66화 쇼케이스 2
1. 제2의 피부
탈의실의 벨벳 커튼이 촤르륵 소리를 내며 젖혀지고, 보윤이 떨리는 걸음으로 모습을 드러냈다.
순간, 회의실을 가득 채우던 직원들의 웅성거림과 서류 넘기는 소리가 거짓말처럼 딱 끊겼다.
에어컨 바람 소리조차 들리지 않을 만큼, 마치 공간 전체가 진공 상태가 된 듯 숨 막히는 정적만이 감돌았다.
모두의 시선이 한곳, 보윤의 육체로 빨려 들어갔다.
보윤이 입은 것은 옷이라기보다 차라리 투명한 막에 가까웠다.
0.1mm 두께의 스킨톤 신소재.
회사가 자랑하는 이 최첨단 원단은 보윤의 몸에 얇은 페인트 칠을 한 것처럼 빈틈없이, 끔찍할 정도로 완벽하게 달라붙어 있었다.
그것은 차라리 완전한 나체일 때보다 보는 이들의 말초신경을 더 자극했다.
얇디얇은 원단이 살결을 억지로 조여 매면서, 터질 듯한 육체의 볼륨감을 폭력적으로 강조하고 있었기 때문이다.
"......"
그녀가 바닥을 향해 시선을 떨군 채 한 걸음 내디딜 때마다, 묵직하고 거대한 살의 파동이 얇은 전신 수트 위로 고스란히 전해졌다.
속옷을 전혀 입지 않은 상태.
원단 아래로 감춰진 것은 아무것도 없었다.
얇디얇은 천 위로 유륜과, 그 중심에 툭 튀어나온 유두가 마치 텐트를 치듯 원단을 뾰족하게 밀어 올리고 있었다.
차가운 에어컨 바람에 자극받아 딱딱하게 굳은 유두는 0.1mm의 장벽을 뚫고 나올 듯 자기주장을 맹렬하게 펼치고 있었고, 팽팽하게 늘어난 가슴 부위는 살구색 원단을 투과하여 짙은 갈색의 유륜 색깔까지 희미하게 비쳐 보였다.
2. 중력을 거스르는 육체
가장 압도적인 것은 역시 상체였다.
단순히 크다는 말로는 표현할 수 없는, 중력을 거스르는 거대한 두 개의 구체가 쇄골 아래부터 명치까지 가득 채우고 있었다.
본래 사이즈보다 한 치수 작은 샘플을 억지로 입혀놓은 탓에, 원단이 비명을 지르며 한계까지 늘어나 있었다.
가슴골 사이는 원단이 피부에 닿지 못하고 팽팽하게 떠 있어, 그 깊고 어두운 골짜기를 적나라하게 드러냈다.
숨을 쉴 때마다 거대한 유방이 상하로 크게 움직이며 위협적인 존재감을 과시했다.
그 움직임은 마치 살아있는 생명체가 꿈틀거리는 듯했다.
허리는 잘록하게 들어가 있었지만, 그 아래로 이어지는 골반 라인은 서양 모델을 능가할 정도로 넓고 육덕졌다.
걸어 나올 때마다 허벅지 안쪽 살이 서로 스치고, 풍만한 엉덩이 살이 젤리처럼 출렁이는 모습은 원초적인 본능을 자극하기에 충분했다.
특히 사타구니 사이, 그 은밀한 삼각지대는 얇은 천이 땀과 체액에 젖어 살짝 말려 들어가며 도끼자국을 선명하게 드러내고 있었다.
그곳에 있는 모든 수컷의 시선이 자석에 끌리듯 보윤의 몸, 특히 가슴과 사타구니에 꽂혔다.
눈앞에 나타난 압도적인 암컷의 육체를 보며, 남자들은 이성의 끈이 툭 끊어지는 소리와 함께 바지 속에 피가 몰리는 것을 느껴야 했다.
목구멍이 바싹 마르고, 심장이 거칠게 뛰었다.
숨이 턱, 하고 막히는 육감적인 폭력이었다.
3. 관객들의 시선
보윤은 차마 고개를 들 수 없었다.
수치심에 전신이 불타오를 것만 같았다.
귀까지 새빨갛게 달아올라 터질 것 같았다.
회의실에는 그녀를 이 지경으로 만든 박 차장과 윤 대리, 그리고 바이어인 클로스만 있는 게 아니었다.
"허어..."
회의 테이블 상석에 앉아 팔짱을 끼고 있던 최 상무가 안경을 고쳐 쓰며 보윤을 위아래로 훑어보고 있었다.
평소 깐깐하고 보수적이기로 유명한 임원이었지만, 지금 그의 눈빛은 결재 서류를 볼 때와는 전혀 다른, 끈적하고 노골적인 탐욕으로 번들거렸다.
그의 시선은 보윤의 터질 듯한 가슴에서 멈춰 떨어질 줄을 몰랐다.
그리고 그 뒤편에는 영업팀 대리들과 사원들, 심지어 타 부서에서 지원 나온 남자 직원들까지 서넛이 더 서 있었다.
평소 "성 주임님", "누나"라고 부르며 웃으며 지내던 동료들이었다.
같이 밥을 먹고, 회의를 하던 그들이 지금 넋을 잃고 입을 반쯤 벌린 채, 자신의 툭 튀어나온 유두와 도끼자국이 선명한 다리 사이를 뚫어지라 쳐다보고 있었다.
어떤 직원은 무의식적으로 넥타이를 느슨하게 풀었고, 어떤 직원은 테이블 아래로 손을 가져가기도 했다.
공개처형이나 다름없었다.
집단 시선 강간이었다.
보윤은 자신의 벗은 몸이 수십 개의 눈동자에 의해 난도질당하고, 그들의 뇌 속에서 온갖 음란한 상상의 도구로 쓰이고 있음을 뼈저리게 느꼈다.
다리가 후들거려 서 있기조차 힘들었다.
4. 정밀 검사
"Amazing..."
클로스가 자리에서 천천히 일어나 보윤의 코앞까지 다가왔다.
그의 그림자가 보윤의 몸을 덮었다.
그는 보윤의 거대한 가슴 바로 앞에 멈춰 서서, 믿기지 않는다는 듯 고개를 저었다.
가까이서 보니 미세한 핏줄까지 비쳐 보이는 그 압도적인 크기에 압도당한 듯했다.
"이 정도 볼륨일 줄은 몰랐는데... 정말 자연산입니까?"
그의 질문은 감탄이라기보다 확인 사살에 가까웠다.
클로스는 망설임 없이 손을 뻗었다.
바이어라는 직함이 주는 권력을 이용해, 그는 눈앞의 먹음직스러운 과실을 맛보려 했다.
"실례하겠습니다. 원단 텐션을 확인해야 해서요."
그의 검지 손가락이 보윤의 왼쪽 가슴, 그 거대한 언덕의 중심부를 덮고 있는 얇은 원단을 쿡 찔렀다.
쑤욱.
손가락이 거대한 유방의 부드러운 살성 안으로 깊이, 아주 깊이 파묻혔다.
저항감 없이 손가락 한 마디가 푹 들어갈 정도로 부드럽게 함몰되었다.
"으윽..."
보윤이 화들짝 놀라며 움찔, 몸을 떨었다.
입술 사이로 참지 못한 신음이 새어 나왔다.
이물감이 가슴 깊숙한 곳을 자극했다.
하지만 클로스는 보윤의 반응 따위는 아랑곳하지 않고, 오히려 재미있다는 듯 원단을 꼬집어 당겼다 놓았다를 반복했다.
팅, 팅.
탄성 좋은 원단이 튕겨지며 보윤의 여린 살결을 때릴 때마다, 거대한 가슴이 젤리 푸딩처럼 출렁거리며 육중한 파동을 일으켰다.
출렁, 출렁.
그 적나라한 움직임에 지켜보던 남자들의 목울대가 동시에 꿀꺽하고 넘어갔다.
5. 기록
"좋습니다. 복원력이 확실하군요. 가슴이 이렇게 큰데도 처짐을 잡아주고 있어."
클로스는 만족스러운 미소를 지으며 주머니에서 최신형 스마트폰을 꺼냈다.
"본사에 보고용으로 사진을 좀 찍어야겠습니다. 이 핏을 보여주면 임원들도 바로 승인할 겁니다."
"아... 네, 그러시죠. 마음껏 찍으십시오."
박 차장이 기다렸다는 듯, 보윤을 가리고 있던 자신의 몸을 비켜섰다.
그는 마치 자신의 소유물을 자랑하듯 으스대고 있었다.
찰칵, 찰칵, 찰칵.
현란한 플래시가 연달아 터졌다.
보윤은 수족관에 갇힌 희귀 동물처럼, 혹은 성인 화보 모델처럼 꼼짝없이 서 있어야 했다.
클로스는 카메라 렌즈를 보윤의 가슴 바로 앞에 들이대고 유두가 도드라진 모습을 클로즈업해서 찍었다.
그리고는 뒤로 돌게 하여, 엉덩이 골 사이로 원단이 파고든 모습과 브래지어 자국 하나 없는 매끈한 등 라인을 찍었다.
"조금만 더 아래로."
심지어 쪼그리고 앉아보라고 시킨 뒤, 허벅지와 엉덩이 살이 무겁게 눌려 옆으로 퍼지는 모습, 그리고 그 사이로 더욱 선명하게 드러나는 사타구니의 굴곡까지 다각도로 촬영했다.
보윤이 자세를 바꿀 때마다 엉덩이가 출렁이고 가슴이 쏠리는 모습이 고화질 카메라에 고스란히 담겼다.
최 상무와 남자 직원들은 그 에로틱한 광경을 마른침을 삼키며 지켜보았다.
그들의 머릿속에서 성보윤은 이미 존중해야 할 '직장 동료'가 아니었다.
오늘 밤 딸감으로 쓰일 최고급 특식이었다.
6. 공식적인 성노리개
다음 날 아침, 출근하자마자 회사 인트라넷 공지사항 게시판에 화려한 팝업창이 떴다.
[경축] 섬유사업본부, 유럽 L사 신소재 독점 공급 계약 체결!
게시글에는 박 차장과 윤 대리, 그리고 최 상무가 바이어와 환하게 웃으며 악수를 하는 사진이 대문짝만하게 걸려 있었다.
그리고 그 아래, 작은 글씨로 '특별 공로자' 명단에 보윤의 이름이 적혀 있었다.
"특히, 급박한 현장 상황 속에서도 살신성인의 자세로 자사 제품의 우수성을 입증한 영업팀 성보윤 주임의 헌신이 이번 수주의 결정적 계기가 되었습니다."
살신성인.
보윤은 모니터 속 활자를 보며 허탈한 헛웃음을 삼켰다.
회사는 그녀가 겪은 끔찍한 성적 수치심과 인격 살인을 '헌신'이라는 그럴듯하고 숭고한 단어로 포장해 박제해 버렸다.
전 직원에게 그녀의 이름이 알려지는 순간이었다.
물론, 그 이면에 숨겨진 '진짜 이야기', 0.1mm 수트 속의 알몸 이야기는 공식적인 공문보다 더 빠르고 은밀하게 퍼져나가고 있었다.
점심시간, 구내식당으로 향하는 복도의 공기가 확연히 달라져 있었다.
"저 사람 맞지? 영업팀 성보윤."
"와... 진짜 크긴 존나 크네. 옷 입고 있는데도 저 정도면 벗으면 좆 되겠는데?"
지나가는 남자 직원들의 시선이 예전과는 명백히 달랐다.
예전에는 그저 '가슴 큰 여직원'에 대한 단순한 호기심이었다면, 지금은 '벗은 몸을 본 자들', 혹은 '그 이야기를 들은 자들'의 공유된 음습하고 끈적한 욕망이 깔려 있었다.
회의실에 있었던 10여 명의 남자 직원들.
그들의 입을 통해 '그날의 쇼'는 순식간에 살이 붙고 과장되어 전사적으로 퍼져나갔다.
바디수트의 투명함, 차가운 공기에 딱딱해져 툭 튀어나온 유두, 걸을 때마다 출렁이던 터질 듯한 엉덩이, 바이어가 손가락으로 가슴을 찔렀을 때의 그 물결치는 파동...
복도를 걷는 보윤을 향해 쏟아지는 남자들의 눈빛은 예리한 칼날처럼 보윤의 두꺼운 유니폼을 뚫고, 그날의 나체를 투시하고 있었다.
그녀는 옷을 입고 있었지만, 사실상 전 사원 앞에서 발가벗겨진 채 회사를 걷고 있는 셈이었다.
그녀의 가슴이 흔들릴 때마다 남자들의 시선도 함께 흔들렸다.
7. 익명 게시판의 아이돌
가장 끔찍하고 잔인한 공간은 익명 사내 커뮤니티였다.
보윤은 화장실 칸 안에 숨어 떨리는 손으로 앱을 켰다.
인기 글 순위에 온통 초성 하나가 도배되어 있었다.
[제목: ㅂㅇ 썰 푼다]
야, 나 그날 회의실 지원 나갔었는데 진짜 미쳤음.
걍 안 입은 거나 다름없었음.
스킨톤이라 멀리서 보면 진짜 알몸인 줄.
핑두 인증함.
맘마통이랑 골반 개크더라.
서양 야동 보는 줄 알았음.
걸을 때마다 출렁출렁하는데 최 상무님 침 존나 흘리는 거랑 ㅋㅋ
바이어가 가슴 만질 때 신음 참는 거 씨발 ㅋㅋㅋ 표정 개꼴림.
솔까 그 정도면 포상금 줘야 되는 거 아니냐? 눈 호강 시켜줬는데.
복지 차원에서 한 번 더 입혀주라.
댓글은 더 가관이었다.
익명성에 숨은 인간의 추악한 바닥이 그대로 드러나 있었다.
(익명1): ㅂㅇ가 누구임? 쪽지 좀. 급함.
(익명2): 영업팀에 몸매 좆되는 애 하나 있음ㅋㅋ
(익명3): 아... 나도 만져보고 싶다. 바이어만 만지냐? 우리도 고객인데.
(익명4): 이미 영업팀 아재들이 회식 때 돌려 먹었겠지 ㅋㅋ 그러니까 저기서 옷 벗고 설치지.
(익명5): 씨발 오늘은 이거다.
보윤은 스크롤을 내리다 헛구역질이 올라와 변기통을 붙잡고 구토를 했다.
위액이 넘어올 때까지 토했다.
자신의 몸이, 자신의 수치심이, 익명이라는 가면을 쓴 동료들의 술안주이자 싸구려 딸감이 되고 있었다.
8. 공공재
오후 근무 시간.
탕비실에 커피를 타러 들어갔을 때였다.
타 부서 남자 대리 두 명이 정수기 앞에서 낄낄거리며 이야기를 나누고 있었다.
그러다 보윤이 들어오자마자 약속이라도 한 듯 입을 다물었다.
그리고 서로 눈짓을 주고받으며 묘한, 아주 불쾌한 미소를 지었다.
"어? 성 주임님, 이번에 고생 많으셨다면서요?"
한 남자가 종이컵을 든 채 은근슬쩍 다가와 보윤의 가슴과 엉덩이 쪽으로 끈적한 시선을 던지며 말했다.
그의 시선이 보윤의 블라우스 단추 사이를 집요하게 파고들었다.
"아... 네. 감사합니다."
보윤은 시선을 피하며 믹스커피 봉지를 뜯었다.
손이 떨려 커피 가루가 바닥에 흩어졌다.
"나중에 저희 팀이랑도 회식 한번 해요. 성 주임님 있으면 분위기 엄청 좋을 것 같은데. 우리 팀장님이 성 주임님 팬이시거든요."
그들이 낄낄거렸다.
그 웃음소리에는 '너에 대해 다 알고 있다', '너는 쉬운 여자다'라는 조롱이 깔려 있었다.
보윤은 도망치듯 탕비실을 빠져나왔다.
자리로 돌아와 앉은 그녀는 등 뒤에서 느껴지는 수십 개의 시선에 몸서리쳤다.
마치 벌레가 등을 기어 다니는 것 같았다.
이것은 박 차장이나 윤 대리만의 문제가 아니었다.
이제 이 거대한 빌딩 숲의 모든 수컷이 그녀를 '존중받아야 할 동료'가 아닌 '기회만 되면 따먹고 싶은 고깃덩어리', '공공재'로 보고 있었다.
'나... 회사 전체의 육변기가 된 건가.'
창녀에게는 화대라도 주어지지만, 성실한 회사원이라는 껍데기를 쓴 자신에게는 '월급'과 '공로상'이라는 기만적인 대가만 주어질 뿐, 육체적, 정신적 착취는 끝이 없었다.
보윤은 꺼진 모니터 화면에 비친 자신의 얼굴을 보며, 체념한 듯 힘없는, 그러나 어딘가 망가져 버린 듯한 미소를 지었다.
이제 더 이상 내려갈 바닥도 없어 보였다.
그녀의 눈동자는 이미 죽어 있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