61화 탐식의 아마조네스 (11)
엘자를 처치한 나는 천천히 문쪽으로 다가갔다.
그리고 모든 신경을 집중해서 밖의 기척을 읽기 위해서 노력했다.
뭔가 인기척은 느껴졌지만, 가까이에서 들리는 소리는 없었다.
나는 살며시 문을 열고 밖을 살폈다.
‘1층에 일단 3명인가?’
다행스럽게도 가까이에 있는 사람은 없었다.
그저 요녀 3명이 1층에서 수다를 떨고 있을 뿐이었다.
‘위치가 나쁘지 않아.’
하늘이 돕는 것일까?
저격하기에 딱 좋은 각도였다.
나는 편하게 요녀들을 노릴 수 있지만, 요녀들은 나를 쉽게 발견하기 어려운 그런 위치였다.
한 명은 내가 있는 곳을 정면으로 바라보는 위치였고, 두 명은 나를 등지고 있는 위치였다.
‘이쪽을 쉽게 발견할 수 있는 사람부터 처리하자.’
어떻게 사격할지 순서를 생각하면서 천천히 바닥에 화살을 꽂았다.
이렇게 세팅해두면 비교적 빠르게 연사할 수 있었다.
나는 몇 번 정도 시위를 당기고 풀기를 반복하면서 속사를 위한 연습을 했다.
[끼리릭-!]
어느 정도 계획이 세워지고, 각오가 다져진 후에 나는 시위에 화살을 걸었다.
거리가 가까워서 내가 급조해서 만든 화살을 써도 될 정도였다.
하지만 나는 굳이 ‘화룡화살’을 사용하기로 했다.
일단 요녀들의 피부와 뼈가 얼마나 단단한지 알 수가 없었고, 조악한 화살을 사용하다가 만약 빗나간다면 그 이후에 어떤 일이 벌어질지 예상이 되지 않았다.
최악의 경우에는 인질로 잡힌 사람들이 위험할 수도 있었다.
‘무조건 일발필살이다!’
절대로 실수가 용납되지 않는 사격!
나는 문틈으로 보이는 표적을 노려보며 시위를 놓았다.
[핑-!]
[슈-우우욱-! 퍽-!]
“켁-!”
“응?!”
“뭐야-?!!”
첫 표적의 머리를 화살이 꿰뚫었다.
단순히 박히는 정도가 아니었다.
엄청난 속도로 날아간 화살은 그대로 표적의 머리통을 관통했다.
[끼-리릭-! 핑-!]
[끼-리릭-! 핑-!]
나는 재빨리 다음 화살들을 연속으로 발사했다.
[슈-우우욱-! 퍽-!]
“끄-엑-!”
[슈-우우욱-! 퍽-!]
“윽-!”
화살이 날아온 방향으로 고개를 돌리던 두 돌연변이.
그들은 나를 제대로 발견하지도 못하고 뒤이어 날아온 화살에 머리가 꿰뚫렸다.
그렇게 나머지 두 마리도 짧은 비명을 지르며 쓰러졌다.
‘잠시 상황을 볼까?’
불시의 공격.
그리고 작은 소란이었다.
예민하지 않은 사람은 대수롭지 않게 넘길 정도의 소음이었지만, 가까이에 있는 사람이라면 충분히 이상한 점을 눈치챌 수 있을 정도였다.
나는 다음 화살을 시위에 걸고는 잠시 상황을 살폈다.
누군가 이상한 걸 느끼고 다가올 수도 있으니.
‘악질적인 전술이지만, 실제로 저격수들이 많이 쓰는 수법이지.’
여담이지만 저격수 중에서는 이런 전술을 쓰는 사람들이 있다.
일부러 적군이 볼 수 있는 위치에서 표적을 죽이거나 다치게 한다.
그리고 그들의 유해를 수습하거나 구하려고 다가오는 나머지 병사들을 저격하는 것이었다.
애초에 세계 1차 대전이 끝나고 나서 저격전술 자체가 비신사적이라면서 국제적으로 논란이 된 적도 있을 정도였다.
하물며 이런 식으로 ‘미끼’를 깔아놓고 사격하는 저격술은 악질 중에서도 악질로 통할 정도였다.
아군 처지에서는 저격수가 노리는 것을 알면서도 접근할 수밖에 없으니 말이다.
‘지금은 수단을 가릴 때가 아니지.’
하지만 나는 마음을 독하게 먹었다.
내가 상대하는 존재는 더는 인간이 아니었다.
사람을 잡아먹는 괴물이었다.
게다가 숫자도 나보다 많았다.
지금은 수단을 가릴 때가 아니었다.
빨리 놈들을 제압하고 레이나와 실비아를 구출해야 했다.
‘움직임이 없다. 좋아. 가자!’
몇 분을 더 기다려도 별다른 움직임이 없었다.
나는 살며시 문을 젖히고 밖으로 나왔다.
그리고 조심스러운 발걸음으로 2층을 수색했다.
[달-칵-. 끼-이이익-.]
[통-. 끼-이이익-.]
2층에 있는 모든 방을 수색했다.
하지만 어디에도 괴물들은 보이지 않았다.
‘내려가자.’
나는 조심스러운 발걸음으로 1층으로 내려왔다.
삐걱대는 계단을 주의하면서 천천히.
‘제니퍼, 알렌, 에냐 다운.’
화살에 쓰러진 괴물들에게 다가갔다.
얼굴을 보니 누군지 알 수 있었다.
방에서 내가 해치운 엘자까지 포함하면 총 4마리.
아직 절반 정도의 적이 남아있었다.
나는 긴장을 풀지 않고 계속 발을 움직였다.
[덜커덩-. 끼-이이익-.]
[찰-칵-. 끼-이이익-.]
1층에 있는 모든 방도 수색했다.
어느 곳에서도 나머지 괴물들의 모습을 발견할 수는 없었다.
‘1층도 클리어. 이 건물에는 없군.’
약간의 소란이 있었음에도 어떤 움직임도 없었던 이유를 알만했다.
아무도 없었으니까.
‘간단히 정리라도 해두자. 눈치채지 못할수록 좋은 법이니까.’
나는 쓰러진 제니퍼, 알렌, 에냐의 시체를 한쪽 방으로 날랐다.
내가 다른 곳을 살펴보기 위해서 떠났을 때 다른 요녀가 돌아와서 이 광경을 발견하면 바로 이변을 눈치챌 것이다.
아주 급박한 상황이 아니라면 이렇게 정리를 해가면서 행동하는 것이 좋다.
‘전투의 흔적’을 지우거나 ‘이동한 흔적’을 지우는 것은 전술적으로 매우 중요한 행동이다.
‘이제 밖으로 나가자.’
오두막에 남은 적이 없는 것을 확인하고, 전투의 흔적까지 치웠다.
이제 밖을 살펴볼 차례였다.
나는 시위에 화살을 걸고는 조심스러운 발걸음으로 나왔다.
“그래서 말이지 내가 그때...”
“하하하. 그게 뭐야!! 하하하...”
우리 일행이 앉아서 기다리던 공터로 가봤다.
통나무 의자와 모닥불 자리가 있는 바로 그 공터 말이다.
그곳에는 두 명의 괴물이 수다를 떨고 있었다.
나는 얼른 구석으로 몸을 숨기고는 화살을 겨눴다.
[끼-리릭-! 핑-! 슈우우욱-! 퍽-!]
“윽-!”
[끼리릭-! 핑-! 슈와와악-! 퍽-!]
“끄-윽-!”
순식간에 수다를 떨고 있던 둘에게 화살을 선물했다.
내 선물을 얼굴로 받아낸 그들은 잠시 몸을 떨다가 바닥으로 쓰러졌다.
‘에일리와 크리스틴이군.’
나는 그들이 쓰러지자 얼른 접근해서 생사를 확인했다.
그 괴물들은 내 화살에 바로 절명한 모양이었다.
자극에도 호흡이나 의식적인 반응을 보여주지 않았다.
다만 척수반사는 남았는지 종종 몸을 떨면서 경련하는 기괴한 모습을 보여주기는 했다.
저런 모습도 곧 사그라지겠지.
‘더 없나?’
나는 잠시 주위를 살폈다.
활에 화살을 걸고는 주위를 두리번거렸다.
별다른 인기척은 느껴지지 않았다.
몇 분 정도 주변을 경계하던 나는 다시 움직이기 시작했다.
먼저 에일리와 크리스틴의 시체를 구석으로 감췄다.
통나무에 가려져서 가까이에서 보지 않으면 알아보기 어려운 곳으로 일단 시체를 치웠다.
이렇게 하면 멀리서는 아무것도 없는 것으로 보일 것이다.
‘이제 두 마리 남았다.’
어느새 남은 적은 샤샤와 모모.
이렇게 둘만 남았다.
지금까지 가슴을 짓누르던 긴장감이 조금은 가시는 느낌이었다.
이 정도면 어떻게 해볼 만하다.
[스-으윽-. 스-윽-.]
나는 주위를 살피면서 천천히 전진했다.
다음 목적지는 레이나와 실비아가 갇혀 있는 별채였다.
바로 샤샤와 모모를 해치우고 싶었지만, 근방을 둘러봐도 보이지 않았다.
어딘가 멀리 나간 건가?
[철그럭-. 철그럭-.]
어디선가 뭔가를 뒤지는 소리가 들려왔다.
사람이 물건을 뒤지는 그런 소리.
나는 소리가 나는 곳으로 발길을 돌렸다.
“어디에 있었더라? 분명히 개 목줄이 여기 있었는데...”
그곳에서는 익숙한 얼굴이 뭔가를 열심히 찾고 있었다.
그 괴물의 이름은 모모.
그녀는 눈을 빛내면서 뭔가를 찾아서 잡동사니를 뒤지고 있었다.
[철그럭-. 덥-썩-.]
“찾았다! 이걸 진기 씨 목에 채워야지~. 후훗~.”
그녀는 목줄을 찾고는 웃는 얼굴로 허리를 폈다.
‘목줄을 찾고 있었어? 나는 너를 찾고 있었어-!’
나는 속으로 쓴웃음을 삼키면서 활시위를 당겼다.
그리고 그녀의 머리를 겨냥한 후에 빠르게 손을 풀었다.
[쉬-이이익-! 퍽-!]
“끄-으윽-!!”
날아간 화살은 그녀의 머리를 그대로 꿰뚫었다.
그녀는 잠시 비틀대며 내가 있는 방향을 바라보기 위해서 허우적거렸다.
하지만 힘이 풀려서 뜻대로 되지 않는지 곧 허물어져 내렸다.
이렇게 모모까지 해치웠다.
‘남은 괴물은 이제 샤샤 한 명이군.’
나는 모모의 죽음을 확인하고는 주위의 잡동사니로 적당히 그녀의 시신을 가렸다.
‘물건들이 많군. 지금까지 잡아먹은 사람들의 유품인가? 끔찍하군.’
주인을 잃은 물건들.
그리고 그 물건들을 처리한 일종의 쓰레기장으로 보였다.
구덩이를 파고 물건을 쏟아버릴 수 있도록 되어 있었다.
‘지금까지 도대체 얼마나 잡아먹은 거냐?’
그런데 그 양이 엄청났다.
지금까지 이들은 얼마나 많은 사람을 죽여 왔던 것일까?
기괴한 광경에 나도 모르게 등골이 오싹해졌다.
평범한 ‘물건의 무더기’가 나에게는 ‘죽은 자들의 무덤’처럼 느껴졌다.
‘레이나와 실비아가 무사해야 할 텐데.’
이들이 사람을 죽였다는 간접적인 증거.
그 증거를 보고 나니 왠지 초조해졌다.
나는 서둘러 별채 쪽으로 발걸음을 옮겼다.
“너희는 운이 좋아. 우리의 자매가 될 기회를 잡았으니까.”
별채에 접근하자 샤샤의 목소리가 들려왔다.
그녀는 레이나와 실비아에게 뭔가를 열심히 떠들고 있었다.
곧 괴물로 변하게 될 그녀들에게 겁이라도 주려는 걸까?
아니면 짐짓 위세를 떨면서 미리 서열이라도 정하려고 하는 것일까?
자세한 내막을 알 수는 없었지만, 샤샤는 그녀들 앞에서 뭔가 열심히 떠들고 있었다.
‘이제 마지막이다!’
나는 시위를 힘껏 당기고 샤샤의 뒤통수를 겨눴다.
이제 그녀만 해치우면 이곳에 있는 괴물은 모두 해치우는 셈이었다.
“...”
샤샤의 말을 건성으로 듣고 있던 레이나.
그녀는 나를 발견하고는 잠시 움찔하더니 금세 시선을 돌리며 딴청을 피웠다.
나를 발견한 기색을 샤샤에게 들키지 않기 위해서.
역시 똑똑한 여자다.
나는 절로 입가가 올라가는 것을 억누를 수 없었다.
이제 곧이다.
이제 곧 그녀를 내 품에 안을 수 있다.
사랑스러운 레이나를!
(“어?! 진기 씨?!!”)
그때였다.
샤샤의 수다를 불편한 표정으로 견뎌내던 실비아가 나를 발견했다.
그리고 놀란 기색으로 나를 응시하기 시작했다.
젠장!
이쪽 보지 마! 들킨다!
“뭐야? 뭘 보는 거야?”
샤샤는 실비아의 시선을 따라서 고개를 돌렸다.
나는 당황한 마음을 추스르며 얼른 시위를 놓았다.
[핑-! 슈-우우욱-! 핏-!]
“치-잇-! 뭐야!”
화룡화살이 아니어서 그랬던 것일까?
아니면 당황한 나머지 조준이 흔들렸던 것일까?
샤샤를 겨냥한 화살이 빗나가고 말았다.
나는 얼른 다음 화살을 시위에 쟀다.
“어?! 너는 백진기! 여기는 어떻게 온 거야?!!!”
그녀는 나에게 일갈을 하면서 뛰어오기 시작했다.
나는 그녀에게 두 번째 화살을 날렸다.
[휘리릭-!]
“!!!”
분명 정확하게 조준했건만, 그녀는 순식간에 몸을 날려서 내 화살을 피해냈다.
노른보다 신체 능력이 뛰어난 것은 알고 있었다.
하지만 실제로 움직이는 것을 보니 상상 이상이었다.
내 생각보다 훨씬 빠르고 유연했다.
“모두! 여기 좀 봐!! 백진기가 도망쳤다! 지금 별채에서 난동을 부리고 있다고-!!”
두 번째 화살을 피해낸 샤샤는 목청껏 소리쳤다.
그렇게 다른 괴물들에게 내가 탈출한 사실을 알렸다.
하지만 그녀는 모르겠지?
내가 모두를 해치운 것을?
나는 비릿한 표정을 지으면서 그녀에게 말했다.
“다른 년들? 네 목소리를 듣지는 못할 거야.”
“뭐?”
“내가 다 죽였거든.”
“!!!”
그녀는 내 목소리에 놀란 기색을 보이며 주변을 두리번거렸다.
그리고 다시 소리를 높여서 외쳤다.
“여기 탈출한 남자가 있다고-! 소리 안 들려-?!!!!!!”
나는 세 번째 화살을 시위에 재면서 말했다.
“이제 너만 남았다. 그리고 너도 곧 그들 곁으로 보내주지.”
마치 악당이나 할법한 소리를 내뱉으며 샤샤에게 활을 겨냥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