밍키넷 단편야설

한 편 완결 소설

성인소설 목록

최신 단편

야설 읽기
밍키넷 소설
토스트 메세지 나오는곳
텔레그램 공식채널

밍키넷 공식보증업체

21화 21화


21화 제게도 이런 유치한 감정이 남아있을 줄이야. 일부러 수아를 보러 가지 않았다. 그의 승부수였다. 줄곧 나타나던 사람이 보이질 않는다면 그녀가 조금 더 자신을 생각해주지 않을까. 그래서 결국에는 자신을 선택하지는 않을까 했다. 하지만 아무리 기다려도 답이 없었다. 진심을 담아서 절 선택해달라고 애원했건만 그녀의 마음을 돌리기엔 무리였나 싶었다. 초조함에 르로이를 보냈다. 매일 성당에 가서 수아가 뭘 하는지 보고하라고. 하지만 애타는 자신과 달리 달라진 것 없는 하루를 보내는 그녀가 미우면서도 미치도록 보고 싶었다. 가만히 기다리고 있다가는 다시금 그녀를 찾아가 애원하게 될 것만 같았다. 그래서 테즈만은 더욱 바깥으로 나돌았다. 굳이 제가 하지 않아도 될 일들까지 그가 직접 나섰다. 으득, 하며 종아리뼈가 부러지는 게 그의 발밑에 여과없이 느껴졌다. “으아악!!” 괴성을 지르며 나뒹구는 남자를 무심하게 응시하던 테즈만이 시선을 돌리자 드한이 옆에 바짝 섰다. “오늘따라 거치십니다?” “시끄러워.” “왜요. 전 테즈만 님이 이럴 때 가장 좋습니다.” 제 앞에 쓰러져있는 남자를 아무렇지 않게 밟고 지나가며 드한이 말을 이었다. “잔인해질 때 말입니다.” 드한이 소리를 내 웃으며 테즈만을 향해 달려오는 남자에게 주먹을 휘둘렀다. 뻐억. 둔탁한 타격음과 함께 한 번에 나가떨어진 남자를 보며 태연하게 드한이 말을 이었다. “그나저나 예욱문이 미쳤나 봅니다. 천푸 보스 모르게 마약을 빼돌려서 유통까지 하고.” 본격적으로 아버지의 자리를 넘보겠다고 선포를 한 예욱문이었다. 보스인 예가항의 힘이 건재하기에 큰 내부 균열은 일어나지 않았지만, 문제는 예욱문의 세력이 점차 커지고 있다는 것이다. 파바드가의 일을 사사건건 방해하는 것도 모자라서 그들의 구역에 마약을 판매하다니. “미치려면 곱게 미쳐야 하는 거 아닙니까? 감히.” 며칠 굶은 사냥개처럼 닥치는 대로 사냥하는 드한을 지켜보던 테즈만이 조용히 걸음을 옮겼다. 드한이 뭐라 떠들어대는지 들리지도 않았다. 예욱문이 제 구역까지 나타나서 알짱거리는 것도 중요한 건 아니었다. 이 상황에서조차 제 눈앞에 아른거리는 수아의 모습이 그를 미치게 할 뿐이었다. “미친 건 난 거 같은데.” 테즈만의 중얼거림에 돌아봤던 드한의 눈동자에 환희가 넘쳤다. 사냥개가 드한이라면 그 사냥개의 주인은 테즈만이었다. 중국어를 내뱉는 사내의 목을 움켜쥔 채, 그대로 바닥에 꽂아 버리는 테즈만을 보며 드한은 소름이 돋아났다. 차악. 무언가가 테즈만의 팔을 스치자 공중으로 피가 흩뿌려졌다. 욕설 같은 중국어와 함께 다시금 칼이 테즈만에게 향했다. “버러지 같은 게 감히...!” 드한과 다른 카포들이 테즈만에게 달려가려던 찰나였다. 테즈만이 손을 휘저었다. 오지 말라는 뜻이었다. 왼쪽 팔을 적시는 무언가가 피인 줄 알고 있음에도 그의 표정은 동요가 없었다. 칼을 제게 들이미는 또 다른 사내의 팔을 잡아 꺾어서 분질러버렸다. “끄아악!” 비명이 섞인 목소리가 뚝 끊겼다. 그대로 목이 돌아간 채 바닥에 꼬꾸라진 사내의 머리 위로 핏방울이 뚝, 떨어졌다. “후.” 탁한 숨과 함께 느릿하게 머리카락을 쓸어올리는 그가 천천히 시선을 들어 올렸다. 어둠 속에서 인광을 뿜어내는 그의 눈동자가 서늘했다. 그 모습을 보는 카포들은 숨이 턱 막힐 정도였다. “하하하... 테즈만 님.” 드한이 웃음을 터트리며 경외에 찬 눈빛을 보냈다. 상처 따위는 아랑곳하지 않으며 테즈만이 눈짓했다. 다 치워버리라는 신호였다. 동시에 모든 카포와 솔저들이 움직였다. 드한 또한 미친개처럼 정신없이 물어뜯었다. 뒤에서 그 모습을 지켜보던 테즈만은 조용히 돌아섰다. 나머지는 드한과 카포들이 처리하면 충분했다. 그가 재킷 안쪽에 휴대폰을 꺼내서는 누군가에게 전화를 걸었다. - 테즈만. 수화기 너머로 테오의 목소리가 들려왔다. “예욱문이 일을 크게 벌인 모양인데.” - 그러게. 유럽에 공장을 지을 줄이야. “소탕은 했으니 정리해.” - 그러지. 그런데 할 일이 하나 더 생겼는데 어쩌지? “뭔데.” - 예욱문이 홍콩에 거점을 만든 것 같아서 말이지. “발은 빠르네.” - 멍청한 게 말이야. 두 사람이 동시에 코웃음을 쳤다. “처리할게.” 할 말을 마친 테즈만이 통화를 끝냈다. 휴대폰을 재킷에 집어넣으려던 테즈만은 팔뚝에서 느껴지는 통증에 미간을 찌푸렸다. 재킷에 집어넣는 것을 포기한 그가 그대로 자신의 차로 향했다. 운전석에 앉아 있던 운전기사가 벌떡 나와서는 뒷좌석 문을 열어젖혔다. 뒷좌석에 몸을 기댄 테즈만의 입술 사이로 탁한 숨이 터져 나왔다. 이대로 간다면 칵트가 그러기에 왜 자신을 두고 갔냐며 난리 칠 게 분명했지만 상관없었다. 운전석으로 돌아온 운전기사가 테즈만을 향해 물었다. “저택으로 모실까요?” 그 물음에 본능적으로 성당이라고 말하려던 테즈만은 입술에 힘을 주었다. 이 와중에도 성당이라니. 제가 생각해도 어이가 없을 정도였다. 손을 들어서는 눈가를 가렸다. 오늘은 더는 그녀가 생각나질 않길 바라며. “그래.” 저택으로 가는 도중에 휴대폰이 울렸다. 마침 손에 들고 있던 터라 테즈만이 그대로 귓가에 휴대폰을 가져다 댔다. - 테즈만 님. 드한의 목소리였다. 전화한 목적은 분명했을 것이었다. 소탕을 끝냈다는 것. “드한.” - 네, 테즈만 님. “홍콩, 다녀와.” - 홍콩? 수화기 너머로 드한의 비릿한 웃음소리가 들려왔다. 테즈만이 왜 홍콩에 보내는지 눈치라도 챈 웃음이었다. - 가서 난리 쳐도 됩니까? “좋을 대로.” - 다녀오죠. 깨끗하게 정리하고 오겠습니다. 드한과의 통화를 마친 그가 다시금 눈을 감았다. 아무리 괴물 같은 체력을 가진 그라도 요 며칠 내내 유럽 각지에 흩어진 예욱문의 세력을 소탕하느라 지친 상태였다. 한참을 달리던 차가 그의 저택 앞에서 멈췄다. 지친 기색으로 차에서 내린 그의 발걸음이 오늘따라 무척이나 무거웠다. 차가운 공기가 서린 저택 안으로 들어서자 온기라고는 하나 없는 저택이 그를 반겼다. 이제는 익숙했다. 차갑고 딱딱하고 무거운 것 같은 건. 왼쪽 팔에서 통증이 느껴졌다. 꽤나 깊게 베인 것 같았지만 다행히도 이미 옷을 잔뜩 적신 피는 저절로 지혈된 듯했다. 그의 발걸음이 서재로 향했다. 침실을 가기 위해서는 꼭 서재를 거쳐야 했다. 보안상의 이유로 침실의 문이 서재와 연결된 탓이었다. 지친 기색으로 서재의 문을 열었던 테즈만의 시야에 인영이 보였다. “르로이.” 그의 목소리에 르로이가 다가왔다. 비릿한 피 냄새. 그 피 냄새가 다른 이의 것이 아니라는 걸 눈치챈 르로이가 서둘러 테즈만의 몸을 훑었다. 이윽고 왼쪽 팔에 벌어진 깊숙한 자상을 보자 르로이가 미간을 찌푸렸다. “당장 의사를 부르겠습니다.” “됐어.” “아니면 칵트라도 부르게 해주세요.” 그가 말려도 르로이는 사람을 부를 것이 분명했기에 더는 대꾸하지 않고 고개만 끄덕였다. 르로이가 휴대폰을 꺼내서는 어딘가에 전화를 걸었다. “르로이입니다. 테즈만님께서 다치셨습니다.” 그 말을 끝으로 짧은 통화를 끝냈다. 얼마 지나지 않아 서재문이 벌컥 열리며 칵트가 들어왔다. 칵트의 손에는 의료 상자가 들려 있었다. “테즈만님...!” 심각한 얼굴로 팔을 살피는 칵트를 보며 대수롭지 않다는 듯 그가 말했다. “괜찮아. 별거 아니니까.” “봉합하겠습니다.” 파바드 패밀리에 도움이 되고자 의사 면허까지 딴 칵트였다. 능숙하게 상처 부위를 소독하던 칵트가 상자 안에서 주사기 하나를 꺼냈다. 마취제였다. “자상이 깊어서 마취가 잘 될지 모르겠습니다.” 검은색 뱀이 구불거리는 팔뚝으로 주사기가 꽂혔다. 바르게 봉합할 실을 꺼내서 준비하는 칵트를 응시하던 테즈만의 시선이 옆에 선 르로이에게 향했다. “르로이.” “... 네. 테즈만님.” “용건.” 르로이가 이 시간까지 서재에서 기다리고 있다는 것은 무언가 할 말이 있다는 뜻이었다. 게다가 르로이를 수아의 옆에 붙여 놓았기에 할 말이라는 건 그녀와 관계된 것이 분명했다. 혹시나 또, 수아가 그 몰래 한국으로 돌아갈 준비라도 하는 건 아닌지. 상처 소독할 때도 판판하던 그의 미간이 단번에 구겨졌다. 지금 이 상황에서 말을 꺼내야 하나, 말아야 하나를 고민하던 르로이가 입을 뗐다. “수녀님께서 전해달라고 하셨습니다.” 역시나. 아마도 한국에 간다는 소리거나 그를 받아줄 수 없다는 소리일 것이다. 한가하게 상처를 치료받을 때가 아니었다. 당장 가서 그녀를 붙잡아야 한다. 테즈만이 자리에서 일어났다. “테즈만 님…! 움직이시면 안 됩니다. 상처를 봉합해야…!” “성당으로 가지. 수녀님을 만나야겠어.” 성당으로 가려는 그를 르로이가 막아섰다. 그러고는 마지막 말을 뱉어냈다. “테즈만 님을 보고 싶다고 하셨습니다. 수녀님께서 말이죠.”

고객센터 Support