62화 탐식의 아마조네스 (12)
[다다다닷-!]
내가 활을 겨누자 샤샤는 나를 향해서 뛰어오기 시작했다.
속도가 상당히 빨랐다.
실비아도 넘어설 정도로.
나는 차분하게 마음을 다스린 후에 시위를 놓았다.
[끼-리리릭-! 핑-!]
시위를 떠난 화살은 샤샤를 향해 날아갔다.
[샤-샥-!]
“죽인다-! 아아아악-!!”
당황스러웠다.
분명 정확하게 조준했다.
그리고 화살의 속도도 빨랐다.
동체시력이 좋은 내 눈에도 간신히 보일 정도로.
그런데 샤샤는 어떻게 알았는지 몸을 비틀어서 화살을 피해냈다.
나는 얼른 다음 화살을 장전하고는 빠르게 손을 풀었다.
[끼-리리릭-! 핑-!]
다시 날아가는 화살.
하지만 이번도 샤샤는 화살을 피했다.
‘이런! 내가 머리를 노리는 걸 알고 있구나!’
그녀가 화살을 피하는 동작을 보고 확신했다.
제대로 보고 피하고 있는 것이 아니었다.
내가 어디를 노리고 있는지 알고 있는 눈빛이었다.
제길!
생각보다 눈치가 빠르고 싸움에 능숙한 상대였다.
너무 쉽게 생각했어!
[쉐에에엑-!!]
지척에 다다른 샤샤는 그대로 주먹을 휘둘렀다.
그녀의 팔과 주먹에서 바람을 가르는 섬뜩한 소리가 났다.
나는 얼른 자세를 낮추며 바닥을 굴렀다.
그렇게 샤샤를 지나치며 몸을 일으켰다.
자연스럽게 그녀의 뒤를 잡을 수 있게 된 나!
자, 여기서 또 사격이다.
[휘-이익-! 빡-!]
“엇-!”
그렇게 활을 쏘려고 할 때였다.
샤샤는 번개처럼 발을 휘둘러서 내 손을 후려쳤다.
불시의 일격!
나는 그녀의 ‘뒤 돌려차기’에 활과 화살을 놓치고 말았다.
[쉬-이익-! 쉭-! 쉭-!]
그녀는 발차기에서 멈추지 않고 뛰듯이 몸을 날려서 펀치를 뻗었다.
나는 급하게 뒷걸음질 치면서 샤샤의 주먹을 피했다.
하지만 곧바로 이어지는 주먹세례!
나는 연신 그녀의 손을 피하면서 거리를 벌렸다.
“헉-! 헉-! 헉-!”
예상을 넘어선 그녀의 맹공에 나는 숨이 턱까지 차올랐다.
나는 호흡을 추스르며 그녀를 노려봤다.
그러자 그녀는 ‘파이팅 포즈’를 취하면서 말했다.
“뭔지 모르겠지만, 난 이런 기술들을 쓸 수 있더라고. 아마 전에 뭔가 격투기라도 했던 거 아닐까? 사람이었을 때의 기억은 없지만 말이야. 아마도 몸이 기억하고 있는 거겠지.”
아무래도 무술을 익힌 몸인 거 같았다.
그것도 상당한 수준으로.
제대로 된 기억도 가지고 있지 않으면서 꽤 정확하게 기술을 펼치고 있었다.
저렇게 [몸이 기억해 버릴 정도]라면 도대체 얼마나 훈련했던 것일까?
‘맞붙어서 이기지 못할 정도는 아니다. 일단 호흡을 되돌리자. 당황한 몸을 추스르는 것이 먼저다.’
나도 주먹을 올리며 자세를 취했다.
하지만 내 상태를 눈치챈 샤샤는 틈을 주지 않았다.
빠르게 ‘원투 펀치’를 뻗으면서 나를 압박했다.
그걸 어떻게든 피하니 바로 ‘스위칭 스텝’까지 쓰면서 뒤를 잡으려고 들었다.
뒤를 잡힌 상태에서 훅이나 발차기가 올라오면 끝이다.
나는 급하게 바닥을 구르면서 그녀의 사정거리에서 벗어났다.
“소용없어-!”
하지만 역시 큰 동작으로 피하는 것은 리스크가 있기 마련!
샤샤는 뛰어올라서 ‘스탬핑 킥’을 꽂기도 했고, 그대로 발을 들어 올리며 ‘거들어 차기’를 시전하기도 했다.
마치 축구공을 걷어차듯이 말이다.
[틱-!]
‘어-우-! 썅-!’
그녀의 발끝이 내 턱을 아슬아슬하게 스치고 지나갔다.
조금만 깊게 걸렸으면 뇌가 크게 흔들릴 뻔했다.
나는 추하게 뒤로 몸을 굴리며 최대한 거리를 벌렸다.
[다다다닷-!]
“죽어-!!”
그녀는 계속 나를 몰아붙였다.
나는 이리저리 움직이며 간신히 공격들을 피해냈다.
공격에 실린 위력도 대단했지만, 무엇보다 정확한 궤적과 군더더기 없는 동작들이 거슬렸다.
작은 틈이라도 있어야 반격을 하든가 거리를 벌릴 텐데 말이다.
그런 부분이 없었다.
‘나도 아버지에게 상당한 훈련을 받았다고 생각했어. 나름대로 실력자가 되었다고 생각했지. 그런데 이 정도의 실력자와 싸우게 될 줄이야.’
정말 격투 능력이 엄청났다.
펀치와 킥이 예사롭지 않았고, 날리는 공격이 전부 나의 사각에서 날아들었다.
반격은커녕 피하는 것이 고작이었다.
게다가 가장 거슬리는 것은 그녀의 공격에 빈틈이 없다는 것이었다.
그녀가 어떻게 호흡을 조절하고 있는지 궁금할 정도로 공격이 쉴 새 없이 날아들었다.
마치 기관총을 연상시킬 정도로.
‘괴...괴롭다. 이제 곧 호흡이 한계야!’
그렇지 않아도 놀란 가슴에 흐트러졌던 호흡이었다.
그런데 연이은 격한 움직임에 내 호흡은 거의 한계에 다다른 상태였다.
반면에 샤샤는 여유가 넘쳐 보였다.
마치 이런 상황이 익숙하다는 듯이.
[비틀-!]
나는 비틀거리며 간신히 공격을 피하기에 급급했다.
그런데 그때였다.
갑자기 뭔가가 뇌리를 스치고 지나갔다.
‘뭔가 이상하다. 왜 타격기만 쓰는 거지?’
그랬다.
지금 나는 완전히 밸런스가 깨진 상태였다.
그대로 덮쳐서 그래플링으로 들어가면 꼼짝없이 당할 정도로.
하지만 그녀는 나에게 태클이나 레슬링을 걸어오지 않았다.
그렇다고 팔이나 다리를 붙잡거나 얽어매지도 않았다.
‘혹시?’
어쩌면 샤샤는 그래플링이 취약한 건 아닐까?
솔직히 처음 내가 균형을 잃고 허우적거릴 때도 기회였다.
그대로 덮어 눌러서 유리한 자세를 취했다면 내가 꼼짝없이 당할 수도 있는 상황이었다.
그런데 그녀는 펀치와 발차기만 고집했다.
‘스탬핑 킥’이나 ‘사커 킥’처럼 동작이 큰 공격까지 하면서.
‘타격만 사용하는 것이 일종의 미끼일 수도 있어. 하지만 이제 호흡이 한계다. 이렇게 된 거 이판사판이다!’
점점 궁지에 몰리고 있던 나.
그렇게 맹공을 간신히 피해내던 나는 순간 몸을 움츠렸다.
그리고 용수철처럼 튀어 나가며 샤샤에게 태클을 걸었다.
[덥-썩-! 퍼-억-! 우당탕탕-!!]
“크-흑-! 이게 무슨-!!”
마치 미사일처럼 쏘아진 내 몸은 그대로 샤샤의 몸에 직격했다.
나는 양다리의 오금을 손으로 잡아채면서 오른쪽 어깨로 그녀의 치골부위를 들이받았다.
깔끔한 태클!
'제대로 막지도 못했어! 역시 이거라면...‘
적어도 ‘스프롤’이나 ‘니킥’을 차면서 저항할 것으로 생각했다.
아무리 그래플링에 취약한 사람이라도 그 정도 방어는 하는 편이니까.
격투기를 본격적으로 배운 사람은 그렇게 반응하기 마련이었다.
그런데 샤샤는 그 조차도 하지 못하고 내 체중을 고스란히 받는 것이었다.
덕분에 태클은 졸지에 ‘스피어 샷’이 되어 버렸다.
그녀는 내 어깨에 들이받히는 동시에 그대로 바닥에 나뒹굴었다.
[터-턱-! 꽈-악-!]
나는 얼른 그녀의 허리 위에 올라탔다.
그렇게 ‘마운트 포지션’을 잡고 펀치를 날렸다.
[샤-샥-! 샤-샥-!]
‘미친! 이 자세에서도 피한다고?’
그녀는 내가 날리는 ‘파운딩’을 고개의 움직임만으로 피해냈다.
그리고 손을 휘적거리면서 나에게 종종 반격까지 날리는 것이었다.
엄청난 타격 센스였다.
[덥-썩-!]
“비...비겁하게 머리카락을-!”
“목숨을 건 승부에 비겁이고 나발이고 어디 있어?”
나는 그녀의 매서운 펀치를 피한 후에 그대로 머리카락을 움켜잡았다.
그리고 반대쪽 팔꿈치고 그녀의 얼굴을 내려찍었다.
[쾅-!]
“컥-!”
[쾅-! 쾅-!]
“으-꺅-!”
[쾅-! 쾅-! 쾅-! 쾅-! 으-저적-! 콰-직-!]
“끄-억-! 쿨-럭-! 끄르르륵-! 쿨-럭-!”
마치 망치로 내려치는 듯한 팔꿈치 공격!
그렇게 몇 번이고 샤샤의 머리통에 공격을 가했다.
이윽고 그 괴물의 얼굴이 뭉개지면서 팔꿈치가 깊게 박혔다.
뼈가 부서지는 불쾌한 감촉.
그리고 팔에 흘러드는 뜨거운 액체.
그렇게 샤샤의 두개골을 박살 내면서 싸움을 끝냈다.
제법 힘든 싸움이었지만, 이번에도 나는 살아남았다.
‘말까지 통하는 상대를 죽이니 영 찝찝하군.’
보통 감염자와 다르게 이성을 가지고 있었던 돌연변이.
그들이 ‘엘자 패거리’였다.
마음 같아서는 죽이고 싶지 않았지만, 수적으로도 열세였고 그다지 설득이 통하지 않을 것 같아서 모두 해치우는 방법을 택했다.
하지만 역시 일을 끝내고 나니 손이 떨려오는 건 어쩔 수 없었다.
영 불쾌하고 찝찝하다.
“레이나, 괜찮아요?”
“네. 진기 씨는 어때요?”
“나도 멀쩡합니다.”
흥분을 가라앉히고 레이나와 실비아가 있는 곳으로 향했다.
내가 모습을 드러내자 레이나는 황급하게 내 안부를 물었다.
나는 웃는 표정으로 고개를 끄덕이며 레이나에게 되물었다.
그러자 그녀도 괜찮다는 표정으로 고개를 끄덕였다.
“이게 어떻게 된 거죠?”
“빈틈을 봐서 탈출했습니다. 그리고 녀석들을 모두 해치웠죠.”
“엥? 그 숫자를 혼자서 다 처리했다고요?”
“네. 운이 좋았죠.”
실비아는 어리둥절한 표정으로 나에게 지금 상황을 물었다.
나는 그녀들을 묶고 있는 밧줄을 풀면서 대수롭지 않다는 듯이 말했다.
그녀는 잠시 멍한 표정으로 나를 바라보다가 이내 고개를 끄덕였다.
감염자에게 쫓기던 자신을 혼자서 구해낸 사람이 나였고, 엘자가 돌연변이라는 걸 눈치챈 것도 나였다.
그런 일이 있었던 탓이었을까?
놀라움에 커졌던 그녀의 눈동자는 어느새 차분한 빛을 띠기 시작했다.
“진기 씨!”
“레이나!”
[와락-!]
밧줄을 모두 풀자 레이나가 품에 안겨왔다.
나는 그녀를 꼭 껴안으며 불안했던 마음에 온기를 주입했다.
지금까지 목숨을 건 사투를 벌이면서 얼어붙었던 마음이 녹아내리는 기분이었다.
불안하고 두렵던 마음이 물러가고 가슴속에 다시 행복감이 차오르기 시작했다.
[쪼-오오옥-! 후르릅-! 쪼-오옥-!]
“어...어머나!”
우리는 잠시 서로의 체온을 느끼다가 그대로 입술을 맞댔다.
그리고 격렬하게 움직이며 서로의 마음을 표현했다.
우리의 키스를 눈앞에서 목격한 실비아는 당황한 표정으로 슬쩍 자신의 얼굴을 가렸다.
그러면서 작은 비명을 내질렀다.
“주위에 잔당이 더 있지는 않을까요?”
“여기까지 오면서 어느 정도 확인을 했어요. 괜찮을 겁니다.”
“다행이네요.”
그렇게 몇 분간 나를 느끼던 레이나는 천천히 떨어졌다.
그리고 걱정스러운 표정으로 나에게 물었다.
지금까지 주위를 둘러보며 전진했기에 어느 정도 확신을 가지고 말할 수 있었다.
적어도 이 오두막에 진을 치고 있던 괴물은 그들이 전부였다.
“미...미안해요. 진기 씨. 제가 눈치 없게 티를 내서. 힘들었죠?”
“네. 뭐, 그래도 어떻게 해치울 수 있었으니까요. 혹시나 죽었다면 저승에서 실비아를 원망했을 겁니다.”
내 농담에 실비아의 표정이 파랗게 질렸다.
나는 얼른 그녀에게 다가가서 등을 두드리며 달랬다.
“괜찮아요. 괜찮아. 사람이 실수도 할 수 있지. 하지만 다음에도 그러면 실비아는 버리고 갈 거니까 그렇게 알아요?”
“...네.”
거의 울먹이는 표정이 되어서 자신을 자책하고 있는 실비아.
뭐, 이렇게 반성하는데 더 뭐라고 할 수도 없지.
나는 그녀들을 일으켜서 별채에서 빠져나왔다.
‘해가 지기 시작했어. 더 움직이는 건 무리다.’
한시라도 빨리 이곳을 벗어나고 싶었다.
하지만 해가 지고 있었다.
이 이상 움직이는 것은 위험했다.
‘어쩔 수 없지.’
나는 한숨을 내쉬고는 레이나와 실비아를 바라보면서 말했다.
“아무래도 오늘은 여기에서 묵어야 하겠습니다.”
[[“네에-에~?!!!”]]
내 목소리에 두 사람은 놀라서 이구동성으로 소리쳤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