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7화 EP017-비교
수없이 많은 장면들이 연속해서 머릿속을 지나간다.
모든 순간들 속에는 오직 남녀 한 쌍만이 있을 뿐이다.
그 중에 한 명은 은지다. 하지만 다른 한 명은 내가 아니다.
“후….”
깊은 숨을 들이마실 때마다 망상이 비쳐주는 장면이 바뀐다.
은지와 짧은 통화를 끝낸 뒤로 나는 소파에 앉은 채로 한 발자국도 떼지 못하고 있다.
가슴, 그리고 그 다음으로 이어질 수 있는 가능성들은 너무나도 많다.
“…아니겠지. 아닐 거야.”
나는 은지를 믿는다. 믿지 못할 이유도, 의심을 할 정황도 없다.
하지만 망상은 이렇게 말한다.
‘소중한 여자친구가 너에게 거짓말을 했다는 걸 깨닫는 순간의 괴로움은 무척 달콤할 거야.’
만약에… 당장 오늘이라도, 집에 돌아온 은지가 나에게 거짓말을 한다면?
사실은 나와 전화를 하기도 전부터… 아니, 아예 전화를 하는 순간에도.
이미 매튜 씨의 허리 위에 올라타 있었던 거라면?
“아….”
.
…안돼.
벌써부터 강한 자극으로 망상을 달래려 하면 점점 만족하지 못하게 된다는 말을 들었잖아.
하지만 비슷한 강도의 괴로움에는 망상이 점점 내성을 갖춘다고도 했고.
그렇다면, 여기서 조금만 더 나아가기 위해서는 뭘 해야 하는 거지?
은지에게 어떤 부탁을 해야 하는 거지…?
“…오빠?”
“…….”
날 부르는 은지의 목소리에 고개를 들었다.
문이 열리는 소리도 듣지 못했는데, 은지는 이미 거실에 서서 나를 바라보고 있었다.
“…왔구나. 미안. 잠깐 다른 생각을 하느라.”
“괜찮아? 내가 조, 조금 늦었지… 미안해.”
“아니야. 일단… 손 씻고, 옷 갈아입고 와. 편하게.”
“웅.”
이렇게 부탁을 하고 은지가 돌아와서 얘기만 해주는 일상의 반복은 단조로워.
그렇다고 해서 행위 자체의 강도를 높이는 건 나도 조금… 무섭고.
…조금 다른 시도를 해볼 필요가 있겠어.
***
옷을 갈아입은 은지와 함께 은지의 방에 들어왔다.
목적은 물론 은지의 이야기를 듣기 위해서다.
그리고 부끄럽지만… 듣기만 할 생각은 아니다.
“손으로…?”
“…응. 부탁하고 싶은데, 괜찮을까?”
“다, 당연히 괜찮지, 오빠! 근데 나… 손으로 해본 적은 없어서 자신없어….”
“그건 이해해. 부담 가질 필요 없어.”
은지는 늘 그렇듯 나의 부탁을 거절하지 않는다.
하긴… 이 정도면 지금까지 들어준 부탁에 비하면 무척 쉬운 편에 속하겠지.
“…그럼 하, 할까…?”
“편하게 시작해줘. 최대한 자세하게 말해주면 좋겠지만… 편하게.”
“…….”
조금 긴장한 표정을 한 채로, 은지가 내 옆에 밀착하듯이 가까이 붙는다.
미리 내려 뒀던 바지 위로 드러난 자지에게 다가온 손이, 닿는다.
자지를 조심스럽게 감싸 쥐는 손길은 무척 부드럽다.
“아프지는 아, 않지?”
“…응.”
“후… 후우. 혹시 아프면 말 해, 오빠…?”
차분하게 심호흡을 내쉰 은지의 입술이 잠시 망설이지만, 이내 움직인다.
동시에 자지를 쥔 손도 찬찬히 위로… 그리고 다시 아래로, 흔들린다.
“그러니까, 운동하고 나서… 체육관 옆에 마사지를 할 수 있는 방이 있거든….”
“…….”
“거기서 처음에는 위에 옷만 벗고, 매튜 씨가 내 뒤에 앉아서 가슴을 만져줬어.”
“…그래서?”
“두 손으로 가슴을 꽈아악… 쥐, 쥐고 주무를 때마다 손가락이 가슴에 파묻히는데….”
은지의 가슴이 내 몸통에 닿아 눌리고 있다.
부드럽고 말캉한 촉감이 생생하지만, 매튜 씨는 이걸 두 손으로 한가득 만끽했을 거다.
그리고 은지는, 그 커다랗고 단단한 손에 붙잡힌 채로….
“…아, 알잖아? 나 가슴 민감한 거.”
“하… 하아. 알지.”
“막… 매튜 씨 손가락 사이사이로 살이 조금씩 삐져나오고, 모양도 자꾸 이상하게 찌그러지고….”
“…….”
“유두도, 매튜 씨 손바닥이 조금 거칠어서… 스칠 때마다 자꾸만 기, 기분이 좋은 거야….”
은지가 자세를 조금 고치면서 자지를 쥐고 있던 손의 모양을 약간 바꾼다.
처음이라서 어색한 티가 움직임에 은은하게 묻어나지만 그것도 나름대로 자극적이다.
“그래서… 가버렸어? 가슴만 만져져서?”
“…거, 거짓말해도 되는 거지…?”
“…응.”
“갔…어.”
“…….”
“두 손으로 가슴을 잡아서 앞으로 당기는데… 느낌이 오싹오싹해서 잠시만 기다려 달라고 했거든…?”
“…근데?”
눈을 감았다. 커다란 매튜 씨의 손바닥에 이리저리 뭉개지고 눌리는 은지의 가슴과….
낯선 쾌감에 점점 가까워지는 절정을 어떻게든 참아보려고 하는 은지의 표정.
상상이 된다.
“근데 매튜 씨가, 너무 길게 끌면 좋지 않다고… 가슴을 꽉, 꽈아악- 잡고 눌러버렸어….”
“…….”
“가슴 전부, 통째로 붙잡고… 진짜 쌔게 주무르는 거야. 그래서 그대로 가, 가버리면서….”
“가버리면서?”
“…침대에 부, 분수를, 조금…”
거짓말… 거짓말일까?
가슴 마사지를 끝내고 나와 전화를 했을 때의 은지의 숨은 무척 가빴다.
그 정도라면, 분수를 뿜어버릴 정도의 절정을 느낀 게 아닐까?
“그… 그 다음에는….”
“자, 잠깐만.”
잠시 은지를 멈춰세웠다.
처음부터 자지를 스윽, 스윽- 비벼주던 부드러운 손길과 은지의 이야기만으로 충분히 싸버릴 것만 같은 상태였기 때문이다.
하지만 이대로 사정하는 건 조금 부족하고, 아쉽고, 또 아까웠기에.
“…매튜 씨가 발기했다고 했지? 그 다음부터는.”
“…으응.”
“내… 내 자지 쪽으로 가줘. 가까이서 보면서… 비교해줘.”
“…….”
부끄러워하는 은지지만, 이번에도 역시 내 부탁을 들어준다.
천천히 몸을 일으켜서 조금 밑으로… 내 자지가 있는 곳에 엎드리는 것처럼 앉는다.
“…거짓말을 섞어도 괜찮으니까.”
“비… 비교?”
“응. 비교. 자세하게… 부탁해.”
떨리는 건 내 목소리였다.
이런 비교를 부탁해봤자 열등함을 확인당하는 꼴인데… 그걸 원한다.
은지의 입으로 나보다 매튜 씨가 더 우월하다는 말을 듣고 싶다.
“…….”
내 자지 앞에서 가만히 숨을 내쉬는 은지의 시선에는 무슨 의미가 담겨있는 걸까.
조금 열린 입술 사이로 오고가는 따뜻한 숨이 자지에 닿아 흩어질 때마다 찌릿한 쾌감이 스친다.
“이, 일단… 매튜 씨는, 조금 더… 커.”
“…내가 작다는 말이지?”
“그… 그런 얘기가 아니라…!”
“그냥 둘만 비교해줘. 매튜 씨에 비해서… 작아?”
“…응.”
오싹한 패배감. 남자로서 패배했다는 굴욕, 수치심.
그리고 쾌감. 중독적인 짜릿함.
“하… 아.”
“어, 어쨌든! 그리고 그 다음에는… 매튜 씨가 내 보, 보지도… 만져줬어. 오빠 부탁대로.”
“…응.”
“손가락도 되게… 굵거든?”
“…자지처럼?”
“…….”
“말… 해줘.”
“으, 응. 자지처럼… 굵어.”
자지처럼 굵고 긴 손가락에 은지의 보지가 쑤셔졌다.
분명… 기분 좋았겠지.
“안쪽으로 처, 천천히 들어오면서… 다른 손으로는 계속 가슴을 만져줬어.”
“기분 좋았어?”
“…좋았어.”
“많이?”
“으, 읏… 그… 그렇지, 아마… 많이 좋았던 것 같아….”
이건 거짓말일까?
아니면 그저 기분이 많이 좋았다는 걸 인정하는 것일 수도 있다.
모르겠다. 이 모호함… 너무, 너무나도 중독적이다.
게다가 말을 할 때마다 자지에 닿는 따뜻한 입김과 숨결.
매튜 씨는 이미 몇번이나 은지의 입에 자지를 처박고 사정을 했는데… 나는 지금 이 자극만으로도 사정해버릴 것 같다.
“매튜 씨랑 내 자지 중에… 뭐가 더 굵어? 뭐가 더 길어?”
“그, 그야 당연히 오빠 자지지…!”
“…그럼 두 개는? 손가락 두 개.”
“두… 두 개?”
고민을 해야 답이 나오는구나.
“…아마도 매, 매튜 씨 손가락.”
“…하아.”
“그, 근데 매튜 씨는 워낙 덩치도 크고… 손도 엄청 크니까. 태생적인 골격이 크다고 해야 하나…?”
그렇게 핑계를 대는 게 오히려 압도적인 신체적 차이를 더 확실하게 못박는 말이라는 걸 은지는 모르는 눈치다.
내 자지와 얼추 비슷할 정도로 길고 굵은 손가락에 보지가 쑤셔지며 또 다시 가버리는 은지의 경험담은 망상과 크게 다르지 않았다.
조금은… 다행이었다. 내가 고안한 방법이 그래도 효과가 있는 것 같아서.
그리고 은지도 충분히 기분 좋아졌던 것 같아서.
“그리고 나서… 자지도 빨아줬어?”
“으, 으응. 오빠가 말한 것처럼… 매튜 씨, 발기하고 있었거든.”
“언제부터?”
“…아마도 처음에 가슴 만질 때부터…?”
매튜 씨 같은 은퇴한 영웅에게도 은지의 몸은 매력적이구나.
그런 사람이 진심으로 은지를 빼앗으려고 한다면 나는 막을 수… 없겠지.
“자지, 빨아줄 때에는… 어떻게 했어?”
“그… 그냥 오빠랑 해줄 때랑 똑같아! 이렇게, 머리 숙이고….”
은지가 내 쪽을 올려다보면서 머리를 숙인다.
부드러운 입술이 귀두에 눌리면서 닿는 느낌은 좋지만, 분명 좋지만-
“…!”
순간 시야가 흐려졌다.
주변의 다른 모습은 전부 그대로였지만… 은지의 입술이 닿고 있는 내 자지가 조금 달라졌다.
은지가 보여준 사진 속, 은지가 빨아주고 있던 매튜 씨의 자지다.
그 자지에 입술을 대고 있는 은지는 얼핏 보면 자지에 키스를 하듯이 가만히 멈춰서 있으나…
나를 향한 저 낯설면서도 야릇한 표정과, 저… 저 손은….
“허, 허억…!”
“꺄악! 오… 오빠?”
발작적인 패배감이 일으킨 충동적인 사정을 억누르는 건 불가능했다.
되찾은 현실감과 함께 돌아온 시야에는 내 자지와, 그 앞의 은지.
그리고 은지의 얼굴에는… 방금 내가 한심하게 사정해버린 정액이 조금 튀어서 묻은 게 보인다.
“…미안.”
“…괘, 괜찮아! 한참 전부터 내가 손으로 계속 해주고 있었잖아.”
“…….”
“그, 그래도 오빠! 싼 거면 조금… 만족한 거지? 그치?”
은지는 얼굴에 묻은 정액을 닦지도 않은 채로 나를 보며 묻는다.
희미한 웃음까지 짓는 그 모습에 차마 만족하지 못했다는 대답을 할 수가 없었다.
“그럼. 은지 네 덕분이야.”
“…다행이네.”
마지막에 한 순간 망상이 튀어나오긴 했지만, 그래도 나름의 소득이 있었다.
은지를 빼앗길 수도 있다는 상황만이 괴로움과 쾌감을 가져오는 게 아니다.
남성의 우열에서 내가 열등한 쪽임을 연인의 입으로 확인 당하는 것이 얼마나 괴로운지 알아버렸다.
…조만간 거짓말 뿐만 아니라 다른 말들까지 부탁하게 될지도 모르겠다.
게다가 지금은 욕 한 마디 똑바로 하지 못하는 은지가 나를 멸시한다는 것은, 생각보다 더….
“…아.”
“웅? 왜, 오빠?”
“…아무것도 아니야.”