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5화 5화. 자위 감지


방송을 종료한 뒤 방 안은 너무 조용했다. 남은 정적이 어색하게 느껴질 정도로. 모니터에서 흐르던 말소리, 채팅음, 효과음이 전부 사라진 방 안엔 나 뿐이었다. 나는 천천히 몸을 뒤로 젖히며 의자 등받이에 기대었다. 그제야 목덜미에 맺힌 땀을 느꼈다. 그리고… 속옷 가장자리에 남은 약간의 습기. 아까의 감각은 아직도 피부 깊숙이 남아 있었다. “……이게 뭐라고 이렇게…” 말은 그렇게 했지만 머릿속은 어지러웠다. 시청자 수 386명. 클립 17개. 이전 방송들에서는 30명만 들어와도 최고 시청자 수를 기록하나 했는데. “…진짜, 뭐였지.” 무릎 위에 손을 올렸다. 떨리고 있진 않았지만 묘하게 낯설었다. 바로 그 때 화면 위에 조용히 알림 하나가 떴다. …맞다, 혼자가 아니라 이것도 함께였다. ----------------------------------------------------- [메인 퀘스트 진행 중] 새로운 서브 퀘스트 대기 — 이름: 퍼스널 캐릭터 셋팅 — 분류: [정체성 - 공개범위 설정] — 선택 시 스트리머 프로필 & 커뮤니티 기능 해금 ※ 권장: 휴식 후 진행 ----------------------------------------------------- “……퍼스널?” 입술이 저절로 움직였다. 이름, 얼굴, 태도, 말투… 지금 이 상태가 내가 정한 게 아닌 캐릭터가 아니라 가챠라는 사실을 자각한 순간 손끝에 힘이 들어갔다. '뭔가, 바뀐다는 건가?' 나는 천천히 시계를 봤다. 00:12 AM. 시계 초침이 한 번 움직였다. 이상하게도 시간이 너무 빨리 흘러 있었다. 두 번의 방송을 켜고 끈 것도 전부 오늘 안의 일이 맞는데 몸은 마치 하루를 통째로 써버린 것처럼 무거웠다. "아이, 씨..." 또 한 번 절로 올라간 다리를 인지하고 내리자 속옷 안쪽에서 아직 완전히 가시지 않은 불편함이 느껴졌다. 찝찝했다. 분명 아까 대충 정리하고 넘어갔는데도. “하…” 이번엔 짧게 한숨이 새어 나왔다. 나는 후드티를 벗어 의자 위에 걸었다. 단벌 뿐이라, 잠깐 착용했다고 세탁도 못할 속옷들도. 비척비척 욕실 문을 열자 찬 공기가 먼저 닿았다. 불을 켜니 하얀 타일 위로 그림자가 길게 늘어졌다. 차가운 형광등 아래 거울 속의 내가 다시 눈에 들어왔다. 아까보다 얼굴은 덜 붉었지만, 대신 눈이 조금 멍했다. 거울 속의 나는 아까보다 훨씬 조용했고 그 조용함이 오히려 더 낯설었다. “……괜히 본 거 같아.” 누구에게 하는 말도 아닌 혼잣말. 샤워기 손잡이를 틀자 잠깐의 공백 뒤에 물소리가 욕실을 채웠다. 수증기가 올라오기 시작하니 거울 속 상은 천천히 흐려졌다. 그게 조금 마음에 들었다. 물줄기가 어깨를 타고 내려오고서야 긴장이 풀리는 게 느껴졌다. 아까까지 굳어 있던 등이 조금씩 내려앉았다. “후…” 짧은 숨이 새어 나왔다. 뜨거운 건 아니었는데 오늘은 감각이 전부 과민해져 있었다. 몸을 씻는 동안에도 아까의 장면들이 끊임없이 떠올랐다. 채팅창과 알림음. 그리고— '나'를 원하는 말들. 싫다고 하기엔 너무 가볍고 좋다고 인정하기엔 너무 억울한 감정이 들었다 물소리 사이로 아까의 도네이션 알림음이 겹쳐 들리는 것 같았다. 물론 착각이었지만. ‘…진짜로 다들 그게 그렇게 재밌었나.’ 아무것도 안 한 방송이었다. 게임도 못 했고 말도 제대로 못 했고, 실수만 연달아였다. 그런데도. “…진짜 사람 미치게 하네.” 하꼬에게 비처럼 쏟아진 관심은 완전히 지워지지는 않았다. 샴푸를 손에 덜어내며 고개를 숙였다. 거품이 씻겨 내려가는 동안 머릿속도 조금씩 비워지는 느낌이었다. 손바닥에 바디워시를 덜어 스펀지에 누르자 꾸욱— 하얀 거품이 천천히 부풀어 올랐다. 향이 먼저 올라왔다. 평소 쓰던, 너무 익숙한 비누 냄새인데 오늘은 유난히 진하게 느껴졌다. 스펀지를 어깨에 가져가 거품이 닿는 순간 살결 위로 미세한 자극이 퍼졌다. “…읏.” 이딴 생각을 하면서 씻은 적은 단언컨데 한 번도 없지만 닿았다는 사실 자체가 또렷하게 느껴졌다. 스펀지를 한 번 더 눌러 팔을 따라 천천히 움직였다. 문지르는 소리와 물 떨어지는 소리가 겹쳤다. 사악— 그 소리가 조금 크게 들리는 것 같아 괜히 힘을 빼고 움직였다. 괜히 신경 쓰여 한 번 더 물을 틀어 소리를 키웠다. 거품은 계속 흘러내리고 스펀지는 손에서 미끄러질 듯 말 듯했다. 한 번 닿고, 조금 떼고 다시 닿는 그 간격이 길게 느껴졌다. “….” 숨이 새어나오는 걸 느끼고 이번엔 일부러 물줄기 쪽으로 더 가까이 붙었다. 그렇게 하면 내가 내는 소리도 전부 물에 섞여 사라질 테니까. 하지만 비누 거품이 허벅지를 타고 내려가자 미끄러운 감각에 시선이 잠깐 아래로 떨어졌다가, 나는 일부러 고개를 돌렸다. 지우는 거야. 아까 남아 있던 끈적한 느낌도 괜히 움찔거리던 반응도. 손이 한 번 더 지나갔다. 이번엔 일부러 빠르게. 그런데— “……” 짧게 숨이 걸렸다. 물 때문인지 손의 온도 때문인지, 아니면 아직 정리되지 않은 감각 때문인지. 확실한 건 그 움직임 하나로 아까의 시선들이 다시 떠올랐다는 거였다. “아니, 아니…” 심장은 이유 없이 조금 빨랐다. 다 끝난 방송인데. 화면도 껐고 사람들도 다 나갔을 텐데. 그런데도 마치 아직 어딘가에서 시선이 남아 있는 것 같은 기분이 들었다. 수증기가 벽면에 이슬처럼 맺히고 있었다. 물줄기가 어깨를 타고 내려오자 피부 아래에서 문득 문득, 잔상이 튀었다. "……하…" 가슴 아래가 간질거렸다. 지워졌어야 할 감각이 오히려 물을 만나 도드라졌다. 바디워시를 헹궈내는 손끝이 목덜미를 타고 쇄골을 지나 내려갔다. ‘이게 아직도…’ 숨이 가라앉지 않았다. 물소리에 묻힌 채 내 호흡만 조금 더 뜨겁게 울렸다. 나는 두 팔로 몸을 감싸듯 문질렀다. 정리하듯이. 확인하듯이. 그러다 손끝이 배 아래를 스치자 다리 근육이 저도 모르게 힘을 줬다. “하으…” 입을 틀어막았다. 그 짧은 소리조차 익숙하지 않은 여자의 목소리였다. 울리는 욕실에서 마치 야동에 나오는 것만 같은 그거. 남은 손이 허리선을 따라 움직이다 무릎 안쪽까지 미끄러졌다가 느리게 다시 올라왔다. 지나쳤을 뿐인데 배 아래 근처의 감각이 조용히 일렁였다. 뭔가 스쳤다는 것만으로도 몸이 움찔할 정도로 민감했다. “……미쳤나 봐.” 속삭였지만 그 말도 어딘가 달아올라 있었다. 저항하듯 가볍게 손이 허벅지를 눌렀다. 그보다 더 안쪽으로 손이 닿으려는 본능이 나를 괴롭혔다. “…응, 흐읏—” 거품이 흘러내린 손가락이 아무 저항없이 질척한 질 안으로 들어가버렸다. 나는 그대로 벽에 이마를 기대었다. 눈을 감은 채 속에서 무언가 천천히, 깊숙이 젖어드는 걸 느끼면서 손가락만을 앞뒤로 움직였다. 입을 가리던 손은 어느새 벽에 손을 짚었다. 차가운 타일이 손바닥에 닿았는데 그 차가움조차 또렷하게 느껴질 정도였다. 숨이 짧아지고 어깨가 들썩였다. “아, 하아— 응!” 의식적으로 한 건 아니었다. 결정도 없었고 각오도 없었다. 그냥 흐름에 휩쓸린 것처럼 물줄기가 그대로 지나가고 나는 그대로 서 있었다. “아… 흑….” 거기서 흘러들어온 반응은 너무 빠르고 너무 깊었다. 심장에서, 아니, 더 안쪽에서 무언가가 차올랐다. 한 번, 두 번, —왈칵. 눈물이 아닌데 감정이 터질 듯 벅차올랐다. “아, 안돼… 이런 건….” 그 말조차도 허벅지에서 피어오르는 간질거림에 묻혀갔다. 물소리만 들리는 욕실 한가운데. 몸을 살짝 움츠리고 부끄러움에 등을 말고, 그러면서도 멈추지 못하고 아주 작게— “흐읏…!” 허벅지를 따라 흐르지도 못할만큼 많은 애액을 바닥에 파박, 쏟아버렸다. “하아…! 아…!” 지금 이건, 나만이 아는 내 반응이었다. 방송도 아니고 시스템이 시켜서도 아닌 그냥 나라는 사람. 하지만 무언가 쫓기는 기분에 자위 후의 기분을 느끼긴 커녕 현타가 몰아칠까 곧장 수건을 꺼내 들고 몸을 닦았다. 손끝에 아직 남은 잔열. 한참을 물에 젖어 있다 나온 것뿐인데 어딘가는 아직 벅차오른 것처럼 고동쳤다. 그렇게 화장실 문가에서 어색한 숨을 내쉴 무렵 다시 떠오른 반투명한 창. ----------------------------------------------------- [기록 갱신 완료] — 감각 민감도 이력 반영 — 자위 반응 감지: 2회 — 외부 자극: 수동 → 자발적 전환 ※ 개인 기록 탭이 수정되었습니다. ----------------------------------------------------- …제기랄. 하루만에 2회. 그 숫자가 왜 이리 기분 나쁘게 창피한지. 나는 수증기로 찬 문 너머 뿌연 거울 속의 나를 한 번 더 보고 그 얼굴에서 시선을 피했다. 그 와중 바닥엔 긴 머리칼을 타고 뚝뚝 물기가 떨어지자 수건을 덮고 끙끙대며 털었지만 전부 말리기엔 진이 빠져 있었다. 머릿결은 젖은 채로 목덜미를 간질였고, 그게 또 거슬렸다. 전에는 샤워하고 나면 머리가 금방 말랐는데. 이젠 그런 것도 아니었다. '그냥 눕자.' 지금은 그게 전부였다. 나는 잠옷으로 입던 추리닝을 꺼내입곤 머리카락이 베개에 닿는 감촉을 익숙하지 않게 느끼며 몸을 웅크렸다. 불을 끄자 방 안은 바로 조용해졌다. 아무도 없고, 아무 소리도 없고. 방금 전까지 386명이 함께 있던 이 방에 지금은 나 하나였다. 눈을 감았지만 잘 수 있을 것 같지는 않은 고양감과 상실감이 함께라니. 그럼에도 불구하고 불가사의한 일만 잔뜩 겪은 오늘의 나는 꿈이라도 꾸듯, 그 채팅창의 잔상을 떠올리며 천천히 잠에 들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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