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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6화 마왕의 숭배자들(2)


어두운 통로는 생각보다 길게 이어져 있었다. 그리 빠른 걸음은 아니었지만, 레인은 한참을 걷고 나서야 통로의 끝에 도달할 수 있었다. 천장에서 희미하게 빛이 새어나오고 있었다. 다행히 통로의 천장은 매우 낮았기에 현재 레인의 키로도 어렵지 않게 닿을 수 있었다. 천장을 밀자 순식간에 밀려오는 햇빛에 레인은 순간적으로 눈을 찡그렸다. '여기는?' 출구의 주위는 정원수들 사이에 교묘하게 가려져 있었다. 통로의 끝은 성의 정원과 이어져 있는 듯했다. '곤란하군.' 당장 나가려 했지만, 생각보다 밖이 매우 소란스러웠다. 많은 사람이 시끄럽게 떠들며 움직이고 있었다. 성에서 테러가 일어났으니 당연하다면 당연한 상황이었다. 한동안은 숨어있을 생각으로 다시 천장을 닫았다. 소란이 수습되려면 적어도 저녁까지는 기다려야 할 듯싶었다. '아무리 그래도 테러라니, 정신이 나간 거지.' 레인은 지금 위에서 일어나는 일에 대해서 별로 걱정하고 있지는 않았다. 그도 그럴게 에스티아 기사들의 무력은 용사 정도는 아닐지라도 한 명 한 명이 수백의 병사와 맞먹을 정도였다. 안됐지만 이번 사건은 악마교 녀석들이 선을 너무 많이 넘어버렸다. "모두 주목!!" 그 소리는 레인이 한숨 눈을 붙이려는 찰나 들려왔다. 처음에는 드디어 에스티아의 군대가 움직이기 시작했다고 생각했지만 이어서 나오는 말에 정신이 번뜩 들었다. "지금 당장 마왕님을 풀어주지 않는다면 너희의 공주는 무사하지 못할 것이다!" 이게 무슨 개소리지 하는 생각에 살짝 천장을 열고 빼꼼 밖을 내다본다. 방금 소리친 녀석은 복면을 쓴 채로 성 곳곳이 잘 내려다보이는 고층의 발코니에 서 있었다. 그리고 놈의 앞에는 단검이 겨눠진 상태로 한 여성이 붙잡혀 있었다. "사, 살려주세요!" '공주님!' 거리는 멀었지만 한눈에 알아볼 수 있었다. 잡혀있는 사람은 에스티아의 공주였다. '대체 어디까지 선을 넘을 셈이냐!' 가슴 깊숙한 곳에서 분노가 치밀었다. 에스티아의 공주 아리아. 그녀는 처음으로 용사가 되었던 시절 연모했던 레인의 첫사랑이었다. 물론 아무것도 모르던 젊은 시절의 일이었긴 했지만 지금 중요한 건 그게 아니었다. '이런 쓰레기 자식들!' 다시한번 자신의 무력감을 통감했다. 지금으로서는 누군가 공주를 구할 때까지 그저 지켜볼 수밖에 없는 레인이었다. 화가 난 것은 레인뿐만이 아니었는지 주위에서 발코니를 향해 외치는 소리가 곳곳에서 들렸다. 분주히 움직이던 직전까지와는 달리 공주님이 잡혀서인지 움직이려 하는 사람은 없는 것 같았다. "무슨 소리를 하는 거냐! 에스티아에 마왕은 없다!" 그중에서도 가장 존재감이 큰 것은 레인도 아는 얼굴인 제1기사단장 레이먼이었다. "거짓말하지 마! 우리는 이미 마왕님이 에스티아에 계시다는 사실을 알고 왔다!" 그러더니 단검을 점점 아리아에게 가까이 가져갔다. "멈춰라! 정녕 목숨이 아깝지 않은 거냐!" "한낮 인간 따위인 내 목숨보다 마왕님이 더 중요한 게 당연하잖아!!" 놈의 단검이 아리아의 가슴께를 갈랐다. 그 모습에 당황한 레인은 순간적으로 튀어 나갈 뻔했다. 저 몸이 어떤 몸인데 감히 해치려고 하다니. 하지만 놈이 노리는 것은 레인의 생각과는 조금 다른 듯했다. "꺄앗! 시, 싫어! 아무도 보면 안 돼!" 아리아가 입고 있던 드레스의 상단이 속옷 채로 찢어지며 탐스러운 한 쌍의 가슴이 모습을 드러냈다. 녀석이 아리아를 거칠게 잡고 움직일 때마다 그에 맞춰 출렁거린다. 한때 자신이 동경했던 사람의 가슴. 레인은 그 충격적인 장면에서 눈을 떼지 못했다. 지금 악마교 녀석이 있는 발코니는 성 전체가 잘 내려다보이는 위치였다. 다시 말해 현재 성 전체에 에스티아 공주님의 가슴이 공개된 것이었다. 테러로 인해 혼란스러웠던 성이 한순간이나마 조용해졌다. 아마 모두가 저 모습을 보고 있을 거라 확신하는 레인이었다. "지금 무슨 짓이냐! 당장 그만두지 않으면 죽여버리겠다!" 역시 이번에도 정적을 깬 것은 레이먼이었다. 그는 매우 화가 난 듯 손에 쥐고 있던 창을 하늘을 향해 던졌다. -쾅! 창은 악마교 녀석이 있는 곳에서 1M도 떨어지지 않은 위치에 날아가 박혔다. "어이, 너 공주까지 죽여버릴 셈이냐? 한 번만 더 이딴 식으로 나오면 이 귀하신 공주님의 신변은 보장해 줄 수가 없겠는데!" 완전히 얕잡아 보는 듯한 말투였다. 레이먼은 극심한 분노에 말도 안 나오는 듯 보였다. "참고로 늦으면 늦을수록 너희 공주님께서는 지금보다 심한 일을 당하게 될 거다!" 그렇게 말하며 한 손으로 아리아의 가슴을 주무르기 시작했다. "으흣!" 녀석의 손이 결국 아리아의 유두에 다다르자 그녀는 얼굴을 붉히며 목소리를 흘렸다. "네놈!" 레이먼은 참지 못하고 소리를 질렀다. 레인도 숨어야 하는 상황만 아니었으면 같은 반응을 보였을지도 모른다. 그만큼 놈의 비웃는 표정은 멀리서 봐도 내면의 분노를 자극했다. "서두르지 않으면 더 심한 짓도 할 수 있다고?" "아흣!" 녀석은 가볍게 아리아의 유두를 튕겼다. "한 나라의 공주가 많은 사람 앞에서 유두를 세우고 느끼고 있는 꼴이라니. 나라 꼴이 참 잘 돌아가는구나!" 나무 사이로 레이먼을 바라보니 이미 이성이 가출한 듯 거품을 물 기세로 몸을 떨고 있었다. 누가 봐도 머리끝까지 화가 난 모습이었다. '하필 건드려도 저런 놈을 건드리다니.' 제1기사단장 레이먼. 비록 용사에 가려져 과소평가되긴 했지만, 그도 탈인간급의 괴물이었다. 까딱하면 저딴 녀석 따위는 건물 채로 날려버릴 수도 있었다. 레이먼은 워낙 유명한 기사라 이름 정도는 들어봤을 텐데. 만약 상대가 누군지 알고도 이러고 있는 거면 진짜 미친놈이 맞다. "...후. 그렇다면 어쩔 수 없지." 레이먼은 분노를 겨우 진정시켰는지 그 자리에 양반다리를 하고 앉았다. 얼굴은 무표정이지만 멀리까지 느껴질 정도로 위험한 분위기를 풍기고 있었다. "거기, 빨리 가서 최고 궁정 마법사를 데려와라." "궁정 마법사라고 하시면?" "마르티나. 그 작자라면 지금 사태에 대해 무언가 알고 있을 거다." "네, 넵! 알겠습니다!" 레이먼이 명령하자 곁에 있던 병사는 매우 빠른 속도로 어디론가 달려갔다. "마왕에 대해서 알고 있을만한 사람을 불렀다! 나는 계속 여기 않아서 네놈을 감시할 작정이니 허튼수작을 부린다면 즉시 올라가서 죽여버리겠다!" 엄청난 위압감이 깃든 외침이었지만. "싫은데? 나는 너희가 마왕님을 풀어주기 전까지 계속 본보기를 보여줄 생각이다!" 놈은 상의가 반으로 찢어진 아리아의 드레스를 잡고 그대로 잡아당겼다. 실크로 된 드레스가 완전히 찢겨나가며 순백색 팬티와 스타킹을 잡아주던 가터벨트가 모습을 드러냈다. "히익!" 가슴을 유린하던 녀석의 손이 목표물을 더 아래쪽으로 바꿨다. 아리아는 부끄러운 듯 고개를 돌리려 했지만 이미 어느 방향에서든 사람들의 올려다보는 시선이 있었다. "그만, 그마하아앙!" 놈의 손은 팬티 위에서 아리아의 보지를 손가락으로 살살 긁고 있었다. 부끄러움 때문인지 쾌감 때문인지는 모르겠지만, 아리아는 조그만 움직임에도 격한 반응을 보였다. "......!!" 결국 레이먼의 무표정이 깨지고 말았다. 숨어있는 레인에게까지 강한 살기가 느껴져 온다. 물론 레인도 그 모습을 보고 화가 안 나는 것은 아니었지만. -꿀꺽. 왜 하필 이런 타이밍에 얼마 전 그리모어랑 동화됐을 때의 기억이 떠오르는지 모르겠다. 도M에 노출증이 되어 수많은 마왕군 앞에서 자위를 했었던 기억. 분명 머리는 그 일을 끔찍했던 일이라고 기억하고 있었다. 하지만 그때의 자신의 상황과 비슷한 아리아를 보고 있으니 왠지 모르게 몸이 아쉬운 듯 근질거렸다. '미친놈아!' 찰싹 소리가 날 정도로 세게 자신의 뺨을 때렸다. 스스로 때리고도 소리가 너무 커서 혹시 들키지 않았는지 주위를 둘러봤지만, 사람들은 모두 공주님에게 정신이 팔려있었다. "하으응~. 제, 제발..흐응, 멈춰주세요!" 놈의 손기술이 좋은 건지 아리아가 느끼기 쉬운 건지는 모르겠지만, 모두가 숨죽이고 있는 조용한 성안에 아리아의 신음이 울려 퍼졌다. 어느새 녀석의 손은 공주의 팬티 안까지 침범하고 있었다. -쿠웅! 소리가 들린 쪽을 바라보니 레이먼의 근처 돌 바닥이 움푹 들어가 있었다. 아마 분노를 삭이기 위해 주먹으로 땅을 내리친 것 같았다. "뭐야 너희 공주님, 벌써 보지가 질척거리는데? 사실 변태인 거 아니야?" 밑에서 화를 내건 말건 복면의 악마교는 점점 행동의 수위를 높여갔다. "이야 이거 명기인데? 지금까지 상대해 본 여자 중에 가장 잘 느끼는 것 같네. 설마 이렇게 많은 사람에게 보여져서 흥분한 거야?" "무슨 말도 안되느흐으으응!" 다시 한번 성대한 신음이 성 전체에 울렸다. "생각해보니까 오히려 너네가 고마워해야 되는 거 아니야? 내가 지금 얼마나 많은 사람들한테 오늘 저녁 딸감을 제공해주고 있는데." 아리아가 레인의 첫사랑이라고 말하긴 했지만 에스티아의 공주를 그렇게 생각하는 건 레인뿐만이 아니었다. 그녀는 성 안의 많은 사람들에게 다가가기 어려운 절벽의 꽃이었고, 동시에 그들의 우상이자 아이돌이었다. 놈의 말마따나 오늘 밤 공주님이 희롱당하는 장면을 회상하며 한 발 빼는 녀석들은 실제로도 많을 것이다. "꺄앗!" 마지막으로 남아있던 새하얀 천 쪼가리마저 단검에 찢겨나갔다. 마침내 아리아의 뽀얀 속살이 전부 드러났다. "그동안 여러분이 망상으로만 봐 왔을 공주님의 알몸을 전격 공개합니다!" 이제는 놈도 이 상황을 즐기고 있는 것 같았다. 곳곳에서 수군대는 소리가 들려온다. 많은 사람의 이목이 쏠려있은 한가운데서 복면남은 바지를 벗었다. '미쳤군!' 알몸의 여자와 자신의 페니스를 꺼낸 남자. 이 뒤는 무슨 일이 일어날지 누구라도 예상 가능했다. "거기서 조금이라도 더 움직이면 진짜로 죽인다!" 당연하게도 가장 먼저 반응한 것은 레이먼이었다. 하지만 상대는 전혀 신경 쓰지 않는 듯했다. "나도 이렇게까지 할 생각은 없었다고! 너희 공주님의 몸이 너무 야한 걸 탓해라!" 그렇게 모두가 강간의 현장을 숨죽이고 지켜보는 순간. "거기까지 해 두시죠." 아리아를 위협하던 악마교 녀석이 의식을 잃고 쓰러졌다. 쓰러진 놈의 뒤로 훤칠한 키의 남성이 서 있었다. 본 적은 있는 얼굴 같은데 이름은 기억이 나지 않는다. 아마 아리아의 호위 기사인 듯 했다. "저 자식은 지금까지 어디서 무엇을 하고 있었기에 이제야 나타나는 거냐!" 새로운 녀석이 등장하자마자 레이먼은 위로 올라갈 생각인지 입구 쪽으로 빠르게 달려갔다. '정말 정신이 없군.' 어찌저지 잘 해결됐다는 생각에 안도하는 레인이었지만. "쟤는 자기가 먼저 불러놓고서는 어디 가는 거냐?" "히익!" 뒤에서는 마르티나가 쪼그리고 않아 정원수들 사이로 레인을 바라보고 있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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