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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02년 6월, 대한민국 사람이라면 누구나 기억할 역사적인 사건이 있던 시절이었다.
다름 아닌 2002한일월드컵.
당시 전대회에서 네덜란드한테 0:5로 졸패하고선 약소국 신세였던 대한민국은 다음 대회인 2002년에 한일월드컵을 개최하고 명장인 히딩크 감독님과 박지성, 안정환같은 슈퍼스타 등 모두가 대단한 선수들의 투혼으로 그대회에서 무려 4강이라는 전무후무한 업적을 달성했기에 그시절 시청했던 축구를 좋아하는 한국 남자라면 대회결과에 대해서 기억할 수 밖에 없다.
가령 한국대표팀의 스코어 결과에 대해서 말이다. 그리고 그 결과는 지금 중요한 정보가 됐었다.
때는 어느새 일주일이 훌쩍 넘어간 6월 23일.
창현은 자신의 통장에 찍힌 금액에 믿기지 않는 심경에 입이 떡하니 벌어지고 만다.
"... 이거 실화냐? 내 통장에 2억원이 넘게 찍혀있는게 말야."
놀랍게도 통장에서는 2억원이 선명하게 찍혀 있었다.
최근 일주일간 스포츠또또 배당금이.
창현은 자신도 모르게 덜덜 떨리는 손으로 통장을 붙잡고선 지난 일주일간을 회상한다.
우선 편의점에서 월드컵축구 정보를 들었던 6월14일, 그날은 32강 조별리그 한국 대 미국의 경기가 있었다.
회귀해서 축구결과를 아는 자신에게 스포츠또또는 곧 돈줄이었다.
창현은 곧장 본래 빚 갚으려고 알바비로 벌어뒀던 150만원 가량의 재산과 함께 헐레벌떡 자신이 가지고 있던 부모님, 친척, 친구 등 모든 주변 지인들을 동원해서 돈 150만원을 빌려서 총 300만의 자산을 마련했고 그리고 그걸로 지난 일주일간 주야장천 스포츠또또로 정해진 결과에 베팅했었다.
참고로 4강까지 전세계 도박사들을 죄다 울보로 만든 한국 경기의 배당률은 다음과 같았다.
32강 조별리그 한국1:1미국, 배당률 2.93프로.
32강 조별리그 한국1:0포르투갈 배당률 4.03프로.
16강 한국2:1이탈리아(골든골) 배당률 3.10프로.
그리고 어제있었던 8강 한국1:1스페인(pk승) 배당률 3.05프로까지.
300만원의 처음 자산은 600만원, 2400만원 등 점점 눈덩이처럼 불어나더니 그결과 세금을 제외하고 아버지의 남은 사채빚을 갚아도 무려 2억원이 넘는 재산이 생겨있었다.
이게 꿈이야. 생시야? 한평생 빚으로 살아오던 자신이 무려 2억원이 넘는 재산이 생기다니... 그것도 무려 22년 전인 02년도에 말이다.
2002년도의 2억원의 가치, 당시 서울의 아파트 32평 시세가 2억, 3억이었으니 체감이 되는가? 그런데 한낱 흙수저인 자신이 그 02년에 벌써 2억원을 벌었다!
창현은 그저 믿어지지 않는 심경에 통장을 다시금 보다가 이내 지갑에 안전하게 넣는다.
"... 후우, 침착하자."
그는 직후 머릿속으로 냉정하게 생각을 정리하기 시작한다.
우선 첫번째로 생각이 든 것은 자신이 정말로 2002년으로 회귀한 게 맞다는 것이었다. 처음에는 사실 어릴 적에 국어교과서로 읽던 김만중의 구운몽에 나온 호접지몽의 대목처럼 자신의 헛된 망상이나 꿈같은 거로 알았는데 웬걸...
이곳은 2002년 대한민국의 한빛시 그대로였고 도리어 자신의 추억속에서 잘못 기억했고 또 그때 당시는 몰랐던 장소, 사건 등도 꽤나 존재했다. 가령 그때는 생계가 바빠서 연락이 끊겨서 몰랐는데 베프인 진석이가 순애하던 여친이랑 금슬이 좋아서 과속한 나머지 조만간 결혼한다나 뭐라나. 덕분에 축의금 나가는 건 물론 조카 얼굴도 곧 보게생겼다. 모쪼록 그말은 즉 최소한 자신의 기억을 바탕으로 한 망상이니 그런 게 아닌 실제 현실이라는 말이 된다.
게다가 22년 전이라 자연스레 그시절 고운 외모를 하시고 건강하신 어머니, 그리고 언제나 귀엽지만 더 풋풋해보이는 여동생과 재회도 무척 행복했고 말이다.
앞으로 인생 성공해서 가족들한테 더 잘해야겠다.
창현의 눈시울은 자연스레 붉혀지고 만다.
"엄마, 그리고 하영아...."
감상적인 심정은 뒤로 미루고 우선은 냉철하게 복기부터 하자.
그렇게 든 두 번째 생각, 지난 일주일간 자신이 한 스포츠또또는 잘돼서 천만다행이었지만 한편으로 꽤나 무모했다는 사실이었다.
물론 이곳이 2002년의 대한민국의 한빛시인 건 틀림없겠지만, 창현은 취미로 보던 회귀물 웹소설에서 오싹한 레퍼토리를 읽은 적이 있다.
가령 과거로 온 자신같은 회귀자때문에 본래 정해졌던 사건이 바뀐다는 '예정조화'같은 걸 말이다.
이건 어디까지나 가정이지만 만약에 자신이 스포츠또또로 더 거액의 베팅을 하다가 이를 의심한 경찰 등에 꼬투리를 잡히면 정말로 작은 나비날개짓의 폭풍으로 정해진 사건, 미래 자체가 바뀔 수가 있다. 그렇게까지 생각하니 가슴이 오싹해져서 긴장됐었다.
그말은 즉 아무리 미래에 대한 정보를 어느 정도 인지하고 있어도 앞선 스포츠또또의 전재산 배팅같은 무모한 도박은 해서 안된다. 하더라도 잃는 리스크를 감지하고선 하는 분산투자로만 해야한다.
앞으로 돈은 지금 벌어둔 목돈인 2억원으로 건실하게 불려나가고선 말이다!
자, 그러면 두 번째에서 이어진 가장 중요한 세 번째다.
2002년에 지금의 2억원 자산으로 뭘해먹고 살까? 사실 그것도 전직 치킨집을 해서 망해먹었던 창현의 입장에서 생각해뒀던 보험같은 안전빵이 있지만 말이다.
창현은 중얼댄다.
"역시 그동안 고심했던대로.... pc방이 괜찮으려나?"
pc방, 2024년 지금도 성행하지만 당시 02년대에는 막 초고속인터넷 보급돼서 스타크래푸트, 밝암의 나라, 메이풀, 리니쥐같은 온라인게임이 전성기라서 pc방이 가장 인기 많았다.
게다가 자신은 2024년 당시의 pc방업계의 매출전략도 안다. 본 이용료보단 맛있는 먹거리 판매로 매출을 떡상시키는 방법 말이다. 참고로 여기 2002년의 최저시급은 놀랍게도 2100원이다! 그말은 즉 최저시급에서 좀 더 시급을 친 예쁜 여대생 알바들로 구인해서 pc방 매장을 차린다면 말 그대로 든든한 국밥마냥 목돈을 불려나갈 수 있을지도 모른다.
쇠뿔도 말나온 김에 뺀다고 바로 pc방 자리 알아보게 부동산부터 가볼까?
여기까지 발상한 창현은 곧장 꽃단장하고선 외출을 나선다.
"부동산이라... 분명 지금도 그 이모님이 하시겠지?"
이윽고 도보하던 자신의 발걸음은 한 부동산 앞에 멈춘다.
한빛부동산, 그곳은 돈이 없어서 원룸방, 월세방을 옮겨다니며 전전긍긍하던 창현에게 항상 친절하고 자상하게 좋은 집을 알아주신 이모님이 운영하시는 집이었다.
2024년 당시엔 어머니 또래의 희끗한 머리가 인상적인 할머님이었지만....
창현은 곧장 유리문을 열고선 반갑게 인사를 건넨다.
"이모님, 안녕하세요."
눈앞에서는 같은 20대, 30대라고 해도 믿을 정장 차림인 미령의 검은 생머리 아가씨가 반갑게 맞이 해준다.
"창현 학생 어서 오세요. 좋은 아침이에요."
캬, 22년 전에는 몰랐는데 이모님이 정말 미녀셨구나. 거기에다가 실력 좋고 친절하시니 부동산이 20년 넘게 잘나가는 이유가 있었다.
이모님은 곧장 해맑은 미소로 질문해준다.
"창현 학생, 혹시 다른 원룸방 알아보러 온 거예요?"
창현은 머쓱한 심경에 어색한 미소로 화답한다.
"아, 이모님 오늘은 아니에요. 그 다름이 아니라 혹시 가족끼리 그간 목돈을 모아서 새로 가게를 낼까하는데 괜찮은 가게자리가 있나 여쭤보고선 상담하려고 왔어요."
이모님은 두눈을 말똥말똥 뜨더니 아차했다는 심경에 입으로 손을 가리고선 말한다.
"어머 제가 말 실수를 정말 미안해요...."
최소 15살은 어릴 자신에게 곧장 예의를 갖춰서 사과라니, 그때는 몰랐는데 새삼 이모님이 존경스러운 어른이란 게 느껴졌다.
창현은 가볍게 윙크를 하며 말한다.
"아닙니다 이모님! 대신에 좋은 가게자리 있으면 바로 알려주세요. 그래야 어머니랑 동생도 기뻐하실테니까요."
"호호, 네 물론이죠! 창현 학생 아니... 이제는 우리 사장님! 커피 타올테니까 여기 의자에 앉아서 대기해주세요."
그렇게 시작한 pc방 자리 상담이었다.
다만 뭐든 타이밍에 맞게 자리가 나오지는 않는 걸까.
이모님은 난처한듯이 볼펜을 굴린다.
"우음... 100평이 넘는 pc방 자리라, 확실히 요즘 pc방이 유행이긴 하지만 애석하게도 여기 한빛여대 주변에는 자리가 없네요. 최소 한, 두 달은 시일이 걸릴듯하네요. 요즘 한빛여대가 젊은 학생들 용어로 불티나게 팔려서 상가들 인기가 많아서 경쟁이 많거든요."
"아, 그렇군요. 핫플레이스구나...."
이모님은 문득 순진하게 고개를 갸우뚱한다.
"어라 핫플레이스요?"
창현은 아차 말실수했다는 생각에 곧장 어색하게 사과한다.
"아 그게... 제가 영어공부하다가 말이 잘못 나왔네요. 죄송해요."
"호호, 그런가요?"
핫플레이스, 인기있는 곳이라는 뜻을 가진 간단한 영어단어로 24년 지금은 남녀노소 많이 쓰는 단어지만 02년 당시엔 전혀 쓰지 않았다. 아마도 10년대 이후로 나왔을까?
모쪼록 요즘 핫플레이스인 한빛여대라서 근처에 주로 없는 상가였다.
이모님은 고민에 끙끙 앓으며 말한다.
"후우, 제가 발품 열심히 팔고 다녀도 100평 이상 상가는 왠지 매물이 없더라고요."
"그렇군요."
"우음, 100평 이상이라... 최근에 여자 하숙집이 나오긴 했는데 그건 어디까지나 가정집 주택이니 그러겠죠 뭐."
어라, 새로운 키워드, 여자 하숙집이었다.
여자 하숙집이라... 혹시 여성전용인 하숙집을 말하는 걸까?
창현은 호기심에 곧장 질문해본다.
"이모님, 혹시 여자 하숙집에 대해서 알 수 있을까요?"
"앗, 여자하숙집요?"
이모님은 곧장 친절하게 서류를 보여주며 말한다.
"여기는 제가 잘 알기도 하는 본래 인자하신 할머님이 주인으로 주거 겸 하숙집으로 운영하시던 마당 딸린 100평짜리 3층 주택이에요. 짓은지 20년도 안돼서 꽤나 넓고 안락하답니다. 지금도 우리 창현 씨 또래의 여대생 4명이 하숙하고 있다던데... 할머님이 이제는 너무 연로하시고 또 미국 유학간 손녀딸 뒷바라지한다고 급히 매물로 내놓으셨어요. 가격은 놀랍게도 1억 5000대에요. 만약에 저나 주변 가족이 목돈이 있었으면 무조건 권했을 집이에요."
"아, 그렇군요."
창현은 서류를 열심히 살피며 확인한다.
부동산 매물로 급히 나온 한빛여대 근처에 100평짜리 주택의 여자하숙집.
2024년 지금은 프라이버시이니 하면서 기껏해야 원룸, 고시원만 많지. 하숙집은 거의 보이지 않지만 00년대 당시에는 집주인, 다른 하숙생들과 함께 숙식하는 하숙집이 꽤나 유행이었다. 모여있어서 방범도 안전하고 또 매일 집밥을 줘서 건강적으로 안전한 걸 선호해서 말이다. 그래서 하숙비용도 꽤나 비쌌던 걸로 기억한다. 특히나 여성전용이면 더욱.
그런 여자하숙집이라... 이모님 설명 그대로 마당 딸린 그곳은 시설이 꽤나 좋아보였다. 게다가 지금도 여자 하숙생 4명이 생활하고 있으니까 말이다.
곱씹어봐도 여자하숙집은 절대로 나쁘지 않은 직종이다. 왜냐 본래라면 가정집, 100평짜리 마당 딸린 주택을 사는 거이니까 말이다. 하숙집은 본래 집이기에 pc방처럼 혹여나 망한다고 매몰비용이 생기는 것도 아니고선 말이다. 게다가 자신이 아는한 수도권인 한빛시 근처는 땅값이 계속 올라서 2024년 시점에선 몇배는 되는 걸로 아는데 말이다.
더불어 소개해주신 이모님은 미래에서도 알고있지만 정말로 이 업계에선 대모, 베테랑이시라 사기당할 일은 절대로 없고 또 핫플레이스라는 게 신용이 갔다.
여자하숙집 주인이라, 앞서 생각했던 거처럼 정말 목돈을 건실하게 불려나갈 수 있는 리스크없는 직업일지도 모른다. 이걸로 돈을 착실하게 모아서 새롭게 꽃피는 인생을 시작해볼까?
열심히 심사숙고한 창현은 곧장 청한다.
"이모님 그러면 한 번 알아봐도 될까요?"
그것은 여자 하숙집 주인의 시작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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일주일 뒤 아침.
그간 계약 수속을 마친 집주인 창현은 곧장 한 주택 앞에 있었다.
"여기구나. 오늘부터 내가 처음으로 인사하고 앞으로 쭉 생활할 여자하숙집이...."
오늘 새롭게 집주인이 된 창현은 이곳에서 기존에 하숙하던 여자 하숙생 4명과 아침에 인사하기로 약속했었다. 앞으로 계약연장이니 해지같은 논의를 하고 만약에 연장하는 하숙생들과는 공동생활을 시작하기 위해서 말이다.
창현은 출입문을 열쇠로 열고선 마당으로 들어간다.
"... 오토락이 아닌 구식이라서 어색하네."
들어선 마당.
본래 집주인인 인자하신 할머님이 키우셨던 걸까? 아니면 여자 하숙생 분들이 조금씩 취미로 만든 걸까.
아이들이 열심히 뛰어놀아도 될 정도로 드넓은 잘 다듬은 잔디밭에는 구석에서 형형색색의 예쁘장한 꽃밭이 있었다.
그리고 구석에는 뭔가 멋있어보이는 오토바이 한 대, 그리고 낡은 자전거 한 대씩이 주차돼고선 말이다.
오토바이랑 자전거라... 아마도 이건 여자 하숙생 분들이 각자 쓰던 거겠지?
... 그래도 남자라서 그런지 막상 첫만남이 다가오니까 긴장감에 가슴이 두근거리네.
창현은 마당을 가로질러서 곧장 현관문에 노크를 하고선 배려심깊게 인사를 건넨다.
"새로운 집주인입니다. 들어갈게요."
현관문 너머에서는 여자하숙생들의 생기발랄한 음성이 들려온다.
"네 사장님, 들어오셔도 돼요!"
"앗, 진짜로 새 주인이 남자네?"
자, 이제 판도라의 상자 아니... 슈뢰딩거의 고양이를 잡아보자.
창현은 현관문을 열기 시작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