69화 약속
무슨 말을 해야 할지 모르겠다. 내 머릿속 세상이 새하얀 백지로 도배가 돼 버린 느낌이다. 나는 그저 당황스러운 눈길로 채진아를 바라볼 뿐.
아무런 행동도 할 수 없었다.
“왜? 당황스러워? 네가 우리 엄마랑 한 게 나한테 들통나서?”
채진아가 분노에 가득 찬 얼굴로 날 침대로 거세게 밀쳐 낸다.
내 몸은 그 힘을 버틸 생각도 못 했다. 조금 전 채진아의 말로 온몸에 힘이 쭉 빠진 상태라서 그대로 밀려 깃털처럼 침대에 털썩 앉아버린다.
“진, 진아야. 내가 다 말할게.”
일단 변명하려고 할 때 채진아는 내 가랑이 사이를 자기 오른발로 밟으면서 내 중요 부위에게 고통을 준다.
아프지만 채진아의 다리를 쳐낼 수도 없는 노릇. 나는 그대로 당할 수밖에 없었다.
”시발 새끼. 여자 친구가 있다는 새끼가 좆 간수 그 따위로해?“
진아는 내 성기를 계속 밟으면서 울분에 찬 말들을 내뱉는다.
”윽… 진아야… 정말 미안 해.“
올라오는 고통을 참아내며 나는 계속 미안하다는 말을 반복했다.
생각해 보니 전적으로 내 잘못이나 다름없는데 변명해봤자 아무 소용없을 것 같았다.
“왜 우리 엄마 건든 거야? 한 번 하고 나니까 잊지 못할 정도로 좋았어?”
“내 말 좀 들어봐.”
내가 간절하게 말해봤지만 채진아는 내 말이 들리지 않는 건지 무시하는 건지 모르겠지만 내 말을 들을 수 있는 상태가 아닌 것 같았다.
그렇게 한참 나를 짓밟던 채진아는 갑자기 자기 브래지어를 거칠게 벗더니 땅바닥에 내팽겨친다.
갑작스러운 그녀의 행동의 나는 진아의 이름을 크게 불렀다.
“진아야!”
계속 내 말을 무시하는 채진아. 진아는 자기 팬티까지 벗어 던지고 알몸이 되었다.
그리고…
-쿵
“진아야…?
채진아가 내 앞에 무릎을 꿇었다. 워낙 순식간에 일어난 일이라 말릴 수도 없었다. 쿵-하는 소리가 크게 들렸기에 채진아의 무릎이 걱정되기도 했다.
”지금 뭐 하는 거야! 어서 일어나!“
나는 자리에서 벌떡 일어나 채진아의 팔을 잡고 일으키려 했지만 꿈적도 하지 않는다.
무릎을 꿇은 채 채진아는 나를 올려다보며 눈물 어린 눈으로 내게 부탁한다.
“건들려면 날 건들어. 착한 우리 엄마 건들지말고.“
알몸으로 내 앞에 무릎 꿇고 울먹이는 채진아를 보니 동정심과 죄책감도 들었지만 한편으로는 지저분한 성욕이 들끓기도 했다.
죄책감과 성욕의 비율은 현재 죄책감이 앞서고 있지만 점점 성욕으로 치우쳐 지는 게 내 안에서 느껴진다.
‘빌어먹을’
지금, 이 상황에서 발기된 내 자지가 혐오스럽다.
일단 채진아를 일어나게 만드는 게 우선이다. 지킬 수 있을지도 모르는 약속을 할 수밖에.
그래도 지키려고 노력할 예정이다. 지금 채진아의 태도를 보고 내 상황이 얼마나 꼬였는 지 다시 한번 확인했으니까… 현아와 관계도 끊어내야지.
“알았어. 알았다고. 다신 어머님 안 건들게. 그땐 실수였으니까 이제 다시는 건들지 않을게.“
”정말?“
내 말에 눈에 띄게 반색하는 채진아.
”그래. 정말이니까 어서 일어나서 옷 입어.”
“진짜지?”
약속이 효과가 있는 듯하다. 나는 격하게 고개를 끄덕여주며 다시 한번 약속을 상기시켰다.
“그래. 뭐라도 걸어?”
걸어 봤자 뭐가 있을까? 돈 몇십 몇백? 내 차? 내 명예(?)?
그래. 뭐라도 걸려 있어야 나도 내 줏대없는 자지를 자제시킬 수 있지.
하지만 채진아의 입에서 나온 건 내 예상과 달랐다.
“잘라.”
자르라고? 무엇을 자르라는 거지? 종이? 야채? 설마…?
나는 저절로 내 가랑이 사이를 손으로 가리며 되물었다. 설마 진짜 내 고추를 자르라고?
내 주니어이자 형제이자 내 영혼의 동반자인?
믿을 수 없는 표정으로 다시 한번 물어 봤다. 거짓말이라고 해주세요. 제발.
“뭐…? 뭘 잘라?”
“네 고추.”
내 가랑이 사이를 손가락으로 가리키면서 다시 확인 사살시켜 주는 채진아. 순간 상상된다.
평생 가지고 있던 고추가 사라져 버린 한정진.
그는 결국 약속을 지키지 못하고 고추가 싹뚝-하고 짤린 채 허망한 가랑이 사이를 보고 절망한다.
하지만 그는 절망을 딛고 새로운 길을 찾기 위해 태국행 비행기를 타고 가슴에 커다란 실리콘 덩어리 두 개를 달기 시작하면서… 여성의 길을 걷게 되고 결국 좋은 남자와 결혼해서 아이는 못 낳지만 귀여운 아이를 입양해서 저기 괌 같은 휴양지에서 오래오래 행복하게 여생을 보내는…
‘내가 무슨 생각을!’
점점 산으로 가는 상상에 나는 혀를 꽉 깨물고 정신을 차렸다.
“그건 좀…”
내가 난색에 빠진 얼굴을 짖자 채진아의 눈가는 다시 울음기로 가득 찬다.
아니 진짜 나한테 왜 이러는 건데? 내가 잘못했다지만 내 새끼를 자르라는 건 너무하잖아.
“싫어? 그럼 나 안 일어날 거야.”
-쾅
채진아가 머리를 바닥에 박았다.
이제는 절하는 자세가 돼 버린 채진아. 아니 뭐라고 하지. 아 맞다. 알몸으로 도게자 자세를 하는 채진아. 아 시바 진짜 미치겠네 정말.
“야, 야! 머리를 왜 박아!”
“네가 약속안 하면 안 일어날 거야.”
‘에라, 모르겠다.’
그래. 일단 이 상황을 넘기자. 지금 상황을 넘기는 게 중요한 거지. 뭐가 중요해?
내 고추의 안전여부는 나중에 생각하자.
“알았어! 알았어! 약속할게.”
“뭘?”
고개를 들어서 알면서 되 묻는 채진아.
“어머님과 또 자면 내 고추 자른다고.”
“…알았어. 건들기만 해 봐. 내가 직접 싹둑할 거야.”
가위 손가락을 하며 싹둑-하는 제스쳐를 취하는 채진아.
눈빛에 광기가 가득 찬 게 한다면 진짜 할 것만 같았다.
나는 오한이 드는걸 느끼며 대답했다.
“그,그래.”
내 대답을 듣고 나선 자리에서 일어나 속옷부터 겉옷 까지 차례차례 입는 채진아.
어느새 옷을 다 입은 그녀는 현관문 쪽으로 향했다.
“그럼 나 갈게.”
내게 인사하는 그녀. 나는 어색하게 웃으며 마중했다.
“조심히 가. 연락하고.”
“응.”
-삑
현관문이 닫치고 그제야 나는 긴장을 풀 수 있었다.
“후…“
나는 심신의 평안을 간신히 찾은 후 생각했다.
이 일을 현아에게 연락해서 따져야 하나 따지지 말아야 하나.
우리 둘만의 비밀을 멋대로 발설하다니. 아무리 자기 딸이라고 하지만 누구한테도 밝히면 안 되는 사실이었다.
‘아냐. 그냥 이제부터 연락하지도 말고. 받지도 말자.’
진아와 약속했다. 자기 엄마랑 관계를 끊기로. 내 고추를 약속의 증거로 말이다.
내 가랑이 사이는 세상 무엇보다 소중하니 지키기 싫어도 꼭 지켜야 한다.
-띵동
마음을 굳게 먹은 뒤 이제 슬슬 잠자리에 들려고 할 때
책상 위에 놓여 있던 핸드폰의 진동이 울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