8화 아마도 촉수물?(2)
"하아. 하아. 내가 마왕님을 범한다니, 이거 꿈 아니지?"
아라우네는 이미 제정신이 아닌 것 같았다.
저 뽀삐라는 괴물도 그녀와 같은 기분인지 커다란 입에서 침을 쏟아내고 있었다.
레인의 다리 아래에는 남자의 그것과 닮아있는 커다란 촉수가 있었다.
살아있는 생물처럼 꿈틀거리고 있는 녀석은 거대한 지렁이를 닮아 징그러웠다.
원래 비위가 좋았던 레인이었지만 그것을 보고 있자니 형용할 수 없는 혐오감이 들었다.
"이제 슬슬 시작해 볼까."
솔직히 말해서 레인의 신체는 이미 한계였다.
디아의 명령 때문에 기절할 수도 없는 상황에서 저런 게 몸 안으로 들어온다면 분명 정신이 붕괴할 것이다.
'그리모어 아직도 준비 안 됐어? 뭐라도 빨리해 봐!'
지푸라기라도 잡는 심정으로 머릿속으로 그리모어를 불렀다.
녀석은 지금까지 뭘 하고 있었는지 이제서야 반응을 보였다.
[혹시 나한테도 불똥이 튈까 봐 너랑 연결을 최대한 끊고 있었지. 그러니까 귀찮게 자꾸 부르지 말라고.]
'이 쓸모없는 자식아! 이럴 때라도 도움이 돼 보라고!'
[아직은 나의 힘이 온전히 돌아오지 않아서 말이지. 다음을 기약해 보자.]
'다음은 무슨 여기서 끝나게 생겼는데! 그리고 너 같은 도M이 성고문을 힘들어하는 게 말이 되냐?'
[에? 그냥 고문이 아니라 성고문이었어 진작에 말을 하지.]
'무슨 방법이 있는 건가?'
[방법은 됐고 빨리 흥분이나 해봐. 치사하게 혼자서만 즐기고 있었냐.]
그럼 그렇지.
이 쓰레기 자식은 이런 녀석이었다.
'어림도 없지. 어떻게 해서든 참아내고 말 거다.'
[랄까, 나는 정신적 흥분만이 아니라 원한다면 신체적 흥분으로도 숙주랑 동화할 수 있어서 말이지.]
갑자기 몸이 갑갑해지는 느낌.
이미 그리모어와 동화가 진행되는 것 같았다.
레인이 다시는 겪고 싶지 않다고 생각한 느낌이었다.
그리모어의 변태 취향 따위는 절대 공감하고 싶지 않았다.
"크윽!"
레인의 의지와는 반대로 신체는 점점 커졌다.
풍만한 가슴. 살집이 많은 엉덩이.
줄기에 잡혀있는 상태의 팔과 다리가 커지는 바람에 상당히 고통스러웠다.
하지만 그 고통도 이내 점점 기분 좋음으로 바뀌어갔다.
"엥? 커졌어!"
"네놈!"
확실히 작은 몸보다 큰 몸이 커다란 촉수를 받아들이기 쉬울 것이다.
'그리고 이왕이면 벌을 받아도 기분 좋게 받는 것이 좋지 않을까?'
돌이킬 수 없는 상황에 레인은 자기 합리화를 하며 행복회로를 돌리고 있었다.
디아와 아라우네가 놀라며 쳐다보는 것조차 흥분이 되기 시작했다.
"내 몸에 무슨 짓을 한 거냐!"
"보면 모르겠어? 너의 빈약한 신체를 개조해 준 것뿐이야."
이미 그리모어와 정신 동화를 마쳤는지 말투도 완전히 바뀌어 있었다.
마치 자신이, 자신이 아닌 듯한 느낌이었다.
조금 전까지 무서웠던 촉수 딜도가 지금은 언제 안으로 들어올지 기대가 되었다.
"그래서 빨리 안 넣을 거야? 넣지 않는다는 선택지는 없다며."
"그, 그렇긴 한데..."
완전히 바뀐 레인의 상태에 아라우네는 당황한 것처럼 보였다.
"마왕님? 더 이상은 이렇게 괴롭혀도 벌이 되지 않을 것 같은데요?"
"확실히 이건 다른 방법이 필요할지도 모르겠네."
당황하는 녀석들의 모습을 보니 생각보다 일이 잘 풀려가고 있는 걸지도 몰랐다.
다만 변태가 된 지금으로서는 촉수를 박아주지 않는 쪽이 더 아쉬울 것 같았다.
"뭐야. 그럼 이대로 끝인 거야? 너무 싱거운데."
"걱정하지 마. 벌은 확실하게 줄 생각이니까."
디아는 기분 나쁜 미소를 지었다.
그 미소는 발정하라는 명령을 했을 때와 같은 것이었다.
하지만 지금의 레인은 성적으로 어떤 명령을 하더라도 받아들일 준비가 되어 있었다.
오히려 강도가 강하면 강할수록 환영이었다.
"아라우네 용사가 이상하게 변한 건 신경 쓰지 말고 촉수를 삽입하면 된다. 그리고 용사. 너는 지금부터 가버리지 마라. 명령이다."
"어? 잠깐..!"
디아의 명령은 레인의 예상에서 훨씬 벗어나 있었다.
디아는 상상 이상으로 질이 나쁜 녀석이었다.
"그럼 넣겠습니다!"
"하흐읏!"
커진 신체 덕에 거대 촉수는 한 번의 삽입만으로 질의 끝까지 도달했다.
자궁 입구를 꾸욱 꾸욱 누르고 있는 촉수의 표면에 나 있는 돌기들은 계속해서 질벽을 자극했다.
한계까지 민감해진 신체 탓에 이미 이것만으로도 몇 번은 가버릴 수 있을 정도의 쾌감이 쌓였다.
그러나 레인의 보지에 쌓인 쾌감은 분출되지 못한 채 그대로 축적되어만 갔다.
"흐으으윽.."
피스톤질은 물론이고 계속해서 회전하며 그곳을 자극하는 촉수는 최상급의 딜도 그 자체였다.
매우 격렬하게 움직이는 촉수는 원래의 정신이었으면 절대 버티지 못했을 것이다.
"용사도 원하는 것 같기에 원래 예정보다 강도를 올려봤는데 어때?"
"앗, 하앙!"
한번 박힐 때마다 새어 나오는 신음에 대답조차 할 수 없었다.
애초에 지금의 레인에게는 아무런 소리도 들리지 않았다.
그저 한 가지 생각만이 머릿속을 가득 채우고 있었다.
'가고 싶어! 가고 싶어! 가고 싶어! 가고 싶어!'
원래라면 수십 번은 가버렸을 쾌감의 양이었다.
분명 기분이 좋은 건 맞지만, 그 기분 좋음을 표출할 수단이 없으니 지옥이나 다름없었다.
비유해 보자면 싸지 못하는 몸으로 계속 먹어대는 느낌이랄까.
"그.. 응흣! 그마안!"
다년간 쌓아온 경험 덕에 웬만한 고통은 눈 하나 깜짝하지 않고 참아낼 수 있는 레인이었다.
그런 레인이 눈을 까뒤집은 채 고통의 교성을 내지르며 숨을 헐떡이고 있었다.
"마왕님이 이런 표정도 지을 수 있다니, 그것도 내가 그렇게 만들었다니!"
"오늘의 일을 발설한다면 죽여버리겠다 아라우네."
"당연한 소리를! 이런 망가진 마왕님은 저만 알고 있을 거에요!"
녀석들이 쓸데없는 수다를 떠는 와중에도 촉수는 멈출 생각이 없었다.
오히려 유두를 만지고 있던 줄기가 내려와 클리토리스까지 뻗쳐오고 있었다.
"!!!"
유두. 클리. G스팟 할 거 없이 레인의 몸의 민감한 부위가 동시에 공격을 받았다.
이대로 레인은 밀려오는 쾌감의 파도에 잠겨 익사해 버릴 것만 같았다.
가버릴 수만 있다면.
적어도 몸 안을 가득 채운 흥분을 분출하고 싶었다.
"마왕님 이거 계속해도 되는 거 맞아요? 잘못 하다간 망가질 것 같은데요."
"걱정하지 마라. 저건 저래 봬도 인류의 용사다. 겨우 이 정도로 망가지진 않겠지."
하지만 디아는 모르고 있었다.
레인은 지금까지 여자와의 섹스는커녕 혼자서 해 본 자위 몇 번이 성 경험의 전부였다.
그런데 여자가 되어 한 번도 경험해 보지 못한 미지의 쾌감을 뇌에 때려 박아지고 있는 것이다.
만약 지금 가버리는 것이 가능했다면 레인은 남자로서 가버린 횟수보다 여자로서 가버린 횟수가 더 많았을 것이다.
"흐으으..ㅇ"
현재 레인의 상태는 멈추지 않고 바람을 불어넣는 고무풍선과 같았다.
이대로라면 언제 터져버릴지 장담할 수 없었다.
"이 정도면 충분한 것 같네. 이제 그만해도 된다."
"벌써요? 그래도 마왕님이 그만하라고 하신다면야."
앞으로 한참을 버텨야 할 것이라고 예상했지만, 고문은 생각보다 일찍 끝났다.
한순간 쾌감의 지옥에서 벗어날 수 있다는 희망을 품은 레인이었지만 얼핏 보인 디아의 얼굴은 아직 끝이 아님을 말해주고 있었다.
빵빵하게 바람이 가득 차 있는 풍선에 바늘을 들고 다가가는 것 같은 개구쟁이의 표정.
레인은 직감적으로 알았다.
아직 끝나지 않았다.
"너한테 듣고 싶은 이야기는 많지만, 일단은 피날레를 장식해 볼까."
디아는 뾰족한 바늘의 끝을 풍선에 가져대 대었다.
"지금까지 못 가버린 것까지 합쳐서 성대하게 가버려도 돼. 명령이다."
펑!
온 몸을 가득 채우고 있었던 쾌감이 한순간에 밖으로 배출되는 감각.
그것은 말로 표현하는 것이 불가능한 감각이었다.
남자의 사정 보다 수십 배는 좋은 여자의 절정이 수십 회 이상 모였다.
곱 연산으로 적용된 쾌감은 레인의 몸에서 탈출할 구멍을 찾아 미친 듯이 날뛰고 있었다.
그리고 이내 모든 쾌감은 몸의 한 곳에 집중되었다.
"아핫! 핳하하윽!! 응, 으흥응!!"
화려한 분수 쇼를 보는 듯 성대하게 조수가 뿜어져 나왔다.
그와 동시에 갇혀있던 쾌감들이 분출되기 시작했다.
원래라면 여자의 절정이라는 것은 영 점 몇 초에 불과한 찰나의 시간이다.
하지만 그 찰나와 찰나가 모여 레인은 멈추지 않는 절정을 경험하고 있었다.
"헤으으응! 그마아안!!"
이미 과부하 된 뇌가 몇 번이고 방전되려 했지만 디아의 명령이 그것을 저지했다.
1회. 17회. 39회.
"아흑..!"
그리고 60회쯤 절정했을 때 머리에서 무언가 끊어지는 소리가 들리며 정신이 아득해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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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마왕님. 저거 망가진 것 같은데요?"
"그런 것 같네."
레인에게 화가 많이 나 있는 디아였지만 그가 정신을 잃은 것을 보니 살짝 걱정되었다.
명령으로 정신을 잃지 못하게 했음에도 쓰러졌다는 것은 한계 이상으로 무리했다는 뜻이었다.
"저게 이 정도로 힘들 일이야?"
디아는 원래 신체였던 시절 마왕이라는 입지 탓에 아직 섹스의 경험조차 없었다.
그저 책으로 익힌 성 지식을 가지고 혼자서 자위하는 정도가 고작이었다.
그런 디아였기에 레인에게 했던 행동은 자신이 당해보고 싶었던 일이기도 했다.
레인을 이용해 대리만족을 이루고 있는 격이었다.
"힘들긴요. 아직 저희 애들이 진심에 반도 안 냈는데요."
"그럼 저 용사가 생각보다 약했던 건가."
물론 아니었다.
평범한 인간이었다면 쇼크로 죽을 수도 있을 정도의 쾌감이었다.
레인은 보통 사람보다 정신력이 강한 용사였기에 그나마 버텼다고 할 수 있다.
"그래서 이게 어떻게 된 일이에요?"
"멋대로 도망친 용사를 잡으러 온 것뿐이다."
그리고 자신의 몸이 어떻게 커졌는지 알아보러 온 것이기도 했다.
아라우네와 대화하는 사이 의식을 잃은 레인의 몸이 다시 작아졌다.
"어라? 다시 귀여운 마왕님으로 돌아왔네. 아까 커졌던 것도 마왕님이 그러신 거에요?"
"아니, 저건 용사 녀석이 수작을 부린 거야. 그런데 어떻게 한 건지 모르겠단 말이지."
신체가 성장한 것도 성장한 거지만 어떻게 명령을 무시하고 침실에서 나왔는지도 의문이었다.
'설마 그리모어와... 아니, 아니야. 그래도 저건 인류의 용사. 정신머리가 박혀있다면 그런 변태 년이랑 계약하는 미친 짓은 하지 않았겠지.
한참을 생각해 봐도 답은 나오지 않았다.
그렇다면 전문가에게 맡길 수밖에 없었다.
"지그에게 부탁하는 수밖에 없나."
"예, 지그요? 제가 잘못 들은 거 아니죠?"
아라우네가 이렇게 반응하는 것도 이해가 갔다.
지그는 마왕성의 마법사 겸 과학자로서 마족 최고의 괴짜라는 평가를 받고 있었다.
"말은 많아도 실력 하나만큼은 믿을 만하니까."
"아무리 그래도 살아있는 생물을 지그한테 보낸다니... 차라리 죽이는 게 덜 불쌍할 것 같은데요."
"내가 아니라 용사를 보내는 건데 뭐 어때."
'와. 내 상관은 진짜 악마인가.'
비록 자기도 심한 짓을 하긴 했지만 아라우네는 레인을 동정했다.
아마 제정신을 유지하면 기적일 거라고 그녀는 생각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