39화 품질 검사
1. 잔여물 제거
출근하는 보윤의 걸음걸이는 평소와 미세하게 달랐다.
속옷이 없는 허전함은 이제 익숙해졌지만, 다리 사이의 마찰감이 낯설었다.
걸을 때마다 매끈해진 살결끼리 직접 맞닿아 비벼지는 감각.
털이라는 완충제가 사라진 그곳은 예민하게 반응하며 지난밤의 굴욕을 되새김질하게 만들었다.
보윤은 자리에 앉으며 어젯밤 집에서의 기억을 떠올렸다.
윤 대리가 모텔에서 거칠게 제모를 마친 후, 그녀는 집으로 돌아와 욕실 거울 앞에 쭈그리고 앉아야 했다.
싸구려 일회용 면도기가 지나간 자리는 울긋불긋했고, 미처 깎이지 않은 짧은 잔털들이 거슬리게 남아 있었다.
'완벽해야 해. 지적받으면 안 돼.'
그녀는 쪽집게를 들고 남은 털들을 하나하나 뽑아냈다.
따끔, 따끔.
살점이 뜯기는 듯한 통증에 눈물이 핑 돌았지만 멈출 수 없었다.
자신의 성기를 거울에 비춰가며, 납품될 고기의 등급을 올리기 위해 털을 뽑는 그 시간은 강간당할 때와는 또 다른 차원의 비참함이었다.
스스로를 상품화하는 과정.
그녀는 그렇게 자신의 존엄성을 한 올 한 올 뽑아 변기 통에 버렸다.
"성 주임, 잠깐 들어오지."
인터폰 너머로 들리는 박 차장의 목소리에 보윤의 회상이 끊어졌다.
그녀는 마른침을 삼키며 자리에서 일어났다.
팀장실은 잔인한 구조로 되어 있었다.
바닥에서 발목 높이까지, 그리고 목 윗부분부터 천장까지는 투명한 유리였고, 오직 앉았을 때 몸통이 가려지는 중반부만 불투명 시트지가 붙어 있었다.
밖에서 누군가 고개를 숙이거나 까치발을 들면 안을 볼 수 있는, 개방적이면서도 은밀한 공간.
보윤이 들어가자 박 차장은 결재 서류를 덮으며 의자를 뒤로 젖혔다.
"문 잠가."
보윤은 떨리는 손으로 문을 잠갔다. 블라인드는 내려져 있지 않았다.
"자, 보자."
박 차장의 건조한 명령.
보윤은 입술을 깨물며 우물쭈물했다.
유리벽 너머로 직원들이 지나다니는 실루엣이 보였다.
누군가 불쑥 노크라도 한다면, 아니면 실수로라도 안을 들여다본다면 끝장이었다.
"저... 차장님... 여기는 너무 오픈되어 있어서..."
"아, 씨발. 진짜 답답하게 구네. 시트지 붙어 있어서 안 보여. 빨리 안 까? 시간 없어."
박 차장이 인상을 구기며 책상을 쾅 내리쳤다.
보윤은 화들짝 놀라 주위를 두리번거렸다. 다행히 근처에 다가오는 사람은 없었다.
그녀는 체념한 듯 천천히 치마 자락을 잡았다.
스르륵.
타이트한 스커트가 허리까지 올라갔다.
박 차장의 시선이 보윤의 하반신에 꽂혔다.
어젯밤의 고통과 오늘 새벽의 자가 수선으로 인해 붉은 기가 돌지만, 털 한 올 없이 매끈하게 드러난 백보지가 적나라하게 노출되었다.
"호오..."
박 차장은 손짓으로 보윤을 불렀다.
"가까이 와봐. 자세히 좀 보게."
보윤은 엉거주춤한 자세로 책상 옆으로 다가갔다.
박 차장은 앉은 채로 보윤의 다리 사이로 손을 뻗었다.
그는 보윤의 대음순을 양손 엄지로 꾹 누르며 좌우로 활짝 벌렸다.
"윽..."
보윤이 수치심에 신음을 삼켰지만, 박 차장은 아랑곳하지 않고 핑크빛 점막이 드러난 입구를 요리조리 뜯어보았다.
"이야... 윤 대리 그 새끼, 실력 좋네. 아주 반질반질하게 잘 밀어놨어. 무슨 도자기인 줄 알겠네."
그는 검지 손가락으로 보윤의 클리토리스를 툭툭 건드리며 낄낄거렸다.
"어때? 시원하지? 털 없으니까 바람도 잘 통하고 좋잖아. 상무님이 보시면 아주 환장하시겠어."
박 차장의 손가락이 질 입구를 한 번 푹 찔렀다 빠졌다.
찌걱.
"상태 아주 좋다. 합격."
그는 보윤의 엉덩이를 팡팡 두드리며 만족스러운 미소를 지었다.
"옷 내려. 오후 미팅 때 보자고. 잘 모셔라, 알았지?"
"네... 알겠습니다..."
보윤은 황급히 치마를 내리고 도망치듯 팀장실을 빠져나왔다.
자리에 앉은 그녀의 심장은 여전히 터질 듯이 뛰고 있었다.
유리벽 너머로 박 차장이 자신을 보며 입맛을 다시는 모습이 느껴지는 듯했다.
오후 3시. 대회의실.
공기는 무거웠지만, 미팅 자체는 순조로웠다.
상석에는 거래처의 핵심 인물인 임 상무가 앉아 있었다.
예순은 족히 넘어 보이는 나이.
희끗희끗한 머리칼 아래로 드러난 얼굴은 기업 임원이라기보다는 은퇴한 조직 폭력배 보스에 가까웠다.
두툼한 목주름, 불독처럼 처진 볼살, 그리고 상대를 꿰뚫어 보는 듯한 흉흉한 눈빛.
가만히 있어도 위압감이 뿜어져 나오는 깡패 같은 인상이었다.
"허허, 박 차장. 이번 제안서는 아주 흥미롭구먼. 준비 많이 했어."
하지만 의외로 임 상무의 말투는 점잖고 신사적이었다.
그는 회의 내내 젠틀한 미소를 지으며 실무진들의 의견을 경청했다.
보윤이 커피를 리필해 줄 때도 "아이고, 고마워요 성 주임."이라며 깍듯하게 예의를 차렸다.
그 이질적인 모습이 보윤을 더욱 공포스럽게 만들었다.
지금 보여주는 저 신사적인 가면은, 공식적인 자리를 위한 껍데기일 뿐이다.
그의 시선이 아주 잠깐, 서류를 넘기는 보윤의 터질 듯한 가슴과 잘록한 허리 라인에 머물렀다 떼어지는 것을 보윤은 놓치지 않았다.
그 눈빛은 결재 서류를 보는 눈이 아니었다.
잘 차려진 밥상을 앞에 두고, 식사 시간을 기다리는 맹수의 눈빛이었다.
회의가 끝나고 모두가 악수를 하며 인사를 나눴다.
"그럼, 이따 저녁 자리에서 뵙지요. 조용한 곳으로 예약해 뒀습니다."
박 차장의 말에 임 상무가 굵은 목소리로 웃으며 대답했다.
"그럽시다. 오늘 밤은 아주 기대가 되는구먼."
그 '기대'라는 단어가 보윤의 가슴에 납덩이처럼 쿵 하고 떨어졌다.
다들 짐을 챙겨 나가는 어수선한 분위기 속에서, 보윤은 홀로 도살장으로 끌려갈 시간을 카운트다운하고 있었다.
2. 비즈니스
"이번 프로젝트, 박 차장이 신경 많이 쓴 티가 나. 데이터 분석이 아주 날카로워."
"과찬이십니다, 상무님. 저희 성 주임이 실무 자료를 완벽하게 정리해 준 덕분입니다."
최고급 일식집의 프라이빗 룸.
정갈한 사시미와 비싼 사케가 깔린 테이블 위에서 오가는 대화는 지극히 정상적이고 건조했다.
임 상무는 사람 좋은 미소를 지으며 고개를 끄덕였고, 윤 대리와 임 상무의 심복인 김 부장과은 맞장구를 치며 분위기를 띄웠다.
하지만 테이블보 아래, 보윤의 세상은 지옥이었다.
보윤은 박 차장의 지시대로 임 상무의 바로 옆자리에 앉아 있었다.
다다미방 구조라 신발을 벗고 다리를 아래로 내린 상태였다.
임 상무는 겉으로는 김 부장의 골프 이야기를 경청하며 호탕하게 웃고 있었지만, 테이블 아래 그의 두툼한 손은 이미 보윤의 허벅지 위에 안착해 있었다.
"성 주임은 술도 참 예쁘게 따르는구먼."
임 상무가 보윤이 채워준 잔을 들며 덕담을 건넸다.
동시에 그의 거친 손바닥이 보윤의 스커트 안쪽, 맨살의 허벅지를 쭈욱 훑어 올렸다.
"흐윽...!"
보윤이 흠칫 놀라며 어깨를 떨었지만, 맞은편의 윤 대리가 눈을 부라리며 입 모양으로 '가만히 있어'라고 경고했다.
60대 노인의 손이라고는 믿기지 않는 억센 악력이 보윤의 연약한 안쪽 살을 쥐어짜듯 주물렀다.
굳은살이 박인 투박한 손가락이 매끈한 살결을 파고들 때마다 소름이 돋았지만, 보윤은 경직된 미소를 유지해야 했다.
이곳은 철저한 비즈니스의 장이었고, 그녀는 그 비즈니스를 성사시키기 위한 '윤활유'이자 '꽃병'일 뿐이었다.
"자, 다들 건배합시다. 우리 두 회사의 발전을 위하여!"
김 부장이 건배사를 외치자 모두가 잔을 높이 들었다.
그 어수선한 틈을 타, 임 상무의 손이 더욱 과감해졌다.
그의 손이 허벅지를 타고 넘어 보윤의 치마 속 깊은 곳으로 쑥 들어왔다.
걸리적거리는 천 조각은 없었다.
박 차장의 지시대로 속옷을 입지 않은 상태였기에, 임 상무의 손은 곧바로 보윤의 백보지에 닿았다.
임 상무의 눈썹이 꿈틀했다.
그는 술잔을 입에 가져가면서도, 테이블 아래의 손가락으로는 보윤의 질 입구를 꾹 눌러보았다.
그리고 털 한 올 없이 매끈하게 제모 된 하얀 살결을 천천히 문질렀다.
"...허허."
임 상무가 낮은 감탄사를 내뱉으며 박 차장을 쳐다봤다.
"박 차장."
"네, 상무님."
"자네는 일처리만 꼼꼼한 줄 알았더니, 의전 준비성도 아주 철저해. 아주 마음에 들어."
그 말의 진짜 의미를 알아들은 박 차장이 비열하게 웃으며 고개를 숙였다.
"상무님 취향에 맞춰 최상의 컨디션으로 준비했습니다. 마음에 드신다니 다행입니다."
임 상무는 보윤의 다리 사이를 휘젓던 손가락을 빼내어, 테이블 아래에 있는 물수건에 쓱 닦았다.
보윤은 수치심에 고개를 들 수가 없었다.
자신의 가장 은밀한 비밀이, 이 점잖은 식사 자리에서 안주거리가 되어 씹히고 있었다.
식사가 거의 끝나갈 무렵, 임 상무가 젓가락을 내려놓으며 넌지시 운을 뗐다.
"식사는 아주 훌륭했네. 배도 부르고, 술도 알딸딸하니 좋구먼."
그는 의미심장한 눈빛으로 박 차장을 응시했다.
"그런데... 디저트는 따로 준비된 게 있나? 내가 단걸 좀 좋아해서 말이야."
그들만의 은어.
박 차장은 기다렸다는 듯 즉시 대답했다.
"그럼요. 상무님께서 아주 좋아하실 만한, 깔끔하고 신선한 것으로 준비해 뒀습니다. 껍질도 다 까놓은 거라 아주 드시기 편하실 겁니다."
임 상무는 만족스러운 듯 껄껄 웃었다.
"역시 박 차장이야. 센스가 있어."
그는 지갑에서 법인카드를 꺼내 자신의 부하 직원인 김 부장에게 건넸다.
"김 부장, 자네는 윤 대리랑 나가서 2차 가볍게 하고 들어가게. 나는 박 차장이랑 구체적인 비즈니스 이야기 좀 더 나누다 갈 테니까."
"아, 알겠습니다 상무님. 편히 쉬십시오."
김 부장은 익숙한 듯 군말 없이 카드를 받아 들고 일어섰다.
윤 대리 역시 짐을 챙겨 일어나며, 보윤에게 '잘해라, 실수하면 죽는다'는 눈빛을 보내고는 방을 나갔다.
드르륵.
미닫이문이 닫히고, 방 안에는 임 상무와 박 차장, 그리고 보윤만이 남았다.
방해꾼들이 사라지자, 임 상무는 더 이상 젠틀한 척을 하지 않았다.
그는 보윤의 어깨를 팔로 감싸 안으며 자신의 쪽으로 확 끌어당겼다.
"자, 박 차장. 어디로 가면 되나?"
박 차장은 품 안에서 카드키 한 장을 꺼내 테이블 위에 공손히 올려두며 임 상무 쪽으로 밀었다.
"바로 위층, 호텔 스위트룸입니다. 1201호입니다."
박 차장은 보윤을 향해 턱짓했다.
"성 주임, 상무님 잘 모셔다드려. 알지? 실수 없이 해."
그것은 상사의 업무 지시가 아니라, 포주가 창녀에게 내리는 명령이었다.
"네... 알겠습니다..."
보윤이 기어들어 가는 목소리로 대답하며 자리에서 일어났다.
임 상무는 보윤의 잘록한 허리를 꽉 움켜쥐고 엉덩이를 툭툭 치며 일어섰다.
"가자, 성 주임. 내가 매끄러운 거 좋아하는 건 또 어떻게 알고 그렇게 준비를 했어. 기특하게."
그의 손은 이미 보윤의 엉덩이골 사이를 노골적으로 더듬고 있었다.
"올라가서 내가 꼼꼼하게 다시 검수해 줄 테니 걱정 말고."
보윤은 임 상무의 부축을 받는 척하며, 사실상 그에게 끌려 룸을 나섰다.
뒤에서 박 차장이 "즐거운 시간 되십시오"라며 90도로 허리를 굽히는 모습이 보였다.
엘리베이터로 향하는 복도는 길고 화려했지만, 보윤에게는 끝이 보이지 않는 도살장의 컨베이어 벨트처럼 느껴졌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