6화 EP006-부탁
“오빠!”
“왔어? 고생했어. 오랜만에 몸 좀 써가지고 힘들겠네.”
“히히… 아니야. 하나도 안힘들어.”
하늘에 어둑한 빛이 깔리기 시작할 때 즈음, 은지는 집으로 돌아왔다.
내가 미리 준비해둔 저녁 식사를 위해 식탁에 앉으면서도 나를 보며 계속 웃어주는 은지.
“예전에 나 필라테스 했잖아. 그래서 생각보다 할 만 했어!”
“그래? 멋있네. 히어로 다 됐네.”
“오빠는? 오빠는 어땠어?”
“나?”
“어제 그런 거… 없었지?”
“…없었지. 그런 거.”
“다행이다! 그럼 얼른 밥 먹자, 오빠. 기다리느라 배고팠겠다.”
미안. 은지야.
그런 거, 있었어.
…내 입으로 말하기엔 너무 부끄럽고 한심한, 그런 거.
***
참을 수 있을 리가 있나.
아찔한 괴로움이 바로 앞에 있고, 참을성은 내 특성 덕분에 힘을 쓰지 못한다.
게다가 은지까지 없다. 누구보다 나를 사랑하고 아껴주는 연인은 지금 내 옆에 없다.
대신… 그래, 이 사진 속 남자의 옆에 있겠지.
몸에 딱 맞는 레깅스 한 장과 저 커다랗고 묵직한 가슴을 간신히 담아내는 탱크탑 한 장만 입은 채로.
“하… 하, 하아…! 아, 아…!”
괴롭다.
망상이 자꾸만 은지를 정말 믿을 수 있냐고 물어보면서, 보여준다.
일어날 리가 없는 지독한 가능성을.
“하, 하아-♡ 하, 아-♡”
가쁜 숨을 내쉬는 은지의 타이즈가 찢어져 있다.
다리 사이를 덮어주는 부분이 사라진 타이즈의 위에는, 길다랗고 두꺼운 자지가 맥박에 맞춰서 꿈틀거리고 있다.
“후우, 후, 후아…♡ 커, 커…♡”
크다고?
…그래. 나보다 커 보이네. 분명… 더 커.
난 저 사람을 모른다. 얼굴도 모르고 만나본 적도 없지만, 망상 속에서 그런 정보는 필요 없다.
오직 내 연인이 다른 남자에게 범해지고 있다는 사실만이 중요할 뿐이다.
“으, 으으, 읏…♡ 후, 후으…♡”
미묘하게 떨리는 은지의 목소리가 들려온다.
삽입이 시작되고 있다. 두툼하고 단단한 귀두가 조금씩 은지의 안쪽으로 파고든다.
내가 없는 곳에서, 지금도 은지는 이렇게 따먹히고 있을 지도 모른다.
사진 속 히어로 동료에게 몸을 허락하고 있을지도 모른다.
그런 비참한 망상이 너무나… 황홀하다.
“하아, 하, 하아…! 허, 허억…!”
삽입은 느리고, 깊다.
어느새 거의 끝까지 들어간 자지는 기둥 부분이 더 이상 보이지 않는다.
“으, 으응♡ 하, 하으, 흐, 읍-♡ 후, 후으♡ 후♡ 후♡”
은지는 가쁜 숨을 내쉬면서 활짝 벌린 다리 사이를 가만히 내어준다.
어젯밤, 여전히 생생한 기억 속 은지에게 내가 삽입할 때에는… 어땠지?
“허, 헉… 허억, 아, 윽….”
자지가 괴롭다.
어느새 바지 밑에서 발기해버린 자지는 망상 속에서 지금 은지의 안을 꽉 채워주고 있는 자지에 비하면…
…한심하다.
크기나 길이, 굵기 따위를 비교하는 게 아니다.
나의 연인, 은지를 채워주고 있는 저 자지와 달리 나는, 내 손 안에서 꽉 쥐여진 채로-
탁, 탁, 탁-
“하아아… 아, 아….”
망상은 이어진다.
어느새 거의 다 삽입이 되어버린 길다란 자지. 그걸 다 보지로 확실하게 품은 은지.
“후으, 후, 후아-♡ 가, 가, 가득, 차서-♡”
이런 말, 은지가 할 리가 없다.
분명 나를 더 괴롭게 만들기 위해 망상이 꾸며낸 가짜다.
그걸 알면서도 나는 더 손을 꽉 쥐고, 더 빠르게 흔들며 망상에 몰입한다.
자지가 움직인다. 은지의 다리를 붙잡은 채로 저 남자의 허리가 뒤로 쭈욱- 뽑혀나온다.
긴 자지를 전부 삼키고 있던 은지의 보지에서 찌거어어억-♡ 하며 질척한 소리가 늘어붙는다.
찐득한 보지즙이 저 자지에 달라붙으면서 아쉬워하고 있다.
“히, 히으, 읍-♡ 후아, 하, 하아-♡”
어깨를 움찔, 움찔 떨면서 가버리고 있는 은지.
기분이 좋아 보인다. 어쩌면… 나랑 할 때보다, 더.
파앙-!
“오호옥♡ 오, 오오, 옷…♡”
한 번의 박음질만에 은지의 입에서 추잡스러운 소리가 터져나왔다.
나는 이해할 수 있다. 은지가 나의 망상을 이해한 것처럼.
저 긴 자지가 단번에 보지를 꽉 채우면서 박히는데, 당연히 참기 힘들겠지.
그러니까, 그러니까… 더 가도 괜찮아. 보여줘. 들려줘.
찌거어어어억-♡ 파앙-!
“호, 호오♡ 오♡ 오♡ 오♡”
자지가 쭈욱 뽑혔다가 다시 안쪽으로 파고들 때마다 은지의 매끈한 배가 볼록, 부풀어오른다.
한 번으로 그치지 않는다.
저 깊은 곳까지 지금 자지가 닿고 있다는 걸 나에게 알려주는 것처럼, 반복된다.
자지를 푹푹 쑤실 때마다 지금 은지의 보지 깊은 곳이 후벼 파이고 있음을 나에게 보여준다.
탁- 탁- 탁- 탁-
“하아, 하, 으, 으윽…! 허, 허억….”
사정이 임박했다.
나도, 망상 속의 저 남자도.
허리를 박아대는 속도가 빨라질수록 나의 손도 함께 속도를 낸다.
그리고, 마침내 자지가 뿌리까지 깊숙이 처박히고, 남자가 허리를 꾸우욱- 꾹- 앞으로 눌러댄다.
“…아.”
“오, 오호옷♡ 오♡ 오오, 오, 오오♡”
망상은 나에게 은지가 어떻게, 무슨 표정을 지으며 가고 있는지 보여주지 않는다.
대신 넘쳐흐르는 절정의 기쁨을 담아내지 못하고 머리를 뒤로 한껏 젖힌 채 허리를 덜덜 떠는 꼴을 보여준다.
그리고, 다리 사이에서는 자지를 꽈악-♡ 삼킨 보지에서 진득한 정액이 마구 역류하는 것까지.
“…….”
나도… 동시에 사정했다.
아무 소리도 낼 수 없었지만 그 어느 때보다 짜릿하고 오싹한 사정의 쾌감이 몸에 가득 차올랐다.
비참하고 괴로운 감정은 전부 중독적인 쾌감으로 변해버린다.
그럼에도 나는… 부족하다.
***
“…….”
“맞다, 오빠! 아까 더스트 씨한테 받은 그 종이, 어디 있어?”
“…어? 아, 아… 그거 저기 책상에.”
“그래? 잠깐만~”
식탁에서 일어난 은지가 아까 내가 앉아있던 책상 쪽으로 향한다.
…잠깐. 내가 아까 뒤처리를 하고 휴지… 버렸던가?
“…….”
“은지야?”
“오빠, 이거….”
망상과 사정의 여운에 정신이 팔린 내가 그런 꼼꼼함을 갖추고 있었을 리가 없지.
책상 위에는 잔뜩 구겨진 채로 말라붙은 휴지가 서너 개 떨어져 있었다.
“…….”
“호, 혼자 했구나? 그… 그럴 수 있지! 으, 응.”
애써 밝게 웃으면서 못 본 척을 해주는 은지.
그런 배려가 오히려 나를 더 수치스럽게 만들고… 수치심은, 두근거리는 긴장 섞인 흥분으로 변한다.
“아까 내가 사, 사진 보내줘서 그런 거야…? 조, 좀 섹시하긴 했지? 그치?”
“…그래.”
“뭐… 뭐야, 그런 거였어? 난 또….”
“그 사진에 같이 나온 사람.”
어색하게 웃어주던 은지의 미소가 굳어진다.
차라리 거짓말로, 그냥 은지의 사진을 보면서 자위를 했다고 인정하면 편했을 지도 모른다.
하지만 지금의 나는 고통을 원한다. 마음의 괴로움을 원한다.
그래서 말한다.
“그 사람이 너를… 따먹는 망상을 하면서, 자위했어.”
“…….”
“네가 망상에서 나보다 그 사람의 자지가 더 크다고 말하는 걸 듣고, 발기했어.”
“…….”
“…실망했지? 내가 고작 하루도 못 참고 이렇게-“
“아니… 아니라구. 그렇게 말하지 마.”
방금까지 애써 웃고 있던 은지가 입술을 깨문 채로 울먹인다.
금방이라도 눈물을 쏟아낼 것처럼 눈에 눈물이 그렁그렁 고였다.
“오빠 때문이 아니잖아…! 내가, 내가 괜히 사진, 보내서….”
“아니야. 그것도 아니야.”
우리 잘못이 아니라는 것을 우리 둘 다 알고 있다.
그저 나는, 이 특성은… 모든 게 전부 나 때문이라고 은지가 탓하기를 바라는 것일지도.
“…….”
“…….”
잠시 식탁 위로 침묵이 흘렀다.
은지가 무슨 생각을 하고 있는지는 충분히 예상할 수 있다.
나를 어떻게 도와줄 수 있을지 고민하고 또 고민하는 거다. 분명.
“은지야.”
“응…?”
“네가 말했지? 직접 해서 비교하기 전까지는… 뭐가 더 기분 좋은 지 모르는 거라고.”
“…….”
은지도 내가 무슨 말을 하려고 하는지 예상한 것 같다.
아무 말없이 내가 말을 이어가기를 기다리는 은지에게, 말한다.
“그럼… 확인해 줄래? 나랑 하는 거랑, 다른 사람이랑 하는 거랑… 뭐가 더 기분 좋은 지.”
“.......”
“그리고 다시 와서, 말해줘.”
“…뭐라고 말해줘?”
“거짓말이어도 좋고, 진짜여도 좋으니까… 내가 아니라 다른 사람이랑 하는 게 더 좋았다고.”
그렇게 해야 이 지독한 망상을 멈출 수 있을 정도로 욕망이 풀릴 것 같다.
이렇게 하지 않으면, 나는 점점 더 심한 망상만 해대면서 망가질 거다.
내가 찾아낸 욕망을 해소하고 망상을 멈추는 방법은 이거다.
내 연인을 빌려주고, 다시 돌려받는 것.
…아예 빼앗길 수도 있다는 아슬아슬한 불안함과 공포까지 욕망 해소에 포함된다.
“이기적인 부탁이라는 거 알아. 그래도….”
“하나도 이기적인 거 아니야. 오빠, 지금도… 나한테 미안해서 죽을 것 같은 표정을 짓고 있거든?”
“…미안.”
“…나 사랑하지?”
“당연하지.”
“나도 오빠, 사랑하니까… 부탁 들어주는 거야.”
“…그럼.”
퓨휴우, 은지가 짧게 한숨을 내쉰다.
표정이 많이 복잡해 보이지만, 여전히 나를 보고 있다.
“오늘은 너무 늦었고… 내일. 내일 하는 건 괜찮지?”
“괜찮지.”
“…이렇게라도 하지 않으면 진짜로 오빠가 망가질 것 같아서 무섭단 말이야.”
“…….”
“자잘한 것들도 내일 얘기하고… 밥 먹자, 오빠.”
나라는 인간은 정말로 답이 없다.
여자친구에게 이런 끔찍한 부탁을 해놓고 벌써부터 내일을 기대하고 있다.
오늘 밤에는 아주 깊은 잠을 푹 잘 수 있을 것만 같은 기분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