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5화 능력치 상승


1. 좀비 바이러스가 창궐한지 약 24시간이 지난 현재. 성욕과 수면욕, 식욕까지 충족되고 나니 비로소 내 방 상태가 신경 쓰이기 시작했다. "……환기 좀 할까." 거의 24시간 동안의 섹스로 인해 방 안은 후텁지근한 공기와 음란한 냄새로 가득 차 있었다. 창문을 열자 시원한 바람과 함께 소음이 들어온다. 우어어어어어— 좀비 소음 공해였다. 앞으로의 아포칼립스 시대에는 언제 어디서든 창문을 열면 이 우어어어 소리가 들려오겠지. 전처럼 도로를 잔뜩 지나다니는 자동차의 소음을 들을 일은 없을 것이다. …우울한 감상은 제쳐두고, 해야 할 일들을 할 시간이었다. 가장 먼저 해야 할 것은 목욕이다. 과거 의학이 발달하지 않았던 시절에 사람들의 목숨을 대량으로 앗아갔던 심각한 원인들 중 하나는 바로 위생이었다. 수도가 언제 끊길지 모르니 물이 콸콸 나오는 지금 깨끗하게 씻어둬야 한다. 그래서 나는 세레나를 화장실로 데려갔다. "앗, 앗, 앗, 앗! 주인니이임———♡!!" 그리고 안에서 세 번 더했다. 2. 현재 상황을 복기해 보자. 이곳은 주거용 오피스텔 12층. 물과 전기는 아직까지 잘 공급되고 있으나 언제 끊겨도 이상하지 않다. 방 안은 안전하다고 생각되지만 방 밖으로 나가는 순간부터는 좀비의 위협에 시달려야 한다. 현재 있는 식량은 1.5L 생수가 12병, 라면이 16봉지. 다 떨어지기 전에 밖을 탐색해서 물자를 구해와야 한다. 그리고 내 능력은…… "리얼돌을 사람으로 바꾸는 힘이라…." 물론 세레나가 사람이 된 건 아주 좋지만 좀비 사태에 도움이 될 것 같지는 않았다. 그래도 일단 내 능력을 다시 한번 확인해 보자. "상태창." [상태창] 이름 : 김도하 나이 : 28 신장 : 178cm 체중 : 67kg 근력 : E- 내구 : F+ 체력 : F+ 마력 : E+ 종합 능력치 평가 : E- 특성 : (NEW) [넘치는 정력 : E-] 특수 능력 : [리얼돌을 사람으로 만드는 힘 : C+] "…어?" 뭐지? 불과 하루가 지났을 뿐인데 어제 봤던 능력치보다 전체적으로 한 단계씩 상승해 있었다. 심지어 특성은 원래 '없음' 이었는데 [넘치는 정력]이 생겨났다. 나는 넘치는 정력을 터치해 봤다. [넘치는 정력] 특성 평가 : E- [리얼돌을 사람으로 만드는 힘] 능력의 사용 도중 정력의 부족으로 인하여 각성한 특성입니다. 사용자의 마력이 남아있는 한 정력이 부족하지 않습니다. 어쩐지, 내 생각에도 내 정력이 너무 절륜했다. 어제부터 오늘까지 총 몇 번을 사정했는지 열 손가락으로도 셀 수 없다. 자는 중에 사정한 것까지 생각하면 몇 번이나 사정했을지 짐작도 안 될 정도였다. 그게 다 이 특성 덕분이었구나… 내 정력이 부족해서 [넘치는 정력] 특성을 각성했다. 이건 아주 고무적인 소식이었다. 앞으로도 필요에 의해서 새로운 특성이나 능력을 각성할 수 있을지도 모른다는 뜻이니까. 다음으로 나는 상태창에서 특수 능력을 터치했다. [리얼돌을 사람으로 만드는 힘] 능력 평가 : C+ 리얼돌에 대고 '간절히 염원'하면 리얼돌을 살아있는 사람으로 만들 수 있습니다. 사람이 된 리얼돌은 능력자를 자신에게 생명을 부여해 준 창조주이자 주인으로 여겨 완벽하게 복종합니다. 언어능력을 포함하여 생활에 필요한 아주 기본적인 상식은 가지고 있으나 추가적인 지식은 가르쳐야 합니다. 이후 주기적인 능력 사용을 통해 사람이 된 리얼돌의 능력치를 상승시킬 수 있습니다. (NEW) 이미 사람이 된 리얼돌에게 능력을 사용할 경우 대상의 능력치가 상승할 뿐만 아니라, 지속적인 능력 사용으로 인하여 사용자의 능력치 또한 상승합니다. 현재 간절히 염원하는 방법 : 섹스를 통한 질내사정 관리 중인 능력 사용 대상 : [세레나] 특수 능력에도 새롭게 추가된 문구가 있었다. 지속적인 능력 사용으로 인하여 사용자의 능력치 또한 상승한다. 즉, 능력을 사용하면 할수록 나와 세레나가 동시에 강해진다는 뜻이었다. 그런데 현재 내 능력의 사용 방법은 '섹스를 통한 질내사정'이었다. 이 말이 무엇이냐, 세레나와 섹스를 하면 할수록 우리는 함께 강해진다는 뜻이었다! "와……" 평균 등급이 F인 특수 능력들 사이에서 태생이 C급 능력인 이유가 있었다. 리얼돌을 사람으로 만드는 힘은 좆사기 능력이었다. 그리고 지금 보니 관리 중인 능력 사용 대상에 있는 세레나도 터치 가능할 것처럼 버튼이 나와 있었다. 나는 곧바로 터치해 봤다. 띠링-! [상태창] 이름 : 세레나 주인 : 김도하 나이 : 20 신장 : 168cm 체중 : 51kg 근력 : C+ 내구 : B 체력 : B 마력 : C- 종합 능력치 평가 : B- 특성 : [완벽한 조화 : A], [깨끗한 신체 : A], [복종 : A+], [헌신 : S+] 특수 능력 : 없음 [완벽한 조화] 특성 평가 : A 전신의 모든 부위가 더할 나위 없이 완벽한 균형과 조화를 이루고 있습니다. 예술의 경지입니다! 육체를 사용한 모든 행위에 있어서 보정 능력치를 받습니다. [깨끗한 신체] 특성 평가 : A 신체 내부가 갓 태어난 것처럼 깨끗합니다. 아주 조금의 노폐물도 없이 건강하며, 언제나 활기가 넘쳐납니다. 각종 상태이상과 질병 저항력에 강력한 보정을 받습니다. [복종] 특성 평가 : A+ 자신이 모시는 주인에 대한 강렬한 복종 욕구를 가지고 있습니다. 극에 달한 염원이 특성으로 발현되었습니다. 주인이 죽으라고 한다면 망설이지 않고 죽을 수 있을 정도의 무서운 충성심입니다. 주인이 내린 명령을 수행할 때에 보정 능력치를 받습니다. [헌신] 특성 평가 : S+ 자신이 모시는 주인에 대한 강렬한 헌신 욕구를 가지고 있습니다. 극에 달한 염원이 특성으로 발현되었습니다. 몸과 마음을 다 바쳐서 주인에게 도움이 되고 싶어 합니다. 주인을 위한 것이라고 여겨지는 행위를 할 때에 강력한 보정 능력치를 받습니다. ※ 특성으로 인해 얻은 보정 능력치는 상태창에 수치로 반영되지 않습니다. "와, 이게 다 뭐야?" 나는 세레나의 상태창을 보고 경악했다. 내 능력을 써서 사람으로 만든 세레나였다. 그런데 주인인 나보다도 압도적으로 뛰어난 능력치를 갖고 있었다. 내 종합 능력치 평가가 E-, 세레나는 B-. 아무런 능력도 없는 평범한 성인 남성의 종합 능력치 평가가 F다. 이에 비하면 세레나는 생체 병기나 다름없었다. 심지어 특성도 4개나 가지고 있다. 읽어보니 내 명령을 듣고 행동한다면 B-의 능력치에 보정 능력치까지 더해지는 모양이었다. "세레나…… 너 대단한 애였구나?" "네? 제가 대단한가요?" "응. 아주 많이." "헤헤… 정말요? 그럼 주인님께 아주 많이 도움이 되겠네요? 기뻐요!" 이 대답. 이게 바로 특성으로까지 발현된 강렬한 헌신 욕구로구나. 세레나의 기대에 부응하기 위해서는 앞으로 세레나를 적극적으로 써먹어야겠다. 세레나의 기쁨을 위해서라도. 그나저나, 능력이라는 게 원래 이렇게 빠르게 발전하는 건가? 아무리 C급 능력을 사용한 결과라지만, 나는 하루 만에 등급이 한 단계 상승했고 특성도 하나 생겼다. 심지어 세레나는 이런 나보다도 훨씬 고등급이다. "커뮤니티를 한번 살펴볼까." 인터넷이 과연 살아있을까? 데스크톱을 부팅해서 인터넷에 접속해 보니 다행히도 아직 원활하게 접속이 가능했다. 나는 곧바로 커뮤니티로 들어갔다. 어제 못 본 부분부터 실시간 인기글을 쭉 훑어보면 대한민국의 현재 상황을 대충 알 수 있을 것이다. "음……." 아무래도 군대와 경찰은 제대로 힘을 못 쓰는 모양이었다. 어느 정도 예상은 하고 있었다. 군대는 단체 생활을 하는 곳이고, 사람들이 잔뜩 모여사는 곳인 만큼 좀비 바이러스에 아주 취약할 것 같았으니까. 군대나 경찰이 정상적으로 움직이고 있었다면 좀비 사태가 발생하고 24시간이 지난 지금, 바깥에 시민들을 구조하기 위한 탱크 한 대 정도는 지나갔어야 정상일 것이었다. 그러나 창문을 열어봐도 들리는 소리라고는 우어어어어 하는 좀비 울음소리뿐이다. 즉, 구조대는 없다. 또한 대통령이나 국회의원들도 모두 사라졌다. 아마 먼저 어딘가로 대피했겠지. 그리고 다시는 나타나지 않을 것이다. 왜? 나타나도 아무런 의미가 없으니까. 고위공직자의 힘이란 정상적으로 작동하는 사회 구조 안에서나 강력한 법이다. 국민에게 법을 강제할 경찰도 군인도 없는데 국회의원이 뭐고 대통령이 뭔가? 아마 가까이에 있는 공격계 능력자의 권위가 더 높을 것이다. 그러니 살아있더라도 단체로 어디 대피소에 숨어서 나오지 않을 생각이겠지. 그리고 모든 공권력이 사라진 현재의 대한민국은 그야말로 혼돈의 도가니였다. 이는 커뮤니티를 살펴보면 잘 알 수 있었다. 능력을 각성한 사람들에게 모든 권력이 집중되면서 그야말로 능력자들이 신과도 같은 추앙을 받게 되었다. 나는 이런저런 글들을 클릭해 보면서 바뀌어버린 세상을 실감했다. [오늘 같은 학과 여자 따먹었음 ㅋㅋㅋㅋ.jpg] 게시물을 클릭하자 알몸의 여자가 손으로 얼굴을 가리고 있는 사진이 나타났다. 한바탕 섹스한 뒤인지, 적나라하게 드러난 보지에서는 하얀 정액이 흘러나오고 있다. ——— 평소에 나 못생겼다고 대놓고 싫어하는 티 내던 년인데 같은 아파트에 살더라? 나 E급 공격계 능력자라고 하고 능력 써서 좀비 잡는 거 보여주니까 바로 다리 벌림. 존나 쉽다 ㅋㅋㅋㅋㅋㅋㅋ 걔네 가족 전부 내가 지켜주겠다고 하고 집에 가족 다 있는데 이년 방에서 따먹었음. 아마 신음 소리 다 들렸을 듯? 당연히 지켜줄 생각은 없고 일주일 정도 따먹다가 버릴 예정. 임신만 시키고 튀어야지 ㅋㅋㅋㅋ 좀비 바이러스 최고오오오오오오~~ ——— -씨발 씨발 씨발 존나부럽다 이런 찐따새끼도 E급이네... -지랄 ㅋ 소설 쓰고 있네. └사진 더 보여줌? ㅋㅋㅋㅋㅋㅋ └E급이면 지금 각성한 능력자들 중에서도 상위 5% 안에는 드는데 네가 E급이라고? 지랄 ㄴ └사실 F급인데 E급이라고 구라 쳤지 ㅋㅋ 이 년이 내가 F급인지 E급인지 어케 알겠음? ㅋㅋㅋㅋㅋ └와 씨발 진짜 쓰레기 새끼 ㅋㅋ -좆같은 능력자 새끼들 진짜 지들 꼴리는 대로 다하네 └응 꼬우면 너도 능력 각성해 ㅋ "와……" 어지럽다, 어지러워. 법을 집행할 공권력이 없는 만큼 능력자가 곧 법이 된 모습이었다. 대충 상황을 살펴보니 현재 생존자들은 대부분이 집안에 박혀서 남아있는 식량으로 버티고 있었고, 거대 생존자 집단들은 특정 건물을 점령하고 각성한 능력자들을 중심으로 규합하고 있었다. 그래서 이런 글들도 심심찮게 보였다. [종각역 옆 A 빌딩 생존자 모임에서 능력자 모십니다.] ——— 현재 특수 능력 E급 1명, F+급 2명, F급 9명, F-급 8명 있습니다. 아마 이 근처 생존자 집단 중에서는 규모도 제일 크고 능력자도 가장 많습니다. 능력 각성하신 분들은 오시면 등급에 따라 특별 대우해 드립니다. (상태창 공유 인증 필수) ——— -나 D급인데 거기 가면 왕 노릇 가능? └병먹금 하겠습니다. └D급 같은 소리 하네, 실제로는 F급만 만나도 오줌 지릴 새끼가 ㅋ -F+급이긴 한데 특수계라 좀비랑은 못 싸워요... 그래도 되나요? └모두에게 도움이 될 수 있는 능력이기만 하면 당연히 됩니다. 여기까지 혼자 오기 힘드시면 길도 뚫어드릴게요. 오픈 채팅방 오실래요? -저 그 빌딩 근처에 사는데 능력자 아니어도 받아주시나요...? └글쓴이 씹새끼 이 댓글만 이 악물고 무시하네 ㅋㅋㅋㅋ 아무래도 각성한 능력자들이 많지는 않은 모양이었다. F+급 능력자도 모시고 갈 만큼 희소하다. 심지어 D급이라고 하면 묻지도 않고 거짓말 취급을 당한다. 이런 상황에서 현재 C+급인 나의 [리얼돌을 사람으로 만드는 힘]이나, B-급인 세레나의 종합 능력치는 궤를 달리하는 수준의 등급이었다. "흠." F급만 돼도 좀비들을 박살 내고 다닌다는 글들을 보고 있으니 자신감이 쑥쑥 솟아난다. "1층에 있는 편의점에 갔다 와볼까……." 결심했다. 밖으로 나가보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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