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69화 EP0068-0064화-촉수 벌레


살점의 범람. 루멘시아의 말로는 피그미라는 이종족이 섬기던 신. 워낙 약한 종족이 믿던 신인 만큼 다른 옛 신들에 비하면 권능도 강하지 않고, 그것의 힘을 흡수한 뒤에도 내게 미치는 악영향은 크지 않을 거라고 했다. 오히려 운이 좋다면 살점의 범람이 만들어 낸 마물들을 부릴 수 있는 힘을 얻게 될지도 모른다고 했던가. ​ 그 말을 떠올리자 토벌 작전 당시 제단의 옛 신에게 집어삼켜졌을 때 보았던 광경이 머릿속을 스쳤다. ​ 하늘을 가득 메울 만큼 거대한 심연의 사도와 녀석의 수많은 촉수에 붙잡혀 있던 새하얀 날개가 달린 옛 신과 끝없이 꿈틀거리던 거대한 살덩어리. 날개 달린 옛 신의 정체는 미처 루멘시아에게 묻지 못했다. 하지만 정해진 형상 없이 꿈틀거리던 살점과 촉수들…. 그 뒤엉킨 흉측한 모습을 보면 심연의 사도가 집어삼켰던 그 살덩어리가 살점의 범람이지 않을까 하는 추측이 들었다. 그렇다면 지금 머릿속에서 느껴지는 이 기묘한 감각도 설명할 수 있었다. ​ 꿈틀 ​ 천 꾸러미 아래 놓인 작은 마물의 움직임이 마치 보이지 않는 신경으로 이어진 것처럼 생생하게 전해졌다. 나는 숨을 죽인 채 그 감각에 집중했다. 그때 엘레노아가 조심스럽게 손을 뻗어 작은 마물, 촉수 벌레를 들어 올렸다. ​ 끼이이익! ​ 사람의 살이 닿는 순간 촉수 벌레는 유리를 긁는 듯한 소리를 냈다. 통통한 몸체가 격렬하게 뒤틀리고 사방으로 뻗은 촉수들이 엘레노아의 손을 휘감으려는 듯 마구 꿈틀거렸다. ​ “꺅!” ​ 깜짝 놀란 엘레노아가 벌레를 놓쳤다. 바닥에 떨어진 녀석은 잠시 몸을 둥글게 말았다가 꿈틀거리며 움직이기 시작했다. 촉수 벌레가 기어가는 방향에는 엘레노아가 흘렸던 모유가 남아 있었다. ​ 곧 모유가 고여 있는 자리까지 도착한 녀석은 입을 크게 벌리더니 모유를 게걸스럽게 빨아들이기 시작했다. ​ 후우웁! 후루륵! 촉수 벌레가 모유를 삼키는 순간 느끼는 감각이 그대로 내 머릿속으로 밀려들었다. 엘레노아의 모유를 삼킬 때마다 차오르는 충족감은 상당히 강렬했다. 텅 비어 있던 속이 단숨에 채워지는 듯했고 온몸에 나른한 만족감이 퍼졌다. 하지만 그건 잠깐이었다. ​ 촉수 벌레는 다시 공허한 허기를 느끼기 시작했다. 이정도로는 만족할 수 없다는 듯, 눈조차 없는데 고개를 들고 정확히 엘레노아를 바라보고 있었다. 정확히는 그녀의 가슴…. ​ 저 빵빵하게 부어오른 가슴 안에 가득 찬 모유를 모두 빨아마시고 그녀의 몸을 탐하고 싶어졌다. 엘레노아의 입과 음부에 촉수를 꽂아넣고 그녀의 애액을 모두 빨아마시고 그녀의 몸 안을 살점으로 가득 채우고 싶었다. ​ 하지만 그건 내가 원하는 게 아니었다. 그저 촉수 벌레가 자신이 느끼는 것을 내게 전달하는 것에 불과했다. ​ 미궁에서 엘레노아가 촉수 벌레에 붙잡혔을 때의 모습이 떠올랐다. 울면서 내 이름을 부르고 제발 떼어 달라며 애원하던 그녀의 목소리가 머리속을 스쳐지나갔다. 그 기억이 되살아나자 가슴 한쪽이 아려 왔다. ​ 엘레노아가 어째서 저 촉수 벌레를 가지고 있는진 모르겠지만 이대로 방치해서는 안된다는 생각이 들었다. 아무래도 직접 들어가서…. ​ 그때 엘레노아가 바닥에 있던 촉수 벌레를 다시 집어 들었다. 순간 그녀의 손이 닿는 감촉이 녀석을 통해 내게 고스란히 전해졌다. ​ 따뜻한 체온과 부드러운 살결. 너무도 선명한 감각에 나는 숨을 삼켰다. 마치 엘레노아의 손이 내 몸에 직접 닿은 것만 같았다. 그 순간 촉수 벌레 안에서 무언가가 미친 듯이 부풀어 올랐다. ​ 허기와 갈망. 눈앞의 먹이를 향해 달려들고 싶다는 원초적인 충동이 내 머릿속까지 거칠게 파고들었다. 나는 이를 악물며 그 감각을 억눌렀다. 엘레노아는 손안에서 꿈틀거리는 촉수 벌레를 굳은 표정으로 내려다보고 있었다. 그러다가 마른침을 한 번 삼킨 뒤 후회가 가득한 목소리로 중얼거렸다. 구석에 있던 촉수 벌레를 꺼내기 위해 벽에 바짝 붙은 탓에 그녀의 말이 아까보다 확실하게 들려왔다. ​ “그때 정신을 놓고 약병을 마시는 게 아니었는데…….” ​ 나는 미간을 찌푸렸다. ​ 약병? 불현듯 아르세인에서 엘레노아와 함께 방문했던 의상점이 떠올랐다. 가게 주인이 사은품이라며 건넸던 정체불명의 약들…. 그리고 그중에는 분명 몸에서 모유가 나오게 만든다는 약도 있었다. ​ 그 약이 섞여 있었던 걸까…. 하지만 그렇다면 왜 하필 지금에서야 증상이 나타난 것인지 알 수 없었다. 확실한 것은 지금 엘레노아가 그 약 때문에 혼자서 감당할 수 없는 양의 모유가 뿜어져 나오고 있었다. ​ “카엘군은 아직 멀었으려나…….” ​ 엘레노아가 힘없이 중얼거렸다. ​ “루크레치아의 일이 중요한 거겠지…. 생각하지 말자.” ​ 그녀는 불편한 듯 가슴을 살짝 눌렀다. ​ 푸슉! ​ 그러자 믿기 힘들만큼의 양이 다시 뿜어져 나왔다. ​ “이제는 가만히 있어도 아프고 계속 새어 나와….” ​ 잠시 말을 멈춘 엘레노아는 손안의 촉수 벌레를 다시 내려다봤다. ​ “이런 방법까지 쓰고 싶진 않았는데…….” ​ 목소리가 작게 떨렸다. ​ “그래도 그때처럼 다른 사람에게 맡기기는 싫어. 괜찮아진 줄 알았는데…. 카엘군한테 말해야겠어. 그러니까 알겠어? 넌 카엘이 오기 전에 잠깐 쓰는 도구 같은 거라고!” ​ 그녀는 다시 한번 침을 삼킨 뒤 손에 든 촉수 벌레를 천천히 들어 올렸다. 촉수들이 먹이를 감지한 듯 한꺼번에 꿈틀거렸다. 동시에 녀석의 갈망이 내 머릿속을 거칠게 뒤흔들었다. ​ 저 연약한 살갗을 찢고 그 안에 담긴 것을 남김없이 빨아들이고 싶다는 원초적인 갈망…. ​ 그 충동은 내가 미처 거부할 틈도 없이 머릿속으로 밀려들었다. 촉수 벌레의 감각이 더 생동감 있게 다가오는 순간…. 엘레노아의 체온과 냄새, 가쁘게 이어지는 숨소리가 굶주린 마물의 감각을 타고 들어와 나를 미친 듯이 자극했다. ​ 꿈틀! ​ 촉수들이 잘게 경련했다. 남아 있는 모유를 핥아 먹는 것만으로는 부족했다. 그녀의 몸에 달라붙어 더는 아무것도 나오지 않을 때까지 빨아들이고 싶다는 허기가 끊임없이 부풀어 올랐다. ​ “으득!” ​ 나는 이를 악물었다. 이건 그저 촉수 벌레가 느끼는 본능에 불과했다. 하지만 아무리 그렇게 되뇌어도 눈앞의 엘레노아가 점점 하나의 먹이처럼 느껴지는 감각을 완전히 밀어낼 수는 없었다. ​ 먹고 싶다. 당장 저 젖을, 저 연약한 살갗에 이빨을 박고 쭉 빨아마시고 싶다. 그렇게 힘을 회복하고 몸집을 키운 다음 저 모체를 제압한다. 그리고 안에 씨앗을 주입해서 다시 개체를 늘린다. 저 풍만한 하체를 보건데 아주 훌륭한 산란처가 될 가능성이 높았다. ​ 모체가 가슴께로 가까이 가져오자 환희가 폭발하듯 머릿속을 뒤흔들었다. 허공에서 옅은 상아빛 액체를 뿜어내며 흔들리는 저 작은 돌기에 점점 가까워지고 있었다. ​ “흐으…. 아니! 아니야…. 이건 아니야…. 카엘군이 올때까지 혼자서 버텨야겠어….” ​ 다시 멀어져 간다. 바로 눈앞까지 왔는데, 힘을 회복할 젖이 멀어지고 있었다. 아무리 버둥거리고 촉수를 뻗어봐도 아무런 힘조차 없는 지금은 그저 꿈틀거리는 것에 불과했다. ​ 끼이익…! ​ 울부짖어봐도 저 모체는 반응조차 하지 않았다. 온몸이 절망감에 잠식됐다. ​ 그때 몸으로 힘이 흘러 들어오고 있다. 어디서 전달되는지는 모르겠지만, 아주 낯선 마력이 몸에 채워지고 있었다. 이정도라면 몸을 늘리고 변형하기에 충분했다. ​ 촤라락! ​ “으응…? 엇?!” ​ 모체의 기겁한 소리가 들려왔다. 하지만 이 모체의 반응속도는 너무나도 느렸다. 순식간에 몸에서 튀어나온 촉수가닥들이 모체의 돌기를 휘어잡았다. ​ 찌이익! ​ 돌기를 휘어감는 것만으로도 모체의 몸에서 모유가 뿜어져 나왔다. 입을 최대한 크게 벌렸지만 조금밖에 마시지 못했다. 하지만 그것으로도 온몸이 비명을 지르며 쾌락에 빠져들었다. ​ 더! 더! 더 많이!! ​ 촉수를 잡아당겨 모체의 젖에 착 달라 붙었다. 그리고 이빨로 강하게 연약한 살갗을 누르고 돌기를 쭈욱 빨아낸다. ​ “안…돼에헤헤헷!” ​ 쮸읍! 쮸웁! 찌이익! 찌익! ​ 달콤하다. 너무나도 달콤해! 더…! 더 많은 모체의 모유를 빨아 마셔야 했다. 이정도론 턱없이 부족했다. ​ “흐읏! 안돼…! 그마안!” ​ 꽈악! ​ 모체가 손을 뻗어 강하게 잡아당기는 게 느껴졌다. 거칠게 저항하다니…, 아직 모자랐다. 어떻게든 악착같이 달라붙어 있어야 했다. 촉수를 더 뻗어 돌기를 휘감고 흡입력을 늘렸다. ​ 쮸윱! 쮸윱! ​ “흐으읏…!” ​ 아까 바닥에 흘렸던 모유를 먹는 것과는 차원이 달랐다. 따뜻하고 진한 모유가 끊임없이 몸 안으로 흘러들었다. 바닥에 흩어진 것을 핥아 먹었을 때와는 달랐다. 살아 있는 모체에서 직접 흡수되는 모유에는 훨씬 짙은 생명력이 깃들어 있었다. ​ 삼킬 때마다 허기가 빠르게 사라졌다. 텅 비어 있던 몸속이 차오르고 곧바로 힘으로 바뀌어 온몸으로 퍼져 나갔다. ​ 우드득! ​ 통통하던 몸체가 한 차례 크게 부풀었다. 가늘고 연약했던 촉수들은 뿌리부터 두꺼워졌고 단단한 탄력이 생겼다. 피부 아래로 새로운 살덩이가 꿈틀거리더니 촉수 다발이 연이어 돋아났다. 짧았던 촉수는 점점 길어졌고 모체를 붙잡은 힘도 이전과는 비교할 수 없을 만큼 강해졌다. ​ 더 먹어야 했다. 더 많이 흡수하면 더 크게 자랄 수 있었다. 그리고 준비가 된다면, 이 모체에 씨앗을 주입할 수 있을 것이다. ​ “하악! 아팟…! 너무 쎄게 빨지마앗…!” ​ 모체가 애원했다. 어째서 이 모체의 말을 알아듣는진 모르겠지만, 오히려 그 말을 들으니 더더욱 괴롭히고 싶어졌다. ​ 꽈악! ​ 일부러 입 안에 들어온 돌기를 쫘악 잡아당겼다. ​ 찌이익! ​ “하악…! 하앗! 당기지 말아…! 흑!” ​ 어디까지 저항할지 궁금해졌다. 이 모체의 돌기를 더더욱 세게 잡아당겼다가 놓았다 하며 가지고 놀았다. ​ “학! 하악! 너무 세엣…. 흣…. 멈춰…! 멈추라……고!” ​ 갑자기 주위에 마력이 요동치는게 느껴졌다. 저 모체의 힘이다. 무형의 마력을 유형으로 만들어내는 창조의 힘…! 하지만 쉽게 당해줄 생각은 없었다. 마력이 형태를 갖추기 전에 이 모체의 집중력을 흐트려놓는다면 충분히 상대할 수 있었다. ​ 촤라락! ​ 굵고 길어진 몸을 뻗어 이 여자의 옷 안으로 파고들었다. 이미 반쯤 벗겨진 옷 틈으로 파고든 다음 쭉 아래로 뻗어들어갔다. 부드러운 배를 지나 모체의 산란처에 있는 또다른 돌기를 스쳐 산란처의 입구에 도달했다. ​ 끈적하고 질척이는 애액들로 가득한 입구를 거대한 몸으로 거칠게 비벼주었다. ​ 질척! 질척! ​ 흘러나온 애액들과 몸이 비벼지며 야릇한 소리를 만들어냈다. 그리고 주위에서 뿜어져 나온 마력도 순간적으로 흔들렸다. ​ “허윽…! 거긴……!” ​ 모체가 당황한 게 느껴졌다. 다시 힘을 끌어내기 전에 얼른 완전하게 무력화 시켜야했다. ​ 질척! 질척! ​ “하악! 그…! 그만…!” ​ 아니 절대로 멈출 순 없다. 이 모체를 굴복시키기 전까진…! ​ 몸에서 얇은 촉수 다발을 뽑아내 산란처 근처에 있는 돌기를 붙잡았다. ​ “허억…! 그, 그만…. 이제 그만 해…. 너, 너한테는 가슴만 조금 빨게 하려던 게 다라고…!” ​ 모체의 멍청한 소리를 들으며 입 안에 들어온 돌기와 방금 붙잡은 돌기를 둘 다 동시에 쭈욱 잡아당겼다. ​ “히이이익!” ​ 푸슈슈슛! ​ 모체의 산란처에서 애액이 뿜어져 나오는 걸 그대로 피부로 흡수했다. 몸의 힘이 점점 돌아왔다. 이정도면 충분히 가능할 것 같았다. ​ 스윽…! 스윽…! ​ “흣…. 뭐… 뭘…. 뭘 비비는거야…?” ​ 산란처의 입구에 두꺼운 촉수로 비벼주며 입구가 풀리길 기다렸다. 하지만 오히려 다리를 오므리며 어떻게든 저항하려고 했다. ​ 철퍽! 철퍽! ​ 그런 모체의 저항을 무력화 시키기 위해 촉수로 모체의 산란처를 두드렸다. 애액과 촉수가 부딪히며 질척이는 물소리가 울려퍼지고 모체의 몸이 발작하듯 몸을 뒤틀며 애액을 쏟아냈다. ​ “하으윽! 하윽!!” ​ 쩌억…! ​ 저항하려던 힘이 빠져버렸는지, 모체의 다리가 좌우로 벌어졌다. 애액을 뿜어내는 산란처의 안쪽이 완전히 드러났다. 마치 살아숨쉬는 동굴처럼 좁아졌다가 살짝 넓어졌다 하는 게 언제든지 들어와주길 원하는 것처럼 보였다. 아주 번식하기에 완벽한 존재였다. ​ 쩌어억! ​ 산란용 촉수가 갈라지고 그 안에 딱딱하고 길쭉한 촉수가 튀어나왔다. ​ 쯔억…! ​ “자… 잠깐만…! 흐윽!” ​ 그대로 산란처의 입구에 대고 지체없이 삽입했다. ​ 퉁!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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