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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5화 그디어 두 번째 마을에 도착! 무수한 박수의 요청이? 시민들도 빌런들도 우리를 너무너무 반겨 주는 이유에 대하여.


일명 '하피 타운 씨뿌리기 계획'. 이 기괴한 이름의 19금 퀘스트는 하피 퀸의 베갯머리 송사에서 시작되었다. 때는 거사를 마친 직후의 일. 하피 퀸 웨스티아는 팔베개를 받은 채 나의 겨드랑이 냄새를 맡고 있었다. = 킁킁. 킁킁. 이렇게 보면 매혹적인향기 특성도 나쁘지는 않네. 그렇게 시즌 1124번째로 특성에 대한 판단을 바꾸고 있을 즈음. 그녀의 표정이 갑자기 심각해졌다. 마치 물어봐 달라는 얼굴이어서 나는 하피 퀸에게 말을 건넸다. - 왜 그렇게 심각한 얼굴이세요. = 혹시 내 아이들 중 마음이 가는 자가 있느냐? - 웨스티아, 그건 또 무슨 이상한 소리예요. 라고 하기에는 너무나 꼴리는 제안이었다. 누가 B급 야겜 아니랄까 봐. 하피 퀸 웨스티아는 참으로 어처구니없는 제안을 건네왔다. = 내 휘하의 하피들이 슬슬 가임기라서 말이다. 그렇게 '하피 타운 씨뿌리기 계획'이 시작되었다. [하피 마을 임신시키기] - 하피 퀸 웨스티아는 당신의 우수한 씨앗을 다른 하피들과 공유하고 싶은 눈치입니다. 열심히 허리를 놀려서 최대한 많은 하피들을 임신시키세요! 목표 : 하피에게 씨뿌리기 (137/137) 보상 : 하피 퀸이 지닌 보물 중 택 1 "퀘스트! 목표! 업적!" 몇 번을 부르짖어 봤지만 결국 퀘스트 창은 나오지 않았다. 하지만 대충 예상해 보면 이런 내용이지 않을까? 아무튼 간에. 하루에 다섯 명 꼴로 교배 프레스를 하는 생활. 자지가 마를 날이 없다. 미친 발정마가 아니고서야 비쩍 마른 나무 꼴이 되고 말 것이다. "그런데 그 어려운 걸 제가 해냈습니다." 그것도 무난하게 해냈다. 심지어 레벨도 두 번이나 오르더라. [새내기 트레이너 기별룡 : Lv.15] 체력 : 3 기력 : 2 정력 : 10 특성 : [매혹적인향기] [아이템링크] 상세내용 확인은 ☆Click☆ 다만, 문제가 하나 있다. "시발 근데 왜 정력만 오르냐고." 억울해서 미칠 것 같다. 주구장창 섹스만 한 것도 아니다. 틈틈이 에로몬들을 데리고 주변 숲을 돌아다니며 배틀 경험치도 얻었다. 드라이어드랑 운디네. 둘 다 레벨 10을 찍을 정도로 열심히 했다. 그렇다면 양심적으로 체력이 1정도는 올라야 하는 것이 아닐까? 이러다가 진짜로 기둥서방 특화 능력치가 되지는 않을까 걱정이 든다. "...그건 그것대로 괜찮겠지만." "뭐가 괜찮다는 것이냐." "아니. 아무것도 아닙니다." "그래? 그럼 되었다. 그것보다, 저기가 인간들의 마을이다." 지금 나와 운디네는 인형 뽑기 집개에 걸린 인형처럼 하피 퀸의 발톱에 대롱대롱 매달린 채 이동 중. 지난 일들을 떠올리던 나는 하피 퀸의 말에 고개를 돌렸다. 목덜미를 붙들린 채로 날아간지도 어연 다섯 시간. 고개를 뻗으면 높게 뻗은 마천루가 보일 정도로 도시와 가까워졌다. 못해도 마운틴 시티보다 열 배는 더 커 보이는 도시. 처음 보는 도시의 모습에, 운디네의 입이 떠억 벌어졌다. "들키면 서로 곤란하겠지? 슬슬 길가에 내려주겠다." "태워줘서 고마워요. 웨스티아." 발톱 사이를 겁없이 간질이며 방실방실 웃자. 하피 퀸 웨스티아가 고개를 절레절레 흔들었다. "후우- 그러다가 떨어트리면 어쩌려고 그러는가?" "웨스티아가 잡아주시겠죠." "제정신이 아니군." 그런데 이건 조금 선을 넘었다. 야겜 캐릭터가 내게 제정신이 아니라고 하다니. 도저히 있을 수 없는 일이다. "웨스티아. 이 세상에서 유일하게 제정신인 인간이 있다면, 그것은 아마도 저일 거예요." "그래. 그럼 그렇다고 치겠다." 하피 퀸 웨스티아가 한숨을 내쉬며 날갯짓의 속도를 줄였다. 몸이 천천히 천천히 아래로 내려간다. 땅이 점점 가까워지나 싶더니― "착지!" "뽈록!" 탁- 하는 소리와 함께 땅을 디딘 나와 운디네. 우리는 하늘에 떠 있는 하피 퀸 웨스티아를 바라보며 손을 흔들었다. "그럼 하피 퀸한테도 인사 전해주세요. 그리고 아기에게도." 원래는 하피 퀸을 꼬드겨서 데리고 갈 생각이었다. ...그녀의 임신 사실을 알기 전까지는 그랬다. = 배가 볼록해졌다, 삐! 저 아이는 누구의 아이일까. 내가 임신을 시켰다기엔 자궁에 싸지른 남자의 수가 워낙 많았다. 강간이든지. 아니면 화간이든지. 그래서 내 아들인지 남의 아들인지는 나도 모르겠으나. 임산부를 기약 없는 여행에 끌고 다니기에는, 아직 내 인성은 그렇게까지 쓰레기가 아니었다. "걱정하지 마라. 아기는 우리가 잘 키우마." "뭐, 모계사회 약탈혼이니까 그런 문화를 이해는 하지만요. 그래도 가끔은 들러도 되죠?" "...삐♡" 웨스티아가 고개를 돌린다. 말하기 부끄러운가 보다. 츤데레구만. "그런데 정말 그 물건으로 되겠나?" "아유 그럼요. 되고 말고요." 종마 역할에 충실했던 나는 마을을 나오며 선물을 하나 받았다. 루빅스 큐브보다 조금 더 커다란 크기. 사이사이로 금빛이 번뜩이는 네모난 상자다. "요기 때깔 좀 보세요. 딱 보기에도 범상치 않은 상자잖아요?" "사용하는 방법을 모른다면 장식품에 불과하다." 하피 퀸 웨스티아는 내가 고른 물건이 영 마땅찮은 눈치다. 웨스티아는 상태창을 볼 수 없기 때문이다. [수상한 상자 (장착 / 특수)] - 어쩐지 수상한 상자. 지금은 사용할 수 없지만 에로몬과의 유대감이 깊어진다면...? 상태창이 보이는 나는 짐작할 수 있다. 장착에 특수? 이거. 진화 관련 아이템이다. 본능적으로 그런 느낌이 들었다. "가지고 있다 보면 언젠가는 사용을 할 날이 오겠죠." "뭐, 그럴 수도 있겠지. 그럼 나는 이만 가보마. 부디 안전한 여행이 되기를." "웨스티아도 조심해서 들어가세요~" 하피 퀸 웨스티아가 커다란 날개를 펼쳤다. 일어나는 먼지에 눈을 질끈 감았다. 바람이 멎을 때 즈음 슬며시 눈을 떠보니. 하피 퀸은 온데간데없이 사라진 상태. 나는 판치라 스캐너의 액정을 살피며 혼잣말을 중얼거렸다. "잘 있어요. 하피들." 많이 받아 갑니다. [라스트_하피보지.AVI] [여왕님의_은밀한_산란.AVI] [사이좋은_모녀들.AVI] [깃털만_핑크색이_아님.AVI] . . . 그렇게 동영상의 썸네일을 살피던 나. 다시 고개를 드니. 길바닥의 위쪽으로 아지랑이가 아롱거린다. 여름이었다. *** 유흥과 환락의 도시. 그리고 도박의 도시. 대륙의 온갖 그림자가 몰려드는 곳. 그 이름은 메가 시티. 인터넷 사이트의 너머너머로. 알음알음 뒷골목의 생태가 알려질 정도로 유명한 빌런들의 도시다. [Welcome to MEGA city] "네온사인 한번 화려하구만." 일부 비관적인 사람들이 머니 시티라고 비하하는 발언도 이해가 가는 바. 멀리서도 보이는 무지개색 전광판이 굉장히 촌스럽다. "그럼 갈까 얘들아?" "!!!" 지금 나는 양손으로 서큐버스와 드라이어드의 손을. 목에는 운디네의 허벅지를 두르고 있다. 합체로봇같은 모양새로 나란히 길을 걸어 도시를 향하는 길. 나는 아직 어린 두 에로몬의 손을 꼬옥 붙잡고 주의사항을 단단히 알렸다. "저 동네는 뒷골목이 특히 위험하데. 우리 되도록 큰길로만 다니자. 알았지?" "뽂!" "..." "네잉~♡" 그렇게 대답하던 서큐버스가 갑자기 코를 벌름거린다. 강아지처럼 콧대를 올리며 냄새를 맡더니. 수풀 사이로 몸을 수그린다. "오오~ 좋은 냄새가 나는데요. 킁킁- 이건 대마 냄샌가?" "그러니까, 그런 짓 하지 말라고." "아얏!" 나는 서큐버스의 머리를 콩- 하고 때렸다. 정수리를 쓰다듬으며 나를 장난스레 노려보는 서큐버스. 나는 서큐버스를 응징한 뒤. 조심스럽게 두 에로몬을 살펴봤다. "너희는 저렇게 딴길로 새면 안 된다, 알았지?" 드라이어드와 운디네는 아직 어리다. 어쩌면 나쁜 물이 들지도 몰라. 진한 색깔의 선글라스를 쓰고 돈을 뿌리며 플렉스를 외치는 드라이어드라면, 그건 그것대로 멋지긴 하겠지만! "슬슬 도착이네요♡" 작은 언덕을 하나 넘자 도시의 모습의 완전히 드러났다. 중세 시대 수준의 성벽이 도시를 둥글게 감싸고 있다. 그 위로 고슴도치의 새치털처럼 삐죽 솟아 있는 현대풍의 빌딩들. 성벽과 현대식 건물로 그린 마천루는, 그것이 또 묘하게 잘 어울렸다. 점점 선명하게 보이는 성문. 도시가 가까워졌다는 증거다. "정지. 정지. 고개를 들고 얼굴을 보여주세요." 그때. 우리를 불러세우는 작은 목소리. 고개를 돌리자 수풀로 가려놓은 건물이 보였다. 검문소를 지키는 경비병들. 뚱뚱이와 비실이라고 호칭할까. 한 명은 옆으로 퍼졌고 다른 한 명은 위로 펴진 몸매의 두 사람. 호감이 가는 외모. 옆집 아저씨같이 생겼다. "날도 더우신데 수고가 많으시네요." "그쪽도 수고가 많으십니다. 죄송합니다. 저희 도시를 찾는 빌런들이 워낙 많아서 말이죠." 고개를 꾸벅 숙이자 웃으며 받아주는 경비병들. 금빛으로 적어놓은 견장이 어깨 부근에서 빛나고 있다. [엘리트 트레이너] "자, 그럼 잠시만 검사를 조금 할게요." 내 얼굴을 이리저리 확인하더니 고개를 끄덕이며 가라는 신호를 보낸다. 그렇게 고개를 꾸벅 숙이고 지나가려는 찰나. 뚱뚱이 경비병의 심상치 않은 눈빛이 포착되었다. 뭐지. 최면 세뇌 에로몬 NTR인가? 그런 의심이 들려던 찰나. 경비병이 우리를 측은하게 바라보며 제안을 건네왔다. "괜찮으시면 조금만 쉬고 가실래요?" 무엇 때문인가 싶어 경비병의 시선을 따라갔더니. 운디네가 삐질삐질 땀을 흘리고 있었다. 오아시스를 건너가는 낙타같은 얼굴. 금방이라도 죽을 것 같은 표정으로 혀를 쭈욱 빼물고 걸어간다. [운디네가 치유파동을 사용했다.] "..." 저 녀석. 이마에 맺힌 저거. 땀이 아니라 그냥 물 같은데. 스킬을 응용해서 땀 비스무리한 무언가를 만들어냈다. "흐음, 그럴까요?" 하지만 에로몬의 꾀병을 받아들이는 것 역시 트레이너가 해야 할 일 중 하나겠지. 아무튼 절대로 내가 더워서는 아니었다. 나는 두 경비병의 호의를 감사히 받아들이며 고개를 숙였다. "실례합니다." 우리는 신발을 가지런히 벗어놓고 검문소 안으로 들어갔다. 들어가기 무섭게 시원하기 그지없는 에어컨이 우리를 반긴다. 근 한 달 만에 맞이한 문명의 이기! 나의 마음이 한여름의 샤베트처럼 녹아내렸다. 나는 두 팔 벌려 에어컨의 차가운 바람을 받아들였다. "하아- 시원하네요." "그렇죠?" 홀쭉이 트레이너가 싱긋 웃으며 냉차와 다과를 내려놓았다. "자, 어린 에로몬들이 특히 좋아하는 과자란다." [한입 크기의 초코 브라우니 (소모)] - 달콤한 과자. 어린 에로몬들이 좋아한다. [냉차 (소모)] - 달콤한 냉차. 어린 에로몬들이 좋아한다. 좋아. 미약은 안 들어 있군. 나는 안심하며 드라이어드와 운디네를 바라봤다. 궁둥이를 씰룩씰룩. 둘은 당장에라도 먹고 싶어서 안달이 난 눈치. '먹어도 돼요?'라는 눈빛을 계속 보내온다. 나는 드라이어드와 운디네를 번갈아 쓰다듬으며 미소를 지었다. "어서 먹자 얘들아." 허락이 떨어지기 무섭게, 두 에로몬이 눈을 반짝이며 과자에 달려든다. 드라이어드는 아기쥐처럼 조근조근 앞니로 갉아먹고. 운디네는 햄스터처럼 볼이 빵빵해지도록 무작정 밀어 넣는다. 완전히 대비대는 두 꼬마의 반응. 나와 두 트레이너는 그 모습을 보며 흐뭇하게 웃었다. "성격이 완전히 다르네요. 키우기 힘드시겠어요." "아니요. 힘들기는 무슨. 오히려 제쪽이 더 고맙죠." 나는 찬 바람을 쐬어서 좋고. 경비원들은 합법적인 농땡이를 피워서 좋다. 이것이야말로 진정한 의미의 상부상조가 아닐까? 우리는 서로의 얼굴에 금칠을 해주며 이런저런 수다를 떨었다. 지지직- 지지지직- 그때. 나의 등 뒤쪽에서 수상한 소리가 들렸다. 나는 고개를 번갈아 좌우로 흔들며 소리의 정체를 찾아 시선을 돌렸다. "음? 이건 또 무슨 소리래요?" "아, 팩스예요 팩스. 본부에서 새로 공지사항이 날라왔나 봐요." 그제야 발견한 팩스. 마침 내가 손을 뻗으면 무난하게 닿는 거리에 있다. 나는 일어나려는 두 경비병을 만류하며 손을 쭈욱- 내밀었다. "그냥 앉아계세요, 제가 드릴게요." "그래요? 고마워요." 갓 뽑혀서 따끈따끈한 전단지. 어떤 내용이 실려 있나 싶어서 슬그머니 읽어 봤다. [현상금] [이름 : 기별룡] [인상착의 : 20세. 남자. 182cm. 평범한 체격. 검은 눈과 검은 머리카락.] [에로몬 : 서큐버스(범죄자이력 110-2234-656309), 운디네, 드라이어드.] [조건 : Only Alive. 발견 위치를 제보시 일부 금액 증정.] [위 사람을 찾을 시 최대 5000만원까지 사례하겠습니다.] "..." "..." 뭐시여 이게? 영문을 몰라서 멍하니 전단지를 잡고 있었는데. 내 옆에 앉아 있던 서큐버스가 중얼거리는 소리가 들렸다. "흐응- 뭐가 걸린 거지?" ...서큐버스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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