4화 첫 번째 썰. 혼전순결을 깨려는 여자 이서하 (4)
4.
처녀....
성적인 것에 대해...
아무 것도 모르는...
여자...
물론...
시대가 시대이다 보니...
섹스에 대해 전혀 모른다는 것이....
말조차 되지 않는 듯 싶지만...
이것저것...
사전 정보를....
아무리 많이 습득했다고 해도....
결국 실전을 겪지 않은 여자와 경험자는...
차이가 있을 수 밖에 없지 않나 싶다.
그래서...
은근히...
아무 것도 모르는 처녀를...
귀찮아하는 남자들도 있다고 하는데...
사실 그런 남자들에 대해....
난...
이해를 잘 하지 못한 편이었다.
새 것을 개봉하는 그 느낌...
언박싱 하는....
그 쾌감을 어찌 거부할 수 있단 말인가.
잘 밀봉된...
상자를 열고....
그 안에 단단한 포장비닐을....
하나하나 벗기면서...
최초로 내가 그 첫 번째 손자국을 남긴다는데...
그 감동과 감격은....
어디에 비할 수 있다 말이냐...
그 말이다.
더군다나....
내가 나아가는 길이...
그녀들에겐...
모든 것에....
앞으로 쌓아갈 경험(?)에 대해....
기준이 되는 법일 텐데 말이지.
내가 기준을 세워주고...
평생 나아갈 성생활의 등대가 되어준다는 것만큼...
보람찬 일이 있을까?
또한...
하얀 도화지에...
나만의 색깔을 입힌다는...
즐거움 또한 빼놓을 수 없는 장점이라....
손꼽을 수 있지.
비교 대상이 없다는 것만으로도....
얼마나 홀가분한 관계냐 이 말이다.
물론....
처음이라는 기대치에 부응하기 위해선....
아무 세심하고 정밀한 배려(?)가 필요하긴 하지만....
아무튼...
그러기 위해선...
조금은 수고스러움과 번거로운 과정은 필수라고 할 수 있지.
뭐...
그렇게 따지면 사실...
귀찮은 일일수도 있지만.....
그 또한...
더 큰 기쁨을 위한...
포석이라 생각하고...
하나하나...
차근차근...
쌓아 올리다보면...
그것 또한 재미있는 일이기도 했으니까.....
즐기기 위한....
빠트릴 수 없는...
과정이라 생각하면....
한순간 한순간....
절로 입가에 미소가 피어오르는...
시간이라 받아드려지더라....
이 말이지.
**************
어찌 됐든 다시...
서하의 얘기로 돌아와서....
우리 둘은.....
주점....
조용한 곳으로 들어왔어.
적당한 거리를 두고 좌석이 놓여진 상태라...
이야기를 나누며...
느긋하게 술을 마셔도 되는....
그런 곳.
외박에 대해....
서하는 이미 괜찮다고 했고...
나야 뭐 혼자 사는 자취생이니..
상관없었지.
이미...
수진이와는 아무런 혈연관계가 없음을 확인했고...
그것만 생각해도 내심 졸라 찜찜했었거든...
아무튼 이젠...
천천히 술을 마시면서....
얘기를 나누는데...
" 흠... 나하고 이렇게 하룻밤 보내는 거.. 후회하지 않겠어? "
슬쩍 서하에게 다시 의사타진을 건네 보았어.
뭐....
이런 얘기가 마이너스이긴 한데...
확실히 하는 게 좋은 것이라...
묻지 않을 수 없었지.
" 치이... 그런 얘기 꼭 해야 해요? "
아니나 다를까.
새초롬하게....
눈을 홀기는 서하.
난 더욱 음흉한 미소를 흘리며 입술을 달싹였지.
" 흐... 나에겐 중요한 얘기거든.... 막상 갔다가 거기서 변심하면... 서로 민망하잖아. "
아니라고 말하겠지.
보통...
대부분 여자는....
이러면 자신의 굳은 마음을 보이며 강하게 부정하니까.
역시나...
서하도 마찬가지 반응을 보였어.
" 그런 일 없거든여! 그럴 거 였으면... 애초 여기.... 나오지도 않았어요. "
그리고 고개를 휙 돌리더라고.
덕분에....
서하의 옆얼굴을 똑똑히 볼 수 있었지.
도도한 그녀의 모습.
오똑 솟은 콧날...
턱선이 유난히 더 날렵하게 보였어.
하지만....
그 중....
내 시선을 사로잡은 건...
그녀의 하얀 얼굴에 머물고 있는....
붉은 볼이었어.
뭐...
오늘밤...
서하가 설사 나를 거부하고....
마음을 돌린다 해도...
일단 가보는 데까지 가보는 거지....
어디까지 가능한지 보는 것도...
재미있지 않겠어?
훗....
피식 웃음을 흘리고는...
바로 목소리 톤을 바꿔서 술잔을 들어 보였지.
" 오키오키... 자~ 건배! "
그렇게 서로 권하니 받거니....
술잔이 두어 번 돈 뒤...
올라오는 취기와 함께....
궁금한 것을 또 하나 꺼냈어.
이 정도....
알코올에 딱 맞는 질문.
" 서하 너 정도면.... 나를 찾지 않았어도 좋은 연애 했을 거 같은데.... 왜 나 같은 사람을 찾아온 거야? "
가볍게 던진 물음.
아니...
가볍게 보이도록....
툭...
던져놓은 말 한마디.
그러나...
받아드리는 쪽에선...
역시나 전혀 가볍지 않았던 듯 싶어.
" 하... 좋은 연애라.... "
말꼬리를 삼키면서....
약간 표정이 어두워지는 서하.
오늘 이런 표정은 처음 보는 듯 싶었어.
그리고...
연달아 잔을 비우는데...
내가 따라주기도 전에...
자작까지 하면서 마시더라고.
저렇게 연달아 마시면...
아무리 단 술도...
쓰게 느껴지기 마련인데...
서하 역시 잔을 천천히 내려놓으며....
눈살을 찌푸렸어.
고운...
그녀의 눈가에....
옅은 주름이 생기는데...
분명 웃는 모습을 좋아하는 내 눈 앞에도...
그런 표정마저 매력적으로 보였지.
그러나 내 마음은 전혀 알지 못하는 것처럼...
서하는 시선을 저 멀리 두며....
천천히 입술을 달싹였어.
" 좋은 연애인지는 모르겠지만... 그래요. 나도 연애를 했어요. 그것도 아주 길게.... "
생각지 못한 대답.
연애라...
하긴...
이정도 미모의 그녀가....
남자를 만나지 못했다는 것이....
더 믿기지 않는 일이긴 했지.
" 길게라... 얼마나? '
그 사이....
다시 술잔을 채우고 홀짝거리는 서하.
난 빈 잔을 채워주었고....
서하는 그것을 보지 않은 채...
천천히 질문에 답해주었어.
" 5년... 그러고 보니 5년이었네요. "
와아....
5년간 연애라....
풋풋한 시절부터 이어졌을....
그녀의 연애.
답을 얻었으나....
또 하나 새로운 의문이 생겨났다.
스무고개 같은 대화는 별로 안 좋아하지만...
이런 물음은 뭐.....
기꺼이 즐길 수 있는 일이지.
" 오호... 5년씩이나? 진짜... 길었네.... "
가벼운 맞장구.
그리고.....
" 그렇죠....? 하... 정말... 그간 쌓은 시간이 얼마인데... 나쁜 놈... 나쁜 새끼.... "
난데없이 욕설을 내뱉는 서하.
전혀 그런 말을 하지 않을 것 같은 여자 입에서...
갑자기 튀어나오는 비속어 만큼....
섹시한 게 있을까?
하지만...
욕설만 내뱉는 것이 아니었다.
어느새....
서하의 속눈썹에 방울방울...
이슬이 맺혔어.
물론 순간 손등으로 얼른 닦아버리는 그녀였지만...
나 또한 모른 척 내 잔을 들어 술을 들이켰지.
" 아이...참... 먼지가 들어갔나 봐요. "
" 못된 먼지네. 들어갈 때 못 들어갈 곳을 가리지 못하고....."
" 풉... 그게 말이 되여? "
빙긋이 웃으며 손을 내리는 서하.
훔친다고 훔쳤지만....
여전히 젖은 속눈썹이 엿보이는 그녀였지만...
미소 짓는 그 모습이 마치....
아침이슬이 맺힌 듯한 장미 같더라고.
난 더욱 너스레를 떨었지.
" 먼지도 자기 주제를 모르면 나쁜 아이지! 자기가 들어가야 할 곳을 모르는 건 큰 죄거든! "
순간 서하의 음부에....
내 물건을 넣고 싶어 하는 욕망을 떠올리며...
피식 웃음이 새어나왔어.
이래서...
윗 입과 아랫도리가...
서로 이렇게 다를 수 있을까.
한편으로 서하에게 이런 소리를 하면서...
음흉한 생각을 하고 있으니....
나 또한 큰 죄를 꿈꾸고 있는 것 아닐까 싶었거든.
흐흐...
근데...
서하도 이런 내 낌새를....
눈치 챈 모양이야.
눈이 가늘어 지면서 톡 쏘더라고.
" 피이... 그 웃음 뭐에요? 왠지... 음흉한 생각하는 거 같아. "
크흐..
여자는 은근...
예리하다니까.
이럴 땐...
넉살이지.
" 하하하... 억울한데? "
" 에? 뭐가 억울해요? "
" 웃는 서하 얼굴이 예뻐서 나도 모르게 미소 지은 건데 음흉하다니까.. 당연히 억울하지... 자기가 날 웃게 만들고 타박이라니... 이거만큼 억울한 일이 있겠어? "
" 피... 순 엉터리.... "
살짝 얼굴을 붉힌 서하가 자신의 잔을 들고 홀짝였어.
뭐....
그렇다고 싫은 얼굴은 아니야.
서하 정도 나이의 여자애가....
순순히 내 말을 믿지는 않았겠지만....
진심으로 믿는 것도 아니겠지만...
그래도 이런 쿠션 멘트는....
부드럽게 만드는 법이니까.
" 확실히... 나쁜 사람이기도 하네. 한편으로 좋기도 하고. "
" 응? 누가요? "
술잔을 내려놓던 서하가 눈을 깜빡이며 묻는다.
" 훗... 누구긴 누구야. 5년이나 서하랑 사귀었던 그 남자지. 이런 서하를 속상하게 만들었으니 나쁜 사람이고... 또 서하를 놓쳐서 나에게 이런 기회를 줬으니 한편으로 좋은 사람 아니겠어? "
" 치이.... "
순간 입술을 삐죽거리는 서하.
하지만 남친 얘기에 조금은 기분이 상했는지....
얼굴에 굳은 표정이 피어올랐어.
안 들어봐도....
뻔한 얘기겠지.
5년이나 된 연애가 깨질 만한 건...
" 이런 서하를 두고... 바람을 폈나 보네? 참.. 눈도 없는 남자네."
" 어..어떻게 알았어요??? "
고개를 돌렸던 서하가 깜짝 놀라는 표정으로 나를 바라봤어.
나야 빙그레 웃으며....
술잔을 들어 한 모금......
입술을 적셨지.
내가 잔을 내려놓을 때까지...
말똥말똥....
보고 있는 서하를 위해....
대답을 주었어.
" 그냥. 왠지 그럴 거 같아서. 너무 안심했거나... 한눈을 팔 것 같은 시간이잖아. 5년이라는 시간이. "
" 그...래요? "
아랫입술을 베어 물던 서하는 그제서야 자신의 잔을 들더라고.
이번엔...
쭉 들이켜고...
잔을 깨끗이 비우는 그녀.
난 조용히 옆에서 다시 서하의 잔을 채워주었지.
이내...
다시 잔을 드는 서하.
한 번에 잔을 비우고...
좀 빠른 진도에 어쩔까 싶었지만...
이정도 술에 취할 것 같지도 않으니....
충실히 그녀의 잔을 재충전해줬어.
역시나...
이번엔 잔이 찰랑찰랑 채워졌지만...
들지 않는 서하.
오히려...
바로 내게 시선을 돌리고....
질문을 던졌지.
" 5년 정도... 사귀면.... 남자는 한눈을 팔고 싶어져요? 아무리 사랑한다고 해도? 겨...결혼할 사이인데도... 그런 거예요? "
나름 진지한 표정의 그녀를 보고 있자니...
절로 미소가 피어올랐지.
바람.....
당한 입장에선....
그 답을 찾기 참....
어려운 법이거든.
" 정신없이 사랑하는 감정....이라는 게 1년 정도 지나면 줄어든다고 하잖아. 호르몬도 그렇고... 노력에 따라서 길어진다고 해도... 5년이면 식을만한 시간이긴 하니까. "
" 그럼.... 결혼한 사람들은요? 그 긴 시간... 부부 생활을 하는 사람들은... 다 한눈 팔고 그런다는 거예요? "
" 부부는... 또 다르지 않을까? 결혼 생활은 연애하고는 또 다른 거니까. 뭐... 결혼까지는 해보지 않아서 내가 대답하는 게 정답이지는 않겠지만.... 주변의 사람들을 보면... 그런 거 같더라고. 의리로 산다고 하잖아. 훗.... "
" 피... 엉터리.... "
" 흐흐흐... 사실 경험을 한다고 해도 그게 진실은 아니니까... 내 경험이... 누군가에게 맞을 수도 있지만 전혀 다를 수도 있어서... 내가 그랬으니 너도 그럴 거다...라고 말하는 건 무리긴 해. 그래도... 경험조차 안하고 말하는 것도 좀 그렇잖아? "
" 뭐... 그렇긴 하지만... 암튼... 오래 사귀면... 더 소중히 여겨야 하는 거 아니에요? 더.... 마음을 주고... 신경 써야죠. "
" 흐흐... 그러는 서하는 어땠어? 남친에게.... 처음 사귀었을 때만큼... 더 애틋하고 그랬어? "
" 뭐... 나야.... "
그리곤 잠시 생각에 잠기는 서하.
하지만....
얼마 안가서 숨을 길게 내쉬며 답하는 그녀였다.
" 그래요. 처음 그와 사귈 때처럼... 그러지는 않았겠죠. 하지만.... 그래도 난 그 사람 뿐이었는걸요. 그 사람 외엔.... 누구하고도... 사랑에 빠질 생각은 해보지도 않았어요..... "
아니....
그런 여자가 왜....
나한테 안아달라고 하는 걸까?
속으로 우습다는 생각을 하는데....
서하는 자신의 잔을 들어 다시 비우곤....
탁 소리 나게 내려놓으며 숨을 토하듯 말을 이었어
" 역시... 그가 바람은 핀 건... 그거 때문이었을 거예요.... 하.... "
" 응? 그거? "
그녀가 말하는 그것이 뭔지...
절로 되묻지 않을 수 없었어.
서하의 빈 잔을 채우는 것조차...
잊어버릴 정도로...
그리고 바로 이어서 나오는 서하의 대답.
" 역시... 혼전.. 순결.... 그거 때문이겠죠, 아마? "
- 계속