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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8화 EP018-적응


본격적인 히어로 데뷔 이후로 내 일상은 완전히 뒤집혔다고 해도 좋을 정도로 크게 달라졌다. 그런 변화들 속에서 가장 적응이 되지 않는 점이라고 한다면, 역시 이런… 과분한 관심이다. 간단한 순찰 임무를 끝내고 협회로 복귀하는 길에서 대기하고 있던 기자들을 상대하는 일은 상대하는 것도 이번이 처음이 아니다. “헤이즈 씨! 이쪽도 한 번 봐주세요!” “간단한 포즈 부탁드립니다!” “최근 주목할 만한 빌런의 움직임이 있다면 한 마디 부탁드립니다!” 카메라 앞에서 경직된 미소를 짓고 있는 거, 생각보다 어렵더라. 게다가 포즈? 히, 히어로들이 잡는 포즈는 보통 어떤 포즈야? 이런 건 배운 적 없다구…! “이… 이렇게요?” 엉성한 포즈를 취하고 억지로 어색한 웃음을 짓자마자 연달아 터지는 플래시. 이제 다들 사진 몇 장 정도는 찍은 것 같으니까 슬슬… 도망가도 되겠지. “어… 저, 저 조금 바쁜 일이 있어서 가볼게요! 다들 죄송해요!” “헤이즈! 같은 지부 소속 히어로인 미라지와 좋은 관계로 발전되고 있다는 이야기는 사실인가요?” “일반인 남자친구와 시내에서 데이트하는 모습을 봤다는 제보가 있습니다!” 말도 안되는 질문에는 대답도 하지 말라고 더스트 언니가 그랬지. 각성하고 난 뒤로 오빠랑 데이트도 못하고 있는데, 씨이이…. 그, 그냥 못들은 척 하고 가버리자! 그대로 협회 건물이 있는 쪽으로 빠르게 달려가면서 힘차게 도약. 이제 순찰 임무를 맡은 지 일주일 정도가 지났을 뿐이지만 기본적인 움직임에는 나름 익숙해졌다. 더스트 언니도, 미라지 씨도… 그리고 매튜 씨도, 모두 친절하게 나를 도와준 덕분이다. 특히 더스트 언니는 무뚝뚝한 첫인상과 달리 나에게 엄청나게 잘해준다. 지금처럼, 내가 순찰 갔다가 올 때마다 옥상으로 돌아온다는 걸 알고 마중을 나와 주기도 하고. “후아… 도착!” “조금 늦었네, 헤이즈.” “언니… 알잖아요! 순찰 딱 끝나는 마지막 구간에서 기자들이 대기하고 있다니까요?” “익숙해져. S급이면 그런 관심도 즐겨야지.” “지… 진짜, 언니이…!” “일단 이거 받아.” 더스트 언니가 손에 들고 있던 가방에서 종이 봉투를 꺼내더니 내게 내민다. 안에는 여러 개로 분리되어 묶인 서류들이 들어있는 것 같은데…. “뭔데요?” “광고 계약서.” “광고… 광고라고요? 어떤 광고요?” “속옷.” “…안해요!” “그거 말고 다른 협찬도 있고, 이것저것 비즈니스. 나중에 읽어봐.” 그나저나, 요즘 지부장님이 거의 보이지 않는다. 이런 전달 사항도 대부분 더스트 언니가 전해주고 있고. 마지막으로 만난 건… 오빠의 부탁으로 마사지를 받았던 일주일 전. 호, 혹시 그때 내가 뭐 실수라도 했나…? “승윤 씨는? 요즘 어때?” “오빠요? 으, 음….” 오빠의 상태는… 잘 모르겠다. 며칠 전부터 오빠가 망상에 대해서 어떤 말도 하지 않는다. 내가 옆에서 봤을 때는 오빠, 분명 뭔가 보고 있는 느낌인데. 멍도 자주 때리고, 말 걸어도 조금 늦게 대답을 하고…. “요즘 또 망상에 시달리고 있는 것 같긴 한데, 말을 안해줘요.” “뻔해. 참아보려고 노력하는 거겠지. 전혀 도움이 안되는 행동이지만.” “…….” 그럼 역시 오빠를 괴롭히는 망상에 나오는 거… 세, 섹스인가? 나한테 부탁하기 미안해서 말도 꺼내지 못하고 혼자서 끙끙 앓고 있는 거지? “언니.” “왜.” “저… 아, 아무래도 지부장님이랑 끝까지… 해야 할 것 같아요.” “그래?” 언니는 별로 놀라지도 않는다. 이미 예상하고 있었던 것처럼 덤덤하게 고개만 끄덕인다. “어쩔 수 없지. 마스터마인드를 당장 잡는 건 불가능하고, 승윤 씨의 증상이 심해지는 걸 늦추는 게 최선이니까.” “그래서 말인데, 지난번에 언니가 말했던 거… 지부장님이 왜 은퇴했는지, 왜 끝까지 하지 말라고 한 건지 알려주세요.” “아. 아직 말 안했구나.” “뭐, 뭔데요? 엄청 심각한 문제였어요?” “호들갑 떨지 말고 따라와.” 마사지를 받은 날 이후로 매튜 씨의 은퇴에 대해서 찾아보긴 했는데…. 도움이 되는 정보는 하나도, 아무것도 찾을 수가 없었다. “어디 가는 거예요?” “자료실.” *** “…하아.” 솔직히 말하자면, 왜 하필 나에게 이런 일이 일어난 것인지 원망한 적도 많다. 이렇게 가만히 눈을 감고만 있어도 풀어내지 못한 욕망이 망상으로 빚어지며 머릿속에 떠오르니까. “…….” 차마 입 밖으로 꺼내기엔 너무나도 수치스러운 종류의 망상들에 나는 흥분한다. 더없이. 이전에는 그래도 은지에게 솔직하게 털어놓고 도움을 받기도 했지만, 최근의 상황은 조금 곤란하다. 매번 차마 은지에게도 말하기 부끄러운, 한심하고 역겨운 망상들의 연속이다. 게다가… 이번에는 망상의 상황이 자체가 문제가 되는 게 아니다. 망상 속 은지가 직접, 나를 괴롭힌다. ‘으응… 지난 번처럼 손으로 해달라고? 괴롭히는 방법은 아직 자, 잘 모르겠는데… 일단 알겠어….’ “…….” 처음에는 내가 아는 은지와 별반 다르지 않다. 약간의 다른 점이 있다면 낯선 검은색 속옷을 입고 있다는 것. 내가 본 적 없는 저 속옷은 매튜 씨의 취향일지도 모른다는 생각이 스치지만, 잠시 뿐이다. 망상의 시작으로부터 얼마 지나지 않아서 은지의 눈빛이 조금 바뀐다. 손으로도 자지를 감싸고 흔드는 게 아닌, 손가락 끝으로 겉면을 살짝 쓰다듬어주는 것처럼 미묘하게 스친다. ‘오빠는… 괴, 괴롭혀주는 게 좋은 거야? 이렇게…? 흐, 흐응… 그렇구나….’ “하… 아, 아….” 그러다가 어느 순간 은지의 손가락이 자지에서 떨어지고, 발기한 채로 움찔거리는 자지 앞으로 은지의 머리가 다가오지만- ‘후우우…♡ 어, 어때…? 오빠가 좋아할 것 가, 같아서… 좋다고? 으, 으응…. 더 해, 해줄게…♡’ 귀두 앞에서 입술을 약간 벌리고 따뜻한 숨을 부드럽게 불어주는 은지. 한없이 부드러운 자극이지만 상냥하다는 느낌은 거의 없다. 자꾸만 자지에 바람을 불어주면서 나를 살피는 시선에는 은근한 조소가 섞여 있다. ‘있잖아… 매, 매튜 씨 자지였으면 이미 이쯤에서 입술에 다, 닿았을 거야, 오빠…♡’ “아, 아….” ‘근데 오빠 자지는… 아직 한참 남은 거… 오빠도 보이지…?’ 자지로부터 손가락 한 마디 정도 떨어진 거리에서 사근사근 속삭이는 은지의 말은 잔인하다. 그러면서 움찔거리는 자지의 기둥에 손가락… 아니, 손가락도 아니다. 손톱 끝을 대고 갉작갉작…♡ 찬찬히 긁듯이 만져준다. ‘기, 기분 좋아 보이네, 오빠…? 후우우-♡ 후, 후우…♡ 자지는 만지지도 않았는데 그, 그렇게 좋아…?’ “조… 좋, 아….” ‘오빠 표정, 엄청 싸고 싶어하는 것 같아서 조금… 귀여운 것 같기도 하고…♡’ 야릇한 눈웃음을 지으면서 자지를 아주 가볍게, 손가락 끄트머리 부분이 닿는 정도로만 잡는 은지. 그리고 느리게… 아주 느리게, 위로 올라갔다가- “허, 억….” 다시, 아래로 내려가면서 입김을 불어준다. 그렇게 나를 애태우는 은지에게서 눈을 뗄 수가 없다. ‘이대로 싸고 싶은 거지, 오빠…?’ “하아, 아, 아….” ‘그… 그럼, 있잖아, 오빠… 나, 매튜 씨랑 섹스하고 와도 돼…?’ “…….” ‘오빠가 허, 허락해주면… 나도 이대로 오빠, 싸게 해줄게…♡’ “하, 하지만….” ‘하고 와서, 오빠랑 하는 섹스랑 얼마나 다른 지…♡ 전부 얘기해줄 테니까, 으응…?’ 망상의 마무리는 늘 이것이다. 매튜 씨와 관계를 맺고 싶으니까 허락을 요구한다. 그리고 사정 직전까지 달아오른 자지의 기둥 뒷부분을 손톱으로 톡, 톡 두드리면서 재촉한다. 그럼… 나는, 나는…. “하… 하고, 와….” 뷰르르르릇- 뷰르르릇- 한심한 허락과 함께, 자지를 건드리지도 않고 사정을 맞이한다. 불쾌한 끈적함이 느껴지지만 마지막까지 망상에서 눈을 돌리지 못한다. ‘웅…♡ 고마워, 오빠…. 그럼 갔다 올게…?’ 허락을 받아낸 은지가 손을 가볍게 흔들면서 뒤로 돌아 떠나가는 모습. 표정만 봐도 잔뜩 기대감에 부풀어서 두근거리는 듯한 은지가, 매튜 씨에게로 향하는 모습이다. “…….” 그렇게 망상이 끝났다. 은지가 매튜 씨에게 마사지를 받고 돌아온 이후로 거의 하루에 한 번 정도는 이런 망상을 하게 된 것 같다. 은지에게 괴롭혀지고, 내가 기뻐하는 것을 들키고, 그렇게 반강제로 매튜 씨와의 섹스를 허락하게 되는. 이 망상에서 내가 기대하는 건… 은지에게 괴롭혀지는 걸까, 아니면 은지와 매튜 씨의 섹스일까. 띠링- 문자가 도착했다. 휴대폰을 들어서 확인해보니, 은지다. 방금 전 망상에서 마주한 은지와는 너무나도 다른, 다정한 나의 연인. 은지. ‘오빠! 집에 있지? 나 이제 들어가려고. 오늘은 얘기할 것도 있으니까 금방 갈게!’ “…얘기할 거?” 요즘 은지에게 특별히 무언가를 부탁하거나 별다른 말을 꺼낸 적은 없었는데…. 괜히 긴장이 된다. ‘응. 집이야. 천천히 와.’ “하아아….” 이제 은지가 오기 전까지 방금 전 내가 저지른 한심한 사정에 대한 뒤처리를 해야 한다. 이 망상을 털어놓지 않고 속으로 썩히는 건 절대로 좋지 않다는 거, 당연히 알고 있다. 하지만… 이걸 은지에게 말하면 망상 속 은지의 모습이 정말 현실로 다가올 것 같아서. 그게 두려우면서도 나는, 마음 한켠으로 기대를 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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