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7화 아마도 촉수물?


도망. 누군가를 피하거나 쫓기어 달아난다는 뜻이다. 지금까지 계속 포식자로 살아온 레인에게 있어서는 가장 거리가 먼 단어였다. 당연히 포식자로서의 입지를 잃은 지금의 레인에게는 해당하지 않는 이야기. "쓰읍. 내가 마왕님의 몸을 마음대로 할 수 있다니 정말 오래 살고 볼 일이라니까." 침을 흘리며 입맛을 다시고 있는 아라우네의 모습에 형용할 수 없는 공포가 느껴졌다. 계속 이곳에 있으면 여러 가지 의미로 먹힐 것 같다는 느낌이 들었다. 레인은 자세를 고쳐잡고 달릴 준비를 했다. [어차피 도망쳐도 10초 안에 잡힐 텐데 추하게 잡힐 바에는 당당하게 먹히는 게 좋지 않을까?] '넌 좀 닥치고 있어!' 말을 그렇게 했지만 분하게도 그리모어의 말이 맞는다는 것을 레인도 알고 있었다. 아까까지는 경황이 없어서 몰라봤지만, 주변의 식물 하나하나가 마력을 머금고 있다. 도망친다면 분명 저 식물들에게 잡히거나 무사히 빠져나간다 해도 디아의 명령이 발목을 잡을 것이다. "겁먹은 마왕님 너무 귀엽잖아! 괜찮아. 괜찮아. 이 언니가 상냥하게 해줄 테니까." 상냥한 벌이 이 세상에 어디 있냐고 물어보고 싶다. 음흉하게 움직이고 있는 아라우네의 손은 언행 불일치의 정석을 보여주고 있었다. '야. 너 디아한테 복수하고 싶다며! 이때를 위해 준비해 둔 방법 같은 거 없어? 비장의 기술이라든지.' [없는 건 아닌데 준비하는 데 시간이 오래 걸려서...] '뭐든 좋으니 빨리 뭐라도 해 봐!' 하지만 더 이상 그리모어는 아무런 반응이 없었다. 그리모어가 무언가의 준비를 하고 있는 것이라면 좋겠지만 그렇게 낙관적으로만 생각하기엔 이미 너무 늦어버렸다. "히익!" 무언가가 등을 훑고 지나간 느낌에 뒤를 돌아보자 여러 개의 초록색 풀줄기들이 지렁이처럼 꾸물거리고 있었다. 마치 살아있는 생물 같은 모습에 생리적인 혐오 감이 들었다. "숙녀를 기다리게 하는 건 예의가 아니지. 빨리빨리 시작해 보자고." 완전히 여자애 취급을 하고 있었다. 계속 이렇게 가스라이팅을 당하다 보면 남성성이 희미해질 것 같아서 괜스레 불안해졌다. "굳이 벌을 주는 데 도입부가 길 필요는 없으니까." 아라우네가 손짓하자 얇은 줄기들이 자기들끼리 꼬이며 굵은 줄기가 만들어졌다. 이윽고 그 줄기들은 레인의 팔과 다리를 구속했다. '생각보다 약하다?' 단단히 감겨온 줄기는 마력을 머금어 얼핏 보면 튼튼해 보였지만 지금 레인은 마왕의 신체였다. 평범한 인간에 비해 강한 근력과 마력을 가진 마족의 신체는 마음만 먹으면 구속을 손쉽게 탈출할 수 있을 것 같았다. "당연한 얘기다만 반항하지 마라 '명령'이다." 물론 어림도 없는 생각이었다. 역시 앞으로의 계획을 위해서라도 저 '명령'은 어떻게든 대책을 세울 필요가 있어 보였다. "히약!" 딴 생각을 하는 것도 잠시, 실오라기 하나 걸치지 않은 레인의 알몸에 아직 합쳐지지 않은, 가는 풀줄기들이 다이렉트로 공격해왔다. 줄기들은 처음으로 양쪽의 유두를 둥그랗게 감쌌다. 까끌거리는 촉감에 레인의 유두는 바로 반응하여 빳빳하게 섰다. 줄기는 거기서 멈추지 않고 조그만 가슴 주위를 둘러싸 압박해왔다. 손으로 만져지는 것과는 다른 섬세한 감각에 신체가 오히려 더욱 민감하게 반응했다. 무엇보다 팔이 구속되어 최소한의 저항도 없이 모든 자극을 받아내는 게 생각보다 고통스러웠다. 그리고 둘밖에 없는 손과 달리 그 수에 제한이 없는 줄기들은 가슴과 그 주위를 부드럽게 간지럽혔다. "아라우네. 아까도 말했듯이 이건 벌이다. 이렇게 약하게 해서야 교육이 되지 않아." "예이~ 아직 시작도 안 했으니까 걱정하지 마시라구요." 왠지 디아는 매우 화가 난 것처럼 보였다. 레인이 멋대로 행동한 것이 잘못이긴 했지만, 그것 이상의 무언가가 있는 느낌이었다. "자, 이제 슬슬 시작해 볼까?" 그렇다면 지금까지는 시작도 하지 않았던 건가. 아무리 마음을 굳게 먹는다고 해도 상상 이상의 공격이 올 것 같았기에 레인은 생각하는 것을 포기했다. 아라우네는 주머니에서 무언가의 액체가 든 병을 꺼내더니 그대로 레인의 배에 부어버렸다. "크윽!" 배를타고 차가운 액체가 흘러내리는 감각은 썩 유쾌한 느낌이 아니었다. 점성이 강한 무채색의 액체가 레인의 몸에 닿을수록 이상한 기분이 들었다. "이건 설마 미약이냐?" "그런 흔해빠진 상품이랑은 비교하지 말아 줄래? 이건 내가 직접 키운 아이들에게서 추출한 액체야. 미약은 아니지만 대신 몸에 바르면 신체의 감도를 올려주지." 확실히 가슴의 감각이 조금 더 민감해진 것 같긴 했지만 제대로 체감이 될 정도는 아니었다. 혹시 고위 마족인 마왕의 신체에는 효과가 없는 게 아닐까 생각했지만, 다음 순간 레인은 정신을 잃을 뻔했다. "으...아..?" 가슴을 만지고 있는 줄기들이 마치 뇌를 직접 주무르고 있는 듯했다. 과부하된 뇌가 쾌감을 처리하지 못해 입에서는 얼빠진 소리가 새어나왔다. 온몸에 힘이 빠졌지만, 단단히 고정된 줄기들 덕에 주저앉는 것은 면할 수 있었다. 유두와 가슴을 자극하고 있는 줄기들뿐만 아니라 그 주변을 만지는 줄기 하나하나가 성감을 자극하고 있었다. 하지만 문제는 거기서 끝이 아니었다. "참고로 이 녀석은 평범한 약들에 비해 효과가 수십 배 이상은 되는 아이라서. 좀 괴로울지도 모르겠네." 아라우네는 완전히 다가와 레인의 귀에다 대고 속삭였다. 바로 옆에서 들리는 아라우네의 숨소리에 고막이 떨리는 것만으로도 민감해진 신체가 가볍게 가버릴 정도였다. "흐아아앙!" 규격을 아득히 벗어난 쾌감은 말 그대로 고통 그 자체였다. 아직은 빳빳하게 선 유두를 자극하고 있을 뿐이었지만 공격의 범위가 더 아래로 내려간다면 정신을 잃지 않고 버틸 수 있을지 장담할 수 없었다. "흐으으윽! 앙, 하아앙!" 버틸 수 없는 쾌락을 표출할 수단이 신음밖에 없었기에 레인은 쉴 새 없이 고통의 교성을 내질렀다. 벌써 하반신은 축축하게 젖어 다리를 타고 흐른 애액이 바닥을 적시고 있었다. 그래도 레인은 아직 마음속으로 조그만 희망을 품고 있었다. 자유자재로 움직일 수 있다지만 결국엔 풀줄기일 뿐. 외음부를 자극할 수는 있어도 질 안까지 들어오기에는 무리가 있었다. 어떻게든 지금의 쾌감만 견디면 된다. 라고 생각했었다. "뭐야. 뽀삐 너도 놀고 싶은 거야?" 흐릿해진 시야 사이로 무언가 보였다. 커다란, 그것도 매우 커다란 꽃이었다. '아니, 저게 어딜 봐서 꽃이야!' 바닥에 깔린 커다란 잎 위로 굵은 줄기가 돋아나 있었고, 원래라면 꽃이 있어야 할 자리에는 커다란 입이 달린 봉우리가 있었다. 그리고 꽃의 입이라고는 생각할 수 없을 정도로 이빨까지 돋아나 있는 혐오스러운 구멍 안에서 여러 개의 촉수가 꾸물대고 있었다. 표면이 기분 나쁘게 매끈거리는 게 아무리 봐도 촉수라는 표현밖에 어울리지 않았다. "소개할게. 얘는 내 애완식물 뽀삐야. 이래 봬도 착한 애니까 너무 겁먹지는 마." 입에서 침으로 추정되는 액체를 질질 흘리고 있는 녀석을 보며 그렇게 말하니 설득력이 없었다. 비록 눈은 없었지만 정확하게 레인을 바라보는 느낌이 들었다. "생각해 보니까 조금은 겁먹어야 될지도 모르겠네. 사실 뽀삐는 기분이 좋으면 제멋대로라서 내 말도 안 듣거든." 아라우네는 '행운을 빌게'라며 레인을 향해서 손을 흔들었다. 그게 신호라도 되는 양 뽀삐... 아니, 저 괴물의 입에서 촉수들이 새어나왔다. 촉수는 이미 생각해 둔 게 있는 듯 처음부터 레인의 다리 사이를 노리고 뻗어왔다. 이내 구멍 앞에 다다른 촉수는 잠시 멈칫하더니 그 끝이 갈라지기 시작했다. 세 갈래로 갈라진 촉수의 사이로 더욱 미세한 촉수들이 모습을 드러냈다. 갈라진 촉수는 자기 몸을 펼쳐 조그마한 레인의 음부가 전부 가려질 정도로 덮었다. "흐으으으으응!!" 가뜩이나 최대치로 올라간 감도 때문에 민감해진 보지에서 꿈틀대는 촉수의 감촉은 마치 수많은 혀로 핥아지는 느낌이었다. 무엇보다 가장 참기 힘들었던 것은 음핵 위에서 꿈틀대는 촉수들이었다. 그냥 한번 건드리는 것만으로도 벼락이 치는 듯한 쾌감의 전류가 흐르는 곳이었다. 그런 곳을 매끈한 촉수들이 수도 없이 문지르며 지나가고 있다. "..!!" 순간 정신이 아득해졌다. 아마 잠깐이나마 정신을 잃은 것 같았다. 원래라면 그대로 정신을 잃었겠지만, 아이러니하게도 강렬한 쾌감에 의식이 다시 돌아왔다. 하지만 불행히도 정신을 잃었던 것을 디아에게 들킨 모양이었다. "너는 지금 벌을 받는 중이다. 벌을 받는 동안 정신을 잃는 건 허락하지 않는다. 이건 명령이다." 기분이 나빠 보이는 디아는 조그만 변수도 허용하지 않으려는 듯했다. 더는 정신을 잃어서 고통에서 해방되는 건 불가능하다는 말이었다. 촉수는 질 입구에서 꿈틀거리는 것에서 멈추지 않고 음부를 빨아들이기 시작했다. 레인은 조금이라도 쾌감의 양을 줄이기 위해 온몸을 비틀었으나 그 이상의 저항은 불가했다. 오히려 몸을 움직일수록 다리 사이의 촉수는 격렬하게 얽혀왔다. 그리고 하반신의 쾌감이 너무 강렬해 잠시 잊고 있었지만, 여전히 가는 줄기들이 레인의 유두를 괴롭히고 있었다. "....." 더 이상은 신음소리를 낼 기력조차 남아있지 않았다. 한동안은 레인의 애액을 탐하는 촉수가 찌걱거리는 소리밖에 들려오지 않았다. 레인은 그저 공허해진 눈으로 해방될 수 없는 쾌감을 느낄 뿐이었다. 얼마나 시간이 흘렀을까. 다리 사이에 붙어있던 촉수가 떨어져 나갔다. 드디어 고통이 끝났음을 직감한 레인의 얼굴에 생기가 돌아오려는 순간 아라우네가 말을 꺼냈다. "이제 슬슬 준비는 된 것 같네." "에..?" 하도 어이가 없어서 입에서 얼빠진 소리가 새어나왔다. 잘못 들은 게 아니라면 아직 끝난 게 아니라는 말이었다. 갈라진 촉수가 다시 하나로 합쳐졌다. 합쳐진 촉수는 이내 끝이 부풀기 시작했다. "에이~ 설마 애피타이저로 끝날 거라 생각한 건 아니지? 한번 시작한 이상 넣지 않고 끝낸다는 선택지는 없는걸." 곁눈질로 본 촉수의 크기는 전에 박혔던 디아의 페니스보다 훨씬 커 보였다. 그때도 작은 레인의 몸에 비해서 큰 크기였다. 그런데 그 배는 되어 보이는 촉수가 안으로 들어온다면... 아니, 애초에 저렇게 커다란 게 들어오는 것 자체가 불가능했다. "이렇게 젖어있다면 충분히 들어가겠지?" 아라우네는 한없이 해맑게 웃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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