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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7화 용사의 성욕


"하아. 정말 이것도 극한직업이라니깐." 아리아의 수호기사인 시온은 한숨을 내쉬며 발코니의 문을 닫았다. 방 안 침대 위에는 에스티아의 공주가 장난기 가득한 얼굴로 이쪽을 보고 있었다. 참고로 그녀는 아직 실오라기 하나 걸치지 않은 알몸인 상태였다. "너는 도대체가 부끄러움이라는 게 없는 거냐?" 공주에게 하는 말치고는 전혀 존중이 느껴지지 않는 말투였다. "이미 볼 꼴 못 볼 꼴 다 본사인데 부끄러울게 어딨어." "너는 자신이 한 나라의 공주라는 걸 자각할 필요가 있어." "먼저 너부터 나를 공주처럼 대하고 말하지? 누가 보면 공주와 기사가 아니라 그냥 친한 소꿉친구 사인 줄 알겠어." '친한 소꿉친구 맞잖아.' 눈앞에는 수많은 사람이 꿈꿔오던 공주님의 나체가 있었지만 시온은 익숙한 광경인 듯 별로 신경 쓰지 않았다. 어린 시절부터 수도 없이 봐온 탓도 있겠지만, 누구라도 저 변태 공주의 실체를 알게 된다면 그녀를 여자로 보기 힘들 것이다. '고귀한 공주님이 심각한 노출증 변태일 거라고 감히 누가 상상이나 하겠냐고.' "한창 클라이맥스였는데 방해나 하고 말이야." "그대로 뒀으면 너, 그 자식한테 범해졌을 거야." "범해져도 딱히 상관없는데?" 그런 것쯤은 아무 일도 아니라는 듯이 가벼운 말투. 시온은 무신경한 아리아의 대답에 화가 났다. "그게 상관이 없을 리가 없잖아!" 시온은 침대 위의 아리아를 거칠게 밀치며 쓰러뜨렸다. 그리고 그대로 그녀의 위에 올라탔다. "너를 범할 수 있는 건 나밖에 없다고!" 아리아가 뭐라 대답하기도 전에 그녀의 입술을 가져갔다. 진득한 딥키스. 갑작스런 행동에 버둥거리는 아리아의 가슴을 누르며 저항하지 못하도록 고정했다. "츄읍. 쭙." 그녀에게 화가 난 만큼 진하게, 오랫동안 혀를 섞었다. 진성 개변태인 우리의 공주님은 겨우 이 정도로도 하반신을 적셔왔다. 아리아가 충분히 젖은 것을 확인하자 시온도 슬슬 삽입할 준비를 하려 했다. "시온! 안에 있는 거 다 안다! 당장 나와라!" 문밖에서 레이먼의 외침 소리가 들렸다. "아. 진짜 눈치 없네!" 시온은 아쉬운 듯이 아리아의 몸에서 손을 떼고 말했다. "아직 공주님께서 나체 상태인지라 차마 문을 못 열 것 같습니다!" "나는 지금 매우 화난 상태다. 당장 문을 열지 않으면 시온 너를 죽여버릴 수도 있어." "그럼 당장 열어 드려야지요." 시온은 농담도 안 통하는 재미없는 꼰대 자식이라 생각하며 문을 열었다. 잠금이 풀리는 순간 레이먼은 문을 박차고 들어와 시온을 벽으로 몰아붙였다. "워, 워. 대체 왜 이러십니까." "그걸 몰라서 묻는 거냐! 호위 기사란 놈이 공주가 인질로 잡혀있는데 한참이나 늦게 나타나!" "맞아 맞아. 시온 너무 나빴어." 레이먼의 호통에 아리아도 거들기 시작했다. 레이먼에게 혼나는 거야 괜찮았지만, 저 공주 녀석까지 그렇게 말하는 건 용납이 안 됐다. 애초에 아리아가 방해하면 섹스 금지라는 말만 안 했어도 악마교의 떨거지 따위는 진작에 처리했을 것이다. '내가 뭐 때문에 칼에 찔리는 척까지 해가면서 연기했는데!' 하지만 여기에서는 사실대로 말할 수는 없었다. 아리아도 그걸 알고 저렇게 말하고 있는거다. "최근 훈련을 게을리했더니 까딱 방심해 버린 것 같습니다!" 되도 않는 뻔뻔한 변명이지만 여기에서는 그대로 밀어붙이는 수밖에 없었다. '아리아 너는 오늘 못 한 것까지 쳐서 반드시 몇 배로 범해줄 테니까!' 그런 다짐을 하며 눈을 질끈 감고 레이먼의 잔소리를 대비하는 시온이었다. --- "어떻게.. 찾은 거지?" 현재 레인은 무성하게 자라난 정원수들 사이의 비밀통로에서 머리만 살짝 내민 상태였다. 보통이라면 절대 들키지 않을만한 장소였다. "팔찌에 위치추적 기능이 있다고는 생각 못 했나 봐?" 마르티나는 무슨 당연한 소리를 하냐는 투로 말했다. 확실히 그동안 당했던 경험상으로 충분히 있을만한 이야기였다. "아쉽게도 마력차단 기능을 넣는 것만으로도 빡세서 그 팔찌에는 넣지 못했지만." "뭐라고?" 한마디로 위치 추적 능력 없이 레인을 찾아왔다는 소리였다. 그렇다면 자신이 들킨 것이 더더욱 이해가 가지 않았다. "마족들은 다 너같이 바보인 건가?" 진심으로 레인을 한심하다고 생각하는 눈빛이었다. "지금 네년이 숨어있는 곳이 내 방이랑 이어지는 통로라는 건 알고 있는 거지?" "..." 갑자기 부끄러움이 밀려온다. 쥐구멍에라도 들어가 숨고 싶었다. 자연스럽게 다시 통로 안으로 들어가려던 레인은 곧바로 마르티나에게 머리채를 잡혔다. "하인 주제에 약속을 어겠으니 벌을 받아야겠지?" "이, 이건 악마교가 습격해 와서 어쩔 수가 없었다!" "그건 내 알 바 아니고." 마르티나는 레인의 입속에 알사탕 크기의 무언가를 쑤셔 넣었다. 삼키면 안 된다는 것을 본능적으로 알고 있는 레인이었지만 언제까지고 저항할 수는 없었다. -꿀꺽 결국 삼켜버리고 말았다. 이번에는 또 어떤 식으로 고통받을지 감도 안 잡힌다. 그래도 평소 당한 것을 토대로 추측해보자면. "미약이냐?" "비슷하지만 좀 다르게 만들어봤어." 마르티나는 레인을 그대로 땅에서 꺼내어 들쳐멨다. "예전에 연구하다 실패한 작품인데 최근에 네 덕분에 영감을 받아서 조금 조정해 봤지." 그러곤 뭐가 그렇게 웃긴지 얼굴에 미소를 지었다. "벌이긴 한데 오히려 좋아할지도 모르겠네." --- "흥, 아응." 방의 크기가 작아서인지 조그만 신음에도 레인의 야한 목소리가 적나라하게 울렸다. "으흥, 부족해. 조금만 더!" 레인은 책상의 모서리에 보지를 비비고 있으면서도 허전한 느낌에 가슴을 주무르며 유두를 세우고 느끼고 있었다. "아, 흐응! 간다!" 순식간에 나무로 만든 테이블이 축축해졌다. 그럼에도 레인은 멈추지 않고 허리를 흔들었다. 마르티나에게 이 방에 감금된 이후로 레인은 계속 이 상태였다. 한시간 이상 자위를 반복하고 있는 레인이었지만 발정이 났을 때처럼 몸이 달아오른다거나 하진 않았다. 몸의 상태는 어느 때보다 멀쩡했다. 다만 문제가 있다면 정신 쪽이었다. '하으.. 기분.... 좋다" 마르티나의 말을 빌려보자면 아까 레인이 먹었던 약은 일시적으로 '성욕'을 증가시켜 주는 약이라고 했다. 그것도 아주 많이. -내가 생각했던 것보다 상태가 심각한데? 효과를 조금 더 조정하고 올 테니까 얌전히 기다리고 있어. 본인도 약의 성능을 확인하고 레인을 버리고 도망갔을 정도니 말 다했지. 지금은 '일시적'이라는 약의 효과에 희망을 걸어보는 수밖에 없었다. "히양!" 어차피 지금은 딱히 계획을 세울 수 있는 상황도 아니었다. 머릿속이 야한 생각으로 가득 차서 구체적인 생각을 할만한 뇌 용량이 남아있지 않았다. [너는 대체 뭘 하고 다니길래 연락할 때마다 상태가 그 모양이냐.] "하으..?" 그래서인지 지그가 다시 연락한 것도 한동안 눈치채지 못했다. "도와... 줘..응." [밤새도록 고생해서 겨우 통신을 다시 연결해 놨더니 처음 한다는 말이 그거냐?] 저쪽도 그동안 깨나 고생한 모양인 것 같지만 지금 레인은 그 정도까지 신경 써줄 여력이 안 되었다. 이번에는 딱히 누가 강제로 괴롭히는 것도 아니니까 그냥 스스로 자위를 하는 행동만 멈추면 된다고 할 수도 있다. 하지만 99% 야한 생각으로 이루어진 머리가 '멈춘다'라는 판단을 할 수 있을 리 만무했다. 마치 자위라는 행위를 처음 알게 된 원숭이처럼 끝도 없이 본능적으로 쾌락을 탐할 뿐이었다. 이대로라면 탈진할 때까지 자위를 계속하다 죽어버릴지도 몰랐다. 레인쪽에서 반응이 없자 지그가 한숨을 쉬는 소리가 들렸다. [정확히 어떤 상황인지는 모르겠지만, 쾌감이 너무 강해서 문제인 거지?] 레인은 여전히 대답이 없었다. [도와달라고 하니까 도와주긴 할 텐데 나중에 어떻게 돼도 난 모른다?] 평소의 레인이었다면 상당한 불안감을 느꼈을 말이었다. [아무튼, 중요한 건 이게 아니지. 뭔가가 마력의 연결을 방해하고 있어서 통신을 오래 유지할 수 없으니까 용건만 말할게. 지금 마왕님 쪽에 문제가 생겨서 도착이 예정보다 늦을...] 연결이 끊겼는지 더 이상 지그의 목소리는 들리지 않았다. 그리고 저쪽에서 무슨 조치를 해주었는지 목에서 일전과 똑같이 전류가 흘렀다. "으응? 이거 뭔가..." 효과는 즉시 나타났다. 보지를 괴롭히던 레인의 손이 수십 분 만에 드디어 멈췄다. "어째서!" 애액이 흥건한 질 안으로 다시 한 번 중지와 약지를 찔러넣었다. 손가락은 곧바로 레인이 평소 가장 느끼는 위치까지 진입했지만. "아무것도 느껴지지 않아.." 이후로도 손가락은 왕복 운동을 수차례 반복했다. 하지만 아무런 쾌감이 느껴지지 않았다. "..." 평소라면 여기서 그만두었을지도 모른다. 평소라면. 쾌감이 느껴지지 않자 레인은 손을 멈추는 것을 택하는 대신 더 빨리 움직이는 쪽을 택했다. 느껴지지 않는다면 느껴질 때까지 하면 된다는 생각이었다. 찔걱대며 미친 듯이 손을 움직였다. 직전까지보다 거친 동작이었다. 왜! 대체 왜! 레인의 표정은 거의 울기 직전의 것이 되어 있었다. 당장이라도 더 많은 쾌감을 느끼고 싶은데 돌아오는 쾌감은 하나도 없었다. 어떤 의미로는 충분히 절망적인 상황이라고 말할 수 있었다. 그렇게 얼마나 시간이 지났을까. 레인은 바닥에 쓰러져 초점이 없는 눈으로 가랑이 사이에서 손가락만을 움직이고 있었다. 계속 반복하다 보면 언젠가는 느껴지겠지. 누가 지금 레인을 본다면 마약에 중독된 폐인이라고 생각할지도 모른다. 레인은 그 정도로 심각해 보이는 상태였다. "으아..." 아무래도 지그의 이번 조치 또한 레인에게는 딱히 도움이 되진 않은 것 같았다. --- "...도착이 예정보다 늦을 거야. 랄까, 이미 통신이 끝겼나." 지그는 통신용 수정구를 다시 탁자 위에 올려두었다. 마왕님 쪽에 문제가 생겨 알려주려고 연락했건만 어째 저쪽도 심각한 상황인 것 같았다. "시간이 없어서 설명을 제대로 못 했는데 괜찮으려나." 평소 레인을 괴롭히기 좋아하는 지그였지만 이번만큼은 걱정스러운 얼굴을 하고 있었다. 방금 설정해준 초커의 옵션은 '쾌감 차단'으로 이름 그대로 한동안 쾌감을 느끼지 못하게 해 주는 기능이었다. 다만 부작용으로 쾌감이 차단된 동안 느끼지 못했던 쾌감을 효과가 끝나는 순간 한 번에 몰아서 받게 된다. "미약이나 발정 때문에 달아오른 몸도 지속시간 동안은 진정될 테니 별로 문제는 없을 거라고 생각한다만." 설마 쾌감이 느껴지지도 않는데 야한 짓을 계속하기야 하겠어. 당하는 입장이라면 위험할지도 모르지만 아까 잠깐 살펴본 바로는 용사는 현재 혼자 있는 것 같았다. 지그는 자신의 걱정이 단순한 기우라고 생각하고는 마왕님과 통신이 연결된 수정구로 시선을 옮겼다. "무엇보다 지금은 이쪽이 더 심각하단 말이지." 수정 위로는 마왕님과 여자 용사가 서로 몸을 섞고 있는 모습이 떠올라 있었다. 대체 어쩌다 이런 상황이 된 건지 머리가 아파오는 지그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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