7화 7화. 폭주하는 망상
“루크레치아?”
물기가 가득한 그녀의 머리결, 수건으로 다 가려지지 못하는 가슴과 그에 맺힌 물방울들….
하얗다못해 창백한 피부는 일렁이는 등잔의 빛을 받아 야릇하게 변해 있었다.
“말해줘요. 후배님. 무슨 악몽을 꿨길래 그렇게 힘들어하는 건가요? 동굴에서도 무슨 일이 있었죠?”
“…….”
엘레노아에게 그러했듯, 차마 루크레치아에게 말할 수 없었다.
하지만 저 하늘빛 눈동자가 나를 지긋히 바라보고 있으면 나도 모르게 압도된다.
엘레노아에겐 얼마든지 둘러댈 수 있는데, 루크레치아 앞에선 난 비밀을 지킬 힘이 없었다.
단지 누굴 편애하고 그런 문제가 아니었다.
애초에 그렇지도 않지만.
그저 저 겨울의 얼음호수같은 눈동자를 바라보고 있으면 그런 생각이 들 뿐이었다.
아무래도 평소에 덤벙대고 장난 잘치는 엘레노아와 달리 그녀는 이따금 누이처럼, 때론 엄마처럼 나를 돌봐주니까.
하지만 만약 이런 내 마음을 얘기하면 대번에 화낼지도 모른다.
연인한테 누이나 엄마라니….
절대로 다른건 말해줘도 이것만큼은 지켜야겠다.
“그래서 얘기 안해줄건가요?”
“……. 엘레노아에겐 비밀로 해줘”
“당연하죠. 후배님.”
루크레치아는 엘레노아는 모르는 둘만의 비밀이 생긴다는 말에 평소엔 자주 보이지 않던 의기양양한 미소를 지었다.
“사실…….”
둘 다 얘기할까하다가 결국 동굴의 일만 얘기하기로 했다.
아침에 꾼 악몽은 아직도 떠올리기 두려울정도로 꿈찍하고 참혹한 미래였고 그걸 말하면 왠지 모르게 한층 더 빨리 다가올 것만 같았다.
하지만 동굴에서 본 미래는, 아니 미래인지조차 모를 그 풍경은 이미 지나간 일이 되어버렸으니까.
“고블린들의 동굴에서 마을사람들을 구출하는 동안 망을 보고 있었는데…, 아무래도 미래시가 자기 멋대로 발동한 것 같아.”
“……같아?”
그녀는 의아하다는 듯 쳐다봤다.
마력의 힘이 사용자의 의지에서 벗어나 자기 멋대로 폭주한 건 듣도보도 못한 일이었고, 또 그걸 말하는 내 말이 불확실성을 담고 있었기 때문이었다.
“나도 정확히는 몰라. 애초에 있을 수 없는 미래가 눈에 보였으니까. 그것도 평소와 달리 너무나도 상세하게…….”
이미 우리들은 서로의 약점이나 능력을 모두 공유한 사이였기에 그녀는 내 미래시가 가지는 단점을 알고 있었다.
첫째. 아주 짧은 미래만 볼 수 있다.
둘째. 수많은 잔상들 중 진실된 미래를 찾아야만 한다.
셋째. 능력의 과도한 사용은 두통을 유발한다.
“조금 더 얘기해줘요. 어떤 미래였죠?”
“어…….”
나는 순간 바보같이 입만 벌렸다.
“후배님. 얘기해주기로 했죠?”
“하지만…….”
“좋아요. 그럼”
루크레치아는 한 발자국 더 다가왔다.
아무런 향수도 뿌리지 않았을텐데, 그녀의 몸에서 달짝지근한 향이 나는 기분이었다.
“후배님도 저한테 궁금한 게 있으면 저도 답변해드릴게요.”
루크레치아는 그렇게 선언하고는 나를 침착하게 바라본다.
어떻게든 내가 가진 문제를 이끌어내서 해결해주려는 그녀의 마음에, 결국 나는 두손두발 다 들어야만 했다.
다만 구체적인 내용을 얘기하는 것은 불가능했기에 그저 두루뭉실하게 대답했다.
“주위를 둘러보며 경계하던 도중 갑자기 두 사람의 비명이 들렸어. 그래서 다급히 확인해보니 어디선가 나타난 고블린들이 너희들의 몸을 제압하고 있었어.”
“…….”
그녀는 내 이야기에 크게 동요하지 않고 침착하게 얘기를 들었다.
그 모습에 나는 오히려 마음의 안정을 얻으며 마저 이야기를 끝낼 수 있었다.
“두 사람 다 나를 부르며 도와달라는데 거기서 나는 아무것도 할 수 없었어. 그저 석화에 걸린 것처럼 가만히 서서 그냥 지켜볼 수 밖에 없었어….”
“그렇군요.”
한번 맞장구를 친 그녀는 곧 기겁할만한 말을 했다.
“그럼 나와 엘레노아는 마을 여성들처럼 고블린에게 당했나요?”
“……!!, 아니! 아니야! 무슨 소리야. 절대 그런거 아니야. 그냥 딱 제압 당한정도에 불과하다고!!”
“정말인가요?”
“……, 물론 제압당하는 과정에서 조금 만져지긴 했지만 딱 그정도에 불과해. 이건 정말이야.”
사실 엘레노아는 하의 속으로 고블린의 손까지 들어가 보이지 않는 곳을 어떻게 유린당했는지 알 수는 없었으나 차마 모든걸 다 털어놓을 수 없었다.
“그럼 그 고블린들이……. 제 약점도 만졌나요?”
“아니. 그건 절대 아니야.”
엘레노아의 약점은 묶은 머리카락.
그리고 루크레치아의 약점은 다름아닌 유두였다.
그렇기에 나는 그녀들과 관계를 맺을때도 최대한 약점을 건드리지 않게 조심했다.
엘레노아야 그리 머리카락을 위로 올려두면 크게 신경 쓸게 없었지만, 루크레치아와의 관계에선…….
저 백옥같은 피부를 가진 큰 가슴을 눈앞에서 바라만 보는 것은 너무나도 곤욕스러운 일이었다.
그렇다고 약점을 건드릴 수 없기에 아주 외곽부분을 부드럽게 주무르거나 가슴 아랫 부분에 손바닥을 두고 그 무게감을 느낄 뿐이었다.
“후배님. 날 봐줘요.”
“으응. 보고 있어.”
루크레치아는 한 손으로 몸을 가린 수건을 쥔 채 나를 침대로 이끌었다.
그리고 침대에 걸터앉고는 수건을 놓았다.
아직 마르지 않은…, 아니 물기가 아니었다.
번들거리며 옅은 육향을 품고 있는 그건 그녀의 땀이었다.
아무리 땀이 많은 체질이라도 이정도는 아니었는데, 순간 나는 그녀의 귀가 빨갛게 달아오른게 보였다.
그녀는 지금,
굉장히 ‘부끄’ 러웠다.
“후배님. 제 나신을 본 건 후배님이…….”
“루크레치아?”
그녀는 부끄러운듯, 잠시 말을 멈추곤 고개를 푹 숙였다.
“후배님이 처음이에요. 자. 어떤 미래를 보든 그건 아무 소용 없어요. 지금 이 순간 제 몸을 만질 수 있는건 지금 후배님이 유일해요.”
“꿀꺽”
“그 작은 괴물들이 아무리 달려들어도 제 몸은 이렇게 오롯히 당신한테만 열릴거에요.”
그녀의 입이 열릴때마다 뜨거운 숨결이 나온다.
그녀의 말 한마디 한마디가 내 몸을 뒤흔든다.
주르륵….
땀방울이 그녀의 커다란 가슴 위를 미끄러진다.
위에서부터 중앙으로….
그리고 그대로 중력을 따라 아래로 미끄러지다가 가슴 첨단의 연분홍빛 유두에 맺힌다.
방울진 땀이 그 끝에서 좌우로 흔들리다가 바닥에 뚝 하고 떨어진다.
“후배님…. ”
“하아……. 루크레치아.”
그녀의 말이 끈적하게 들린다.
나는 조심스레 손을 들어올려 그녀의 커다란 가슴을 밑에서부터 살며시 쥐었다.
그 커다란 크기만큼이나 압도적인 부드러움을 지녔다.
더군다나 마력으로 인해 그녀의 신체는 극상의 상태를 유지하느라 그녀의 가슴 또한 그 어마어마한 크기로 인해 축 처진게 아니라 적당히 탱글함을 유지하며 앞을 향해 솟아있었다.
“흐으응….”
내 손바닥이 그녀의 밑가슴을 부드럽게 움켜쥐자 그녀의 입에서 옅은 신음이 흘러나왔다.
그 뒤로 무슨 생각을 했고 무슨 말을 했는지 잘 모르겠다.
그저 간간히 들리는 그녀의 신음과 손바닥으로 느껴지는 이 부드러운 촉감을 느낄 뿐이었다.
“평소보다 손짓이……, 야해요. 후배님.”
“그야 이런 가슴을 보면 누구나 그래. 루크레치아.”
“흐읏…. 그런가요?”
루크레치아가 돌연히 내 손을 쥐어 천천히 위로 끌어올렸다.
그리곤 가슴 정면에 턱 하니 올려놓았다.
쫙 펴진 손에 가슴이 살짝 뭉개지며 그 형태를 잃어가는 광경은 너무나도 야릇하고 음란하기 그지 없었다.
그리고 손가락 사이에서 바들바들 떨리고 있는 분홍빛 유두.
신기하게도 그녀보다 조금 더 큰 가슴을 가진 엘레노아의 유두보다 크기가 더 컸다.
“조심히… 조심히 만져줘요. 후배님만이 만질 수 있는 가슴이니까……. 어떤 남자도 마물도 함부러 할 수 없는 오로지 당신꺼니까…….”
“루크레치아…….”
나는 그녀의 이름을 부드럽게 속삭이며 손을 원을 그리며 부드럽게 쥐어갔다.
그 큰 가슴의 살들이 내 손가락 사이사이로 밀려나왔다.
“응……. 조금만…. 하아…. 살살….”
깊숙히 조심스레 쥐었다가 살며시 놔주고 다시 감싸쥐듯, 마치 옥구슬마냥 섬세하게 다뤘다.
그럴때마다 움찔거리는 루크레치아의 모습이 너무나도 야릇했다.
“후읏….”
아까 전 엘레노아에게 얘기했던 것처럼 우리 셋 사이에 맺은 약속만 아니라면 이대로 그녀를 눕히고 싶었다.
“하고 싶죠?”
“응….”
“하지만 안돼요. 약속이니까. 대신 만지는걸로만 만족해요. ”
나는 대답 대신 조금 손에 힘을 더 쥐며 반대쪽 손으로도 가슴을 쥐었다.
“하응….”
양손으로 그녀의 가슴을 마치 빵 반죽마냥 만지고 있으니 너무나도 황홀했다.
그녀의 온몸은 땀으로 번벅이 되어 마치 기름을 바른 것처럼 반질거려 음란하기 그지 없었다.
문득 바보같이 씻고 나왔는데 또 씻어야겠네, 라는 생각이 들기도 했다.
“하……으응……흣……핫…….”
그 아름다운 루크레치아가, 같은 기수의 모든 남학생들이 눈독들이던 그녀가…, 어느 누구 하나 그녀를 보곤 정복욕을 불태지 않은 자가 없던 그녀가, 그리고 그런 그녀의 가슴을 오롯히 나만 마음껏 쥐고 있었다.
그런 내 손에 그녀가 입술을 깨물고 몸을 비틀며 느끼고 있었다.
“흐읏….”
그러다가 문득 파르르 떨고 있는 유두가 눈에 들어왔다.
루크레치아의 약점.
만약 누군가 이 유두를 유린한다면 루크레치아는 그 미래시속의 엘레노아처럼 울부짖을까…?
강인한 그녀가, 언제라도 선두에 서서 제일 먼저 전투에 임하는 그녀가 그토록 멍청하고 헤픈 얼굴로 신음을 토해낼까?
“후배님?”
나는 가슴을 만지던 동작을 멈추고 물끄러미 그녀의 살며시 떨리고 있는 유두를 바라봤다.
그리곤 천천히 손을 들어 유두를 향해 나아갔다.
“하아……. 하아……. 후배님…….”
그녀는 내 의도를 알아차린듯 몸을 부르르 떨며 나를 불렀다.
그건 멈춰달라는 걸까, 아니면 계속 해달라는 걸까….
적어도 직접 내 손을 잡고 멈추진 않았다.
조심스레 고개를 들어 루크레치아를 바라봤다.
물기어린 두 눈동자엔 열락과 함께 공포심이 자리잡고 있었다.
기사의 약점이란…….
그런 곳이었다.
그게 남자처럼 단순한 급소든, 여자처럼 쾌락의 스위치든, 누군가 노린다면 공포에 떨 수 밖에 없는 그런 것.
손가락이 살며시 유륜을 스친다.
연분홍빛이 감도는 유륜은 곧 찾아올 쾌락을 예감이라도 한 듯 잔뜩 부풀어 있었다.
“으응…. 제발…….”
제발? 멈춰? 아니면…….
“살살…….”
그녀는 고개를 푹 숙이며 대답했다.
달달 떠는 그녀의 몸은 애처롭기 그지 없었다.
“……응”
나는 조심스레 손가락을 그녀의 유두에 가져갔다.
그리고 조심스럽게 그 첨단에 올려놓으려는 순간, 문득 백옥같은 그녀의 피부에 실금이 가 있는게 보였다.
유륜의 윗부분부터 옆가슴까지, 아주 옅은 실선은 희미하나 분명한 균열이었다.
“……후배님?”
“이 상처는 뭐야?”
“아…….”
루크레치아는 살짝 당황한 표정이었다.
“별건 아닌…….”
“이렇게 붉은 자국이 남아있는데?!”
“아……. 그게 남은 고블린을 처리하다가 갑자기 고블린들이 자신의 새끼들을 집어던지는 바람에 조금 당황했어요. 그 사이에 한 녀석이 날아들어 손톱을 휘두르는 바람에…….”
그제서야 나는 뒤늦게 돌아온 그녀의 옷이 왜 찢어졌는지 알 수 있었다.
그때 당시엔 그저 고블린들과 싸우다가 옷자락이 걸려 찢어진거라고만 했는데 그게 아니었다.
그 고블린들이, 내 미래시속에서 루크레치아를 붙잡고 엘레노아를 유린하던 고블린들이 현실에서 루크레치아의 가슴에 흔적을 남긴 것이다.
만약에라도, 혹시라도 그 공격이 그녀의 유두에 맞았더라면.
“허억!!”
순간 내 손이 녹색피부로 물들었다.
손가락은 길쭉하게 변해 있었으며 손톱은 뾰족하고 길쭉하게 자랐다.
마물, 마물의 손이었다.
기겁해서 손을 뒤로 빼냈다, 아니 빼내려고 했지만 마치 누군가 고정시켜놓은 것처럼 꼼짝도 하지 않았다.
“루크레치아! 내 손이…….”
고개를 들어 루크레치아를 바라보니 그녀의 앞머리에 가려져 눈이 보이지 않았다.
그녀는 내 외침이 들리지 않는지 아무런 반응조차 하지 않았다.
자신의 유두 앞에 고블린의 기괴한 손이 지척에 있음에도 가만히 있었다.
“으응…. 제발……. 살살…….”
아까 전 그녀가 내게 유두를 허락하며 애원하던 말.
그게 지금 고블린의 손을 눈앞에 두고서 똑같이 흘러나왔다.
그리고 고블린은…….
다시 한번 얘기하지만 마물이다.
그렇기에 머뭇거림이 없었다.
마물에게 여자는 자신들의 성욕 처리이자 번식용도 그 이상 그 이하도 아녔다.
그러니까 루크레치아의 허락이 떨어지자 나처럼 긴장하면서 그녀를 배려하며 천천히 움직이는게 아니라…….
쭈왑❤️!
“흐아앙❤️!”
푸슈슈유유웃❤️!!
단숨에 유두를 잡아당겼다.
그 뾰족한 손톱이 그녀의 유두를 짓누르고 되는대로 잡아당기고 있었다.
반대쪽은 손바닥으로 유두를 누른 채 그녀의 커다란 가슴을 그 긴 손가락으로 터질듯이 억누르며 꽉 쥐어짜고 있었다.
그녀의 음부에서 액이 폭발하듯이 뿜어져 나온다.
“하으읏❤️!! 하으응❤️! 하아앙❤️! 아앙❤️! 아앙❤️!”
내가 그녀의 가슴을 부드럽게 애무하던 때와는 차원이 다른 신음이 터져나왔다.
이게…….
진짜 그녀인가?
입을 벌린 채 침을 줄줄 흘리며 저항 하나 하지 못하고 가슴과 유두를 유린당하는게 정말 그녀인가?
“루……. 루크레치아.”
그건 내가 아냐, 니 가슴과 유두를 만지는 건 내 손과 손가락이 아니야…….
머뭇거리던 나를 조롱하는 것마냥, 그 고블린의 손은 그녀의 유두를 지멋대로 잡아당겼다.
그럴때마다 그녀의 가슴이 쭈욱 늘어나며 천박한 모양으로 변한다.
푸슈슈슛❤️! 퓨수슛❤️!
동시에 그녀의 다리 사이에서 분수처럼 쏟아지는 애액이 바닥을 너머 내 다리를 적신다.
“조아아앗❤️! 조앗❤️! 더엇❤️! 당겨어어엇❤️!”
“아니야…. 이건 아니야…. 루크레치아가 아니야….”
“후배님? 후배님?!”
멍해지는 정신 속에서 천박하게 외쳐대는 그녀의 목소리와 나를 부르는, 평소의 침착한 목소리가 동시에 울린다.
“더엇❤️!! 더엇❤️!! 눌러져❤️! 뭉개져엇❤️!”
“우욱…….”
정신없이 울려퍼지는 소리에 토할 것만 같아 허리를 숙였다.
그러자 보이는 것은 바지를 꿰뚫을 듯 솟아있는 내 물건이었다.
나는 눈앞에서 연인이 고블린의 손에 유린당하는 걸 보고 성기를 빳빳하게 세우고 있었던 것이다.
엘레노아때도 그랬었나? 기억이 나지 않는다.
모든 게 다 한심하고 이 끔찍한 환상속에서 벗어나고 싶었다.
“오옥❤️! 오옷❤️! 젖❤️! 젖이 늘어나앗❤️! 망가져어엇❤️!”
천박한 신음과 말을 내뱉는 루크레치아의 말을 들으며 정신이 아득해진다.
텁
그때 누군가가 내 어깨에 손을 올리는게 느껴졌다.
보드라운 피부, 나를 진정시키려는 듯 부드럽게 감싸쥔 어깨.
나는 그 손의 주인이 누군지 알아차렸다.
“……루크레치아?”
“후배님. 괜찮나요? 갑자기 얼굴색이 하얗게 변하더니 토할 것처럼 몸을 숙이길래…….”
“하아…….”
안도의 한숨을 내쉬고 덜덜 떨리는 손을 마주잡았다.
너무 피곤해서, 너무 힘들어서 환상이라도 본 게 분명했다.
동굴에서도 방금 이 순간에도 이건 미래시나 뭣도 아니었다.
그냥 피곤해서 생긴 환상.
딱 그정도다.
그정도로 치부하기로 마음 먹었다.
그러지 않으면 너무나도 정신이 흔들릴 것만 같았다.
엘레노아에 이어서 루크레치아까지…….
도대체 미래시가 내게 보여주려는건 뭐지?
언젠간 들이닥칠지도 모르는 말도 안되는 미래인가?
그것도 아니면 내 마음속 무언가가 보여주고 싶은 장면인가?
바람을 쐬면서 마음을 진정시키고 싶었다.
“후배님?”
“루크레치아. 잠깐, 잠깐…….”
나는 바닥에 떨어진 수건으로 그녀의 몸을 감싼 뒤 자리에서 일어났다.
“감기 걸리니까 얼른 옷 입어. 바람 좀 쐬고 올게.”
“그게……. 편하다면 그렇게 하세요. 후배님.”
그녀는 방금 전의 분위기가 깨진 게 못내 아쉬운 눈빛으로 수건을 여몄다.
“응…. 고마워 그리고 미안해”
“아뇨. 대신…. 이번엔 엘레노아보다 저부터 안아줘야해요.”
“약속할게.”
그 한마디에 그녀는 환하게 웃으며 나를 보내주었다.
나는 멍청이다.
내 욕심에 기사에겐 생명과도 같은 약점을 만질뻔 했다.
사랑하는 연인의 손길이어도 두려움에 떠는 급소인데 그저 성욕에 눈이 멀어서 마음대로 만지려고 성급했다.
저급한 마물이 나를 비웃듯 내 머릿 속에서 그녀의 약점을 되는대로 유린했지만 나는 그런 마물따위가 아니었다.
그녀와 서로 사랑하고 감정을 교류하는 연인이다.
그녀가 원하지 않는 짓을 할 이유가 없었다.
어쩌면 그런 짓을 하려는 내가 마물이나 다름없다는 생각이 들어서 그런 환각을 본 게 아닐까?
“후우…….”
밖으로 나와 밤공기를 들이마시자 폐부가 차가워지며 정신이 확 들었다.
그래 너무 피곤해서 그랬을 것이다.
창고로 가서 얼른 씻고 자야겠다는 생각이 들었다.
그렇게 창고쪽으로 향해 엘레노아가 다 씻었는지 물어보려다가 불현듯, 엘레노아가 씻으러 가기 전에 스치듯 속삭인 말이 떠올랐다.
‘훔쳐보는 거 좋아하는 변태씨. 조금 있다가 밖에서 창고를 잘 둘러봐바…. 내가 재밌는 걸 보여줄게…’
…….
완전히 까먹고 있었다.
씻고 나서 나한테 화내는건 아니겠지…?
나는 혹여나 하는 마음에 창고 외벽을 둘러보았다.
이리저리 둘러보다 좁은 울타리 사이로 들어가는 창고 뒷편에서 어두운 밤 공간을 가르며 밝히는 빛줄기를 발견할 수 있었다.
조심스레 그곳을 다가가보니 자그마한 구멍을 통해 창고 안쪽의 빛과 함께 증기가 세어나오고 있었다.
“하아…앗….”
그리고 그 안에서 야릇한 엘레노아의 신음소리가 들렸다.
나는 최면에라도 걸린듯 그 구멍을 향해 다가가면서 머릿속으론 그녀가 속삭인 말을 계속 되새겼다.
‘재밌는 걸 보여줄게…. 재밌는 걸 보여줄게….’
“흐으읏… 후웃….”
조심스레 허리 높이에 있는 구멍을 향해 몸을 숙였다.
구멍에 가까이 다가가자 묘한 꿉꿉한 냄새가 코를 타고 맡아졌다.
순간 눈쌀을 찌푸리고 살짝 물러났지만 안에서 구멍 타고 나오는 신음을 듣고 있자니 이대로 포기할 수 없었다.
결국 나는 냄새를 참으며 눈을 구멍에 가까이 가져갔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