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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1화 21화.


마리아는 그 말에 쓴웃음을 지으며 고민했다. 지금 이 컨디션으로 얼마나 빠르게 주문을 완성시킬 수 있을까? 단델은 자신에 대해 아는것이 없겠지만 그녀는 그에대해 꽤 많은것을 알고 있었다. 겉과 속이 다른 강한 힘에 굴복하는 형편없는 사내였지만 그가 다루는 창은 뛰어났다. 아마 아카데미에서도 창술로 그를 능가할 자는 몇 없었다. ‘몸이 멀쩡 했으면 한 번 붙어보는건데 어쩔 수 없지’ 마리아는 한 걸음 물러서기로 했다. “ 날 죽이고 뒷감당을 어떻게 하려고? 좀 더 깊게 생각하는게 어때. 두 사람이나 실종된다면 아카데미에서 조사를 할텐데 날 풀어준다면 가문의 명예를 걸고 비밀을 지키겠어. 난 아직 죽고 싶지 않거든” “생각해볼테니까 반항하지말고 얌전히 묶여라. 우리도 여기서는 소란을 피우고 싶지 않으니까” ‘살려 줄 생각이 없다는 소리군’ 마리아는 그 말을 듣고 놈들의 생각을 간파 했지만 결국 천천히 두 손을 머리위로 들었다. “프란디. 그년의 두 팔을 묶어서 끌고나와” 처음 들어온 프란디라는 사내가 우악스러운 손길로 그녀의 두 팔을 묶었다. “지팡이도 없는 걸 보니 크게 걱정은 하지 않아도 되겠어” 프란디에 말에 단델은 고개를 끄덕이며 밖으로 나갔다. 마리아가 카이와 함께 마차 밖으로 끌려나가자 나무가 빼곡한 공터였다. “얼른 끌고 가자고 곧 해가 저문다” 마리아는 마차 밖의 나머지 네 명을 확인하고는 성질을 죽이고 얌전히 포박당한 게 다행이라고 생각했다. 지금 그녀는 여섯 명을 상대 할 기력도, 마력도 남아 있지 않았다. * 단델은 생각보다 쉽게 일이 풀리고 있어 기분이 좋았다. 그는 카이가 다리안을 꺾은 그 날을 잊지 못했다. 그 분에게서 힘을 나눠 받은 기사들 중 다리안의 돋보적인 실력을 가지고 있었다. 그랬기에 자신과는 달리 완전한 비술을 하사받았다. 자신을 포함한 지금 이 자리에 모인 그 누구도 비술을 사용하는 다리안을 상대로 승부를 장담할 수 없었다. 아니 솔직하게 셋 정도가 각성제를 마셔야 간신히 버티는 정도였다. 그랬기에 단신으로 다리안을 제압한 카이의 반항을 걱정했다. 최악의 경우 여섯 중 절반의 죽음을 각오하고 시작한 일이었다. 하지만 이렇게 술에 취해 있다니 횡재가 아닐 수 없었다. ‘이거 괜히 각성제까지 사용했군’ 무기가 없는 술에 취한 기사나, 지팡이도 없는 술에 취한 마법사는 자신들에게 위협이 될 수 없었다. 이제 남은 일은 시체를 처리하기 좋은 위치에서 놈들의 목을 베어버리고 바닥에 묻는 것 뿐이었다. 단델은 미리 봐둔 장소에 도착하자 뒤따라오던 일행들을 멈춰세웠다. 그때 일행들 중 한명이 각성제에 취한 듯 거칠게 숨을 내쉬며 말했다. “잠깐 바로 처형할건가?” 맥다린이었다. 놈은 색욕이 번들거리는 눈빛으로 마리아를 훑어보고 있었다. “바로 처형한다. 이번일이 꼬이면 우리까지 책임을 져야하는데 네가 질 건가?” “크흥! 그거 참… 딱 오 분만 있었으면 좋았을텐데” 맥다린은 은글슬쩍 마리아의 엉덩이를 주물럭거리며 아쉬움을 달랬다. ‘멍청한새끼 넌 그래서 늘 중요한 일에 쓰이지 못하는거야’ 그것보다 기겁을 하며 비명을 지를 줄 알았던 마리아의 태연한 행동이 수상했다. ‘여자 마법사들은 귀족들 중에서도 여간 깐깐한게 아닌데?’ 단델이 천천히 그녀에게 다가가는 순간 그녀의 입이 아주 미세하게 움직이고 있다는 걸 깨달았다. “이년이 어디서 수작질이냐!” 단델은 본능적으로 로브 안에 숨겨두고 있던 창을 능숙한 동작으로 꺼내며 소리쳤다. 단델의 창이 바람을 찢는 소리와 함게 마리아의 목덜미를 향해 날아갔다. 마법 영창이 완료되기 전 일격에 죽일 생각이었다. 그때 고개를 푹 숙이고 있던 마리아가 히죽 웃으며 고개를 치켜들었다. ‘죽여라’ 단델이 짧은 찰나의 순간에 그 입모양을 보고 의아함을 느끼는 순간. 그녀의 옆에서 검 한자루가 날아들었다. 맥다린의 검이었다. 단델이 다급히 목덜미를 찌르던 창을 휘둘러 날아드는 검을 쳐냈다. 날카로운 금속음과 동시에 불꽃이 튀었다. 단델은 맥다린을 향해 창을 겨누며 소리쳤다. “무슨짓이냐! 드디어 성욕에 미친거냐?” “크흐흣! 안그래도 네 놈의 날 깔보는 태도가 마음에 들지 않았는데 잘됐군. 감히 이 몸이 하고자 하는 일에 토를 달다니. 널 죽여버리고 이 계집년을 가지고 놀아야겠다” 단델은 순간 비정상적으로 흥분한 놈의 모습과 여유롭게 묶여있던 두 손을 풀고 있는 마리아의 태도를 보고 뭔가 마법에 당했다는 사실을 깨달았다. ‘이래서 마법사 한 명은 데려왔어야 하는건데’ 같은 마법사들끼리도 상대의 마법에 무지했다. 페쇄적인 마법사들의 세계를 생각한다면 마법사를 데려왔어도 이런 정신계 마법에 대해서는 대비하지 못했을 가능성이 컸다. ‘그렇다면 저 놈도 죽여버리면 되는거지’ 단델은 이상한 낌새를 파악하고 무기를 꺼내 든 다른 동료들에게 눈빛으로 신호를 줬다. 그들은 천천히 마리아와 놈들을 포위한 채 조금씩 가까이 다가가고 있었다. 이 상황에서도 카이는 발버둥 칠 생각도 하지 않고 얌전히 마리아의 곁에 서 있었다. 그는 이 상황이 자신과는 아무런 상관이 없다는 듯 평온한 표정으로 지켜보고 있었다. ‘저 놈이 무슨 수작을 부리기 전 끝을 낸다’ 단델은 짧게 호흡을 가다듬으며 소리쳤다. “지금이다!” 자신의 신호에 맞춰 놈들을 포위하고 있던 일행들이 일제히 검을 휘둘렀다. 차가운 저녁 공기에 피비린내가 섞여들어갔다. 피가 바닥에 후드득 흩뿌려지며 비명소리가 숲을 울렸다. “크학!…이…이 개자식이!” 마리아의 등 뒤를 노리고 검을 휘두른 데리슨이 다급히 목덜미를 부여잡고 주저앉았다. 그 곁에 서 있던 프란디가 데리슨의 목을 벤 검을 늘어트리며 히죽 웃음을 터트렸다. 그 순간 반대편에 서 있던 레튼이 프란디를 향해 검을 휘둘렀다. “이새끼야 미쳤어?” 레튼의 공격에 프란디는 능숙하게 받아쳤다. 짧은 순간 수차례의 공방이 이어졌다. 단델은 맥다린에 의해 튕겨져나온 창을 회수하며 뒷걸음 질 쳤다. 이미 놈이 방해 할 걸 알고 내질렀기에 아무런 상관이 없었다. 별 기대도 하지 않고 내지른 창이었다. 이해 할 수 없는 상황에 단델은 튕겨져 나온 창을 회수하고도 움직이지 못했다. “이게 도대체 무슨 상황이지? 지팡이도 없이 정신계 마법을 이렇게 쓸 수가 있다고?” 단델이 데려온 다섯 명의 일행들 중 자신과 레튼을 제외하면 마법에 당하거나 죽었다. 그때 마리아의 목소리가 들렸다. “지금이야!” 레튼이 프란디와 검을 섞는 사이 그녀는 옆에 서 있던 카이의 손을 붙잡고 숲속으로 내달렸다. 단델이 본능적으로 그녀를 쫒기 위해 한 걸음을 내딛자 마법에 홀린 맥다린이 검을 휘둘러 왔다. ‘빌어먹을’ 간신히 놈의 공격을 튕겨내고 다시 자세를 취했다. 이대로라면 다 잡은 기회를 놓칠 게 분명했다. 단델은 허탈하게 웃으며 창을 움켜쥐었다. “여섯이 과하다고 생각했는데 우리끼리 다 죽이게 생겼군” 단델은 살아 돌아간다면 마리아라는 계집에 관해서 보고해야겠다고 생각했다. * 마리아는 다급히 카이를 데리고 숲속으로 달렸다. 그녀는 열 걸음도 되지 않는 뜀박질에 두 번이다 힘이 풀려 넘어질 뻔 했다. 위험할 뻔 했다. 입가에 비릿한 피 맛이 느껴져 바닥에 침을 뱉자 붉은 피가 침에 섞여 나왔다. 좋지 않은 징조였다. 무리하게 마법을 쓴 대가로 앞으로 며칠을 앓아누울테지만 지금은 아니였다. 구역질나는 놈이 자신의 몸을 주무른 덕분에 손쉽게 녀석을 세뇌시킬 수 있었다. 놈의 손길이 자신의 육체에 닿는 순간 준비했던 마법을 걸었다. ‘하긴 그 변태 자식이 주위의 이목을 끌어 준 덕분에 마법이 더 쉽게 먹히긴 했지’ 세뇌마법은 피시전자의 정신력에 따라 성공여부가 나뉘었다. 놈들이 각성제를 마시지 않은 멀쩡한 상태였다면 이렇게 손 쉽게 마법을 성공시키지 못했을 게 분명했다. 마리아는 거친 숨을 토해내며 수풀을 헤쳐 나무 뒤에 몸을 숨겼다. 이 상태로라면 발각 될 게 분명했지만 더 이상 움직였다간 간신히 성공시킨 세뇌 마법을 유지할 수 없었다. 그 증거로 벌써부터 카이의 눈빛이 변하고 있었다. 계약 마법의 제 1 원칙. 계약은 일방적일 수 없다. 욕망으로 맺어진 관계였기에 자신의 마법의 통제가 약해지면 카이의 육체를 지배하는 욕망이 꿈틀거린다. 마리아는 경련이 일어나는 손으로 천천히 가슴팍의 단추를 하나씩 풀기 시작했다. 욕망을 채워 줄 때까지만이라도 놈들에게서 걸리지 않는다면 이 숲을 빠져나가는 건 어렵지 않았다. 마리아는 마지막 단추를 풀고 속옷을 들춰 젖가슴을 밖으로 꺼냈다. 저녁 무렵의 찬 바람이 옷 속으로 파고들며 마리아를 괴롭혔지만 그녀는 최대한 태연하게 매혹적인 눈웃음을 지으며 손짓했다. “자 이리와서 네가 욕정을 풀어 내가 도와줄게” 카이는 색욕이 번들거리는 눈으로 자신의 젖가슴을 바라보며 다가왔고 마리아는 두 팔을 벌려 그를 품에 안았다. 한껏 열기가 오른 그는 몸을 숙여 젖가슴에 얼굴을 파묻었다. 카이가 고개를 움직이며 거칠게 젖가슴을 탐하는 순간 그 충격이 고통으로 변해 마리아를 괴롭혔다. 마리아는 카이의 뒷머리를 쓰다듬으며 이 고통이 빨리 끝나기를 기도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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