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4화 14화 - 자퇴의 대가
자퇴를 위해 행정실로 향하는 발걸음이 너무 무거웠다.
그곳에 들어서자, 많은 양의 업무로 분주한 듯한 사람들.
대기표를 받고 의자에 앉아 잠시 기다렸다.
'수연아, 다시 생각해 보면 안 되겠니?'
'차라리 이번 학기까지 다녀보고 휴학을 하는 건 어떠니?'
'힘들게 여기까지 왔는데 이제 와서 포기하는 건 너무 아쉬울 것 같아.'
머릿속에서 사라지지 않는 교수님의 조언.
망설여진다.
교수님 말씀대로 정말 노력해 왔는데 나는 왜 이렇게 되어버린 걸까.
"12번."
"네.."
"이쪽으로 오세요."
내 손에 들린 번호표와 같은 번호를 부르는 소리에 자리에서 일어섰다.
어떤 용무로 왔냐고 묻는 직원에게 자퇴 신청서를 내밀어 보여주었다.
"으음.. 자퇴.. 하시게요? 시험기간인데.."
"아.. 네.. 사정이 있어서요.."
자퇴신청서를 받은 그는 잠시 곤란한 표정을 짓더니, 자리에서 일어나 반대쪽 직원들을 쳐다봤다.
그리고 그는 관련 담당자가 지금 자리를 비워서 언제 올지 모르니, 내일 다시 오면 안되겠냐는 부탁을 했다.
알아서 처리해 주시면 안 되냐고 묻자, 그는 그럴 순 없다며 고개를 저었다.
어쩔 수 없이, 그에게 알겠다고 답한 뒤 행정실을 빠져나왔다.
"오후 강의는 안가도 괜찮겠지.. 자퇴.. 할거니까.."
담당 교수님께 전화를 걸어 이러한 일이 있었다 설명하고, 자퇴 신청서는 내일 제출하겠다 말했다.
그는 깊은 한숨을 내쉬고, 마음이 바뀌면 얼마든지 자퇴 신청서를 찢어버려도 괜찮다고 말해주었다.
짧은 통화가 끝나고 학교를 빠져나와 천천히 걸으며 집으로 향했다.
박시후로부터 온 메시지.
메시지 확인하는 대로 전화를 하라며 욕과 협박이 가득 담긴 메시지였다.
그의 메시지를 애써 무시하고 걸음을 옮겼다.
한참을 걷던 중 가방에서 집요하게 울리는 전화.
스마트폰을 꺼내 확인 해보니 지아에게서 걸려 온 전화였다.
통화버튼을 눌러 그녀의 전화를 받았다.
"응.."
"수연아, 어디야?"
"아.. 나 지금.. 집 가고 있어.."
"정말..? 오후 강의는 어쩌고.."
지아에게도 교수님에게 했던 것과 같은 이야기를 해주었다.
그녀 역시 깊은 한숨을 쉬는 게 느껴졌다.
".. 수연이 너 정말 나빴어.. 갑자기 그러는 게 어딨어 정말.."
"미안.. 정말 미안해.. 나 좀 지쳐서.."
"어떻게 사귄 친군데.. 너무해.. 진짜.. 훌쩍..!"
전화기너머로 그녀가 매우 속상해하는 게 느껴진다.
나는 그녀에게 괜찮다고, 이런 결정을 해서 미안하다고 말하며 그녀를 달래주었다.
"그럼.. 내일이 마지막인 거야?"
"응.. 내일 신청서 제출하러 와야 해.."
"알았어.. 지금은 집 가는 거지..?"
"응.. 내일 보자."
전화가 끊어지자, 급격한 우울감이 몰려왔다.
집으로 가는 내내, 내 입에선 한숨이 끊이질 않았던 것 같다.
그렇게 그녀와 전화를 마치고, 얼마 지나지 않아 박시후로부터 전화가 걸려 왔다.
스마트폰에 비춰지는 그의 번호를 보자, 오싹한 느낌이 들었다.
그가 집에 찾아오면 어떻게 해야 하지 라는 생각이 머릿속을 어지럽힌다.
계속해서 울리는 그의 전화를 애써 무시하고 서둘러 발걸음을 옮겼다.
깁스로 인해 다리가 불편했지만, 그것에 신경 쓸 겨를이 없었다.
그가 집에 찾아오기 전에 짐을 챙겨 도망을 쳐야 했기 때문이었다.
급하게 집에 도착한 나는 가지고 있던 여행 가방에 자퇴 신청서를 넣은 뒤, 옷 몇 벌과 집에 관련된 서류 더미를 챙겼다.
다른 것을 챙길 여유는 없었다.
깁스를 풀고, 불편한 다리로 여행 가방을 끌어 밖으로 나가려는 순간, 자동차 소리가 들렸다.
"아.. 버, 벌써..!"
머리가 새하얗게 물든다.
급해진 마음에, 챙겨 놓은 짐을 모두 떨쳐버리고 밖으로 뛰쳐나갔다.
계단을 올라가자, 다리에서 느껴지는 통증.
이를 악물고 계단을 뛰었던 것 같다.
현관을 뛰쳐나오자, 처음 보는 사람이 차에서 내리고 있었다.
"아.. 아.. 하아아.."
박시후가 아니란 사실에 몸의 긴장이 풀린다.
긴장이 풀린 나는 그 자리에 털썩 주저앉아 버렸다.
안도의 한숨을 내뱉고 다시 집으로 들어가기 위해 몸을 일으켰다.
급한 마음에 닫지도 않은 현관문.
문을 열어둔 채로 신발장 근처에 내팽개친 가방을 잡아당겨 끌었다.
"읏.. 무거.. 워..!"
그 순간, 뒤에서 느껴지는 인기척.
"뭐하냐?"
익숙한 목소리에 등골이 오싹해진다.
"아, 아아..!"
오른쪽 뺨을 타고 입 속으로 들어오는 손가락.
입에 있는 손가락으로 인해 몸이 굳어버린다.
고개를 서서히 돌리자, 가장 만나고 싶지 않았던, 아니 만나선 안 되는 남자가 우두커니 서 있었다.
"아으아.. 저, 저기.. 난..!"
"이야, 여행 가나 보다? 어디가냐? 같이 좀 갈까? 어?"
그에게 밀려 다시 집으로 들어간다.
[쿠웅-!]
닫히는 문소리와 동시에 그에게 잡혔던 몸이 내팽개쳐진다.
"아으윽..!! 시, 시후.. 시후야..!"
처음보는 그의 싸늘한 표정.
그의 표정을 보는 순간, 온몸이 얼어붙어 아무것도 할 수 없었다.
"야. 내가 오전 강의 끝나면 뭐하라 했어."
"저, 전화.. 하라.. 했.."
"아니 됐다. 그건 됐고. 씨발 너 나한테 뭐 잘못했어."
"아, 아으으.. 뭐, 뭐가아.."
"하아.. 진짜 이런 씨발년은 또 처음보네. 모르는 척 한다 이거지?"
[짜악-!]
"아흐읏..!!"
뺨으로 날아드는 그의 따귀.
왼쪽 뺨을 부여잡고 그를 바라봤다.
갑자기 가방을 여는 박시후.
어떻게 안 건지, 그는 가방에 든 내 옷을 파헤치며 무언갈 찾았다.
"자, 잠깐..!"
오싹한 느낌이 들어 그를 말리려 하는 순간, 그의 손에 종이 한 장이 들려 나왔다.
접혀진 종이를 펼쳐보는 박시후.
머리가 새하얗게 물든다.
"자퇴 신청서? 하! 씨발.."
"아, 아아..!!"
성큼성큼 다가오는 박시후.
공포에 질린 나는 뒷걸음질 쳤으나, 그에게 벗어날 수는 없었다.
"야. 이거 뭐냐?"
"그, 그.. 그그.. 그거.. 그건..!"
떨리는 몸이 주체가 되지 않았고, 그로 인해 말조차 똑바로 나오지 않았다.
"아, 아니.. 그.. 그게.. 나, 나나.. 난..!!"
"씨발 뭐라는 거야. 이 꽉 물어."
"아, 아으.. 읏..!!"
[퍼억-!]
뺨에 날아드는 주먹.
따귀와는 차원이 다른 고통이 전해진다.
"아흐으극..!!"
엄청난 고통에 얼굴을 부여잡고 고개를 숙였다.
"고개 들어."
"아흐윽.. 흐으윽..! 미, 미안해..!!"
무릎을 꿇고 그를 올려다보았다.
[찌이익-!]
반으로 갈라지는 자퇴 신청서.
그는 찢은 종이를 다시 포갠 뒤, 한번 더 종이를 찢었다.
"그래, 학교를 그만다니고 싶다 이거지?"
찌푸려지는 그의 미간.
그 모습에 소름이 끼친 나는, 두 손을 모아 싹싹 빌었다.
"자, 잘못했어요..!! 아, 안 그럴게요!!"
"좆 까시고요. 그렇게 원하는 자퇴 시켜줄 테니까 말 바꾸면 죽여버린다. 이 씨발년아."
"아, 아..! 아니에요! 다, 다닐게요!! 하, 학교 다닐게요!!"
그는 손목에 차고 있던 시계를 풀어 옆으로 던졌다.
그 모습에 오싹해진 나는 뒷걸음질 치며 잘못했다고 빌었지만, 그에게 머리채를 붙들린 채 화장실로 끌려갔다.
"아읏..! 자, 잘못했어!! 미안해!! 아, 안 그럴게!!!"
그에게 끌려가면서도, 나는 그의 바짓가랑이를 붙잡고 애원했다.
그러나, 나를 화장실 안으로 끌고 간 그는 그대로 내 머리를 변기에 처박아 버렸다.
"우풉?!! 끄르르륵!!!"
얼굴의 구멍이란 구멍으로 들어오는 변기 물.
아무리 발버둥 쳐도 그의 짓누르는 힘을 밀어낼 수가 없었다.
"버둥거리지 말고 다 처마셔. 이 씨발년아."
괴로웠다.
한 달이 넘게 청소조차 하지 않은 더러운 변기 물이 코와 입을 통해 들어온다.
벗어나기 힘든 그의 결박에 점차 숨이 막혀오는 것 같았다.
"푸하앗?! 웁, 우웨에에엑!!!"
그에게 끌어 올려지자, 바로 올라오는 구역질.
입 안 가득 머금고 있던 물을 뱉어내자, 숨을 고를 틈도 없이 또다시 변기 속에 얼굴이 박힌다.
"하아.. 하아..! 푸웁?!!"
"야, 내가 다 처먹으라 했지. 누가 토하랬어 씨발."
내 머리를 짓누르고 있는 그의 팔을 꼬집듯이 붙잡아도 그는 꿈쩍도 하지 않았다.
계속된 물고문에 금방이라도 정신을 잃을 것 같았다.
차라리 기절을 한다면 조금은 낫지 않을까 라는 생각이 들 정도로 너무 괴로웠다.
숨이 쉬어지지 않는 괴로움에 머릿속이 멍해져 간다.
이렇게 죽는 건가 싶은 생각이 드는 순간, 그가 다시 날 끌어올렸다.
"콜록..! 콜록..!! 하아.. 하아..!"
"야, 넌 내가 우습나 보다? 자퇴하면 나한테서 도망칠 수 있을 줄 알았어?"
"콜록..! 하아.. 자, 잘못했.. 어요.. 아흑?!"
차가운 화장실 바닥에 짓눌리는 얼굴.
그곳엔 내가 배출한 것으로 보이는 소변이 있었다.
"흑, 흐윽.. 죄, 죄송해요.. 다신 안 그럴게요.. 흑.. 흐으으.."
"그러게 주는 사랑이나 고분고분 받아 먹지, 왜 설쳐대?"
"흐으윽..! 자, 잘못했어요.. 제발.. 요, 용서해 주세요.. 아으윽!!!"
바닥에 짓눌려 쓸리는 얼굴.
"아가리 닥쳐라. 진짜 죽여버리기 전에."
"아흐윽!!"
바닥에 늘어진 내 손을 짓밟는 박시후.
엄청난 고통에 몸을 웅크려도 그는 집요하게 내 오른손을 박살 낼 기세로 내려찍었다.
계속된 잔인한 폭력.
그것은 내가 고통에 몸부림치고 비명을 질러도 멈추지 않았다.
끝없는 폭력에 고통스러운 비명조차 지르지 못하게 되자, 그제서야 멈추지 않던 그의 폭력이 멈추었다.
"후우.. 일어서."
"흣, 아흑..!"
"씨발, 빨리 안 일어나?!"
[퍼억-!]
복부에 가해지는 발길질.
엄청난 충격에 배에서 구역질이 올라왔다.
"우븝..! 우웨엑..!!"
엄청난 고통에 일어설 힘조차 없었다.
그러자, 그는 내 머리채를 낚아채고는, 세게 잡아당겨 강제로 일어서게 했다.
"씨발, 야. 똑바로 안 서?"
"죄, 죄송.. 해요.."
왼쪽 눈이 떠지질 않는다.
뜨거운 무언가가 이마에서 볼을 타고 흘러내려 턱에 맺히는 게 느껴졌다.
"차수연, 씨발년아. 똑바로 서라 했다?"
"읏, 하아.."
잡으려해도 잡히지 않는 몸의 균형.
비틀거리는 몸은 그에게 기대듯 쓰러져 버린다.
"콜록.. 하아.. 하아.. 제발.."
"그래 씨발, 원하는 대로 해줄게. 넌 오늘부터 학교도 가지 마."
"아윽?!"
그에게 또 머리채를 붙들린 채 끌려간다.
그에게 끌려 도착한 곳은 내 방.
침대 옆으로 내팽개쳐진다.
"아윽..!!"
등 뒤로 결박당하는 두 손과, 목에 무언가가 채워지는 게 느껴졌다.
"차수연, 오늘부터 개새끼로 살자?"
"아으.. 읏.."
이어서 그는 내가 입고 있던 옷을 모조리 찢어버린 뒤, 밖으로 나가며 어딘가로 전화를 걸었다.
[쿠웅-!]
닫히는 문소리.
방안에 홀로 남겨진 나는, 너무 고통스러워 신음조차 쉽게 뱉지 못했다.
"콜록..! 아흐으.."
반쯤 떠진 시야에 보이는, 목에서 늘어진 줄.
그 줄은 내 목과 침대 다리를 두고 연결되어 있었다.
시간이 흐르고, 그가 다시 집으로 들어오는 소리가 들린다.
한 명이 아닌 듯한 발소리.
고개를 들어보니, 박시후와 그의 친구 이진성이었다.
"아이고, 아주 곤죽을 내놨네."
"그거 줘 봐."
부스럭거리는 소리에, 소리가 나는 쪽으로 얼굴을 돌렸다.
박시후의 손에 들린, 은빛을 띠는 강아지 밥그릇.
그리고 그의 친구의 손에는 개들이 먹는 사료가 있었다.
"수연아.. 왜 그랬어. 응? 시후 진짜 화났잖아."
쪼그려 앉아 내 머리를 쓰다듬는 이진성.
그의 다리에 머리를 가져다대고 빌었다.
"아, 으읏.. 아파아.. 용서해줘.."
"으이구.. 나한테 말 해 봐야 소용 없어."
"야, 그 씨발년이랑 말도 하지 마."
머리맡에 놓이는 개 밥그릇.
그곳엔 개들이 먹는 사료가 가득 채워져 있었다.
"자, 잘못 했어요.."
[퍼억-!]
"아흡?!"
복부에 가해지는 박시후의 발길질.
고통에 몸이 움츠러들었다.
"아으윽.. 콜록..!!"
"개새끼가 어디서 사람 말을 해?"
"무, 무슨 소리야아.. 아흑?!"
"개새끼가 멍, 끼잉 하고 짖어야지 씨발년아. 안 그래?"
"흐윽.. 흐으으..! 제, 제발.. 용서.. 아흐윽!?!"
한참을 잘못했다고, 용서해달라며 빌었다.
그러나, 그는 정말로 내 입에서 멍이라는 소리가 나오기 전까지 발길질을 멈추지 않았고, 억지로 개 사료를 먹이며 나를 괴롭게 했다.
그렇게 한참을 날 괴롭히며 때리던 두 사람은 내가 모든 걸 포기하고, 개처럼 짖는 걸 확인한 후에야 돌아갔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