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55화 #55. 도박묵시록 (Feat. 공순이)


#55. 도박묵시록 (Feat. 공순이) *** 《속보 입니다. 현재 대한민국 각지에서 게이트의 범람 현상이 벌어지고 있습니다. 게이트를 관리하는 지자체,민간에서 정부에서 내리는 안전 매뉴얼 지침을 지키며 관리하였는지 당국에서 조사 중 입니다. 현장에 나가 있는 리포터를 연결하겠습니다. 김명호 리포터, 현재 상황은 어떻습니까?》 【혀,현장에 나와 있는 김명호 리포터 입니다. 여,여기는 지옥입니다!! 게이트에서 끈임 없이 마수와 몬스터가 뛰쳐나오고, 심지어 게이트의 영향으로 주변 경관이 완전 변한 곳도 있습니다!! 기업에서 고용 된 헌터들이 필사적으로 막고는 있지만, 어디나 인력이 부족한 상황입니.. 으,으아아악!!! 돔황쳐!!】 게이트 근처 민가에서 마수와 사투를 벌이던 헌터들이 밀리는 조짐이 보이자, 현장을 중계하던 리포터와 카메라맨이 장비를 버리고 달아나 버렸다. 바닥을 나뒹구는 카메라 화면으로 마치 거대한 늑대의 형상을 한 마수가 다가오더니 카메라를 밟으며 지나갔다. 그 장면을 마지막으로 중계 화면은 까맣게 점등된다. 《속보를 보시는 국민 여러분, 외부는 현재 평소보다 위험한 상태임을 알 수 있습니다. 주말이지만 가급적 집에 머무시고 외출을 삼가하기를 권유드립니다. 이상 보도에…》 "세상 참 말세다. 말세야. 지방에 사는 사람들은 어쩐대니? 아무리 살기 팍팍해도 수도 만한 곳이 없다니깐, 안 그러니 아리야?" "응…." 아리가 잠잠하기만 한 스마트폰을 쳐다보며 영혼 없는 말투로 대답했다. "너 또 쓸데없이 밖에 돌아다니고 그럴 거니? 저번에도 그렇고, 박서방 없었으면 어떡할 뻔했어? 응? 이 망할 지지배야!" "응…." "대답하는 꼬락서니 봐라! 너 정신 안 차릴래? 이렇게 정신 놓고 사니까 무법자들한테 납치당하고 그러는 거 아냐!" 아리 엄마가 아리의 PTSD를 제대로 건드렸다. "아니이!! 거기서 왜 갑자기 그 이야기가 나와!?" 선호의 앞에서는 세상 조신한 아리지만, 가족들에게는 여전히 사춘기 감성이 가득한 소녀였다. "엄마가 박서방 밥이라도 한 끼 사 먹여야 속이 후련할 것 같으니까, 얼른 날 잡아! " "몰라, 나도!! 지금 뭐 하는지, 연락도 안 받는데 나보고 어떡하라구!" 어제까지 계속 같이 붙어 있었지만, 선호랑 떨어지는 순간 이유 모를 불안감이 엄습해서 기분이 영 좋지 않은 아리였다. '아마 연주 언니랑 같이 있을 텐데….' 아리의 관점에서 선호는 그래도 여성 편력이 까다로운 편이었다. 자신을 처음으로 시작해서 신지윤에 이어 서연주까지. 자신과 신지윤은 그럴 만한 사정이 있었고, 여자들 측에서 먼저 좋다고 매달린 상황에 선호가 받아 준 것이라 해도 과언이 아니다. 하지만 서연주도 마찬가지로 선호에게 관심이 많은 듯했다. 이쁘고 능력 좋은 누님의 대쉬에 선호가 안전부절 못하며 끝내 잡아먹히는 상상이 계속해서 머릿속에서 떨쳐지지 않는다. 아직 세 명. 사회적 풍토가 그래서는 안 된다는 걸 잘 안다. 이런 답답한 마음을 표출할 수 없는 상황이 야속하기만 하다. 선호가 입원 생활을 하며 많이 굶주렸듯, 아리도 선호와 몸을 나눌 때의 쾌감에 점점 빠져든 상태다. 달아오른 몸을 식히러 문을 걸어 잠그고 방에 틀어박혔다. '으응…! 선호야…. 흐으응…! 그,그런 곳까지! 아흥!' 약간의 질투심과 들끓는 정념이 버무러진다. 남녀관계에 있어 보수 그 자체였던 여인의 튼튼하던 벽이 조금 허물어져 가는 순간이었다. *** 소란이 가득한 바깥의 상황과 대조적으로 태평하기만 한 서연주의 자택. "내기를 하자고요?" "네, 뭔가 걸려야 재밌지 않겠어요?" 서연주는 잠시 고민했다. 내기가 어떤 형식으로 진행될 지 당장 알 수 없지만, 서로 간에 조율하면서 자신이 자신 있는 종목을 앞세운다면 손쉽게 승리할 것 같은 기분이 들었다. 이럴 때에 쉬리라는 초 인공지능 AI는 사기적인 능력을 발휘할 수 있다. 알게 모르게 쉬리의 도움을 받으면 손쉽게 승리를 쟁취할 수 있으리라. 평소라면 굳이 내기를 주선하는 그의 심보를 한 번쯤 읽으려는 노력을 해봤겠지만, 눈앞에서 매력적인 미소를 짓고 있는 그를 직면하고, 아까 잠시 안겼을 때 느꼈던 황홀한 경험은 그를 진정으로 갈망하게 만들었다. 초상권이든 뭐든 다 받아 내겠다는 욕심이 고개를 빼꼼 내밀기 무섭게 그것을 잡고 말았다. "좋아요. 대신 공평하게 내기 종목은 하나씩 번갈아 가면서 정하기로 해요. 내기에 대한 보상은 어떻게 하겠어요?" "음.. 이렇게 할까요? 이기는 쪽이 지는 쪽에게 부탁하나 하는 걸로. 부탁은 말 그대로 부탁이니 거절할 수 있지만, 거절이 3번 쌓이면 다음은 소원으로 바뀌어서 현실적으로 가능한 것이라면 무엇이든 들어줘야 하는 것으로." "좋아요!" 서연주는 첫 번째 부탁부터 초상권을 요구할 생각이었다. 세 번의 거절 후 그 다음 소원으로도 초상권을 요구할 예정. 이후 승부욕에 추가로 승부를 원한다면, 또 어떤 부탁을 할지 머릿속에 순간적으로 수백 개는 가볍게 떠올리며 고민에 휩싸였다. '키스해 달라고 할까? 아니야 너무 가벼운 여자로 보일 수 있어. 데이트를 해 달라고 할까? 그래 좋다. 그냥 데이트는 재미없지, 실시간 방송을 하면서 그와 데이트하는 장면을 전국에 송출하는 거야. 다들 엄청 부러워하겠지? 후훗. 또...' 서연주는 행복한 망상에 빠지게 되었다. 사실은 컴컴한 수렁에 빠지게 된 것도 모른 채. *** "레이디 퍼스트. 뭐든 내기로 할 만한 것을 골라보세요." 서연주에게 선택권을 먼저 줬다. 그녀가 어떤 승부를 걸어올 지 구경하는 것도 재밌는 여흥이었다. 본인이 자신 있는 영역에서 지고 난 뒤, 허망한 표정을 짓는 여인을 내려다보는 것은 수컷으로써 이 여성을 정복하고 있다는 더없이 충만한 만족감을 느낄 수 있다. "어머, 고마워라. 선호 씨는 매너도 좋네요~ 그럼.. 암산 대결 어때요?" "좋습니다." 서연주에게 암산이라면 특기나 다름없다. 기계, 전기, 컴퓨터 등 공학 계열 세계 최고 수준의 지식을 갖고 있는 그녀다. 물리,수학,화학 같은 것은 기본소양인 것이다. "스크린에 문제가 뜨면 여기 버튼을 먼저 누르고 답을 말하는 사람이 이기는 방식이예요. 간단하죠?" "네, 간단하네요. 아 참. 그전에!" 선호가 서연주가 넘겨 주는 버튼을 받으면서 잠시 뜸을 들였다. "아까 AI를 다루신다고 하셨잖아요? 혹시 AI의 도움을 받거나 할 예정입니까? 그러면 너무 불공평한 것 같은데.." "제,제가 그렇게 치사한 사람인 줄 아세요? 그렇게까지 해서 이길 생각은 없어요!" 서연주는 만에 하나 절체절명의 상황이 온다면, 조금은 도움받을 계획이었기에 약간 찔끔 했다. "그럼 그렇게 '명령'해 놓고 진행할까요?" "명령이요..? 어… 네, 그러죠. 뭐. 쉬리 들었지? 내기에서 나한테 일절 조그마한 도움도 줘서는 안 돼." [네, 마스터.] 서연주는 선호의 치밀함에 약간은 놀랐다. 방금 전까지만 해도 자신이 주도권을 탁 틀어 쥐고 얼마든지 휘두를 수 있는 남자라고 생각했는데, 의외로 날카로운 면이 있었던 것이다. "자, 그럼 시작할까요? 쉬리. 문제 출제 해 줘." 스크린에서 3,2,1 카운트가 울리더니 문제가 출제 되었다. 『41561 x 4541 = ?』 간단한 곱셈 문제. 서연주의 능력으로 1초 정도면 충분히 계산하는 간단한 곱셈 식이었다. 과학계에 유출하지는 않았으나, 성좌의 종류에 따라 케플러의 법칙이 동일하게 적용하지 않는다는 사실을 입증하고 이를 증명하는 새로운 공식까지 만들어 냈다. 이런 업적을 가진 공순이가 이런 간단한 암산에서 진다는 것은 상상도 할 수 없는 일이지만, 상상이 현실이 됐다. 문제가 스크린에 출제 되고 선호가 버튼을 누르기까지 약 0.1초 세계적인 100m 달리기 선수들이 출발 신호를 듣고 반응하는 속도가 그 정도이다. "정답. 188,728,501" [정답입니다] '세상에..!' 애초에 계산을 하고 버튼을 누르는 게 아닌, 버튼을 누른 뒤 계산을 하고 답을 말하면 되는 것이었는데 자신의 생각이 짧았다. 서연주는 불가능한 상황은 아님에 스스로 납득했다. "제가 졌네요. 부탁이 뭔가요?" 선호는 지끈거리는 머리를 부여잡았다. 서연주의 입장에서는 버튼을 누르는 순서만 바꾸면 되는 간단한 문제였다. 반면에 선호의 입장에선 수십 번 시간을 돌리며 계산하느라 골이 빠개질 지경. 역시 그는 공부와는 맞지 않았다. "부탁은 뭐 간단한 거로 할까요? 혹시 오늘 나한테 거짓말 한 게 있으면 사실대로 이야기하기." '거짓말? 거짓말 한 거 없을 텐데.. 아차! 그 버튼!' 집을 폭파시킨다는 버튼가 사실 박선호 씹덕 모드로 돌변하는 버튼이라는 버튼이라는 것을 밝힐 수 있을 리 없었다. 하지만 문제는 거절하더라도 무언가 자신이 거짓말 한 게 있다고 말하는 것과 다름없으니, 입지가 곤란해진다. 여러모로 까다로운 부탁이었다. 연주는 필사적으로 머리를 굴려 그럴듯한 변명을 하나 만들어 낼 수 있었다. "그..초상권 계약을 따내면 커미션만 챙기면 된다고 말했는데.. 사실 그걸 빌미로 방송에 출연해 달라고 하는 등 조그마한 부탁을 할 예정이었어요. 그것도 사실을 숨긴 거니 거짓말이라고 할 수 있겠죠. 됐나요! 선호 씨 몰랐는데, 짓궂은 면이 있네요?" "네, 초상권을 넘겨 주면 귀찮아질 수 있다는 사실. 잘 알았습니다." 그는 그렇게 말하며 씨익 미소를 지었다. "다,다음 내기로 넘어가요!" 보은을 핑계로 초상권을 요구했지만, 숨겨진 속셈을 들켰다는 사실에 얼굴이 조금 붉어진 연주다. "뭐, 저도 간단한 거로 하겠습니다. 혹시 동전 같은 거 하나 있나요?" "여기요." 서연주가 알 수 없는 외국 동전 하나를 찾아 선호에게 건네주었다. "이 동전의 새 그림이 앞, 숫자가 뒷면 입니다. 서로 앞,뒤를 정한 뒤에 맞히는 쪽이 이기는 거죠. 간단하죠?" "50% 운 겨루기네요. 저는 운이 좋은 편이예요. 후훗." "운이 좋은 사람이 무법자한테 납치 당하고 그럽니까?" "납치는 당했지만, 결론적으로 선호 씨가 구해줬죠. 이렇게 친해진 계기도 될 수 있었구요. 운이 좋다고 볼 수 있지 않을까요?" "흠.. 운이 좋은 편인지 이번에 다시 시험 해 보죠. 레이디 퍼스트!" "전 앞면 하겠어요." 운이라는 것도 확률 앞에서나 논할 수 있는 것이지, 확정된 미래 앞에서는 아무런 저항도 할 수 없는 미약한 존재다. 선호는 음흉한 미소를 띄우며 동전을 높이 튕겼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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