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0화 10화 빚 생겨서 좋아하는 거유 누나+일요일 아침에 문제의 게임기
다음날인 금요일의 이른 아침의 여자하숙집 1층 주방.
아침준비하던 창현은 어색한 미소로 출근 준비 중이라서 사복차림으로 온 유하에게 인사부터 건네본다.
"... 유하 누나, 일어나셨어요?"
창현은 긴장된 표정으로 내심 생각한다.
"흐흠."
사실 지금도 꿈만 같았다.
어젯밤에 유하 누나한테 하필 그녀가 버렸던 팬티로 자위하던 걸 걸려서 남자답게 사과를 청했는데 유하 누나는 도리어 창현을 이해해주면서 자위를 도와주면서 음란한 핸드잡까지 해줬었다. 흥분한 창현한테 그녀의 맨 젖가슴을 보여주고 만져지기까지 하고선 말이다. 그뒤로 자위가 끝난 뒤 어색하게 헤어진 게 어제의 사건이었다.
아무리 남자경험 없어보이고 순둥순둥하고 착한 직장인 누나라고 하지만 이래도 된 게 맞았을까? 창현은 걱정하고 고민하느라 어제 사실 잠 한숨도 못 잤다. 과연 유하 누나는 오늘 무슨 말을 할까.
그러나 창현의 염려와 달리, 그의 인사에 유하는 평소처럼 엷은 미소로 화답해준다.
"어머... 창현아. 좋은 아침이야!"
창현은 그저 눈가를 흠칫거리고 만다.
"아?"
자신이 과민한 걸까. 아니면 누나가 물렁하고 순수한 걸까. 남자인 자신한테 어쩌면 민망한 짓을 연거푸 당했어도, 변함없이 상냥한 직장인 누나였다.
와, 무슨 누나가 저리도 착하냐. 무슨 성모 마리아야? 이대로 넘어가도 될 분위기이지만 그래도 아무 말없이 하는 걸 남자로서 도리가 아니다.
창현은 곧장 예의바르게 고개를 꾸벅 숙인다.
"누나 어제는 정말 죄송하고 감사했습니다."
"앗, 누나는 다 괜찮은데...."
"아니에요 누나, 이 빚은 꼭 갚을게요!"
창현의 약속, 빚 갚기였다.
사실 빚갚기에 대해서 깊이 생각해본 것도 아니고 그저 정말 고맙고 미안한 마음에 언약으로 한 것이었다. 저 순둥순둥한 누나의 예상답변으로는 '어머 누나는 아무 생각도 안드는데 마음만 받을게. 창현아 고마워!'정도일까나.
그러나 창현의 예상과 달리 유하 누나는 오른손으로 그녀의 입을 가리고선 놀라워한다.
"어머, 빚 갚는다고?"
어라, 누나의 반응이 왜 저러지? 괜히 불안해진다. 혹시 빚 갚으라고 다짜고짜 1000만원 달라는 거 아냐? 그러면 여자하숙집도 파산이다.
그러나 유하는 어느새 그녀의 양뺨에 어슴푸레한 홍조를 띄우고 있었다.
"어머...."
유하는 직후 왠지 기분이 고양된 채 부드러운 미소로 화답한다.
"후후... 창현아, 정말 고마워. 그러면 나중에 요긴할 때 한 번 쓸게."
"아아... 네 누나."
"그러면 누나, 밥 먹었으니 출근해야겠다."
유하 누나는 곧장 출근하러 떠나간다.
"창현아 이따가 밤에 보자."
"... 네 누나, 이따가 봬요!"
"후훗...."
멀찍이에서 출근하러 떠나가는 유하를 보고선 창현은 그저 어색한 미소로 맞이해준다.
아, 순둥순둥한 누나인 그녀의 심중은 진짜 모르겠다.
자신이 그저 44살 아저씨가 회귀한 거라서 속물을 많이 먹은 걸까. 아니면 이 시절 2002년이 순수한 걸까. 그것도 아니면 유하 누나가 조금 물렁물렁하고 순수한 걸까? 아무리 고민해봐도 답이 나오지 않는다. 남녀끼리 그런 사건이 있는데도 저렇게 태연하다니.
창현은 그저 한숨을 내쉬고선 중얼댄다.
"후우.... 그저 어젯밤이 꿈만 같네. 사실 누나의 팬티도 안 버리고 가지고 있지만 말야."
누나의 팬티는 나중에 또 요긴하게 자위할 때 써야지. 수리해서 꼭 잘 닫힌 방안에서 말이다.
그렇게 정신없이 시작한 금요일 하루였다.
창현은 오늘도 성실히 여자하숙집 일을 한다.
"벌써 밤 돼서 다들 퇴근하고 오시네. 어서들 오세요. 손 씻고 식사하세요."
"응, 집주인 분!"
하루는 생각보다 참 빠르다. 아침식사 준비하고 집안 청소하고 잠시 쉬고 또 저녁식사 준비하면은 금방 지나가니까 말이다.
그나저나 여기 여자애들은 불금에 따로 밖에서 놀지 않나? 하긴 이 시절엔 토요일이 '놀토'라고 격주로 쉬어서 애매했었다. 놀토가 아닌 때는 토요일에도 심지어 학교, 회사 등을 정상적으로 출석, 출근했으니까 말이다.
창현이 직후 설거지를 마친 때였다.
"그나저나 한 명이 늦네. 분명 이시간에 알바라고 했었나? 밥이 곧 식을텐데 말야."
그러나 호랑이도 제말하면 온다는 게 사실이었을까?
현관문에선 곧장 인기척이 들려온다. 막내인 창은이가 알바에서 끝나서.
하얀색 캡모자를 눌러 쓴 귀여운 검은색 생머리인 아가씨는 곧장 쑥스러운 표정으로 주방에 들어온다.
"아...."
창현은 해맑게 인사한다.
"창은 씨, 어서 오세요. 알바가 좀 늦었네요. 밥 준비해뒀으니까 바로 드세요."
창현의 인사에, 창은은 얼굴을 붉히고선 슬그머니 쳐다본다.
"읏...."
배창은, 20살, 여자하숙집의 귀여운 막내.
그녀는 성격 몹시 소심하고 내성적이라서 동갑이지만 뭔가 무서운 예나랑 마찬가지로 말을 놓지 못했었다.
하지만 그녀도 이제는 지난 일주일간 친절하게 인사하는 자신에게 거리감이 좀 좁혀진 걸까.
창은은 부끄러워하면서도 말한다.
"아... 저 창현 오빠 감사해요... 이제는 편히 말 놓아주세요...."
"아?"
친해졌는지 말을 놓자는 귀여운 막내였다.
창현은 곧장 푸근한 오빠미소를 하고선 청한다.
"그래 고맙다. 창은아, 알바하느라 고생했지. 갈비찜 많이 남겨뒀으니까 먹어."
"네 감사해요... 오빠."
이윽고 식사시간.
창현이 지켜보는 중에, 창은은 열심히 그녀의 작은 손으로 갈비찜을 먹는다.
"얌.... 우물우물."
유난히 창백할 정도로 하얀피부인 그녀의 작은 볼에서는 커다란 갈비찜이 들어가서 마치 다람쥐 볼주머니마냥 우물쭈물 먹고 있었다.
와, 정말 귀엽다. 20살 성인이지만 귀여운 막내 여동생같네.
그리고 지난 일주일간을 지켜본 바로는 그녀도 연상인 누나, 오빠들한테 귀여움 받는 걸 딱히 싫어하는 눈치가 아니었다. 아마도 소심하고 내성적인 성격은 그냥 따로 사연없이 선천적으로 생긴 걸까? 뭐 친해지면 자연스레 알게 되겠지.
... 다만 한 가지 신경 쓰이는 건 어제 아침에 슬쩍 들었던 그녀의 신음소리이다. 저리 귀여운애가 신음을 냈다는 걸 생각하니까 괜히 청바지가 아파오네.
창현은 차분해지고자 괜히 헛기침을 한 채 물을 따르며 자연스레 잡담을 건넨다.
"흐흠... 창은아 목 막히겠다. 물 마시면서 먹어."
"우음... 감사해요... 오빠."
"그래, 창은아, 오늘 알바는 힘들었지? 무슨 알바한다고 했더라."
창은은 그저 부끄러워서 창현과 시선을 마주치지 못하고 말한다.
"그게... pc방에서 알바해요...."
"아, pc방? 많이 힘들겠다야."
이 시절의 pc방은 흡연석, 금연석 구분도 없어서 무서운 아저씨, 조폭들이 자리 잡고선 담배 피던 시절이었다. 저렇게 내성적이라서 초식동물, 햄스터같은 동생이 pc방 알바를 한다니 꽤나 걱정이 된다.
창은은 자연스레 잡담을 한다.
"저기 그게... pc방 언니들 친절하고... 또 개인적으로 게임을 많이 좋아해서 저는 좋아요...."
"아, 게임?"
그러고 보니 창은이의 삐삐 열쇠고리가 메이풀스토리의 슬라임이었다. 이 시절 메이풀을 찾아보니까 아직 정식 오픈도 안하고 클로즈베타만 했다고 한다. 그런데도 슬라임 열쇠고리를 들고 있는 걸 보면 정말 게임을 좋아하나보네. 물론 남자인 자신도 꽤나 좋아했지만 말이다.
안그래도 게임하면 생각나는 게 있다. 20년 뒤 미래를 아는 여자하숙집 주인의 선견지명으로 바로 구매했으니까!
창현은 의미심장한 미소를 하고선 알려준다.
친해진 김에 자연스럽게 창은이의 머리를 쓰다듬어주고선 말이다.
"창은아 그러면 잘됐네. 모레 뒤 일요일 아침에 창은이가 좋아할 일 생기겠다."
"예... 오빠?"
"일요일 아침에 1층 거실에 있는 티비를 확인해보면 돼."
"...."
창현의 수수께기같은 말이었다. 일요일날 티비를 확인해서 뭐한다고? 뭐 그래도 상냥하고 자상해보이는 오빠가 말한 건데 뭔가 있을 거 같은 기분이 들었다.
그리고 오빠의 투박한 손이 해주는 쓰다듬이 왠지 따뜻하고 안락한 느낌이다.
창은은 그저 얼굴을 화르륵 붉히고선 소심하게 답한다.
"네... 오빠...!"
"응, 창은아 그래 후식으로 참외 깎아둔 거 좀 먹어."
"감사합니다...."
그렇게 창현이 오빠마냥 창은이를 챙겨주면서 그날 하루는 훌쩍 지나간다.
****
이틀 뒤, 일요일 아침, 1층 라운지.
어제 토요일에는 1층 방문수리도 하고 또 컴퓨터와 함께 주문한 '그것'이 도착했었다.
창현은 슬쩍 1층 라운지의 풍경을 살펴본다.
"애들이 역시 티비만 보네."
일요일이기에 그날은 학교, 회사가 당연히 쉬는 휴일이다. 그리고 식사를 마친 2002년의 일요일 아침은 할 게 하나뿐이다.
주야장천 티비 앞에 앉아서 티비를 보는 것일뿐.
여자하숙생들 4명은 각자 편한 반팔티같은 차림으로 모두가 티비 앞에 앉아서 보기 시작한다.
"하암... 일요일 아침은 역시 티비이지. 빨리 스브스 돌려서 도전1000곡 보자."
"어머... 게스트로 젝슈키슈 나온다!"
확실히 2002년 그시절의 일요일은 당시에는 케이블도 흔하지 않은 때라서 지상파의 티비프로그램만 주야장천 보는 게 하루 일과였다.
아왜 티비 국민프로그램, 국룰 순서로 그거있지 않는가? 크브스2 만화동산, 스브스 도전 1000곡, 엠비시 서프라이즈, 그 다음이 크브스1 전국노래자랑이었나. 그 사천왕 프로그램들 보면 확실히 일요일 오전 시간이 훌쩍 지나갔었다.
그러나 여자애들에겐 도전 1000곡이 마지노선이었나보다. 해당 프로그램이 끝나자 그녀들은 괴로워한다.
"흐윽, 도전1000곡 끝났다... 이제 뭐보냐."
"영심아, 이제 서프라이즈 틀어야지."
"야, 그거 여대생인 우리에겐 노잼이란 말야! 뭐 신선하고 재밌는 거 없냐?"
신선하고 재밌는 거라... 물론 여자하숙집 주인인 자신이 준비해뒀다.
창현은 곧장 기회를 봐서 말한다.
"여러분, 혹시 티비 지루하시면 이제 이거 티비에 설치해도 될까요?"
여자하숙생들은 순진하게 고개를 갸우뚱한다.
"앗, 창현아... 우린 괜찮은데 대체 뭐 설치하려고?"
"창현 오빠....?"
"네, 그러면 설치하고 설명해드릴게요."
창현은 곧장 택배로 받은 게임기기를 티비 모니터에 연결하려고 한다.
"읏챠."
2002년 그시절, 대한민국 아니... 전세계를 꿀잼으로 만들어준 그 기기의 정체는?
창현이 채 설명하기도 전에 막내인 창은이가 소리친다.
내성적인 애가 몹시 흥분해서 그만 그녀의 작은 얼굴을 화르륵 붉힌 채 큰 소리를 내고 만다.
"헐.... 저거 플레이스테이션2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