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7화 17화 - 체념
오늘 나는 처음으로 여자에게 강간을 당할 수도 있다는 걸 깨달았다.
그것도 친구라고 믿었던 여자에게.
내게 저항과 거부 의사 따위는 소용없었다.
그녀는 나를 강간한 다른 남자들처럼 자신의 욕구를 풀기 위해서라면 내 의사 따윈 모조리 짓밟아 무시했고, 나를 사람이 아닌 성욕을 풀기 위한 하나의 도구로 보는 듯했다.
고분고분하게 말을 듣지 않으면 그녀는 내 몸을 이곳저곳 깨물어 잇자국을 남기거나, 목줄을 잡아당겨 숨을 못 쉬게 했으며, 또한 손가락을 이용해 내 음부를 가차 없이 찔러대며 고통스러운 자극을 주었다.
그리고 지금, 지쳐가는 나와 달리, 그녀는 자신의 욕구를 절반도 못 채운 듯 또 내게 끈적하게 달라붙어 온다.
바닥에 힘없이 뻗어있는 다리 한쪽이 내 의지와는 상관없이 바닥에서 떨어진다.
“하아.. 하아.. 뭐 하는 거야..”
이지아의 어깨에 걸쳐지는 왼쪽 다리.
그녀는 어깨에 걸쳐진 내 왼쪽 허벅지에 자신의 팔을 휘감아 붙잡고, 남은 나의 오른쪽 다리에 올라탔다.
“뭐긴..♡ 이렇게 하나가 되는 거야. 하아..♡”
오른쪽 다리에 올라탄 그녀는 깔고 앉은 내 허벅지에 자신의 음부를 비비적거리며 다가왔다.
“흣, 아.. 이.. 이제.. 그만 해.. 아읏..!”
“아아아..♡”
서로의 다리가 가위를 맞댄 것처럼 교차된다.
성기의 삽입은 없었지만, 그녀는 다른 남자들처럼 자신의 음부를 맞대고 허리를 밀어 넣었다.
그곳에서 따뜻하고 끈적거리는 감각이 온몸으로 퍼져간다.
“흐으읏?!”
“하아앙..♡ 우리 수연이.. 젖은 꽃잎이.. 흣, 아.. 다, 닿아서..♡ 오싹해에..♡”
“이.. 이러지.. 마..! 아흣?!”
내 왼쪽 다리를 세게 붙잡아 조금씩 허리를 움직이기 시작하는 이지아.
위험한 자극에 다리가 반사적으로 오므려지려 했지만, 그녀에게 깔리고 붙잡혀버린 나는 움직이지도 못하고 속수무책으로 당할 뿐이었다.
[쯔걱! 쯔걱!]
“시럿..!! 아흣..! 하으으앙..!!!”
“하아.. 하아..♡”
남자에게 억지로 삽입을 당할 때와는 또 다른 자극이었다.
날 정복하기 위해 질 내를 짓뭉개며 폭력적으로 찍어누르는 남자들과는 다르게, 그녀의 행위는 나를 절정 시킬 듯 말듯, 오히려 나를 애타게 만드는 듯한 그런 감각이었다.
그리고 그녀가 허리를 움직일 때마다, 서로의 음순이 찐득하게 달라붙고 떨어지면서 야릇한 소리를 내었다.
“그.. 그만.. 이상.. 해엣..! 아흣..!!”
“응, 아.. 이거..! 너무..! 좋앗..! 하아앙♡”
민감해진 서로의 음부.
흘러나온 애액으로 인해 하반신이 미끈거리는 게 느껴질 정도였다.
질척거리는 게 느껴질 정도로 비벼진 서로의 젖은 음부는 계속된 마찰로 인해 엄청난 열을 발산했다.
그녀의 일방적인 성행위를 벗어나기 위해 버둥거리자, 그녀는 내 손에 깍지를 끼워 움직이지 못하게 구속을 해버렸다.
“아흣?! 이거.. 놔앗..!! 하아앙!!”
“하앙..♡ 아, 흐응..! 가위치기.. 할 때.. 응..♡ 움직이면..! 하아앙♡ 혼낼 거야..♡”
“아흐읏..! 그.. 그만.. 해엣..!!!”
남자들에게 억지로 당할 때와 비슷한 느낌.
그녀의 힘은 내가 감당할 수 있는 수준이 아니었다.
멈추지 않는 성교에 어느새 땀으로 흠뻑 젖은 나와 이지아.
숨을 쉬는 공기마저 뜨거워 머리가 녹아내리는 것 같았다.
“하아.. 하아..♡ 뜨거워..♡”
“읏, 아..! 아흐응..!”
하반신이 흠뻑 젖은 게 느껴질 정도로 서로의 음부에서 애액이 흘러나왔다.
허리를 멈추지 않는 이지아.
그녀의 계속된 성행위에 나는 점차 위험한 느낌이 들기 시작했다.
“흣, 아흐윽..!! 안.. 안되는 흐아아앙..♡”
“우리 수연잇.. 아..♡ 목소리가.. 앗, 하앙..♡ 달콤.. 해졌는 데에?”
“아닛.. 하읏?! 아니.. 야앗..♡”
그녀는 중간중간 절정을 느낀 내가 제발 그만해 달라며 아무리 울고불고 애원해도 절대 멈추지 않았다.
그녀에게 덮쳐진 이후로 쉬는 시간 따위는 없었다.
박시후처럼 엄청난 체력을 자랑하는 그녀는 가장 먼저 내 그곳을 핥고, 빨아대며 오싹한 감각을 느끼게 해 몸을 민감하게 만들었다.
그리고, 여운이 채 가시기도 전에 그녀는 뒤에서 날 끌어안아 자신의 손가락을 내 입속에 집어넣어 입 안을 마구 휘저으며 혀를 괴롭혔고, 다른 손으로는 질 벽을 긁어내며 위아래로 끝없는 자극을 주었다.
그녀의 손에 몇번을 가버린 건지도 모르겠다.
정신이 날아가 버릴 것 같아 더는 느끼기 싫다고 거칠게 그녀를 밀어내면, 더한 괴롭힘이 기다리고 있었다.
그녀를 거부하는 순간, 이지아는 내 몸에 올라타 억지로 입을 맞추어 숨쉬기가 힘들 정도의 진한 키스를 했다.
몇십분이나 멈추지 않고 계속되는 키스는 그녀에 대한 반항심을 꺾는 데 충분했다.
그리고 지금, 계속된 그녀와의 성교로 나는 또 한 번 절정해 버린다.
몸 전체로 퍼져가는 오르가즘.
입에서 달콤한 신음이 흘러나왔다.
“아흐긋..♡ 아으.. 하아아아아♡”
온몸에 퍼지는 오르가즘으로 인해 그녀의 어깨에 걸쳐진 다리 관절이 일자로 쭉 펴진다.
[쯔걱! 쯔걱!]
“흐응..♡ 수연이.. 벌써 갔.. 아, 아흣..♡ 간거야..?”
오르가즘을 느껴버린 몸이 움찔거리는 게 주체가 되지 않았다.
멈추지 않는 그녀의 허리.
그녀는 힘이 쭉 빠져, 뻗어버린 내게 계속해서 음부를 비비며 요분질을 해대었다.
“흣, 아.. 나도.. 이제..! 앗, 하아앙♡”
“으긋, 하아아.. 아아아♡”
금방이라도 기절해 버릴 것 같았다.
나는 사라지지 않는 오르가즘에 가까스로 숨만 쉬고 있었다.
“가.. 가아앗! 아아아아앙♡”
절정을 느낀 듯한 그녀.
흠뻑 젖은 하반신이 더욱 끈적해져 가는 게 느껴졌다.
“하아아아아..♡”
그녀의 어깨에 걸린 다리가 바닥으로 떨어진다.
그대로 날 덮으며 쓰려지는 이지아.
“하아아아..♡ 좋아해 수연아.. 응웁.. 츕..♡”
그녀는 몸이 움직여지지 않는 나에게 또 입을 맞추어 혀를 밀어 넣었다.
하반신뿐 아니라 상반신까지 땀으로 흠뻑 젖은 듯한 느낌.
얼마나 거칠게 몸을 섞은 걸까, 젖은 이불의 감촉이 등과 허리에 느껴진다.
거부해야 하는데 나는 그녀의 끈적거리는 몸을 껴안아, 서로의 뜨거운 체온을 나누면서 입술을 탐했다.
그렇게 한참을 또 그녀와 끝나지 않는 진한 키스를 했다.
헐떡이는 숨소리가 도저히 진정되지 않았고, 체력의 한계를 느낀 나는 감기는 눈을 뜰 수가 없었다.
아무런 감각도 느껴지지 않는 듯한 기분.
잔잔한 수면위에 떠다니는 것 같았다.
그러다 갑작스럽게 느껴지는 뺨의 감촉에 서서히 정신이 돌아온다.
억지로 일으켜지는 듯한 몸의 느낌.
그녀의 목소리에 눈을 떴다.
“수연아~ 수연아앙~ 얼른 일어나아~!”
“읏, 하아.. 아흐으..”
여전히 찌릿한 몸의 감각.
반쯤 풀린 시야에 그녀의 실루엣이 들어왔다.
“아아.. 하읏.. 하아아..♡”
“수연아, 네 남친 왔어.”
통제되지 않는 몸은 그녀에게 안기듯, 힘없이 기대어 쓰러져버린다.
“아이씨.. 야, 이지아.”
“웅?”
“얼마나 해댔길래 애가 이래? 몇대 때리지도 못하겠네.”
“나도 수연이가 중간에 뻗어서 반도 못 했거든? 그리고 수연이 때리지 마. 바보야.”
그의 목소리가 들린다.
잘못했다고, 용서해달라고 빌어야 하는데 뻗어버린 몸에 도무지 힘이 들어가지 않았다.
“하씨.. 그년 딴 데로 치워.”
“너 수연이 때리려고 그러지! 안 돼! 건들지 마!”
“아이씨 미친년아, 뻗어버린 년 치우고 네가 이리 오라고.”
“아.. 그런 거 였어? 말을 하지 정말..♡”
바닥으로 뻗어버리는 몸.
움찔거리던 몸이 조금씩 진정되어 간다.
그들은 내가 누워 있는 이불 바로 옆에서 몸을 섞으며, 짐승처럼 거친 신음을 뱉어냈다.
“아아아♡ 더 세게..!! 하아앙♡”
“큽, 하아..! 적당히..! 적당히 흔들어..! 미친년아..!!”
그들의 거친 신음을 마지막으로, 몰려오는 피로감에 눈을 감았다.
많은 시간이 흐르고, 커튼 사이로 들어오는 햇빛이 내 미간을 찡그리게 해 잠을 깨웠다.
“아.. 읏..”
머리 위로 손을 뻗어 커튼을 살짝 걷어보니, 어느새 해가 중천에 떠 있었다.
찌뿌둥한 몸.
잠을 오래 자서인지, 한계까지 무리해서 그녀와 몸을 섞어서인지 몸 구석구석이 찌뿌둥했다.
고개를 돌려보니 박시후는 없었고, 이지아가 날 껴안은 채 곤히 자고 있었다.
내 가슴에 올려져 있는 그녀의 손을 조심히 걷어내고 몸을 일으켰다.
“하아..”
간신히 숨만 쉴 수 있게 꽉 조여진 목줄.
답답하고 불편했지만 체념했다.
몸과 마음마저 그들에게서 벗어날 수 없다는 걸 깨달아 버렸기 때문이었다.
다시 한번 그 사실을 깨닫고 나니 깊은 한숨이 몰려왔다.
“하아..”
그녀의 손목에 묶여있는 목줄의 끝부분.
이젠 도망칠 생각조차 들지 않았다.
아니, 할 수 없었다.
억지로 손을 뻗어도, 깎일 대로 깎여버린 마음은 그들의 심기를 건들지 말라는 듯 내 손을 멈추게 했다.
손을 내리고 다시 몸을 바닥에 누워 아무 생각 없이 천장을 바라봤다.
그러다 갑자기 몰려온 생리현상.
소변이 급해진 나는 다시 몸을 일으켰다.
“.. 화장실.. 가고 싶어..”
그러나 내 움직임을 제한하는 그녀의 손목에 묶여있는 목줄.
나는 조심히 그녀를 흔들어 깨웠다.
“.. 저기.. 나 화장실..”
미동도 하지 않는 이지아.
왠지 억지로 깨우면 나를 가만둘 것 같지 않은 느낌이 들었다.
차라리 손목에 묶인 줄을 풀어 화장실에 다녀오는 게 좋겠다고 생각해, 그녀의 손목에 있는 매듭을 풀려는 순간이었다.
“아흣?!”
당겨지는 목줄로 인해 몸이 그녀에게 기울어 버린다.
흔들어 깨울 땐 아무 반응도 하지 않던 그녀는 손목에 가해지는 감각엔 귀신같이 반응했다.
“하암.. 수연아, 또 도망가려구?”
“큿, 콜록..! 아, 아니야아..”
“아닌데 왜 목줄에 손을 대는 걸까나..? 응?”
숨이 막혀오는 것 같다.
필사적으로 고개를 저으며 그런 뜻이 아니라는 의사를 전했다.
그제야 느슨해지는 목줄.
나는 터져 나오는 울음을 참아가며 화장실 때문이었다고 말했다.
“아, 화장실 때문이었구나? 미안미안. 가자.”
“하.. 하아아..! 콜록..!!”
화장실에서 볼일을 본 뒤, 곧 박시후가 온다며 그녀와 같이 좁은 화장실에서 샤워를 했다.
그녀는 인형을 다루듯이 내 몸 구석구석 물기를 닦아주고, 드라이기로 머리를 말려주면서 빗질까지 해주었다.
머리를 말린 뒤, 그녀는 내 얼굴에 해본 적도 없는 화장까지 해주었다.
거울에 비친 내 모습을 보자, 정말 다른 사람 같았다.
“아응~ 귀여워라♡ 자 이거도 입어.”
그녀가 건네준 옷을 입었다.
배와 등 뒤의 허리가 훤히 보이는 짧은 루즈핏의 크롭티.
그리고 꽉 끼는 듯한 3부 정도 되는 길이의 데님 청반바지는 내 맨다리를 훤히 드러냈다.
“.. 저기.. 이런 부끄러운 옷 입기 싫어.. 다른 거.. 주면 안 돼..?”
“왜 귀엽기만 한데. 이리 와. 머리 묶자.”
“으으..”
그녀의 사심 가득한 코디를 마치고, 함께 집 밖으로 나왔다.
차 밖에서 우리를 기다리고 있는 박시후가 보인다.
“빨리빨리 안 와?”
잔뜩 화난 그의 목소리.
옆에 있던 이지아가 날 껴안으며 그에게서 보호했다.
“아 왜 또 애한테 심술이야!”
“넌 좀 닥치고 있어. 미친 또라이년아.”
“아으..”
그녀에게 안긴 채 그에게 다가갔다.
“할 말 없냐?”
“아.. 그.. 그게..”
머리 위로 올라가는 그의 손에 반사적으로 말이 튀어나왔다.
“아..! 저, 저기..! 자.. 잘못했어..!!”
박시후의 손찌검이 두려웠던 나는 고개를 숙여 손으로 얼굴을 가렸다.
그가 언제 날 때릴지 모르기 때문이었다.
그러나, 그의 손은 뺨이 아닌 내 머리를 쓰다듬었다.
“하아.. 진짜 마지막이다. 다음부턴 그러지 마라.”
“어.. 아.. 응..”
“타. 밥 먹으러 가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