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5화 EP005-팀


좋은 아침이라는 인사를 건네기에 오늘만큼 완벽한 하루의 시작이 또 있을까? 연인과 사랑을 나눈 뒤 한 침대에서 잠에 들고, 같이 잠에서 깨는 것. “으… 으, 읏….” 약간의 차이를 두고 먼저 일어난 은지가 침대에서 기지개를 켠다. 작은 입을 살짝 벌리고 하품을 하는 귀여운 은지. 이른 아침은 아니지만 이렇게 좋은 날이라면 약간의 늦잠 정도의 사치는 충분히 부릴 만 하다. “잘 잤어?” “우으응… 좋은 아침, 오빠아.” “은지도 좋은 아침.” 나도 침대에서 일어나서 하루를 시작할 준비를 한다. …라고 하기에는 나, 지금 백수가 됐구나. 빌런에게 습격을 당했지만 증상과 치료법이 명확하지 않은 경우 의무적으로 안정을 취해야 한다. 하지만 은지는 아니다. 은지는 오히려 훨씬 더 바빠졌지. “오늘 일정은 어때?” “으음… 그게 중요한 게 아니지, 오빠!” “어… 그럼?” “어제, 좋았어? 좋았지?” 순식간에 졸음을 쫓아내고 눈을 반짝반짝 빛내면서 나를 빤히 쳐다본다. 나도 모르게 살짝 웃어버릴 정도로 사랑스럽다. “당연히 좋았지.” “오빠를 괴롭히는 망상보다?” “그럼.” 거짓말은 아니었다. 어제 은지와 살을 맞대기 시작한 순간 이후로는 망상이 한 번도 일어나지 않았으니까. 적어도 지금까지 내 머릿속에 그려진 망상들은 은지의 노력 덕분에 해소하는 데 성공한 것 같다. 물론 언제 나타날 지 모르지만, 일단은… 괜찮아졌다. “히히… 다행이다.” “아무튼, 그래서? 오늘 일정은?” “아! 오늘 내 슈트, 집으로 보내준다고 했어.” “오, 엄청 빠르네?” “그러엄~ 오빠, 나 S급 히어로라구?” “하하하.” 어깨를 으쓱거리며 귀여운 허세를 부리는 은지. 그때 띵동- 하고 초인종이 울리는 소리가 들린다. 올 사람은 없는데… 아니면 은지의 슈트가 택배로 온 건가? “내가 나갈게.” “웅, 웅.” 은지는 셔츠 한 장만 걸치고 있는 게 전부니까 내가 현관으로 향한다. 당연히 택배라고 생각했던 내 예상과 달리 문을 열자 보이는 건- “안녕하십니까.” “어…?” 차분한 인상의 여성 한 명이 문 앞에 서있었다. 아는 얼굴인데… 뉴스에서 가끔 봤던 기억이 있어. 이름이, 더스트였나? “히어로 협회 서울 지부 소속 A급 히어로, 더스트입니다.” “아, 네. 은지를 만나러 오신 거라면….” “지부장님의 전달 사항을 포함해서 드릴 얘기가 조금 있습니다. 잠시 들어가도 되겠습니까?” 말투가 엄청 딱딱하네. 뭐, 내가 잘못한 건 딱히 없으니까 일단 들이자. “물론이죠.” “그럼 실례하겠습니다.” 안쪽으로 슥 들어오는 더스트 씨. 내가 잠깐 나간 사이 순식간에 씻고 나온 은지도 눈을 깜빡이면서 더스트 씨를 바라본다. “안녕하십니까.” “어… 네, 네에.” “그, 여기 앉아서 얘기하시죠.” “네, 감사합니다.” 왠지 분위기가 매튜 씨랑 조금 닮은 것 같기도 하고. 아무튼 의자에 히어로 씨를 앉히고, 나랑 은지도 같이 반대쪽에 앉았다. “다시 소개하겠습니다. 히어로 협회 서울 지부 소속 A급 히어로, 더스트입니다. 지부장님의 비서를 겸하고 있으며, 빌런 마스터마인드 대응 태스크포스에도 소속되어 있습니다.” “어… 네.” “먼저, 은지 씨의 슈트입니다.” 더스트 씨가 가방에서 무언가를 주섬주섬 꺼내더니 은지에게 내민다. 투명한 비닐 포장 안에 반듯하게 접힌 검은색 슈트가 보인다. “출동 상황을 제외하면 평시에 의무적으로 입을 필요는 없습니다. “오오… 슈트! 이게 내 슈트래, 오빠.” “이따가 입어봐.” “은지 씨는 기초적인 훈련이 끝나면 곧바로 방금 말씀드린 마스터마인드 대응 태스크포스에 투입될 예정입니다.” “바, 바로요?” “네. S급 히어로는 매우 귀중한 전력입니다.” 마스터마인드… 나를 이렇게 만든 빌런이었지. 괜히 은지를 귀찮게 하지 말고 빨리 잡혔으면 좋겠네. “그럼 더스트 씨와 은지, 이렇게 두 명이 팀인가요?” “아닙니다. 팀장은 은지 씨가, 그리고 팀원은 저와 다른 한 명의 히어로가 맡습니다.” “제가… 팀장을 할 수 있을지 모, 모르겠는데요….” “등급이 높은 히어로가 팀장을 맡는 게 원칙입니다. 물론, 보조를 위해 제가 사이드킥을 맡을 예정이니 크게 걱정하실 필요 없습니다.” 아직 똑바로 데뷔도 하지 않은 은지가 팀장을 맡는 게 조금 걱정이 되기도 한다. 하지만 은지는 오히려 나를 보면서 주먹을 불끈, 쥐더니 말한다. “아무튼 잘됐다, 오빠. 내가 그 빌런 꼭 잡아줄게!” “하하… 그래. 일단 마저 얘기부터 듣고.” “오늘부터 기초 체력 단련을 위한 트레이닝을 진행할 예정입니다.” 사무적으로 척척 이야기를 정리하는 모습, 비서라는 직급에 어울리네. 들고 왔던 가방에서 종이 묶음을 꺼내더니 은지 앞에 턱, 놓는다. “앞으로 사흘 동안 집중 트레이닝이 예정되어 있습니다. 운동복과 시설은 협회 본부에 준비되어 있습니다. 바로 출발 준비하시죠.” “어, 어어… 네.” 자리에서 일어나는 더스트 씨를 따라서 은지도 엉거주춤 일어난다. 조금 갑작스럽지만, 내가 은지를 붙잡을 명목은 없다. “슈트는 갔다 와서 입어봐, 은지야.” “으응… 이따가 연락할게, 오빠?” “그래. 다치지 말고 몸 조심해.” “아. 승윤 씨는 이걸. 지부장님이 보내신 겁니다.” 더스트 씨가 또 다른 종이 묶음을 꺼내서 나에게 건넨다. 꽤나 두껍고 묵직하다. “히어로 복지, 특히 S급 히어로에게 제공되는 복지가 요약된 서류입니다. 승윤 씨의 치료에 관한 내용도 포함되어 있으니 자세하게 확인하시길 바랍니다.” “아… 네. 알겠습니다.” “그, 그럼 갔다 올게, 오빠!” 잠에서 깬 지 한 시간도 되지 않아서 피곤할텐데, 은지는 씩씩하게 나에게 인사를 하며 신발을 신는다. 내가 할 수 있는 거? 응원 밖에 없지. “잘 갔다 와.” *** 은지랑 더스트 씨가 떠난 후에 한참이나 서류를 찬찬히 훑어보았다. 내용이 제법 되는데 일단 눈여겨볼 내용은…. “히어로 안전가옥.” 이게 제일 중요한 것 같은데. 히어로와 주변인이 빌런의 습격을 받은 전적이 있을 경우, 협회에서 제공하는 안전가옥에서 거주할 수 있다. 딱 우리의 경우 아니야? “그거랑 자잘한 복지… 아니지. S급이니까 큼직한 복지겠구나.” 확실히 같은 히어로라도 등급에 따라 대우의 질이 다르다. 은지는 확실히 대단한 존재가 된 것 같네… 그런 생각을 속으로 하던 중, 휴대폰이 울린다. 띠링- “문자? 은지인가?” 옆에 뒀던 휴대폰을 들어서 문자를 확인해본다. 예상대로, 은지였다. ‘오빠! 여기 시설 진짜 좋다? 엄청 비싼 헬스장 온 것 같아! 쨘~ 나 엄청 유연하지?’ 글자만 봐도 신이 난 은지의 목소리가 들린다. 그리고 문자에는 첨부된 사진이 한 장 있었다. 체육관의 바닥 매트에 누워서 한쪽 다리를 쭉- 들어올린 은지가 손으로 브이를 만들고 있다. 옷은 협회에서 준비해준 것 같고… 뒤로 보이는 시설들도 상당히 세련되고 고급진 느낌이 난다. “답장 해야지. 무리하지 말고, 열심히 해….” 하지만 내가 답신을 보내기도 전에 문자가 하나 더 도착했다. 이번에도 은지였고, 사진도 한 장이 같이 있었다. ‘어때, 어때? 운동하는 여자! 섹시해? 어울려?’ 이번에는 거울 앞에 똑바로 선 채로 찍은 사진이었다. 그런데… 은지의 뒤로 사람이 한 명 보인다. “…뒤에는 누구야? 직원? 아니면 다른 히어로?” 답장을 보내자마자 곧바로 은지에게서 문자가 왔다. ‘웅, 히어로. 아까 더스트 씨가 말한 우리 팀 중에서 나머지 한 명이야. 더스트 씨는 지부장님이 불러가지고, 이 분이 피티처럼 도와주고 있어.’ “…….” 아… 잠깐만, 잠깐만. 이상한 생각하지 마. 저 사람도 히어로라고. 은지의 동료야. 게다가 팀원이라고. 앞으로도 계속 은지랑 팀으로 활동할 텐데…. “후우우… 하아. 후우… 하아.” 심호흡을 하면서 망상을 쫓아내려고 노력해본다. 어제 은지가 도와줬던 것처럼, 어제의 기억을 떠올려보려고 애를 써보지만…. 지금은 은지가 없다. “…아아.” 두근거리는 심장에서 꿈틀거리며 싹을 틔운 망상이 꾸물꾸물 올라온다. 머릿속으로. 내 머리를 끈적하고 시커먼 망상으로 뒤덮으며 물들인다. 가장 먼저 방금 봤던 은지의 사진부터 비틀리기 시작한다. “…….” 약간의 구도만 달라졌을 뿐이다. 그저… 저 커다랗고 어두운 손이 은지의 몸을 약간 잡고 있는 게 전부다. “…하아.” 망상 속의 은지는… 저항하지 않는다. 오히려 가슴 한 쪽을 붙들린 채로 나에게 보낼 사진을 찍을 때처럼- 찰칵. “…….” 망상은 달콤하다. 연인이 나로부터 멀리 떨어져있는 순간, 다른 남자와 몸을 맞대고 있을지도 모른다며 상상력을 자극한다. 이번에는 은지가 먼저 보냈던 사진이다. 피티처럼 운동을 도와준다면, 자세도 교정해주는 것 정도는 무척… 당연한 일이겠지. “하, 하아, 하….” 바닥에 엎드려서 다리를 위로 쭉- 들어올리는 은지의 다리 사이에 무릎을 꿇고 앉은 남자가 보인다. 부드럽고 말랑한 허벅지를 손으로 붙잡고 더 위로 밀어주면서 조금씩 가까워지는 거리. 남자의 다리 사이에 묵직하게 부풀어오른 부분이 은지의 깊게 패인 얇은 레깅스와 맞닿기 직전이다. “아… 안돼. 안돼… 참아. 후… 후, 후우….” 이빨을 꽉 깨물고 주먹을 쥔다. 망상을 여기서 멈춰본다. 한 발자국만 더 나아가면 분명… 저 아슬아슬하게 닿을 듯, 말 듯한 비부가 짙은 습기와 함께 맞닿아 밀착하고 있을 게 뻔하다. 천천히, 심호흡을 하며 버텨본다. “아, 하아… 아, 윽….” 이대로 괴로운 망상을 이어가면 오싹한 쾌감이 쏟아질 것을 알지만, 은지를 생각해서 참아본다. 나는… 참을 수 있다. …아마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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