0화 프롤로그
“여긴 어디지?”
생전 처음 보는 공간, 눈을 감았다 뜨니 주변이 정말 칠흑처럼 어두운 공간에 갇혀 버렸다.
호기심에 주변을 구경이라도 해볼 생각으로 발을 내디뎠으나.
“어?”
아무런 느낌 조차 없다.
발을 뻗었다는 것조차, 발에 채이는 것조차 아무것도 없었다.
“뭐야?”
아래를 슬쩍 바라보니 내 발이 없다. 아니, 다리도 없다. 몸도 없다.
텅텅 빈 허공. 내 사고회로가 몸에 일어난 상황을 따라오지 못했다.
무슨 일인지 머리를 굴리던 차, 뜬금없이 눈앞에 황금색으로 빛나는 커다란 의자가 나타나더니 허공의 공간처럼 칠흑 같이 어두운 흑발을 느끼하게 뒤로 넘긴 남자가 의자에 등장한다.
“어디 보자, 김현우, 스물 네 살. 동정. 맞지?”
버터를 입안에 쳐 넣고 살았는지 느끼하게 목소리를 깔며 말하는 것이 꼴 보기 싫었다.
저절로 인상이 찌푸려져 눈앞의 그를 노려본다.
“어허, 눈 깔고 이야기 좀 하자고. 그래서, 맞지?”
“맞긴 한데 뭔 사람을 소개하는 말이 그따구예요?”
“그따구라니, 너는 뒤진 인간 주제에 신님에게 말이 왜 그따구예요?”
“자기를 신이라고 표현하는 놈 치고 멀쩡한 놈 없던데.”
“신을 미친놈 취급하고 살아 있는 놈 없던데.”
이놈은 뭐지? 뭔데 말투가 이따구야?
말꼬리를 일부러 따라 하며 신경을 긁어대는 말투에 인상을 찌푸린다.
“생각보다 리얼한 꿈이네.”
내 몸이 보이지 않기도하고. 마치 우주를 표현한 것처럼 어두운 주변.
이런 곳에 내가 있을 리가 없었다. 그러니 이것은 꿈. 그것 말고는 생각이 들지 않는다.
내가 잤던가...?
“꿈은 무슨. 이건 현실이야. 너 뒤졌다니까?”
“그게 무슨...”
개떡 같은 소리야? 라고 말하려던 차에 허공에서 흔히들 미디어에서 저승사자를 표현하던 그 모습을 한 남자가 튀어나온다.
“김현우, 향년 스물 넷. 동정. 사수생. 연이은 수능 실패로 부모님과의 약속을 이행하기 위해서 고향으로 내려가기로 했지. 넌 죽었다.”
“아, 죽었구나.”
죽었다고?
“아니, 근데 잠시만...”
“아, 됐어. 내가 죽었을 리가 없어! 같은 소리나 하려는 거지? 그래서, 13호야. 쟤는 어디로 가냐?”
“죄질이 그다지 나쁘지는 않아서 아마 환생할 것 같습니다.”
갑자기 자기들끼리 쑥덕쑥덕 알 수없는 소리를 시작했다.
아니, 그보다...
“흠, 그래? 시건방지길래 죄질도 고약할 줄 알았는데. 재미없네.”
“야, 잠깐만 기다리라고!”
“죄라고 해봤자 철없던 어린아이 시절에 했던 짓거리들 뿐입니다. 나름 봉사도 하면서 카르마가 제법 중립에 가깝네요.”
이놈들 내 말을 아주 귓등으로도 듣지 않고 있잖아?
“에잉, 재미없어. 그럼 빨리 다음 생으로 보내버려.”
“야이 씨발 이야기 좀 들어 보라고!”
내가 욕지거리를 내뱉자 그제야 나를 돌아보더니 팔걸이에 팔꿈치를 대고 턱을 괴어 무료한 얼굴로 나를 바라본다.
“하, 뭔데. 마지막 유언은 들어 줄게.”
“아까부터 니들 멋대로 지껄이는데... 김현우가 누구야? 난 김형우인데?”
순간 자기를 신이라 지껄이던 사내와 저승사자가 우뚝 멈춰 선다.
“뭐라고?”
“그러니까 난 김형우라고. 대학교도 멀쩡히 다니고 있는데 무슨 개소리야?”
“?” “?”
머리 위로 물음표가 떠오를 법한 표정.
저승사자는 곧바로 갓을 살짝 들어 올려 내 얼굴을 빤히 바라본다.
“누구세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