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4화 4화. 영상 송출


“저, 카메라는…” 조금 빠르게 대답했다. 미리 정해둔 답변처럼. “오늘은 그냥 게임만 할게요.” 말을 마치자마자 채팅이 잠깐 조용해졌다. 그리고— — 도롱도롱도로롱 : 왜? — 새임자찾아요 : 켜면 안 됨? — moon1928 : 새 계정이면 얼굴 공개 안 하는 게 맞긴 한데 — 룰루랄라룰라 : 오 뉴비다 시청자 수가 다시 움직였다. 21 → 24 숨이 얕아졌다. ‘지금 이 타이밍에?’ “아, 아직 준비가 좀…” 말을 흐리자 누군가 웃는 이모티콘을 찍었다. — 흑우면개추 : ㅋㅋㅋㅋ 다들 왜 압박함 — 멜론빵에크림가득 : 안 켜도 되지 그 말에 잠깐 안심하려는 순간— — 새임자찾아요 : 그래도 궁금하긴 함 — 온리핑두 :목소리랑 갭 있을 듯 가슴 안쪽이 미묘하게 조여 왔다. 이상했다. 기분이 나쁜 건 아닌데, 간질거리는 이 감각. ----------------------------------------------------- [외부 관심 집중] 관찰 밀도 상승 ----------------------------------------------------- ‘또야.’ 상태창은 짧게 떴다 사라졌다. 이번엔 수치도 안 보였다. 나는 일부러 농담처럼 웃었다. “아, 진짜 평범해요. 실망할걸요.” 그 말이 왜인지 모르게 조금 떨렸다. 시청자 수. 24 → 28 말을 잇지 못했다. 내 2년간 최고 시청자가 35명인데... 숫자가 움직이는 게 눈에 들어왔다. 말 한마디에 이토록 빠르게. “…….” 입을 닫았다. 지금 내 최고 시청자 수는 35. 2년 동안 그게 한계였다. 그런데 이건… 목소리로만 벌어들인 거지. 게다가 단지 캠을 키지 않았다는 이유로 쏟아지는 관심. — 믕믕믕믕 : 평범한 거 보고 싶은데 — 멜론빵에크림가득 : 캠 안 키는 방송은 요즘 잘 안 보긴 함 — 새임자찾아요 : 소리만으론 아쉽다 ‘아쉽다.’ 그 단어가 머릿속에 걸렸다. 아쉬울 게 뭐가 있다고. 나는 그냥 게임 못하는 하꼬 스트리머였을 뿐인데. 눈 앞엔 채팅이 멈추지 않았다. — 온리핑두 : 캠 키면 떡상각인데 — 믕믕믕믕 : 오늘은 소리 방송인 거지? — 흑우면개추 : 근데 진짜 말투 신인 같긴 하네 신인. 실은 2년차 중고 신인인데도 아무런 티가 안나는 모양이었다. 그 와중에 새로운 알림이 하나 떴다. 작은 효과음은 별것 아닌 소리인데 유난히 또렷했다. ----------------------------------------------------- [서브 퀘스트 발생] 이름: 외부 시선의 수용 목표: 캠을 활성화하여 시청자의 실시간 반응을 경험하라 조건: 방송 중 영상 송출 10분 유지 보상: 적응률 +7%, 감각 안정화 보정(일시적) ※ 경고: 진행 중 감각 민감도 증가 가능성 있음 ----------------------------------------------------- 그냥 게임만 하려던 사람. 그냥 마이크만 켠 사람. 그냥 혼자였던 사람. 그런데 지금 난 여자라는 이유만으로 누군가에겐 더 보여줬으면 좋겠는 사람이 되어 있었다. 뺨 끝이 간질거렸다. “……하.” 숨을 깊이 들이마셨다. 그냥 캠만 켜는 거다. 그 이상은 아니니까. 나는 아무 말 없이 마우스를 눌렀다. [영상 송출 시작됨] ‘띡’ 하는 소리. 작은 초록 불빛이 카메라 옆에 들어왔다. 화면 앞에 발가벗겨진 듯한 느낌. 모니터 화면 한 귀퉁이에 화면 속 내가 보였다. 여자의 얼굴. 나의 얼굴. 그리고— — 여캠만보는육수 : 오 — 오늘유입 : ??? — moon1928 : 진짜 켰네 ㄷㄷ — 룰루랄라룰라 : 헐 미쳤다 이쁘다 — 온리핑두 : 얼굴 실화임? 시청자 수: 35 → 48 → 69 심장이 한 박자 늦게 뛰기 시작했다. 카메라를 향해 말을 하려다가 입을 꾹 다물었다. “…….” 말하지 않아도 충분히 시선이 쏠리고 있다는 걸 느꼈다. ----------------------------------------------------- [실시간 관찰 밀도 증가] [리액션 민감도 상승 중] ----------------------------------------------------- 간지러운 부분을 조금 움직이자 속옷 밴드가 살짝 당겨졌다. 어색하게 몸을 가누고만 있어도 옷 속 살결이 움직이는 게 느껴졌다. 너무 예민해진 감각. 그리고 그 모든 것이 ‘보여지고 있다’는 자각. ‘……뭐야.’ 나는 무의식적으로 허리를 폈다. 그러다 스스로 놀라 다시 등을 의자에 붙였다. 등을 의자에 붙이자 화면 속의 나는 조금 더 또렷해졌다. 후드티의 그림자가 정리되고 얼굴선이 안정되자 채팅이 다시 흐르기 시작했다. — 오늘유입 : 말 안 해도 되네 — 요캇따 : 조용한데 왜 눈 안 떼짐 — 온리핑두 : 캠 각도 고정 ㄱㄱ 각도. 그 말에 손이 책상 가장자리를 더듬었다. 나는 마우스 패드 끝을 느끼며 괜히 위치를 바꾸지 않으려고 했다. ----------------------------------------------------- [영상 송출 유지] 경과 시간: 01:12 / 10:00 ----------------------------------------------------- ‘아직… 멀었네.’ 힐끔거리는 시선이 다시 화면에 고정됐다. 목이 마르다는 걸 깨닫고도 컵에 손을 뻗지 않았다. 움직임 하나하나가 화면에 그대로 남을 것 같아서. 시청자 수가 다시 튀었다. 69 → 74 → 81 숨이 조금 더 깊어졌다. 천천히, 티 나지 않게. “……소리 괜찮죠?” 의도하지 않게 나온 한마디. 말을 하자마자 내 목소리가 방 안을 채웠다. — moon1928 : ㅇㅇ — 믕믕믕믕 : 목소리 더 또렷해짐 — 여캠만보는육수 : 말 안 해도 됨 나는 고개를 아주 조금만 기울였다. 어색함에 눈을 깜빡이는 속도를 의식하며 화면 속 나와 거리를 두려 했다. 그런데— — 오늘유입 : 눈 마주친다 — 무짱무짱 : 시선 고정임? [경과 시간: 03:27 / 10:00] 그 문장이 화면에 떠 있는 동안 나는 의식적으로 시선을 살짝 아래로 내렸다. 카메라를 보는 게 아니라 모니터를 보는 척. 아니면 게임 화면을 확인하는 척. 아직 3분. 남은 시간 6분 33초. 근데 체감은 한 시간이었다. ‘대체 10분 누가 정했냐고….’ 아무것도 하지 않아도 화면 위 시청자 수가 살짝 튀었다. 69 → 74 → 81 "……으읏." 괜히 목 안쪽에서 기침 아닌 기침이 올라왔다. 말을 안 하면 조용해서 눈이 더 집중되고, 말을 하면 내 목소리에 내가 민망해진다. ‘……이걸 좋아한다고?’ 지금 나는 등 뻣뻣한 상태로 컵도 못 들고 눈은 이리저리 흔들리고. 게임은 캐릭터가 멍 때리는 중인데? 그런데도 화면 속 채팅은 칭찬 일색이었다. 진심인지, 아니면 그냥 심심해서 보는 건지 모르겠다. ----------------------------------------------------- [외부 반응 안정화] — 시선 유지 패턴: 안정 — 비언어 반응 수치 +3.2% ----------------------------------------------------- 힐끔, 화면을 올려다보니 이놈의 시스템은 알아서 판단 중이다. 그 와중에 채팅은 계속 올라온다. — 펌퍼먼스 : 입모양 이쁘다 — 오늘유입 : 진짜 조용한데 왜 눈 못 떼냐 — 흑우받아라 : 그냥 조용히 틀어놓고 싶음 [경과 시간: 07:05 / 10:00] "앗." 집중이 흐트러진 탓인지 캐릭터는 또 어이없이 죽어버렸다. — moon1928 : 죽었네 — 믕믕믕믕 : ㄹㅇ 리액션도 없는 리액션임 ㅋㅋ — 여캠만보는육수: 게임 가르쳐줄까?ㅋㅋㅋ “아니—” 반사적으로 눈살이 찌푸려졌다. 의자 위에서 다리를 올리며 자세를 바꾸는 순간이었다. 그저 앉기 불편해서, 진짜로... 그게 전부였다. 다만 화면 속에서는 후드밖에 걸치지 않은 몸 아래의 하얀 팬티가 그대로 송출된 모양이었다. 채팅이 한 박자 늦게 반응했다. — 오늘유입 : ? — 요시그란도 : ? — 요캇따 : ?ㅋㅋㅋㅋㅋㅋㅋㅋ — 온리핑두 : ? "응...?" 많은 갈고리들을 보자마자 캠을 확인한 나는 거의 반사적으로 다리를 내렸다. 의자에 닿는 소리가 생각보다 크게 들린 것 같아 심장이 덜컥 내려앉았다. “아— 아니.” 말이 먼저 튀어나왔다. 목소리가 조금 높아진 걸 스스로도 느꼈다. “방금 그거는, 이, 잊어주세요!” 허둥지둥 손이 허벅지 위에서 잠깐 갈 곳을 잃었다가 무릎 옆으로 내려갔다. 나는 괜히 자세를 고쳐 앉는 척을 하며 카메라를 보지 않으려고 시선을 아래로 피했다. 뺨이 뜨거웠다. ‘보여졌나?’ 아니, 보여졌겠지. 그 생각이 스치자마자 귓가까지 달아올랐다. 채팅이 한 박자 늦게, 그러고는 더 빠르게 흘렀다. — 요캇따 : 야 이건 클립감 — 여캠만보는육수 : 어림도 없죠 ㅋㅋ — moon1928 : 방금 그거 다 봄 — 흑우받아라 : 첫날부터 사고네 — 온리핑두 : 이미 누가 따갔을 듯 — 요시그란도 : 방금 거 슬로우 돌리면 각임 — 오늘유입 : 신입 여캠 첫날 사고 ㅋㅋ “아….” ‘클립.’ 그 단어 하나로 머릿속이 하얘졌다. 방송 화면을 끈다고 없던 일이 되지 않는다. 나는 의자에 등을 붙인 채 양손으로 얼굴을 가렸다. 손바닥 아래에서도 열기가 가시질 않았다. “…으응.” 그렇게 얼굴을 가린 채 그대로 몇 초를 버텼다. 채팅을 보지 않으면 아무 일도 없었던 것처럼 넘어갈 수 있을 것 같아서. 하지만— 빰바바밤! 익숙하지 않은 알림음이 하나 울리고 화면 한쪽에 작은 팝업이 겹쳐 떴다. [영상 도네이션 수신] 메시지 : 제목: ‘ㅍㅗㄱㅇㅠ신입 여캠 첫날 사고ㅋㅋ’ 재생 길이 : 00:14 "에?" 2년 동안 단 한 번도 받아본 적 없는 영상 도네였다. 나도 모르게 손이 벌어지고 멍하니 틀어지는 영상을 볼 수 밖에 없었다. — 요시그란도 : 오 올라갔다 — 온리핑두 : 클립 벌써 도네로 옴 — 오늘유입 : 개빠르네 ㅋㅋ — 흑우받아라 : 갤에도 올라갔음 “아니… 잠깐만요.” 말이 잘 안 나왔다. “그거, 지금—” 빰바바밤! 빰바바밤! 이번엔 연달아였다. [영상 도네이션 수신] [영상 도네이션 수신] [영상 도네이션 수신] 시청자들이 보낸 영상이 바로 틀리지 못해 쌓이고 있었다. 멍하니 보는 사이에 쌓여 있던 영상 도네가 하나씩 자동 재생 대기열로 밀려 들어갔다. “아니—” 아까의 내 목소리. 첫 번째 영상의 썸네일이 떴다. 작게 잘린 화면의 짧은 정지 구간은 내가 다리를 급히 내리던 바로 그 타이밍. 야속하게도 화면은 멈추지 않았다. 빰바바밤! 채팅이 폭포처럼 쏟아졌다. — 캡쳐장인 : 이게 바로 무한재생 — 갤러리주민 : 첫날 사고는 원래 연속임 — 웃자고하는말 : 뽀얗네 — 초행길유입 : 방금 들어왔는데 또해줘ㅋㅋ 두 자리였던 시청자 수가 눈앞에서 숫자를 바꿨다. 81→ 141 → 273 → 386 “그, 그만 틀어주세요….” 너무 많은 사람들이 보고 있었다. “진짜로요. 이제—” 사람의 간절한 부탁에도 불구하고 채팅이 웃음으로 흔들렸다. — 오늘유입 : 마지막(아님) — 펌퍼먼스 : 본인이 제일 리액션 좋음 — moon1928 : 멈추라니까 더 보고 싶어짐 “실수란 말이에요….” 내가 무슨 말을 해 봤자 늘어난 채팅 수만 봐도 방 공기가 달라졌다는 게 느껴졌다. — 갤에서보고옴 : 헤으응눈나 — 슬로우장인 : 애 울겠다ㅋㅋ 표정 봐라 진짜 울기 직전임 — 첫날밤에무슨일이 : 이러다 첫날부터 방송 접는 거 아님? — 아저씨2938 : ? 야 우냐?ㅋㅋ — 오늘의사고수집가 : 미드개크네 — 유입확인러 : 임시닉네임 뭐임?ㅋㅋㅋㅋ — 당황맛집 : 2세맘마디스펜서ㅗㅜㅑ 끝나기엔 아까움 — 갤닉그대로 : 사람 계속 들어온다 같은 영상이 반복되고 부끄러움이 조금 가시자 채팅을 하나하나 읽게 되는 나였다. 이만한 관심을 받아본 적이 없어 신기함 반, 궁금함 반이긴한데... 읽다보니 분명 방송은 예상보다 성공의 성공의 성공인데도, 억울함이 조금씩 밀려오고 말았다. “…놀리기만 하고.” 후드 소매로 손등을 만지작거렸다. 흥, 서브 퀘스튼지 뭔지... 시간도 다 됐단 말이야. 나는 숨을 한 번 고르고 마우스를 잡았다. “오늘은, 여기까지만 할 거예요.” 단호하려고 했는데 끝이 조금 흐려졌다. “다음에 이어서 준비해오겠습니다.” 어쩐지 적당한 인삿말이 떠오르지 않아 그 말 뒤에 괜히 한마디를 더 붙였다. “…사고 안 나게.” 그렇게 말하고 나는 급히 버튼을 눌렀다. 딸깍. 언제나 혼자 방송을 끄던 내가, 여러 사람과 작별 인사를 한 첫날이었다. ----------------------------------------------------- [서브 퀘스트 완료] 이름: 외부 시선의 수용 결과: 영상 송출 10분 유지 — 조건 달성 보상 지급: - 적응률 +7% - 감각 안정화 보정 (일시적) 추가 보상: - 스트리머용 소프트 조명(기본) · 눈부심 감소 · 피부 톤 보정 · 시선 집중 보조 [행동 분석 결과 알림] 🎉 축하합니다! 대상 개체의 회피 성향이 외부 관찰 환경에서 높은 흡인력을 발생시켰습니다. 실시간 시청자 증가율: +376% 외부 공유 트리거: 성공 생성된 클립 수(누적): 17개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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