밍키넷 단편야설

한 편 완결 소설

성인소설 목록

최신 단편

야설 읽기
밍키넷 소설
토스트 메세지 나오는곳
텔레그램 공식채널

밍키넷 공식보증업체

7화 두번째 아내 (2)


“이거 좀 입어봐.” 주영이 회색 반팔 셔츠를 내밀었다. 재질이 좋았다. 살짝 광택도 있고, 목 부분도 깔끔했다. “저는 그냥 싼 거 사도 돼요.” “됐고. 이건 내가 고른 거야.” 태그도 안 보고 결제대에 툭 올린다. 국가포인트 카드 찍는 소리, ‘결제 완료’ 화면. 그녀는 아주 자연스러웠다. 옆에 놓인 쇼핑백에는 내 속옷, 양말, 면도기, 폼클렌징, 로션까지 들어가 있었다. 모두 다, 나를 위한 것뿐이었다. “…근데, 누나 것도 좀 사세요.” “나 필요 없어. 난 원래 입던 거 입어. 근데 너는— 이제 좀 새 걸 입어야지.” 다음 매장은 신발 가게였다. 주영은 아무 설명도 없이 내 발 옆에 앉아 신발끈을 풀었다. 고개를 들어 나를 올려다보며 말했다. “발볼 넓은 편이네. 이건 작겠다.” “남자 신발, 이런 거 해보셨어요?” “아니, 몰라도 보여. 늘 널 보고 있으니까.” 나는 말이 막혔다. 주영은 내 발에 새 신발을 꿰어 넣었다. 그 모습이… 이상하게 설렜다. “딱 맞아.” 집에 돌아오는 길, 손에 든 쇼핑백이 묵직했다. 내용물 때문이 아니라, 그 안에 담긴 배려 때문이겠지. 엘리베이터 안, 거울에 비친 내 모습은 어딘가 낯설었다. 옷이 깔끔했고, 피부도 정돈된 느낌이었다. “이제 좀 사람 같아졌네.” “…네?” “그전엔 좀… 버려진 것처럼 생겼었어.” "큭" 나는 웃음이 났다. 집에 들어오자, 주영은 하나하나 포장을 벗기고 물건을 정리했다. 새 속옷은 서랍에, 로션은 욕실 선반에. 그녀는 아무 말 없이도 집안을 사람 사는 공간으로 바꾸고 있었다. “다 했어.” “고마워요 누나…” “고맙긴.” 내가 고개를 숙였을 때, 주영이 불쑥 내 머리칼을 쓸었다. “근데 너, 머리 자를 때도 됐다. 내일 나랑 미용실 가자.” “아… 네.” “고마우면— 말 잘 들어.” “…예.” 그 순간, 그녀의 방식대로 나를 돌보는 감정이, 조금씩 마음속으로 스며들고 있었다. 거실 조명이 꺼지고, 침실 천장에서 은은한 빛이 내려왔다. 희미한 붉은 빛이 공간을 부드럽게 감쌌다. 『관계 시간 유도, 조도 설정 완료』 기계음이 천장에서 속삭이듯 흘렀다. 조명도 은은한 붉은 등으로 서서히 바뀌었다. 주영은 이불을 들추며 말했다. “오늘은… 그냥 들어와서 자. 잡아먹진 않을게.” 나는 잠시 머뭇거리다, 그녀의 옆에 천천히 누웠다. 이불 안, 두 사람의 온기가 아주 가깝게 놓였다. 어깨가 닿을 듯 말 듯, 심장이 조용히 박동했다. “누나.” “응?” “…왜 저한테 이렇게 잘해주시는데요?” “그냥. 니가 좋아서.” 마치 오래된 갈증이, 한 모금에 사라지는 듯한 기분. “정말… 고마워요.” “고맙단 말, 오늘 너무 많이 했어.” 주영은 이불을 턱밑까지 끌어올렸다. 그리고 나를 바라보며, 천천히 웃었다. “고마우면, 대신 하나만 해줘.” “…뭔데요?” “팔 좀 빌려줘. 여기 온 첫날부터… 니 품이 좀 그리웠거든.” 그녀가 내 팔에 얼굴을 기댔다. 머리카락이 턱 아래를 간질였고, 가슴 아래의 온기가 팔 안으로 들어왔다. 숨결이 가까웠다. 말없이 눈을 감은 그녀의 뺨에, 부드러운 미소가 스며 있었다. 민트향이었다. 샤워 후 잔향이 아직 남아 있었다. 나는 아무 말도 하지 않았다. 그저 조용히, 그녀가 잠드는 걸 기다렸다. 심장 박동, 그리고 그녀의 느린 호흡. 수정이 누나가 떠난게 이 여자 때문은 아닌데... ㅡㅡㅡㅡㅡ 주방에서 무언가 부딪히는 소리가 들렸다. “앗, 깜짝이야. 어이구, 흘렸네.” 잠결에 눈을 떴을 땐, 주방에서 바지 하나에 반팔 티셔츠를 입은 주영이 허리를 숙이고 있었다. 한 손에 계란 껍질, 다른 손엔 국자를 든 채였다. “일어나셨습니까.” 내가 일어나며 말하자, 그녀는 고개만 살짝 돌렸다. “군인처럼 왜 그래.” 그러곤 계란 껍질을 쓰레기통에 털어넣고, 다시 프라이팬으로 돌아갔다. 바닥엔 흘린 노른자가 한 줄기 흘러 있었다. 내가 휴지를 들고 다가가 닦았다. “그거 내가 하려던 건데.” “하셔도 됩니다.” “하셔도 됩니다… 하…” 주영은 국자를 내려놓고, 갑자기 내 뺨을 손바닥으로 툭툭 쳤다. “너 그 말투 쓰지마. 왠지 거리감 생겨. 그냥… 평소처럼 해봐.” “평소요?” “어색하게 말하지 말고. 나 어제 너랑 같이 잤어.” “…네.” 그녀는 다시 팬을 들고 소리를 내며 볶았다. 무언가에 케첩을 뿌리며 말했다. “오늘은 오므라이스야. 니가 좋아한다며.” “언제 말했지?” “어제. 마트에서 시식코너에서, 맛있게 먹던데?” “그걸 기억해요?” “그럼. 너랑 같이 살고 있는데, 네가 뭘 보는진 봐야지.” 조금 있다 밥이 나왔다. 접시 위엔 동그랗게 싸인 밥, 그 위에 하트 모양의 케첩. “이건 뭐예요…” “하트잖아. 못 알아봤어?” “초등학생 도시락 같은데…” “이 자식이.” 주영은 숟가락으로 내 이마를 톡 치고선 자리에 앉았다. 우리는 한참 말 없이 밥을 먹었다. 그런데 그녀가 갑자기 웃기 시작했다. “푸흐흐… 하하하하… 미친, 진짜…” “왜요?” “아냐… 그냥, 니 표정. 너무 빵터졌어. 니가 하트 도시락 보고 민망한 얼굴 하니까, 아 진짜.” 그녀는 웃다가 젓가락을 놓고 허리를 숙였다. 나는 민망한 듯 머리를 긁었다. “진짜 웃겨 죽는 줄 알았어. 요즘 나 웃을 일 별로 없었거든.” “근데 너랑 있으면 자꾸 웃게 돼. 깔깔대는 내가… 낯설다.” 조용한 식탁에, 그녀의 그 말만 남았다. 나는 무슨 말을 해야 할지 몰라, 그냥 고개를 숙이고 밥만 먹었다. 주영이 샤워하러 들어간 틈. 나는 침대 위에서 뒤척이다가 협탁에 놓인 메모지를 보게 됐다. 접힌 종이. 그냥 약국 영수증인가 싶었지만, 펼쳐보자 그녀의 필체였다. ㅡㅡㅡㅡㅡ 가임기 : 8/1 ~ 8/6 다음 기회는 8/30 이후 처음 3일을 너무 허무하게 날렸지만, 앞으로 3일간은 확률 높음. 접촉 자연스러움 아직 긴장 많음 → 내 포인트로 면도기, 로션 등 구매 → 불필요한 감정 자극은 지양 그래도 이젠 좀 하자. 그깟 정액이 뭐라고. 나도 임신 좀 하고 싶다고. 왜 이렇게 까탈스럽지, 이 새끼… 앞에 년이 여우였나본데... ㅡㅡㅡㅡㅡ 그 밑에 조그맣게, “후회 안 하게, 이번엔 성공하자.” 라는 문장이 적혀 있었다. 나는 조용히 종이를 접어 다시 제자리에 넣었다. 그녀의 속내가 감정보다 계획에 가까웠다는 걸 처음으로 실감했다. 그 순간, 마음이 식었다. ㅡㅡㅡㅡㅡ 불 꺼진 방 안. 주영의 손이 내 바지 속으로 들어왔다. 온기 있는 손바닥이 천천히 움직이며, 내 자지를 어루만졌다. 하지만— 아무 반응이 없었다. 그녀는 눈치를 살폈다. 조금 더 천천히, 조금 더 부드럽게. 나는 그 손길을 느끼면서도, 아무런 감정도 일어나지 않았다. 오히려 메모가 떠올랐다. ‘이젠 좀 하자. 나도 임신 좀 하고 싶다고.’ 그녀의 손이 멈칫했다. “…내가 싫으면,” 그녀가 조용히 말했다. “전에 그, 니 아내 생각하면서 해도 돼.” 그 말에, 가슴이 싸하게 얼어붙었다. 나는 조용히 입을 열었다. “…누나.” “응.” “섹스가 목적이에요?” 주영은 대답하지 않았다. 나는 다시 물었다. “아니면, 임신이 목적이에요?” 그녀의 손이 내 자지에서 천천히 빠져나갔다. “…괜찮아요. 그런 나라니까.” 나는 돌아누웠다. 등이 그녀를 향했다. 이불은 목까지 끌어올렸다. 주영은 조용했다. 한참을 가만히 있다가, 침대 건너편으로 몸을 돌렸다. 서로 등을 돌린 채, 긴 밤이 흘렀다. ㅡㅡㅡㅡㅡㅡㅡㅡ “출근하신다고요?” 관리 시스템 채팅창에 남긴 한 줄에, 팀원이 바로 반응했다. “진태유 씨… 요즘은 다 재택하는데요?” “그냥… 바람 좀 쐬려구요.” 거짓말은 아니었다. 이젠 내 집도 낯설었다. 그래서—회사라는 공간이 오히려 편할 것 같았다. 지하철 안. 창밖으로 스치는 풍경은 여전했지만, 내 머릿속은 복잡했다. 서아린, 임신한 아내, 식탁 밑… 그리고, 케어사. 며칠간 알던 주영 누나와는 다른 모습의 이주영. 출근하자마자, 이상한 기운이 감돌았다. 계단 올라가는 발걸음마다—사람들의 시선이 어색하게 스쳤다. “진태유씨 맞죠?” 관리팀 여직원이 입구에서 나를 불렀다. “아침에 공지 보셨나요?” “…공지요?” 그녀는 씩 웃으며 말했다. “오늘부로, 정직 발령입니다. 축하드려요.” 정직. 말 그대로, 계약직이 아닌 정규직 직원이 된다는 뜻. 노동인구 부족으로 완전고용 상태의 한국이었지만, 대학도 가지 않은 20살 나이의 D등급에게 정직전환은 이례적인 일이었다. 메일을 열자, 익숙한 이름이 눈에 들어왔다. [A등급 관리자 추천에 의한 예외 발령] 관리자 이름: 김도훈 메신저엔 이미 축하 메시지가 쏟아져 있었다. “오, 태유 정직 됐대!” “헐 20살에 벌써 정직이야?” “빽인가, 능력인가~” 다들 웃고 있었지만, 나는 웃지 못했다. 점심시간이 되자, 팀원 하나가 말 없이 커피를 건넸다. “축하해요. 진짜… 드라마 같네요.” 그 말이 이상하게 꽂혔다. 드라마. 어쩌면, 정말 그 팀장 집이 드라마 세트장 같은 곳이었는지도 모른다. A등급의 힘이란 이런 건가. 기분이 좋은 것도, 나쁜 것도 아니었다. 그냥… 찜찜했다. ㅡㅡㅡㅡㅡ “다녀왔어요.” 현관문을 닫자마자, 신발도 제대로 벗기 전에 샤워기로 향했다. 정직 발령. 주변 사람들의 미묘한 시선. 기분 좋은 하루지만, 뭔가… 피곤했다. 따뜻한 물줄기가 머리카락을 타고 흘러내렸다. 눈을 감고, 아무 생각 없이 물속에 잠겼다. 철컥. “…누나?” 문이 열렸다. 주영이었다. 알몸으로, 수건 하나 들고 들어온 그녀는 아무 말 없이 문을 닫았다. “씻겨주고 싶어서.” “…괜찮아요. 저 혼자—” “나 혼자 심심하니까. 도와주고 싶어.” 그녀는 천천히 내 옆으로 다가왔다. 비누를 손에 묻히고, 거품을 내며 내 어깨를 감쌌다. 그녀의 손길은 차분했고, 그 차분함이 더 민망했다. 등을 쓸어내리던 손이, 옆구리로, 허리로, 그리고— 아랫배로. “…여기, 묵직하네.” “죄송… 아니, 그게…” “괜찮아. 그냥 닦는 거니까.” 그녀는 고개를 기울이며 부드럽게 웃었다. 손끝에 감긴 거품은 미끄러웠고, 그 미끌거림이 고스란히 내 자지 위로 흘러내렸다. “…비누가 미끌미끌해서 그런가. 만지기 딱 좋은 느낌인데.” 나는 반쯤 발기된 상태로, 등을 벽에 기대고 숨을 삼켰다. “여기, 더 씻을까?” 그녀의 손이 아래로 천천히 내려왔다. 씻겨지는 느낌. 그리고, 감정이 애매하게 섞여드는 물기. 그저 조용히, 내 거품투성이 자지를 손으로 감싸 안았다. 그녀의 손이 움직일 때마다, 비누 거품이 피부 사이를 미끄러졌다.

고객센터 Support