
살짝 목소리를 흘리며 어눌하게 대답하자, 리백단 간부의 눈빛이 굉장히 뾰족해졌다.
나를 무슨 고문관 보듯 바라보는데.
뭔가 기분이 굉장히 짜릿하다. 이래서 사람들이 힘순찐을 좋아하는구나 싶다.
한참을 노려보던 리백단 간부는 결국 고개를 절레절레 저으며 손을 내저었다.
"에휴~ 알았다. 가 봐라 가 봐."
"죄송합니다. 리백!"
그렇게 계속 복도를 걸어가는 나.
거리가 조금 떨어진 이후. 나는 고개를 돌리지 않은 채 둘에게만 들릴 작은 목소리로 속삭였다.
"어때. 진짜로 되지?"
"그러게요. 역시 오빠는 굉장하세요!"
"..."
아이다는 눈을 반짝반짝 빛내고.
키야라는 이름의 꼬맹이는 기분이 상했는지 볼을 부풀렸다.
싫어하지만 어쩔 수 없이 인정하는 여자라니. 이대로만 자라준다면 히토미 한 편이 뚝딱이다.
"여기야?"
"네. 여기예요."
[비품실 C]
비밀 통로에서 나온 뒤에도 두 번쯤 코너를 돌아야 나오는 가장 깊은 방.
겉보기에는 다른 방과 하나도 다르지 않은 모습이다.
[단단한 문]
- 특별히 단단하게 만들어진 문. 일반적인 방법으로는 열 수 없을 것 같다.
"얘만 설명이 다르네."
"네?"
"아니. 아무것도 아니야."
상태창을 확인하던 나는 고개를 끄덕였다.
어느새 카샤를 소환한 키야가 의기양양하게 콧대를 세운다.
"아저씨, 비키세요. 제가 직접 날려 버릴 테니까."
[카샤가 화염폭발을 사용했다.]
콰앙-
커다란 소리를 내며 폭발하는 불꽃.
그러나 연기가 가시고. 문에는 흠집 하나 나지 않았다.
꼬맹이의 입이 떠억 벌어졌다.
"어, 어째서..."
"에휴- 나와봐라 꼬맹아. 내가 열어 볼 테니까."
나는 멍청한 얼굴이 된 꼬맹이를 밀치고 다가가서 전자키의 뚜껑을 열었다.
[보안용 전자키]
- 특별히 단단한 재질로 만든 전자키. 비밀번호는 445877이다.
스킬과 연동된 판치라 스캐너는 세 배로 유능해진다.
이거, 나중에 도둑질을 하더라도 먹고 살 수는 있겠구나 싶다.
"아무리 힘이 쌔도 에로몬보다는 약할..."
"4. 4. 5. 8. 7. 7."
삐리리-
문이 열리자.
아이다와 키야는 눈알이 빠질 것 같은 표정을 지었다.
"오빠, 어떻게 알았어요?"
"아이다여. 비밀은 남자를 남자답게 만든단다."
"확실히 그럴지도 모르겠네요."
찰나간에 이루어진 아이스 브레이킹.
나는 그런 둘의 어깨를 토닥거리며 나지막하게 읊조렸다.
"그럼. 모두 전투 준비."
문의 틈새로 찐득거리는 공기가 밀려온다.
들리는 것은 쾌락이 섞인 작은 비명 소리. 느껴지는 것은 공기에 변질되어 시큼해진 땀 냄새.
하나같이 인간을 극한으로 몰아붙여야만 나올 수 있는 냄새들이다.
얼굴을 살짝 들이밀자. 누군가의 애원 섞인 대화 소리가 들려왔다.
"나는 못하겠어. 나는 더 이상 못하겠다고!"
"에에잇! 그게 무슨 헛소리냐! 너는 지금부터 근육을 조질 때마다 극한의 쾌락을 느끼게 된다!!!"
[임프가 최면술을 사용합니다.]
"응기이이이이잇!!!♡"
"자아, 정말로 마지막 세트다. 정말로 마지막 세트라고."
"와타시! 스, 스쿼트로 가 버렷♡"
"...여기는, 헬스장?"
나는 허탈하게 중얼거리며 주위를 둘러봤다.
주변의 상황은 완전히 개판이었다.
"내 덤벨 위에는 천사가 살고 있어. 내 덤벨 위에는 천사가 살고 있어."
"하나님. 오늘도 중량 늘리기를 허락해 주세요."
"이... 이렇게 큰 건 무리야♡"
여자들은 위로도 아래로도 눈물을 질질 흘리면서 열심히 바벨을 들어 올리는 중.
임프들은 사악하기 그지없는 웃음을 지으며 고통을 쾌감으로 치환하는 최면술을 걸어대고 있다.
어찌나 황망한지 말이 안 나오는 가운데.
지금까지의 모든 일을 종합한 나의 머릿속에서 합리적인 결과값이 출력되었다.
"...혹시 이 게임, 개그물인가?"
어쩐지. 하피 퀸 마을 전체 씨뿌리기부터 이상하더라.
확실히 순애물은 틀림없지만 말이야.
할 말이 없어서 금붕어처럼 입만 뻐끔뻐끔.
우두커니 서서 실시간으로 여자들의 근육이 조져지는 모습을 구경하는 나.
고개를 두리번거리던 키야가, 무언가를 발견하고는 후다닥- 용감하게 달려 나갔다.
"어, 언니이!!!"
그녀의 시선 끝에는 이쁘장하게 생긴 여인이 있었다.
확실히 닮은 얼굴.
하지만 몸매는 하나도 닮지 않았다.
저건 또 무슨 인간의 한계를 압축한 근육이란 말인가. 야겜보다는 격투 게임에 어울리는 체형이다.
언니를 발견한 키야가 환하게 웃으며 언니의 바짓춤에 대롱대롱 매달렸다.
허벅지가 하도 두껍다 보니. 그 모습은 마치 나무에 매달린 매미와 같았다.
"언니! 뭐 하고 있어. 빨리 나랑 도망치자!"
"미, 미안해 키야."
"...언니?"
자신을 가볍게 밀어내는 언니.
키야는 믿을 수 없다는 눈빛으로 그런 언니를 바라봤다.
"나는 갈 수 없어."
후우- 한숨을 내쉬던 키야의 언니가 벤치에서 일어나더니.
"후웁!"
숨을 들이키며 머스큘라 자세를 잡았다.
투툭- 이두박근이 부풀며 실밥 터지는 소리가 들렸다.
키야의 언니가 입고 있던 레오타드의 이음새 부분이 서서히 벌어진다.
"후웁!!!"
키야의 언니가 다시 한번 근육에 힘을 주자.
레오타드가 파앙- 소리를 내며 갈기갈기 찢겨져 날아갔다.
"언...니?"
허망한 얼굴로 언니를 바라보는 키야.
드러난 것은 그야말로 완벽한 근육이었다.
오일 한 점 바르지 않았음에도 완벽하게 그려진 윤곽선.
스테로이드 한 점 없이 순수하게 만들어진 근육이라고는 도저히 믿기지 않을 정도다.
"언니의 몸이. 언니의 몸이."
고장 난 카세트처럼 같은 말만 중얼거리는 키야.
충격을 받은 키야의 모습을 보며 키야의 언니는 서글픈 미소를 지었다.
"키야. 나는 더 이상 너와 함께 할 수 없어."
"언니의 몸이. 언니의 몸이."
"언니의 몸은, 이미 단백질이 없이는 살 수 없게 되었으니까."
비틀거리면서 뒤로 물러나는 키야.
한참을 우두커니 서 있던 그녀는, 마침내 다리의 힘이 풀렸는지 털썩 주저앉았다.
허망한 눈으로 언니를 바라보고.
허망한 눈으로 또 한 번 언니를 바라본다.
그러더니, 키야는 손바닥으로 눈동자를 가리며 주저앉았다.
"아악!!!!!!!!!!!!!"