5화 5화. 고블린 토벌
일단의 무리를 이룬 고블린들은 사냥해 온 동물들을 그 자리에서 해체하기 시작했다.
배를 가를 때마다 뜨거운 김을 내뿜으며 내장들이 쏟아졌고, 그 향취를 즐기듯 놈들은 그 자리에서 핏물과 내장을 씹어먹으며 탐닉했다.
그렇게 한동안 역겨운 도축의 시간이 펼쳐졌다.
“음. 좋아. 이제 행동하자”
한동안 그 모습을 물끄러미 바라보던 엘레노아가 나직이 말했다.
늦잠도 자주 자고, 루크레치아보다 부드럽고 성숙해 보이는 외모에 비해 장난끼도 많고 덤벙대며 실수도 하곤 하지만….
전투에 앞서서는 우리 파티에서 누구보다 냉철하게 판단하고 작전을 제시하는 사람이 바로 그녀였다.
“다행히 사냥감을 처리한다고 정신없어서 우리의 위치가 바로 들통나진 않을 거야. 그렇다고 해서 저들이 전부라는 보장도 없어. 동굴 안에 있을 수도 있고, 아직 돌아오지 않은 무리도 있을 거야”
그녀의 말에 나는 주위를 두리번거리며 투시 능력으로 주변을 살폈다.
다행히 지근거리에 추가적인 고블린의 기척은 없었다.
그리고 다시 엘레노아에게 집중하려고 고개를 돌린 순간 아직 투시 능력이 완전히 사라지지 않았는지 그녀의 오른쪽 가슴 훤히 눈에 들어왔다.
북부 출신인 루크레치아의 창백한 피부와 비교해도 손색이 없을정도로 하얀 피부와 옅은 홍조.
도발적인 붉은 레이스의 가슴만큼이나 커다란 브라.
가슴 위에 보란듯이 찍혀 있는 검은 점.
브라의 틈으로 살며시 모습을 드러낸 분홍빛 유륜.
“꿀꺽”
나도 모르게 침을 꼴깍 삼키고 말았다.
“카엘군? 긴장이라도 되는거야?”
“아…, 아니야. 계속해줘”
나는 손사레를 치며 눈에 남아있던 마력을 완전히 흐트려버렸다.
그제서야 엘레노아의 검은색 정복이 제대로 눈에 들어왔다.
하지만 머릿속엔 여전히 방금전 본 모습이 아른거렸다.
도대체가…. 알몸도 보고…, 관계도 갖고, 같이 씻어보기도 한 사이임에도 불구하고 왜 훔쳐본다고 생각하니 갑작스레 더 흥분되는 걸까.
나는 속으로 심호흡을 여러번 하고 나서야 간신히 엘레노아의 말에 다시 집중할 수 있게 되었다.
“아슬아슬하긴 하지만 한 번에 처리가 가능할 거야. 내가 신호를 주는 사이 곧바로 공격해줘. 카엘은 왼쪽에서. 루크레치아는 오른쪽을 부탁할게요.”
나와 루크레치아는 조용히 고개를 끄덕였다.
작전은 단순했다.
엘레노아가 가장 먼저 마력을 이용해 원거리 타격을 실시한다.
그와 동시에 양옆으로 돌진한 우리 둘이 원거리 타격이 도착하기 전 놈들을 공격해 무리의 당황을 이끌어낸다.
그리고 엘레노아의 공격이 도착하면서, 세 방향의 공격으로 한꺼번에 쓸어버린다.
"그럼 이번에도 무사히 해결하자고"
내 말에 두 사람은 말없이 나를 물끄러미 바라보는 것으로 답했다.
짧은 침묵 속에서도, 그 시선만으로 충분했다.
잠시 후 고블린들이 작은 고깃덩어리를 두고 서로 옥신각신하며 싸움을 벌였다.
주먹질이 오가며 점점 난폭해졌고, 주위의 고블린들은 켈켈 웃으며 박수까지 치며 싸움 구경에 정신이 팔려 있었다.
그 순간, 엘레노아가 완드를 들어올리며 마력을 끌어올렸다.
순간 바람조차 멎은 듯한 고요함.
오로지 멀리서 들려오는 고블린들의 날카로운 울음소리만이 귓가를 맴돌았다.
이윽고 그녀의 검은 코트자락이 살며시 펄럭였다.
그리고 하나둘씩 그녀의 몸에서 뿜어져 나오는 갈색빛의 마력.
처음엔 미세했지만, 점차 쏟아져 내리는 듯한 밀도의 마력에 그녀의 머리카락과 옷자락이 쉴 새 없이 흔들렸다.
녹광의 발키리.
아카데미 시절 모두가 그녀를 부르던 그 별명답게, 엘레노아의 녹안이 강렬하게 빛나며 마력을 조율하기 시작했다.
무형의 마력이 그녀의 의지에 따라 허공에서 형상을 갖춰간다.
마치 하늘에 수를 놓듯 떠오르는 수많은 화살들.
그 첨예한 살기가 공간을 가득 메우는 순간, 나는 지금이 그녀가 말한 그 순간임을 직감했다.
곧바로 검을 뽑아들고 앞으로 몸을 날렸다.
수풀이 흔들리는 소리.
바람을 가르며 질주하는 궤적.
하지만 싸움 구경에 정신이 팔린 고블린들은 끝내 눈치채지 못했다.
그리고 그 대가는 목숨이었다.
푹!
갈색빛이 맴도는 마력의 화살이 가장 먼저 도착해 고블린들의 머리를 꿰뚫었다.
그대로 뒤편 돌벽까지 파고든 마력의 화살.
허수아비처럼 쓰러지는 동족의 시체를 본 고블린들은 괴성을 내지르며 사냥감을 도축하기 위해 쥐고 있던 도구들을 황급히 들어올렸다.
"키에에에엑!!!"
작고 비열한 마물, 고블린.
놈들은 본래 기습에 능하고, 작은 체구와 달리 거침없이 달려드는 것으로 유명했지만….
반대로 기습을 당했을 경우엔 놀라울 정도로 쉽게 무너지고 도주하는 경우가 대부분이었다.
나 역시 놈들이 그렇게 무너질 것이라 생각했다.
하지만 이번엔 달랐다.
놈들 등 뒤에 자리한 동굴, 아마 둥지일 그 장소 때문인지 도주 대신 전투를 선택했다.
하지만 상관없다.
기습이 장기인 놈들과 정면전을 벌이는 건, 식은 죽 먹기보다 쉬운 일이다.
“하압!”
숨을 크게 들이쉬며 나는 검을 일직선으로 찔러넣었다.
칼날이 뼈와 살을 가르는 감촉이 손끝을 타고 선명하게 전해졌다.
그리고 마침내, 그 첨단이 고블린의 등을 꿰뚫고 튀어나왔다.
동시에 투시를 통해 미리 고블린 등 뒤에 숨어 있던 또다른 놈을 발견한 나는 거리낌 없이 더 칼날을 깊숙히 찔러넣었다.
등가죽을 뚫고 맹렬히 나아가던 칼날은 또다른 녹색 가죽과 맞닥뜨리고 이번에도 여지없이 그 연약한 살가죽을 뚫고 두번째 희생양을 만들어냈다.
“키에에에엑!!”
괴성을 지르며 달려드는 고블린을 발견하곤 재빨리 검을 회수했다.
곧 두 구의 시체가 털썩하며 바닥에 쓰러짐과 동시에 검을 위로 휘둘러 날아든 고블린을 그대로 반으로 갈라버렸다.
“카엘군!”
엘레노아의 외침이 들렸다.
본능적으로 마력을 끌어올렸다.
순간 머릿속에서 수많은 상들이 흘러간다.
등뒤에서 달려드는 고블린, 때론 두마리고 때론 한마리일때도 있었고 방금전 내가 죽인 놈처럼 도약해서 달려드는 상도 있었다.
미래시……,라고 스스로 명명한 능력이었지만 그 이름의 열화판이나 다름없는 능력이었다.
하지만 이러한 능력이라도 없는 것보단 나았다.
이미 기사 아카데미에서부터 편력행을 떠나 여러 전투속에서 익숙해질만큼 익숙해진지 오래였다.
재빨리 상들을 바라보며 그 중 가장 선명하고 가장 현 상황에 걸맞는 미래를 택했다.
촤악!!
등 뒤에서 도약해서 달려드는 고블린을 베어내고 피를 흩뿌리고 나서야 내 선택이 옳았다는 것을 깨달았다.
잠깐이지만 어설픈 미래를 보는 것만으로도 머리가 지끈거릴정도로 뜨거워졌다.
전투중 한순간의 미래를 엿보는 것조차 이처럼 힘들고 벅찬데, 그렇다면 도대체 오늘 아침 본 그 끔찍한 예언은 무엇일까.
정말 내가 가진 능력이 보여준 미래인가, 아니면 또다른 능력의 개화일까? 그것도 아니면…….
“후배님!”
루크레치아의 외침에 순간 정신이 번쩍 들었다.
나도 모르게 전투중 순간적으로 한눈을 팔아버렸고 그 대가는 위험천만한 것이었다.
순간 눈앞까지 다가온 나무몽둥이가 내 얼굴을 뭉개기 직전, 순식간에 몽둥이를 든 고블린이 얼어붙더니 그대로 바닥으로 떨어지며 말 그대로 산산조각이 났다.
고개를 돌려보니 루크레치아가 내 쪽을 향해 손을 뻗은 채 서 있었고 그녀의 손바닥에선 시릴정도로 차가운 냉기가 뿜어져 나오고 있었다.
“후배님.”
“미안. 루크체리아”
딱딱하지만 그 안에 옅은 부드러움이 담겨있는 평소의 부름과 달리 지금은 그녀의 손바닥에서 나오는 차가운 냉기만큼이나 싸늘한 목소리가 귀에 꽂혔다.
기사들은 강력한 힘을 지녔지만 무적은 아니었다.
각 학년별로 수석으로 졸업한 그녀들의 능력과 힘은 가히 무적이라 칭할만 하지만…, 말 그대로 ‘가히’였다.
전장에서의 방심은 전신마저 죽음으로 인도할 치명적인 실수일 것이다.
“키엑!”
허공에서 날아든 갈색 마력의 화살이 고블린의 머리에 꽂히는 것으로 일단의 전투가 끝이 났다.
멀리서 공격하던 엘레노아는 다가와 전장을 살폈다.
“좋아. 확실히 한마리도 놓치지 않고 모두 잡았는걸? 고생했어 카엘군.”
“아니야. 내가 방심하는 바람에….”
딱!
갑작스러운 통증에 말이 끊기고 눈을 질끈 감았다.
다시금 눈을 떠보니 화난 표정의 엘레노아가 완드를 들고 위협하듯 자신의 손바닥을 툭툭 치고 있었다.
거기다가 루크레치아도 그런 그녀의 행동이 옳다는 듯 고개를 끄덕이며 암묵적 동의를 보내주었다.
결국 나는 또 한번의 사죄를 하자 엘레노아가 내 머리를 가져가 품에 안았다.
푹신한 감촉에 방금 전 짧은 전투에서 달아올랐던 열기가 싹 사라지는 기분이었다.
“카엘군이 걱정되서 그런거 알지?”
“알고 있어. 미안해. 엘레노아, 그리고 루크레치아도….”
“후배님. 오늘 오전에도 악몽을 꿨다고 했죠. 전투에 영향을 줄 정도였습니까?”
“아니 그건…….”
아니라고 대답하려고 했지만 순간적으로 다시 떠오른 그 풍경은 내 입을 닫아버렸다.
강당을 가득 채운 괴생명체, 그녀석의 팔다리라도 되는듯한 수많은 촉수들이 그녀들의 몸을 말 그대로 뒤덮어 범하며 이렇게 눈앞에서 나를 혼내면서도 걱정하는 눈빛을 보낸 그녀들의 정신을 박살내고 나락으로 떨어트린 걸 생각하니 온몸이 저릿하고 심장이 아려왔다.
“정말? 그런거야? 괜찮아?”
엘레노아는 품 안에 안은 내 머리를 쓰다듬으며 속삭였다.
그렇게 한동안 보살핌을 받고 나서야 간신히 품안에서 벗어날 수 있었다.
사실은 조금 더 그 품을 즐기고 싶었지만 일정 시간이 지나자 나를 바라보는 루크레치아의 눈빛이 조금 다른 의미로 화가 나는 것 같았고 또 우리 눈앞에 떡 하니 입을 벌리고 있는 동굴도 있었으니까.
우린 한동안 동굴 입구에서 잠시 대기했다.
“이쯤이면 된 거 같네. 들어가자.”
엘레노아의 말에 루크레치아가 선두에 서서 안으로 들어갔다.
어느정도 기다렸음에도 외부에서 오는 무리는 보이지 않았고 전투중에 내부로 도망가거나 내부의 인기척 또한 느껴지지 않았으니 혹시 모를 상황은 어느정도 배제한 셈이었다.
그렇게 우린 어둠 가득한 동굴로 진입했다.
엘레노아가 갈색 마력이 감도는 완드를 수납하자 어둠속에서 빛을 밝혀줄 물건이 아예 없었다.
자칫하면 고블린에게 습격당할 수도 있었지만 이건 기사 아카데미에서 배운 당연한 상식이었다.
이런 굽이진 동굴의 경우 상당한 양의 광원을 살포하지 않으면 군데 군데 어두운 공간들이 생겨나고 빛에 적응된 눈인 그 어둠속에 숨은 적들을 발견할 수 없었다.
더군다나 지금과 같이 소수의 인원으로 기습의 묘리를 살릴려면 이쪽의 위치를 보여주지 않는 것도 중요했다.
자랑하듯이 지식들을 늘여놓았지만 이것들은 대부분 아카데미에서 배우거나 혹은 졸업 후 여러 마물의 동굴들을 토벌하면서 그녀들에게 배운 지식들이었다.
수석의 타이틀은 확실히 달랐다.
귀족 가문 대대로 전수되는 비전 또한 달랐다.
나도 그녀들을 따라잡기 위해 부단히 노력했고 아카데미에서 여러번 실전을 겪었지만 막상 졸업하고 나니…….
평민이라는 시작점조차 뒤처졌지만, 수석이라는 도착점마저 멀었다.
과연 그녀들을 따라잡을 수 있을까, 그때쯤 되면 내가 오히려 그녀들을 품안에 안고 어른인 척 보듬어줄 수 있을까, 뺨에 남아있던 엘레노아의 온기를 느끼며 하염없이 어둠속을 걸어갔다.
암적응이 된 탓에 그리 위험하진 않았다.
그렇게 한동안 이리저리 굽이진 동굴 내부를 돌아다녔는데 어찌된 영문인지 고블린들이 전혀 보이지 않았다.
확실히 평범한 상황은 아닌듯, 맨 앞에서 선도하고 있는 루크레치아 또한 몇번이고 걸음을 멈추곤 상황을 살피곤 했다.
그러다가 곧 모퉁이 너머로 불빛이 보였다.
루크레치아는 곧장 걸음을 멈추고 상황을 살폈다.
“루크레치아”
나는 조심스레 앞으로 나아가 엘레노아를 지나쳐 빠르게 루크레치아 곁에 다가왔다.
“후배님”
“내가 투시를 통해 살펴볼게”
“부탁드립니다.”
나는 고개를 끄덕이며 눈에 마력을 집중했다.
곧 불빛에 일렁이는 그림자가 덮고 있는 돌벽을 관통해서 그 너머를 바라봤다.
모퉁이 너머에는 꽤나 큰 공동이 있었고 군데군데 어둠을 밝히기 위한 횃불들이 꽂혀 있었다.
그리고 그곳엔 마을 여성들로 추정되는 사람들이 잔뜩 있었다.
찢어진 옷가지와 축 늘어진 몸들, 거기다가 몇몇은 배가 산더미마냥 부푼 걸 보아 그리 좋은 상황은 아닌 것 같았다.
그 사실을 전달하자 루크레치아의 눈엔 은은한 분노가 서려 있었다.
나는 그녀의 어깨를 두드려주며 조금 더 살폈다. 하지만 그 어디에도 고블린들은 보이지 않았다.
혹시나 우리가 걸어온 통로를 바라봤지만 마찬가지였다.
아무래도 이곳으로 오면서 지나친 여러 갈래길중 하나에 있을거라 예상했다.
“우리가 밖에서 죽인 고블린이 전부…, 라는 속 좋은 소리는 말이 안되겠지?”
루크레치아는 고개를 끄덕였다.
“일단 확실하게 고블린이 없다면 안에 들어가서 인질들의 상태를 확인해보자. 카엘군. 너는 모퉁이 바로 앞에서 대기해서 뒤이어 고블린들이 오는지 확인해줘.”
나도 그녀들을 따라 안으로 들어가려고 했지만 막상 생각해보니 안에는 오랫동안 고블린들에게 겁간당한 여성들이라는 생각이 들었다.
괜히 그녀들의 불안한 정신을 자극할 이유는 없었기에 나는 순순히 고개를 끄덕이며 모퉁이를 지켰다.
그러는 사이 그녀들이 안으로 들어가 여성들의 상태를 확인하는게 보였다.
그들 대다수가 갑작스러운 접촉에 경기를 일으키며 발작했지만 곧 눈앞의 형체가 고블린들이 아닌 자신과 같은 여성들, 그것도 아주 잘 차려입은 정복을 입고 있다는 사실에 희망을 품었는지 곧 눈물을 쏟아내기 시작했다.
그 모습을 투시를 통해 물끄러미 바라보던 나는 그녀들의 찢어진 옷 위에 흩뿌려져 있던 누리끼리한 점액덩어리들을 발견했다.
어디서 본 듯한 생각이 들기 무섭게, 갑자기 격렬한 두통이 들이닥쳤다.
“으윽!”
몸이 비틀거리며 벽과 부딪혔다.
머리를 찌르는 듯한 고통에 눈이 질끈 감겼다.
다급히 그녀들을 부르려고 한쪽 눈을 뜨고 안을 바라보며 소리치려는 순간, 오히려 역으로 안에서 비명과 고함이 울려펴졌다.
“후배님!”
“아흐으윽❤️! 호옥❤️! 카엘군!!”
얼마나 위급한건지, 루크레치아는 평소의 호칭 대신 내 이름을 불렀다.
나는 다급히 안을 살폈다.
그리곤 녹색 피부의 작은 고블린들이 루크레치아의 몸에 달라붙어 그녀를 제압하려는 게 눈에 들어왔다.
한 놈은 어떻게 매달린건지, 그녀의 목에 팔로 매달려 목을 조르며 기다란 혀를 햘짝거리며 그녀의 뺨을 햝고 있었고, 다른 놈들은 다리에 달라붙어 그녀의 하얀 레이스 스타킹을 찢으며 그 백옥의 피부에 붉은 상처를 만들어냈다.
‘도대체 어디서 나타난거지?’
알 수 없었다.
하지만 적어도 치명적인 기습을 허용한 건 틀림없었다.
“루… 루크레치아….”
머리가 쪼개질 거 같은 통증을 어떻게든 참고 안으로 달려가려고 했지만 도저히 발을 뗄 수가 없었다.
엘레노아!
그리고 순간 불현듯 그녀의 이름이 떠올랐다.
육체파와 달리 근접 전투력이 현저히 부족한 그녀가 루크레치아와 똑같이 기습을 받았다면 분명 위험했다.
거기다가 나를 부르는 루크레치아의 외침 다음으로 들렸던 그녀의 말은 어딘가 들뜨고 야릇한 소리였다.
내 예상과 다르길 바랬지만 그녀의 상황은 루크레치아보다 더욱더 최악의 형태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