5화 도축장
1. 트로피
보윤은 거울 앞에서 눈을 감은 채 꿈을 꾸고 있었다. 아니, 그것은 꿈이 아니라 뇌리에 문신처럼 새겨진 기억의 재생이었다.
21살, 대학 시절.
캠퍼스 커플이었던 백윤겸은 잘생겼고, 인기가 많았고, 잔인했다.
보윤은 알고 있었다.
그가 자신에게 고백한 이유는 단 하나, 옷 위로도 숨길 수 없는 그녀의 거대한 가슴 때문이라는 것을.
그의 눈은 보윤의 얼굴을 볼 때조차, 항상 턱 밑의 출렁임을 곁눈질하고 있었다.
사랑? 그런 건 없었다.
보윤 역시 그를 사랑하지 않았다.
단지 그가 내미는 손을 거절하는 것이 무서워서, 혼자 밥을 먹는 '아싸'가 되는 것이 두려워서 그 손을 잡았을 뿐이었다.
"인사해. 내 여자친구 성보윤. 몸매 죽이지?"
술자리. 윤겸은 보윤을 친구들에게 소개할 때마다 마치 새로 뽑은 스포츠카나 한정판 피규어를 자랑하듯 했다.
"와, 윤겸이 능력 좋네. 저게 자연산이라고? 야, 너 혼자 먹기엔 좀 벅차지 않냐?"
친구들이 낄낄거리며 음담패설을 던져도, 윤겸은 화를 내기는커녕 어깨를 으쓱거렸다.
"벅차지. 너희들한테도 좀 나눠줄까?"
보윤은 그 말이 농담인 줄 알았다. 그때까지는.
2. 공유 경제
윤겸의 자취방.
좁은 방 안에는 땀 냄새와 담배 냄새가 쩔어 있었다. 윤겸과 그의 절친한 친구인 민혁이 앉아 있었다.
윤겸은 침대에 비스듬히 누워 담배 연기를 뿜었고, 그의 친구 민혁은 바닥에 양반다리를 하고 앉아 보윤을 뚫어지게 쳐다보고 있었다.
정확히는 보윤의 목 아래, 얇은 티셔츠가 터질 듯이 부풀어 오른 가슴을.
"보윤아, 민혁이가 너 가슴 한 번만 만져보고 싶다는데. 진짜 딱 한 번만. 얘 군대 가기 전에 소원이라잖아. 닳는 것도 아니고."
윤겸은 아무렇지 않게 말했다. 마치 "과자 하나만 줘라"라고 말하는 듯한 가벼움.
보윤은 심장이 덜컥 내려앉았다. 남자친구 앞에서 다른 남자에게 가슴을 내주라니.
"그건... 좀 아닌 것 같아..."
보윤이 우물쭈물하자, 윤겸의 표정이 순식간에 싸늘해졌다.
"야, 성보윤. 너 나 사랑한다며? 내 친구가 남이야? 우리 사이에 그 정도도 못 해줘? 너 진짜 이기적이다. 민혁이가 무안해하잖아."
이기적이다.
그 단어가 보윤의 트라우마 버튼을 눌렀다. 7살 때 문밖으로 쫓겨나던 기억. 여기서 거절하면 윤겸은 떠날 것이다.
나는 다시 혼자가 된다.
보윤은 떨리는 손으로 자신의 티셔츠 자락을 잡았다.
"...알았어. 대신... 진짜 한 번만이야."
그녀가 티셔츠를 걷어 올리자, 거대한 유방이 묵직하게 쏟아져 나왔다.
민혁의 눈이 뒤집혔다.
브래지어는 없었다. 윤겸이 "집에선 답답하게 뭐 하러 차고 있냐"며 벗으라고 강요했기 때문이다.
중력을 받아 축 늘어진 거대한 살덩이, 그리고 그 끝에 달린 짙은 갈색의 유두가 민혁의 눈앞에서 적나라하게 흔들렸다.
"와, 씨발... 진짜..."
민혁의 거친 손이 망설임 없이 보윤의 가슴을 덮쳤다.
철썩.
그것은 애무가 아니었다. 반죽이었다.
민혁은 보윤의 가슴을 두 손으로 움켜쥐고 밀가루 반죽하듯 마구 짓이겼다.
"으윽! 아, 아파..."
"야, 감도 죽인다. 안에 꽉 찼어. 윤겸아, 너 이 좋은 걸 맨날 혼자 주무르고 있었냐?"
민혁은 흥분해서 보윤의 유두를 손톱으로 긁고 비틀었다. 보윤의 몸이 고통으로 비틀릴 때마다 가슴이 출렁거렸고, 민혁은 그 출렁임을 보며 낄낄거렸다.
윤겸은 그 광경을 보며 흐뭇하게 웃었다.
"어때? 내 여친 품질 죽이지? 내가 관리 잘해놨어."
남자친구는 옆에서 담배를 피우며 그 광경을 관음했다.
남자친구는 자신을 여자친구가 아니라, 친구에게 자랑하기 위한 최고급 오나홀로 여기고 있었다.
내 가슴은 그저 그들의 우정을 돈독하게 하기 위한 안주거리에 불과했다.
보윤은 수치심에 눈을 감았지만, 그날 이후 자취방의 문턱은 닳도록 닳아버렸다.
민혁이 상훈이가 되고, 상훈이가 진수가 되었다.
3. 짐승들의 MT
여름 방학. 윤겸과 그의 친구들 4명이 함께 떠난 펜션 여행. 보윤은 그 여행의 목적이 '휴양'이 아니라는 것을 직감했지만, 거절하지 못하고 따라나섰다.
밤이 깊어지고 술판이 벌어졌다. 방 안은 에어컨을 틀었음에도 수컷들의 열기로 후끈거렸다.
남자들의 시선이 온통 보윤의 얇은 나시티 위로 집중되었다. 남자들의 눈빛이 번들거렸다.
윤겸이 보윤의 어깨를 감싸며 친구들에게 외쳤다.
"자, 이제 본론으로 들어가자."
윤겸이 신호를 보냈다. 그것은 도축 시작을 알리는 종소리였다.
보윤은 방 한가운데 눕혀졌다.
그녀는 저항하지 않았다.
저항해 봤자 "분위기 깬다"는 비난만 돌아올 테니까.
그녀는 자신이 인간이기를 포기하고, 그들이 원하는 고깃덩어리가 되기로 했다.
네 명의 남자가 그녀를 둘러쌌다.
"자... 잠깐만... 한 명씩..."
보윤의 애원은 무시당했다.
남자들은 굶주린 하이에나 떼처럼 보윤에게 달려들었다.
순식간에 옷이 찢겨 나가고, 보윤은 알몸으로 방바닥에 내동댕이쳐졌다.
"야, 나는 입!“
“나는 위!"
"그럼 내가 아래 먹는다. 뒤는 누가 할래?"
그들은 보윤의 신체를 부위별로 나누어 가졌다.
보윤의 입에는 누군가의 성기가 억지로 쑤셔 박혔다.
"읍! 으읍! 컥!"
목구멍 깊숙이 찌르고 들어오는 이물감에 구역질이 났지만, 남자는 보윤의 머리채를 잡고 앞뒤로 흔들었다.
입가가 찢어져 피 맛이 났다.
다리 사이는 지옥이었다. 윤겸의 친구 중 가장 덩치 큰 놈이 보윤의 다리를 활짝 벌리고 거침없이 박아댔다.
"와, 씨발. 쪼임 미쳤네. 야, 이 년 물 많은 것 좀 봐라. 아주 질질 싼다, 싸."
질 내벽이 마찰로 인해 쓰라렸지만, 남자는 아랑곳하지 않고 속도를 높였다.
가장 끔찍한 것은 고통이 아니었다. 그들의 태도였다. 그들은 보윤을 유린하면서 자기들끼리 웃고 떠들었다.
"야, 얘 젖통 무게 봐라. 이거 한 3kg는 되겠는데?"
"야, 백윤겸. 너 이런 애랑 맨날 하냐? 부럽다, 새끼야."
"구멍도 아주 쫄깃해. 명기야, 명기."
그들은 보윤의 눈을 보지 않았다.
보윤의 신음도 듣지 않았다.
그저 그녀의 가슴과 구멍만을 품평했다.
마치 고깃집 불판 위에 올려진 삼겹살의 육질을 논하듯이.
보윤의 거대한 가슴은 네 남자의 손에 의해 쉴 새 없이 반죽되었다.
꼬집히고, 빨리고, 짓눌렸다. 땀에 젖은 살끼리 부딪히는 찰박거리는 소리가 방 안을 메웠다.
보윤은 고통에 몸부림쳤지만, 사지가 결박당해 움직일 수 없었다.
그녀의 시야에 들어온 것은, 소파에 앉아 맥주를 마시며 이 광경을 관음하고 있는 남자친구 백윤겸이었다.
그는 자신의 여자친구가 친구들에게 윤간당하는 모습을 보며 발기하고 있었다.
"야, 살살 좀 다뤄. 망가지면 다음에 또 못 써먹잖아."
윤겸이 던진 말은 걱정이 아니었다. 물건 관리였다.
"보윤아, 좋지? 내 친구들이 너 예뻐해 주니까 좋잖아. 소리 좀 내봐. 앙앙거려 보라고."
그녀는 천장의 형광등을 바라보았다. 눈이 시렸다. 보윤의 눈에서 눈물이 흘러내려 귓바퀴로 들어갔다. 입안에 가득 찬 좆 때문에 비명도 지르지 못하고, 그녀는 짐승 같은 신음만 흘렸다.
'나는... 고기다. 나는 사람이 아니다. 나는 백윤겸의 과시용 트로피이자, 친구들의 성욕 배설구다.'
4명의 남자가 돌아가며 보윤의 몸 구석구석에 자신의 씨를 뿌렸다.
가슴골 사이에, 얼굴에, 배 위에 끈적하고 비릿한 정액이 범벅이 되었다.
'나는 백윤겸의 여자친구다. 이건 사랑하는 사람을 위한 희생이다. 나는 쓸모 있는 사람이다. 나는 버림받지 않았다.'
그녀는 속으로 미친 듯이 되뇌었다.
내 몸 위를 기어 다니는 이 구더기 같은 남자들이 사실은 내 남자친구의 친구들이라고, 이것이 우리의 우정을 확인하는 방식이라고.
하지만 그녀는 알고 있었다.
내일 아침이 되면, 아무 일도 없었다는 듯 웃으며 그들에게 해장 라면을 끓여줘야 한다는 것을.
그래야 윤겸이 머리를 쓰다듬으며 "착하다"고 해줄 테니까. 그래야 버림받지 않을 테니까.
그녀의 영혼은 그날 밤, 펜션의 축축한 바닥에서 남자들의 정액과 함께 말라 비틀어져 죽어버렸다.
4. 길들여진 제물
새벽이 밝아왔다.
남자들은 모두 골아떨어졌다.
방바닥에는 술병과 휴지 뭉치, 그리고 뜯어진 콘돔 포장지들이 널려 있었다.
보윤은 알몸으로 구석에 웅크리고 있었다.
온몸이 멍투성이였다.
특히 가슴은 피가 통하지 않아 검붉게 부어올랐고, 유두는 쓰라려 옷깃만 스쳐도 비명이 나올 것 같았다.
그때, 윤겸이 부스스 눈을 떴다. 그는 담배를 하나 물고 보윤에게 다가왔다.
"야, 성보윤. 물 좀 줘."
보윤은 아픈 몸을 이끌고 냉장고에서 생수를 꺼내 건넸다. 윤겸은 물을 벌컥벌컥 마시더니, 보윤의 머리를 쓰다듬었다.
"고생했어. 애들이 너 진짜 최고래. 내가 너 때문에 어깨가 다 으쓱하더라. 역시 너 밖에 없어. 사랑해, 보윤아"
칭찬.
그 역겨운 칭찬 한 마디에 보윤은 안도감을 느꼈다.
'다행이다. 그가 만족했어. 나는 여전히 그의 여자친구야.'
윤겸은 보윤의 부어오른 가슴을 툭 쳤다.
"다음 주에 동아리 선배들이랑 술 마시는데, 그때도 나올 거지? 너 보여주기로 약속했거든."
보윤은 욱신거리는 가슴을 부여잡고 고개를 끄덕였다.
"응... 나갈게. 불러만 줘."
그녀는 알고 있었다. 자신은 사랑받는 여자가 아니라, 백윤겸이 소유한 '성능 좋은 공용 오나홀'이라는 것을. 하지만 상관없었다. 오나홀이라도 주인의 손에 들려 있는 한, 쓰레기통에 버려지지는 않을 테니까.
5. 괴사
다시 현재. 샤워기 물소리가 멈췄다.
보윤은 수건으로 몸을 닦으며 거울 속의 자신을 노려보았다.
대학 시절의 그 멍 자국들이, 지금 박 차장과 윤 대리가 남긴 멍 자국들과 겹쳐 보였다.
백윤겸은 졸업과 동시에 그녀를 헌신짝처럼 버리고 떠났지만, 그가 남긴 유산은 여전히 보윤의 몸과 영혼을 지배하고 있었다.
'거절하면 버림받는다. 몸을 주면 평화가 온다.'
그녀는 젖은 머리카락을 털어내며 피식 웃었다. 웃음이 메말라 있었다.
"달라진 게 없네."
그녀는 여전히 누군가의 과시욕을 채워주는 트로피이자, 배설욕을 받아내는 변기였다. 이 거대한 가슴이 쪼그라들어 없어질 때까지, 이 지옥은 끝나지 않을 것이다.
그녀는 욕실 불을 껐다. 어둠 속에서 그녀의 육체는 형태를 잃고 사라졌다. 그녀가 바라는 유일한 안식이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