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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92화 192화


타격 없이 파혼하는 것은 어려운 일이다. 안나가 충분한 보상을 약속받고 스스로 결정했다지만, 평판이 떨어지는 것이나 가족의 마음을 상하게 하는 건 단순히 금전적 보상이나 출세로 갈음할 수 있는 문제는 아니다. 올리비아는 다소나마 책임감을 느꼈다. “좋은 사람들인가 봐. 그렇게 고민까지 할 정도라면.” “아주 친절한 분들입니다. 좀 난감합니다.” 테오도르는 한숨을 내쉬었다. 차라리 무어바흐 부부가 어떻게든 딸을 잘 팔아 보겠다는 속물이었다면 마음이 편했을 텐데, 두 사람 다 그렇지가 않았다. 물론 고귀하고 부유한 가문과 인연을 맺는다는 것이 기쁘다는 마음도 있을 터이다. 그러나 부부가 가장 기뻐한 것은, 테오도르가 그녀를 외면하지 않고 함정에 직접 뛰어들면서까지 그녀를 구하러 갔다는 사실 그 자체였다. “그렇게 말하고 보니 오해할 만하긴 했네.” “무어바흐 양은 자신이 알아서 할 테니 염려하지 말라고 했지만 말이지요. 누군가 한 사람이 손해를 봐야만 한다면, 제가 해야 한다고 생각합니다.” “하긴, 그래. 안나의 혼삿길을 막을 순 없지. 내가 책임져 주는 수밖에.” “예?” “나하고 바람났다고 하지 뭐.” 올리비아는 웃으면서 말했다. 농담이었으나 곱씹어 보니 좋은 생각 같기도 했다. 그런 소문이 나면 그를 노리는 여자는 없어지지 않겠는가. 테오도르가 정색했다. “전하의 평판에 해가 됩니다.” “나하고 엮여서 소문이 나는 건 싫어?” “그럴 거라면 애당초 거짓 소문을 만든 게 다 허튼 일이 아닙니까?” 그건 그랬다. 올리비아도 진담으로 한 말은 아니었다. ‘언젠가.’ 마음속으로 그 단어만 되새겨 본다. 슈바벤에게 승리를 거두고 황좌에 올라 발밑을 단단하게 다진 후에라면, 아무도 자신들을 위협하지 못하게 된 뒤라면, 그 언젠가에나 가능할 일이다. 괜스레 어리광을 부리고 싶은 기분이 들어 그녀는 테오도르의 배에 머리를 비볐다. 그리고 완전히 마음을 풀어놓기 전에 고개를 다시 들고 물었다. “2황녀궁의 호위는 어찌 되었어?” 근위대가 전향하면서 올리비아와 로엘라의 입장은 역전되었다. 근위대 안에서 공식적으로 바이덴 다음 서열은 테오도르였으므로, 그가 근위대장 대행을 맡았다. 다음 주 중에는 황명에 의해 정식으로 취임할 예정이었다. 황궁 서기관실에서는 협조하지 않겠지만, 알브레히트 황제가 직접 육필로 서임 명령서를 쓰기로 했다. 황명이 있고, 그것을 따를 근위 기사들이 있으니 테오도르는 근위대장으로서 형식과 실질을 모두 갖추게 되었다. 그렇게 되고 나니 로엘라의 호위를 맡던 이들이 붕 떴다. 슈바벤에서 특별히 골라 한 집단으로 만들어 2황녀궁의 경호를 맡겼던 제2기사대는 새 근위대장을 받아들이지 않을 것이다. “황녀 호위대를 만들겠다고 했지만 불허했습니다. 냉정하게 말해서 이전에 황녀 호위대가 성립할 수 있었던 이유 중 하나는 제가 루트가르트 백작이라 바이덴 아래 직접 소속시킬 수 없었던 것이니까요. 암살 실패 때문에 여론상 막을 수가 없었다는 점이 제일 크긴 합니다만.” “그래서?” 올리비아는 흥미롭다는 얼굴로 그를 바라보았다. 테오도르는 무덤덤하게 대답했다. “그래서라니요? 불허한 게 끝입니다.” 에제키엘이나 팔켄리트 소공작이 직접 호위대장이 되겠다고 할 정도가 아니라면 독립된 부대를 만들어 줄 이유가 없었다. 올리비아가 입궁할 때와는 달리 여론이 딱히 관심을 갖고 있는 것도 아니다. 이 일에 여론이 생기는 건 슈바벤 측이 월등히 경계할 일이기도 했다. 올리비아가 생각에 잠긴 얼굴로 고개를 끄덕거리자 테오도르가 불편한 얼굴을 했다. 그녀의 얼굴은 여전히 그의 배에 닿아 있었고, 움직일 때마다 셔츠 너머로 보드라운 감촉과 촉촉한 숨결이 느껴졌기 때문이다. “제2기사대 소속 기사들의 동향 같은 것도 있을 것 아니야?” “단순히 제2기사대 소속이었던 자들 중에는 갈등하는 자도 있는 모양입니다만, 로엘라 황녀의 근접 호위를 맡고 있던 자들은 충성심이 단단합니다. 제 생각엔 9인 회의까지 이 문제가 올라갈 겁니다.” “황궁 안에 새로운 호위대를 만드는 전례를 이미 내가 만들었으니 그럴 수도 있겠네.” 올리비아는 다시 고개를 끄덕였다. “후우.” 그때 테오도르가 참지 못하고 그녀의 턱을 쥐어 제 몸에서 떼어냈다. 올리비아는 의구심이 깃든 눈으로 그를 올려다보았다. 말보다 키스가 먼저 내려왔다. 거절할 이유가 하나도 없었으므로 그녀는 눈을 감은 채 그의 입술을 받아들였다. “으, 음….” 테오도르의 혀가 탐욕스러운 움직임으로 그녀의 입술을 갈라 열고 안으로 침입해 들어왔다. 갈급한 듯 그녀의 혀를 뿌리부터 휘감아 제 입안에 끌어들이며 그가 눈을 감았다. ‘갑자기?’ 진지한 이야기를 하다 말고 이러는 게 테오도르답지 않은 것 같기도 하고, 그가 가끔 격렬한 정동에 사로잡힌다는 것을 생각하면 당연한 것 같기도 하다. 올리비아의 사고가 금세 희게 물들었다. 그녀는 무심코 더듬거리며 팔을 뻗어 그의 허리를 안았다가 깨달았다. 테오도르는 발기해 있었다. 스스로 깨닫고 한 것은 아니었지만, 아마 진지한 이야기를 하면서 그의 몸에 자꾸만 제 몸을 맞댄 것은 이것을 원했기 때문이리라. 그가 가장 강렬하게 원하는 게 자신이라는 걸 자꾸 확인하고 싶어진다. 언제가 되어야 마음 편히 원껏 끌어안을 수 있을까? “비아, 읏.” 테오도르가 숨을 헐떡이며 바지 앞섶으로 들어오는 그녀의 손등에 제 손을 겹쳤다. 하지만 그 손을 떼어내는 대신 마치 손바닥에 제 물건을 비비듯 허리를 놀리며 신음했다. 올리비아는 황홀한 미소를 지으며 그를 올려다보았다. “나 사실 질투했어.” “질투, 라니, 흐응….” “안나는 훌륭한 숙녀이니까.” 올리비아는 이제 그녀가 정숙하고 용감하다는 것을 알고 있었고, 부모의 사랑을 받고 부족함 없이 자란 온전한 사람이라는 것 또한 알게 되었다. 그래서 질투가 났다. 테오도르에게 어울리는 것은 그런 여자가 아닌가 하는 생각이 들어서. 두 사람이 차분하게 대화하고 있는 것을 보면 안정적이고 온화한 관계를 구축해 나가는 모습을 쉽사리 상상할 수 있다. 신분 차이에도 불구하고 가짜 약혼이 쉽사리 받아들여진 건 그 덕분이리라. 게다가 무어바흐 부부를 높이 평가하는 것을 보니 더 그랬다. 테오도르가 어이없다는 얼굴을 했다. “비아, 너는 내가, 후우, 너 때문에 무슨 꼬락서니를 하고 있는지, 읏, 빤히 알, 헉!” 속옷을 끌어 내리고 젖은 귀두를 둥글리며 자극하자 테오도르가 말을 끝까지 잇지 못하고 입술을 꾹 다물었다. 올리비아는 그대로 흰 손을 더 깊이 넣어 굵은 기둥을 쓸어올리면서 말했다. “그러니까, 그 꼬락서니가 보고 싶어.” 자신도 한때는 그런 훌륭한 숙녀였던 때가 있었다. 그러니까 파벨이 결혼하라는 유언을 남겨 주었다는 건 별로 위로가 되지 못했다. 지금의 자신은 그가 알던 그 순진하고 얌전한 아이가 아니니까. “비아, 으음, 이런 건….” 그러니 테오도르도 타락하고 망가지면 좋겠다. 이왕이면 저만 생각할 수 있는 방향으로. 제 육체가 에제키엘이 말했던 것처럼 그토록 음란하고 뜨거워 헤어 나오기 어려운 몸이라면, 테오도르가 그렇게 되었으면 좋겠다. 거칠게 위아래로 손을 흔들며 그녀는 그의 절정을 유도했다. 하지만 테오도르가 그전에 그녀의 손목을 꽉 움켜쥐고 제 바지 속에서 빼냈다. 올리비아는 눈을 둥글게 떴다. 이런 것으로는 모자라서 그런 것일까. “입으로 해 줄까?” “빌, 어먹을….” 테오도르가 번뇌 가득한 목소리로 혼자 욕설을 뇌까리면서 주머니에서 손수건을 꺼내어 올리비아의 젖은 손을 닦았다. 그리고 그녀를 덜렁 들어 올렸다. “앗.” 안아 들었다기보다는 마치 무거운 도자기를 들어올리기라도 하는 듯한 태도였다. 갑작스럽게 허공에 몸이 뜨는 바람에 올리비아는 당황한 소리를 냈다. 테오도르가 그대로 성큼성큼 그녀의 침실 쪽으로 향했다. 그가 침실 문을 뒤로 걷어차 닫았다. 그리고 그녀를 침대에 내려놓고 고개를 숙였다. 그녀는 그의 검은 눈동자가 취한 것처럼 달구어져 있는 것을 보았다. “진짜 해 줘도 되는데.” 입술이 닿기 직전에 그녀는 그렇게 중얼거렸다. 테오도르가 대꾸했다. “닥치십시오.” 그가 종순한 기사인지 거친 연인인지 모를 태도로 내뱉고 그녀의 입술로 파고들었다. 동시에 성급한 손길이 그녀의 치마를 걷어 올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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