4화 4화
곧장 요리를 시작한 창현.
당사자인 댄디컷 청년은 위생을 신경 써서 앞치마, 비닐장갑을 한 채 곧장 주방에 선다.
동시에 여자하숙생 4명은 각자 호기심 가득한 눈빛을 하더니 쪼르르 몰려와서 창현의 뒤편에서 열심히 구경하기 시작한다.
"어머, 정말로 창현 씨가 요리 시작하려는 거 같은데?"
"유하 언니 그러게요. 신기하네요. 난 우리 아빠랑 오빠놈이 요리하는 걸 한 번도 본적이 없어서요. 그놈의 조선시대 타령하면서 남자가 주방에 서면 안된다나. 뭐라나."
확실히 지금은 2002년이기에 남자는 바깥 일이라는 월급벌이만 할뿐, 밥같은 주방일을 해선 안된다같은 고정관념이 있던 시대이다.
자, 그러면 오늘 요리솜씨 좀 부려볼까?
... 회귀 전 치킨집사장(폐업)의 명예를 걸고선 말이다.
창현은 곧장 깨끗하게 씻은 도마 위로 능숙하게 칼질을 한다.
파, 마늘같은 야채를 깔끔하게 다듬고, 또 주재료인 닭고기도 소중한 여자 하숙생분들이 힘겹게 씹다가 치아가 다치지 않도록 제거하고선 다듬어준다. 계란도 노른자만 제거해서 섞어주고선 말이다.
요리 중인 창현의 귓가에서는 뒤편에서 그녀들이 감탄하는 목소리가 들려온다.
"어머, 창현 씨, 무슨 요리사처럼 능숙하게 칼질한다."
"정말 신기하네요. 그리고 무슨 요리를 만드는지도 모르겠어. 닭고기 가슴살이랑 야채를 썰다니... 닭볶음탕같은 종류는 아닐텐데요."
창현은 말없이 그저 미소를 짓고선 이번에 후라이팬으로 이동한다.
식용유 등 기름을 잘 버무린 채 요리재료를 넣은 커다란 후라이팬, 그것은 여자애가 들고선 요리하기엔 무거워보였을지도 모른다.
그러나 창현은 후라이팬 손잡이를 오른손으로 붙잡고선 능숙하게 웍질한다.
어쩌면 그녀들은 눈치 못챘을지도 모르겠지만 아까 화유를 조금 넣었다. 그랬기에 후라이팬은 마치 활화산마냥 불쇼가 일어나기 시작한다.
지켜보던 여자하숙생들은 질겁해서 눈알이 콩알만큼 커지고 만다.
"헉, 불이다.... 이거 꺼야하는 거아냐?"
"엄마야!"
그러나 창현이 타일러주기 이전에 예나가 무심하게 알려준다.
"저건 불난 게 아니라 웍질이야. 중화요리에서 많이 쓰여."
"아 정말?"
"응, 아까 집주인 분이 화유 쓰더라. 요리 잘하시네."
"그렇구나... 후우, 불난줄 알고 소화기 들고올뻔 했네."
"...."
조금 의외였다. 뭔가 날라리같고 현모양처 느낌은 전혀 안나는 예나 씨가 요리에 대해서 조예가 깊다니... 역시 사람은 외견으로 판단하면 절대 안되구나.
그렇게 여자하숙생이 즐겁게 감상하다 보니까 어느덧 완성이 다되가는 요리였다.
"어머... 어느새 요리 냄새가 맛있게 스치네요."
"아, 배고파진다...."
창현은 곧장 전기밥솥에서 다된 따뜻한 밥 위로 후라이팬으로 정성껏 볶은 닭고기와 야채를 덮밥마냥 풍성하게 올리더니 이내 그 위로 마요네즈와 간장을 정성껏 버무려준다.
이윽고 식탁 위로 정성껏 올려진 덮밥 4그릇이었다.
회귀 전 치킨집할 때 어떻게든 매출 올리려고 만들었던 그 요리의 이름은....
창현은 엷은 미소를 하고선 말한다.
"자, 이 요리는 치킨마요네즈덮밥... 줄여서 치킨마요라고 해요. 드셔보세요."
창현의 면접용 요리, 치킨마요였다.
치킨마요, 2024년 지금도 대한민국 전국의 여중생, 여고생, 여대생 등이 자주 먹는 밥도둑이었는데... 과연 지금 02년에 어떨까?
여자하숙생들은 치킨마요가 신기한지 순진하게 고개를 갸우뚱한다.
"어머, 치킨마요라니... 그런 요리가 있었나? 맛은 있어보이는데...."
"흐흥... 나 치킨마요 들은 적 있다!"
"미토 어디서 들었어?"
예나의 평범한 질문이었다.
그러나 미토는 조금 당황해서 머뭇거린다.
"응? 그게 일본에서 유행인데..."
"일본?"
"아 생각났다...! 그러고 보니 요즘 서울 기지배들이 먹는 신상 요리라더고. 얼마 전에 서울에 있던 그 한술도시락에서도 메뉴로 나왔을걸?"
"... 그러면 집주인 분이 그 신상요리 치킨마요를 알고 계셔서 우리에게 대접하는 거야? 그건 대단하네."
아마도 02년 그시절에는 막 새롭게 출시한 치킨마요였나보다.
가장 중요한 맛은 어떨까?
손을 씻은 그녀들은 곧장 오순도순 식탁에 앉더니 해맑게 인사를 건넨다.
"그러면 창현 씨 잘 먹을게요!"
"흐흥... 잘 먹겠습니다."
"... 잘먹을게요...."
그녀들은 곧장 숟가락으로 치킨마요를 조심히 비벼보더니 이내 크게 떠서 그녀들 각자의 작은 볼에 가득 넣어서 먹어본다.
"얌...."
"우음."
직후 다람쥐 볼주머니마냥 음식을 음미하던 그녀들의 눈동자는 갑자기 초롱초롱 빛나더니 이내 양뺨에서 홍조가 가득 물든다.
"헉, 대박... 진짜 맛있다."
"응, 야채도 많은 게 영양도 괜찮아보여."
"헐...."
야, 방금 누가 헐소리냈나. 다만 반응 보니까 정말 맛있게 드셔준 건 알겠다.
창현은 내심 기뻐한다.
'회귀 전 치킨집해서 망한 게 다 허튼 짓은 아니었구나. 왠지 보람이 있었다고 생각되니 기쁘네.'
창현은 회귀 전에 요식업인 치킨집을 창업했었고 어떻게든 잘하려고 각종 부식도 많이 만들어봐서 지금의 치킨마요덮밥이니 같은 요리에도 자신이 있었다. 아마도 훅백요리사같은 전문쉐프급은 아니겠지만 그래도 한요리한다는 소리는 들었으니까 말이다.
게다가 지금 이곳은 02년 여자하숙집이기에 입맛 까다로운 여자하숙생들이 아직은 잘 모를 맛있는 요리도 꽤나 알고 있다. 까르보나라, 마라떡볶이 등. 그말은 최소한 그녀들의 식사 문제에는 지장이 없으리라. 만약에 다른 남자 분들도 이걸 보고 있다면 회귀 대비해서 요리는 좀 배워두자.
그나저나 치킨마요 맛있게 드시는 걸 보니까 조금 아쉽네. 이럴 거면 1, 2년 더 이전으로 회귀해서 치킨마요장사를 했으면 대박냈을텐데 말이다! 뭐 지금 여자하숙집만해도 감지덕지이니까 말이다.
아, 정신 좀 봐라. 안 그래도 95점은 받을 요리실력, 100점으로 만들게 센스 좀 보여주자.
창현은 식사를 마쳐가던 그녀들에게 곧장 디저트를 제공한다.
그 시절 떠먹는 요거트 1인자인 '요러뷰'를!
"여러분 디저트로 요러뷰 하나씩 드세요. 티스푼도 준비했답니다."
그녀들은 모두가 화색을 돋고선 좋아한다.
"꺄, 요러뷰라니... 대박, 나 딸기맛 정말 좋아하는데 말야."
"맛있겠네."
"헐...."
세상에나 치킨마요도 엄청 맛있는데... 거기에 달달해서 여자애는 필수인 요러뷰라니?
새 집주인이 된 이 남자, 첫인상부터 훈훈하고 의젓해보였는데 보니까 요리도 잘하고 요거트같은 디저트 챙기는 배려심도 남다른 게... 뭔가 특별하다.
그녀들은 모두가 즐겁게 요거트까지 먹는다.
"잘먹었습니다!"
".... 또 먹고 싶다."
직후 창현이 그녀들의 심사를 기다리고자 긴장감에 가슴을 졸이면서 자리를 지킬 때였다.
"...."
여자 하숙생들은 각자 생기발랄한 미소를 내비치고선 의견을 정한다.
"어머, 애들아 그러면 이걸로 결정한 거다."
"네."
그녀들은 직후 창현을 향해서 첫인사보다도 더욱 다정한 표정으로 뺨에 홍조를 한 채 말한다.
아마도 그녀들의 창현에 대한 호감도가 꽤나 오른듯이.
"창현 씨... 오늘부터 우리 한빛 여자하숙집 잘 부탁드릴게요."
"흐흥... 창현아 아니... 창현 씨, 잘 부탁할게요!"
"집주인 분 잘 부탁합니다."
"저도요...."
다행히도 만장일치로 계약에 성공한 여자하숙생들이었다.
첫 단추를 잘 꿰맸네.
창현도 내심 기쁜 심경에 예의바르게 인사를 건넨다.
"네, 감사합니다. 열심히 일해볼게요. 그러면 우선은 집주인으로서 하숙생 여러분이 특정 날에 식사시간에 외출하시거나 늦게 퇴근하셔서 도시락 준비건같은 여러가지 애로사항에 대비하게 연락처부터 교환 가능할까요?"
"어머, 당연하죠."
집주인 명목으로서 창현은 자연스레 그녀들 한 명, 한 명과 번호 교환한다.
맏언니인 유하부터 자연스레 그녀의 피처폰을 보여주고선 번호를 알려준다.
"창현 씨, 제 번호는 018...."
"네, 유하 씨, 맞는지 확인 겸 제 번호도 남기게 바로 전화 걸어볼게요."
2024년 지금이야 010전화만 쓰지만 2002년 당시엔 011, 016, 018 등 번호도 다양했다.
미토도 그녀의 휴대폰으로 번호를 교환한다.
그녀는 어느새 친근하게 반말로 놓고선 말한다.
"흐흥, 창현아, 내 번호 016이야."
안 그래도 교회누나같이 예쁜 애가 친근하게 먼저 다가오니 더 귀엽네.
창현은 자신도 모르게 홍조가 물들고선 번호를 교환한다.
자칭 상남자답게 자신도 은근슬쩍 반말을 놓고선 말이다.
"응, 고마워, 미토."
그리고 다음 차례는 날라리 아니... 시크한 여자애인 예나 차례였다.
예나는 그저 쿨한 무표정으로 그녀의 토실토실한 엉덩이가 돋보이는 청바지 뒷주머니에 있던 커다란 무전기를 꺼내선 번호를 교환해준다.
"집주인 분, 제 휴대폰은 이거라서요. 번호 주세요."
"아... 네!"
휴대폰 대신 무전기라... 저것도 추억이네.
그리고 예나가 쿨하게 무전기를 쓰는 게 역시 남다르다....
직후 마지막 차례는 무척 내성적인 창은이었다.
창은은 여전히 부끄러운듯이 창현과 시선을 마주치지 못하고선 그녀의 작은 양볼을 화르륵 붉히고선 말한다.
"저기 창현... 씨."
"네, 창은 씨 편히 말해주세요."
"그그.... 저는 휴대폰이 아니라....."
"예?"
모기가 날개짓하는 거 같은 작은 음성이라서 잘 안 들린다.
그러나 창은은 부끄러워하면서 곧장 그녀의 체육복 호주머니에 있던 뭔가를 꺼내서 보여준다.
"그그... 삐삐라서요!"
창현은 멀뚱멀뚱 보다가 곧장 애틋한 그리움같은 기분에 엷은 미소를 내비치고 만다.
"아, 귀여운 삐삐네요!"
삐삐, 지금은 볼 수 없지만 당시에는 핸드폰 대용으로 많이 쓰던 필수아이템이었다.
삐삐는 수신만 돼서 그걸로 전화번호를 남겨서 따로 공중전화 등으로 전화를 하거나 또는 번호가지고선 문자 대용으로 쓰기도 하였다.
창은이가 보여준 삐삐.
그것은 귀여운 여자애가 좋아할 거 같은 분홍색 바탕에 창현에게도 친숙한 게임의 슬라임 몬스터 캐릭터 열쇠고리가 달려있었다.
아왜, 그 게임있지 않는가? 메이풀스토리의 슬라임.
그러고 보니 저시절에 메이풀이 '정상화' 그자체라서 엄청 인기 많았는데 슬라임 열쇠고리라... 혹시 창은이가 메이풀을 좋아하나? 자신도 남자라서 게임은 좋아해서 많이했는데 말이다. 나중에 기회되면 질문해봐야겠다.
그렇게 무사히 마친 번호교환이었다.
첫날이라서 할 게 많구나.
창현은 곧장 그녀들과 새로 규칙부터 짜기 시작한다.
"그러면 혹시 탈의실이나 빨래같은 것 실수 방지하기 위해서 바로 규칙을 짜도 될까요?"
"네, 창현 씨!"
그렇게 그들의 하루는 빨리 지나가기 시작한다.
****
이후로 시간이 조금 지나서 일주일 뒤 새벽 6시.
창현이 자고 있던 1층 방에서는 알람시계가 요란하게 울린다.
"삐삐삐삐삐!"
더 자고 싶지만... 여자하숙집주인이라면 바로 일어나야 한다.
창현은 곧장 눈꼽을 떼고선 기상한다.
"하암, 졸립다....."
창현은 곧장 세면하기 시작한다.
"졸려...."
지난 일주일간의 여자하숙집의 주인 생활.
주인이라서 편할줄 알았는데 정말 죽도록 힘들었다.
그야 매일, 매시간 여자하숙생 4명의 하루 3끼 식사를 챙겨주고, 또 드넓은 100평 주택의 공동구역인 거실, 라운지, 화장실, 정원을 청소하고, 20대 5명이 생활하는 거라서 많이 나오는 쓰레기를 분리수거하고, 정원에 가끔 출몰하는 도둑고양이도 퇴치하고, 또 하숙생인 그녀들의 편의사항을 위해서 갖가지 잡업무 등 잠자는 시간 빼고 하루 16시간이 피로했기 때문이다.
창현은 빗자루로 마당에서 슬쩍 잠을 자던 삼색고양이를 쫓아낸다.
"이 나쁜 도둑고양이 녀석, 너 엊그제에 마당에 말렸던 생선 훔쳐갔지?"
"냥!"
때마침 마당의 건조대에서는 그녀들이 빨래 후 일광건조시키려고 배치한 그녀들의 옷가지와 속옷들도 보이고 있었다.
망사로 된 검은색 브래지어, 팬티도 있네. 누구 것일까?
창현은 괜히 야릇한 심경에 얼굴을 붉힌다.
"흐흠...."
그나저나 일이 더럽게 피곤하다.
전주인인 할머님이 내심 존경스럽네... 어떻게 이렇게 힘든 하숙집 주인을 몇십 년을 하셨지?
하지만 이제부터 후회없이 행복하게 살고 싶으니까 불평할 시간에 더 열심히 노력해보고 싶다.
이처럼 창현이 세면을 마치고선 곧장 아침식사 준비하려고 주방에 나올 때였다.
"오늘 아침은 맛있고 영양가 좋은 야채 많은 카레랑 미니돈까스가 좋겠지... 여자애들이니까 방울토마토, 드레싱 뿌린 양배추샐러드도 많이 준비하고선 말야."
그러나 본래라면 창현 홀로 있어야할 주방에서는 인기척 한 명이 보인다.
다름 아닌 출근 준비하는지 곧장 정장 치마와 팬티스타킹을 입은 유하가.
"어머...."
"아?"
유하는 창현에게 친근하게 인사한다.
일주일사이에 친해져서 어느새 반말을 하고선 말이다.
"후훗.... 창현아, 좋은 아침이야!"