4화 EP004-연인
“…그래서 이게, 내가 얻은 특성의 효과야.”
긴 설명이 필요했다.
은지와 침대에 같이 앉아서 내가 지금 어떤 상태인지 숨기지 않고 털어놓았다.
끔찍한 것은, 비틀린 망상으로 흥분하게 된 나를 고백하는 과정마저… 짜릿했다는 것이다.
5분이 넘도록 말을 이어갔지만 여전히 꼿꼿하게 발기하고 있는 내 자신이 한심할 정도다.
“그, 그러니까… 오빠 자신이 괴로운 상황을 자꾸 떠올리게 된다고?”
“그래.”
“그런 망상에는 꼭… 내가 있고.”
“…맞아.”
은지는 조금 당황한 것 같으면서도 제법 진지한 표정으로 고민하고 있다.
아마 자신이 나에게 어떻게 도움을 줄 수 있을 지, 그 방법을 모색하고 있는 모양이다.
“그럼, 나랑 그냥 하는 것보다… 괴로운 상상을 하는 쪽이 오빠한테는 더 기분이 좋다는 거, 맞지?”
“…미안.”
“미, 미안할 필요 없어! 오빠가 뭘 잘못했다고.”
“병원에서는 그냥 가슴만 만지는 망상으로 끝났는데… 조금씩 심해지고 있는 것 같아.”
망상의 정도가 조금씩 심해지고 있다.
의사의 조언대로 방법을 찾아야 한다.
이 역겨운 욕망이 담긴 망상을 멈출 수 있도록 확실한 해소를 해내야 한다.
“…오빠.”
“응?”
“나는 오빠한테 도움이 되고 싶은데… 이런 쪽으로는 내가 아는 게 거의 없거든.”
“알지. 그런 건.”
“그래도 나, 오빠가 부탁하는 건 뭐든지 해줄 수 있어.”
내 손을 잡고 나를 올려다보는 은지의 표정은 사뭇 진지하다.
뭐든지. 은지는 그 말의 무게를 모르는 사람이 아니다.
“오빠의 괴로운 상상에 전부 내가 나온다는 건, 그만큼 나를 좋아하고 있다는 뜻이잖아?”
“…그래.”
“나를 잃기 싫어서… 오빠가 말한 것처럼, 뺏기기 싫어서.”
뺏긴다는 말에 심장이 두근, 하고 한 차례 크게 뛴다.
은지를 뺏기기… 싫다. 하지만 뺏긴다는 그 상황이 너무나도 매력적으로 느껴진다.
“그러니까 오빠는 나한테 그냥 솔직하게 말해줘.”
“뭐를?”
“그냥, 뭐든… 오빠가 망상하는 거, 바라는 거.”
“들으면 실망할 걸.”
망설임 없이 나온 대답이었다.
내 망상은 이제 겨우 3회차.
그리고 세 번 만에 망상 속 내 여자친구를 다른 남성에게 빼앗겼다.
나 자신과 그 남자를 비교하며, 스스로를 열등하다고 깎아내리면서.
“실망하지 않아.”
“…….”
너무 진지하게 대답하는 은지의 모습에 대꾸를 할 수가 없었다.
“오히려 오빠가 나한테 이런 걸 숨기려고 했으면… 실망했을 거야.”
“왜?”
“나를 믿지 못한다는 거잖아! 내가 오빠를 얼마나 좋아하는지, 알면서….”
빵빵하게 볼을 부풀린 은지는, 사랑스럽다.
그래. 이렇게 나를 위하려고 노력하는 연인인데… 나도 솔직해지자.
혼자선 해소할 수 없어. 은지의 도움을 받아야 해.
…가장 부끄럽고 수치스러운 욕망부터 털어 놓아보자.
“아, 아무튼! 내가 어떻게 해주면 돼, 오빠?”
“뭐든지… 할 수 있다고 했지?”
“웅!”
“…만약, 네가 매튜 씨한테 따먹히고 왔으면 좋겠다고 하면?”
눈을 질끈 감았다.
나를 다정하게 바라보고 있는 은지의 눈을 피하기 위해서? 물론 그것도 맞다.
하지만, 눈을 감으면 캄캄한 어둠 너머로 떠오르는 망상을 마주하기 위해서라는 이유가 더 컸다.
“…….”
“…….”
다시, 망상이 이어진다.
은지가 날 부르는 소리에 잠시 일시정지 되었던 비참한 망상이.
나보다 더 강한 남성에게 은지를 빼앗긴다는, 괴롭지만 그만큼 황홀한 망상이.
파앙-!
“히, 그읍-♡ 후우, 후, 후아-♡ 하, 하아-♡”
침대에 엎드린 채로 매튜 씨의 밑에 깔린 은지의 호흡이 야릇하게 떨린다.
가쁘고 위태롭다. 아슬아슬하게 버티는 느낌이 역력하다.
어느새 은지의 가슴을 붙잡아 움켜쥐고 있는 매튜 씨의 손가락이 안쪽으로 파고들 때마다 숨소리가 더욱 깊어진다.
그런 망상을 하면서 나는… 옆에 있는 은지에게 내가 보고 있는 것을 말해준다.
“나보다 훨씬 강한 매튜 씨의 아래에서 네가… 나랑 했던 섹스보다 훨씬 기분 좋은 섹스를 하면서,
쾌감을 참아보려 하지만 너무 기분이 좋아서 계속 가버릴 수밖에 없는 모습을 보고 싶다면?”
파앙-! 파앙, 파앙, 파앙-!
매튜 씨의 허릿짓이 점점 빨라진다.
엉덩이의 부드러운 살결이 눌려 찌그러질 정도로 깊숙이 삽입한 상태로 허리를 묵직하게 눌러대면,
“오-♡ 오, 오호오옥♡ 오♡ 오♡ 오오오♡”
은지는, 내가 들어보지 못한 추잡스럽고 난잡한 신음을 이리저리 내지르면서 가버린다.
침대에 얼굴을 처박았지만 파르르르-♡ 떨리는 허리와 들썩이는 엉덩이까지 숨길 수는 없다.
낯선 쾌감으로부터 도망치려 하지만, 거친 힘과 체중에 눌려 꼼짝없이 제압당한 윤지는… 가고 있다.
한참이 지나고 간신히 고개를 들어올린 윤지의 표정은, 조금 낯설면서도 꼴렸다.
…그래. 꼴렸다. 엄청나게.
“나랑 했던 섹스가 밋밋하다고 느껴질 정도로 매튜 씨의 자지로 몇 번이나 가버리는 너를 보고 싶다면?”
“…오빠.”
눈을 떴다.
망상은… 끝났다. 어느새 입을 벌리고 크게 숨을 헐떡이고 있는 나를 뒤늦게 발견한다.
그리고 옆에 앉아있는 은지는… 얼굴이 잔뜩 붉어진 채로 부끄러워하고 있다.
“나는, 오빠랑 하는 세… 그, 그게 제일 좋아.”
“…….”
“그건 절대로 안변해.”
“…미안.”
“미, 미안하다는 말을 들으려는 게 아니라, 그러니까… 내 말은….”
머뭇거리던 은지가 몸을 살짝 돌리면서 내 귓가로 머리를 숙인다.
어차피 여기엔 우리 밖에 없지만, 속삭이는 것처럼 소리를 낮춰서 작은 목소리로 말한다.
“오빠도 나, 나랑 하는 게… 망상보다 기분 좋을 수도 있잖아…?”
“…….”
“…직접 비교를 해봐야 아는 거니까.”
맞는 말이다.
나는… 망상만 해대면서 그 패배감, 괴로움, 열등감이 오싹한 쾌감으로 바뀌는 것에만 몰두하고 있었다.
여기 이렇게, 옆에서 나만 바라보고 있는 은지가 있다는 것도 까먹고.
최대한 용기를 내서 나름의 유혹을 하고 냉큼 다시 몸을 뒤로 뺀 은지.
“나랑 하고 나서도 오빠가 계속 망상을 하게 되면….”
“그러면?”
“…진지하게 고민, 해볼게. 오빠 망상대로… 하는 거.”
“…….”
“그리고 제일 중요한 거! 그런 걸 하더라도 난 오빠랑 계속… 할 거야.”
내 괴로운 망상을 해소하도록 도와주면서도 나를 사랑하고, 사랑받고 싶다는 뜻이구나.
이것보다 더 나은 방법이 있긴 할지 모르겠다.
은지는… 나의 연인은, 최고다.
“고마워. 정말.”
“고마우면… 아, 알지? 오빠.”
내가 조금 답답한 성격은 맞아도 눈치 없는 사람은 아니다.
그대로 와락, 은지를 끌어안고 침대 쪽으로 쓰러진다.
이유가 뭐가 됐든 한참 전부터 발기하고 있었고, 머뭇거릴 이유도 없었다.
그대로 은지의 다리 사이에 무릎을 꿇듯이 앉는다.
“바… 바로 해도 괜찮아, 오빠….”
“…은지야.”
조금은 긴장한 듯, 하지만 내심 기대를 하는 것처럼 나를 바라보고 있는 은지.
외모가 조금 달라지긴 했지만 여전히 은지는 사랑스러운 나의 연인이다.
부드럽게, 천천히… 삽입한다.
“으… 으, 응…♡ 하, 하아… 후, 아…♡”
“괜찮아?”
“으응… 엄청, 좋아아…♡”
따뜻하고 끈적한 느낌이 자지를 감싼다.
빡빡한 구멍이 한껏 조여들면서 나를 꽈아아악-♡ 물고 느릿하게 꿈틀거리고 있다.
허리를 앞으로 부드럽게 내밀면서 삽입을 이어갈수록 커져가는 이 쾌감은, 분명 망상에 견줄 수 있을 정도다.
“후, 후으, 읏…♡ 하아, 하….”
조금씩 가빠지는 숨소리를 들으며 허리를 계속해서 움직인다.
앞으로 자지를 박아 넣을 때마다 묵직하게 흔들리는 은지의 가슴이 시선을 사로잡는다.
그래도 가장 눈에 띄는 건 표정, 시선, 얼굴이다.
“후우우, 후, 하아-♡ 오, 오빠아, 손, 손…♡”
“그래. 손….”
은지는 기분이 좋아질 것 같으면, 그러니까 절정이 가까워지면 손을 잡고 싶어하는 버릇이 있다.
예전부터 무척 귀여운 버릇이라고 생각했는데… 여전하구나.
서로의 손을 마주잡고 깍지를 낀 채로 서로를 마주보며 나누는 사랑.
역시 나는 은지가 있어야 한다.
그러니, 망상 따위에 휘둘리면서 은지를 빼앗기고 싶어하는 한심한 남자가 되지 않도록 노력해야겠지.
“오빠, 나, 나아…♡ 흐, 으읏-♡ 하, 하으, 읍-♡”
“괜찮아.”
느릿하고 조심스럽게 박음질을 이어간다. 질릴 리가 없는 연인의 몸에 살을 맞댄 채로.
그러다가 은지의 절정이 가까워지면 허리를 아래로 깊숙이 찔러 내린 다음, 부드럽게 꾸우욱- 눌러준다.
끝까지 나를 바라보면서 밭은 숨을 할딱이는 은지의 안쪽이 움찔거리며 경련하는 것처럼 떨린다.
“히, 읍-♡ 하, 하아, 하-♡ 후, 후으… 으, 읏…♡”
“큭….”
빨리 자신을 사랑해달라고 조르는 것처럼 자지를 쪼오오옥-♡ 조여주는 조임은 견뎌내기 어렵다.
사실 굳이 견디고 참아야 할 필요도 없다.
끈적한 애액을 잔뜩 머금어서 부드럽게 풀린 은지의 안쪽에서 그대로 사정한다.
“…하아. 하… 하아.”
“어, 어때… 오빠? 조, 좋았어…?”
“…한 번 더 해보면 알 것 같기도 하고.”
“…♡”
잡은 손을 놓지 않은 채로 다시 허리를 움직인다.
망상과 지금 중 뭐가 더 기분 좋은지는… 굳이 지금 비교하고 싶지 않다.
지금은 오로지 은지에게 집중하고, 은지를 사랑해주고 싶다.
절대로 빼앗기고 싶지 않다는 이 마음이 더욱 확고해질 수 있도록.