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3화 23화
23화
그의 손에 이끌려서 온 곳은 서재였다. 수아는 서재에 들어서자마자 그곳이 테즈만이 가장 오래 머무는 곳임을 눈치챘다. 서재 가득 그의 향이 배어 있었다.
서재에 있는 것 치고는 커다란 창문, 잘 정리된 책상, 동물의 가죽으로 보이는 카펫과 작은 테이블 위에 올려진 턴테이블.
천천히 훑는 수아의 눈에 문 하나가 보였다. 그런 그녀의 어깨 위로 그가 얼굴을 묻으며 말했다.
“침실이에요. 우리가 쓰게 될.”
우리가 쓰게 될 침실. 마치 그에게 들리라고 하는 듯 심장이 거세게 뛰기 시작했다.
“수녀님. 수녀들은 신께 정결, 순명, 청빈을 맹세한다면서요.”
수아의 시선이 제 어깨에 얼굴을 묻은 테즈만에게 향했다.
“난 맹세는 필요 없고.”
그가 고개만 돌려서는 수아와 시선을 맞췄다.
“맹세의 증거를 줘요.”
맹세의 증거라니. 대체 그게 무슨 소리인지 도통 감이 잡히지 않는다는 듯 수아가 물었다.
“증거...? 그게 무슨,”
“날 구원하기 위해 타락했다는 증거.”
좀처럼 감을 잡지 못하는 수아를 보며 테즈만의 입술이 매끈하게 곡선을 그렸다.
“그러니까... 어떤...”
“지금부터 그 증거를 받을 생각이니까.”
수녀인 그녀에게 타락의 조건으로는 가장 알맞은 것.
그건 바로 순결이었다.
뱀처럼 그의 손이 수아의 팔뚝을 감싸며 내려오는가 싶더니 이내 그녀의 손등 위로 제 손을 올려놓았다. 수아의 손가락 사이로 손가락을 집어넣고는 꽉 쥔 채로 그가 서재의 문고리에 손을 올렸다.
“열어 봐요.”
홀린 듯 수아의 손이 움직였다. 그의 손은 거들뿐, 명백하게 문고리를 돌리는 것은 수아였다.
문이 열리며 금단의 구역이 나타났다. 저택에서도 칵트가 청소를 위해 들어올 때 빼고는 그 누구도 들어오지 못하는 구역이었다. 그는 오직 수아만 허락했다. 제 침실을 사용할 수 있는 유일한 사람으로.
“아...”
무채색이던 그의 침실은 수아가 온다는 사실 하나로 단번에 바뀌었다. 딱히 색을 집어넣은 것도 아니었다. 검은색 침구는 하얀색으로, 창문을 가리던 어두운 블라인드 대신 그녀가 언제든 햇살을 받을 수 있도록 커튼으로 교체했다.
“수녀님.”
수아의 목덜미에 축축한 무언가가 닿았다. 그 축축한 것이 그의 혀라는 것을 곧이어 눈치를 챈 수아가 짧게 신음했다.
“아까 말하려고 했는데.”
그의 손가락이 수아의 검은색 긴 생머리를 빗질하듯 쓸어내렸다. 손가락 사이사이를 간질이며 빠져나가는 게 기분이 좋은 듯 그가 말을 이었다.
“검은색 머리가 잘 어울리네요. 무척이나.”
수아의 손을 잡고 있던 그의 손이 움직였다. 커다란 손이 그녀의 배를 잡고는 지그시 제 쪽으로 눌렀다. 바짝 밀착된 몸에 수아가 고개를 돌리려던 찰나 테즈만이 입술을 내렸다.
많이 참았다. 수아를 생각하며 자기 위로를 하루에도 몇 번씩이나 했던 테즈만이었다. 드디어 그녀를 품에 안을 수 있게 되다니. 한계를 넘은 그의 욕망이 기어이 터지고야 말았다.
입술을 비집고 들어온 혀가 치열을 훑더니 이윽고 목 안쪽을 쿡 찔렀다. 무척이나 다정하게 입안을 쓸던 혀가 무차별적으로 그녀의 혀를 옭아매고 난폭하게 빨아댔다.
어쩔 줄 모르던 수아의 혀가 어리숙하게 저를 따라 움직이는 것에 하마터면 그는 잡고 있던 이성을 놓칠 뻔했다.
그녀의 입안에 모든 것을 맛보겠다는 듯 헤집고 또 헤집었다. 가녀린 그녀의 신음도 그의 입에서 삼켜졌다.
“... 하아...하...”
고작 키스 하나로 가쁜 숨을 내쉰다. 이를 보는 그의 눈빛이 야욕에 들끓었다. 그녀의 허리를 감싸고는 그가 향한 곳은 침대였다.
사내 서너 명이 누워도 널찍할 정도로 큰 침대. 그 침대에 걸터앉은 그가 다리 사이에 그녀를 세웠다.
“수녀님.”
“... 테, 테즈만.”
“옷 벗어요.”
옷을 벗으라니. 놀란 수아를 달래기라도 하는 듯 그가 말했다.
“증거를 받는다고 했잖아요?”
“... 그 증거가 옷 벗는 거랑 무슨...”
“난 당신의 순결을 원하니까.”
뱀처럼 올라가는 입꼬리가 야릇했다.
“그게 완전한 타락이에요.”
순결. 지금 테즈만은 제게 동침을 권하고 있었다. 이미 침실을 같이 쓴다는 사실부터 눈치를 챘음에도 애써 모른 척했던 사실이었다.
“아, 아직은 준비가...”
마음의 준비가 될 리가 없었다. 어쩔 줄 모르는 그녀를 바라보던 그가 천천히 일어났다.
“우리 수녀님께서 부끄러움이 많으시니, 내가 먼저 보여줘야겠네.”
그가 거침없이 재킷을 벗어 바닥에 던졌다. 이윽고 단정하게 그의 목을 옥죄던 타이가 거칠게 풀려서는 재킷 옆으로 떨어졌다. 팽팽한 블랙 셔츠의 단추를 하나하나 끄르면서도 그의 시선은 오직 수아에게 고정한 채였다.
벌어진 셔츠 사이로 그의 몸이 드러났다. 처음 보는, 지극히 남성적인 몸. 고개를 돌려야 하는데 시선을 뗄 수가 없었다.
그의 손에서 블랙 셔츠가 바닥으로 떨어졌다. 완전하게 드러난 상체를 바라보던 수아의 손이 멈칫했다. 그의 몸에 군데군데 보이는 상처들이 눈에 띄었다.
“이거...”
왼팔을 감고 있는 검은 뱀의 타투 위로 붉은 줄이 가 있었다. 다친 지 얼마 되지 않은 상처였다. 무의식적으로 그 상처에 손을 가져다 댄 수아가 미간을 찌푸렸다.
“... 언제 다쳤어요? 얼마 안 된 것 같은데... 많이 아픈,”
“수녀님.”
아차 싶었는지 멈칫하는 수아를 향해 그가 웃으며 말했다.
“그거보다 내 아래가 더 아픈데.”
아래가 아프다고? 수아의 눈치 없는 눈동자가 아래로 향했다. 그 시선을 원했다는 듯 테즈만이 버클을 풀었다.
찌이익. 지퍼 내리는 소리와 함께 억눌려 있던 페니스가 튕기듯 모습을 드러냈다. 당장이라도 드로즈 밖으로 내보내 달라는 듯 빳빳하게 선 그의 것을 본 수아가 뒤로 주춤 물러났다.
“여기서 도망갈 곳은 없어요, 수녀님.”
농익은 복숭아 같은 얼굴로 가쁜 숨을 내뱉는 그녀의 얼굴이 색스러웠다. 당장이라도 집어삼키고 싶을 만큼.
다시금 인내심을 발휘해야 했다. 수아가 직접 선택을 해, 제 품에 뛰어들 수 있도록.
“이제 수녀님 차례에요.”
“... 전...”
“옷, 벗어봐요.”
교활하고도 잔인한 유혹. 그 유혹을 수아가 뿌리칠 수 없다는 걸 빤히 알고 있는 그였다.
수아가 그를 바라보았다. 테즈만은 느긋한 얼굴로 그녀가 옷을 벗기를 기다리고 있었다.
원색적인 그 모습에 수아의 정신 또한 몽롱해졌다. 정상적인 사고는 이미 불가능했다. 우물쭈물하던 손이 천천히 위로 올라왔다.
톡, 블라우스 단추가 풀리는 소리에 그의 눈이 동요했다. 수아가 직접 옷을 벗고 있다. 하나, 둘. 그녀의 손에서 단추가 풀어질 때마다 그의 페니스가 꺼떡거렸다. 생각했던 것보다 수아의 속살은 더 새하얬다. 마치 그 누구도 밟지 않은 새하얀 눈을 보는 것 같았다.
“밑에 던져놔요. 괜찮으니까.”
다 벗은 블라우스를 차마 내려놓지 못하고 만지작거리자 그가 한 말이었다. 고민하다 조심스럽게 내려놓는 수아를 향해 그가 말을 이었다.
“마저 벗어야죠.”
“다... 요?”
“옷을 입고서 할 수는 없잖아. 부끄러우면 내가 먼저 벗을까요.”
그의 것을 보는 것보다 제가 먼저 벗는 게 덜 부끄러웠다. 결심한 듯 눈을 질끈 감은 수아가 손을 내렸다.
“속옷까지. 하나도 남김없이 벗어요.”
부끄러움을 넘어 수치심이 온몸을 휘감았다. 아네스 수녀한테까지도 이렇게나 다 큰 제 알몸을 보여준 적은 없었다.
마지막까지 움켜쥐고 있던 속옷이 바닥에 놓여 있는 블라우스 위로 툭 떨어졌다. 그와 눈을 마주치지 못한 수아의 시선이 바닥으로 향했다. 차마 당당하게 설 수는 없어서 한 손으로는 가슴을 가리고 한 손으로는 음부를 가렸다.
고요한 정적이 흘렀다. 오직 들리는 건 달뜬 그녀의 숨소리뿐이었다.
아름답다고 느낀 것은 처음이었다. 달빛을 받아 선 그녀의 몸이, 그 어느 곳도 안 예쁜 곳이 없어서 하나하나 들여다보고 만지고 물고 빨고 하고 싶은 마음뿐이었다.
“...저, 테즈만...”
파르르 떨리는 그녀의 속눈썹까지도 핥고 싶어질 정도였다.
그녀의 머리부터 발끝까지 감상을 끝낸 그가 수아의 얼굴로 시선을 돌렸다. 드디어. 그 누구의 손길도 닿지 않은, 순결한 수아가 이제는 제 손에 있었다.
“이리 와요, 수녀님.”
그리고 제 손에 더럽혀진다는 것이 그의 흥분감을 끌어올렸다.
주춤거리며 제게 다가오는 수아의 모습이 사랑스러웠다. 테즈만이 다리 사이를 벌렸다. 그녀가 들어올 수 있게끔. 그의 다리 사이에 선 수아를 올려다보던 그가 나긋하게 목소리를 냈다.
“손 치워요.”
“아...”
다 가려지지도 않는 가슴을 억지로 가리고 있던 그녀의 손이 천천히 떼어졌다. 갈 곳을 잃은 손이 허공에서 굳어졌다.
“하.”
생각보다 큰 가슴이었다. 펑퍼짐한 수녀복 사이로 이런 걸 감추고 있었다니. 차라리 감추고 있는 것이 다행이라고 생각했다. 다른 사내들이 그녀의 가슴을 흘끗거리는 것을 생각한다면 당장이라도 눈알에 총알을 박아주고 싶었을 것이었다.
“벌써 이렇게 세우면 어쩌자고.”
“... 그런 말은...”
차가운 공기에 닿아 바짝 선 꼭지가 색정적이었다. 그가 엄지로 꼭지를 꾹 눌렀다가 살짝 튕기자 수아가 몸을 작게 떨었다. 덩달아 젖가슴까지 출렁거리며 흔들리자 그 모습을 보고 있던 테즈만의 눈빛에 여유가 없어졌다.
“수녀님.”
“....테, 테즈만.”
“뭐해요. 가져다 대야죠.”
뭘 가져다 대라는 건지. 금방이라도 울 듯한 수아를 사랑스럽게 바라보던 그가 검지를 세워서는 바짝 선 젖꼭지를 톡, 건드렸다.
“이거. 내 입에 가져다 넣어요.”
적나라한 단어를 내뱉은 것도 모자라서 직접 그의 입에 가져다 넣으라니.
“그, 그걸 왜...”
“빨아야 하니까.”
붉은 눈가가 더 붉어져 있었다. 모든 게 처음이었다. 다들 한 번쯤은 본다는 남자와 여자가 동침을 하는 영상도 본 적이 없었다. 그래서 수아는 모를 수밖에 없었다. 정상적인 동침을 어떻게 하는 건지.
그래서 테즈만의 말에 따라야 했다. 작게 떨리는 몸이 그의 앞에 섰다. 이윽고 봉긋한 젖가슴이 그의 입술 앞까지 다가왔다. 그의 입안으로는 차마 넣지 못한 수아가 울먹이듯 목소리를 냈다.
“... 테즈만.”
애처로운 목소리에 그가 손을 올려서는 그녀의 가슴을 움켜쥐며 입술을 벌렸다.
“잘했어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