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80화 금의환향과 환영의 무도회


[황태자 데이커스의 호감도가 500이 되었습니다.] “흐앙, 오빠아! 저기 바로 앞에! 베, 베이커스 경도 보고 있잖아아!” 베이커스는 황태자의 가장 충직한 심복. 검 하나로 작위까지 받을 정도로, 왕녕네는 명실상부 제국 최고의 검이었다. 하지만 그는 일전에 리쿠작과 니베리아 대공 일당들에게 당해 죽음의 문턱을 넘긴 경험이 있었다. 기적 끝에 되살아난 뒤에도 변함없는 충심으로 황태자 데이커스를 구하기 위해 성문 바깥으로 뛰쳐나왔었지만, 그 순간 드래곤의 브레스까지 머리에 정통으로 얻어맞았었다. 왜인지 모르겠지만, 그 때부터 데이커스의 행동거지가 조금씩 수상해져가기 시작했다. “크흐흐흐…. 세라 황녀 전하아아아….” 나를 보고 쉴 세 없이 군침을 흘리고, 이상야릇해보이는 시선을 시도 떼도 없이 던져왔었다. “괜찮다! 베이커스는 나의 대부이기도 하며, 그는 제국 최고의 기사도 정신으로 무장한 기사다! 그라면 내 누이의 알몸을 얼마든지 보아도 좋아!” “기사도 정신은 존중하는데, 내 사생활은 더 존중해 주면 안 되냐?” 그러자 황태자 데이커스가 처음으로 내 의견을 들어주기 시작했다. “흠, 알았어. 내 베이커스에게만은 특별히 말하마. 내 누이의 알몸을 몰래 엿보는 짓 그만두라고!” “고마워, 오빠….” * * * 마침내, 우리는 제국의 심장, 황도 루칸에 도착했다. 나의 귀환은 ‘금의환향’ 그 자체였다. 거대한 성문이 열리자, 길 양옆으로 끝없이 늘어선 백성들의 환호성이 파도처럼 밀려왔다. 그들의 환호는 내가 황궁의 발코니에 모습을 드러냈을 때 절정에 달했다. “세라 황녀님 만세!” “제국의 보물이 돌아오셨다!” 그런데 그 순간, 기묘한 일이 벌어지기 시작했다. 내 모습을 직접 본 백성들 중 몇몇이, 갑자기 코를 부여잡으며 주저앉았다. 주르르륵…. 붉은 코피가 터져 나왔고, 몇몇은 아예 황홀경에 빠진 표정으로 대로변에 기절해 버렸다. “푸확!” “으헉… 여신님…!” 그 광경에 주변은 순식간에 아수라장이 되었다. 기사들은 혹시 모를 안전사고를 통제하느라 정신이 없었다. 나는 그 모습을 보며, 내 ‘만물의 암컷’으로서의 힘이 이제는 숨길 수 없을 정도로 강해졌음을 실감했다. 그날 밤, 황궁에서는 나의 귀환을 축하하는 성대한 연회가 열렸다. 거대한 샹들리에 아래, 제국의 모든 권력자들이 모여 있었다. 황제 오베르딘 폐하께서도 직접 나를 맞으러 나와, 인자한 할아버지처럼 나를 따뜻하게 얼싸안아 주셨다. 팡파레가 울리고 무도회가 시작되자, 수많은 귀족들이 자신의 본처는 거들떠보지도 않고 내게로 몰려들었다. “황녀 저하, 저와 첫 춤을…” “아닙니다, 저하! 부디 저에게 영광을…” 그들은 마치 발정 난 수캐들처럼, 내 앞에서 애걸복걸하며 데이트를 신청했다. 하지만 그 모든 소란을 단 한마디로 정리한 것은, 내 옆을 지키고 있던 데이커스였다. “모두 물러나시오. 내 사랑하는 여동생의 첫 춤은, 이 오라비가 책임져야 하지 않겠소?” 그가 내게 손을 내밀며, 세상에서 가장 다정한 미소를 지었다. 주변에서는 ‘역시 황태자 전하시다’, ’두 분의 우애가 정말 보기 좋다’며 감탄했지만, 나는 속으로 한숨을 쉬었다. ‘하, 이 새끼 또… 이상한 짓 시키는 거 아니야?’ 내 불길한 예감은 틀리지 않았다. 데이커스는 나를 이끌고 댄스 플로어의 가장 중앙으로 향했다. 우아한 왈츠가 시작되고, 수많은 귀족들의 시선이 우리 두 사람에게 쏠렸다. 그의 리드는 완벽했고, 내 몸은 그의 움직임에 맞춰 부드럽게 춤을 추었다. 겉보기에는 더할 나위 없이 아름답고 이상적인 황태자와 황녀의 모습이었다. 하지만… 남들이 보지 못하는 곳에서, 그의 손은 전혀 다른 춤을 추고 있었다. 내 등을 감싸고 있던 그의 손이, 아주 천천히, 교묘하게 허리 아래로 미끄러져 내렸다. 드레스의 풍성한 주름과 현란한 조명이 그의 은밀한 움직임을 가려주었다. 그의 손가락이 내 엉덩이의 곡선을 따라 부드럽게 원을 그렸다. 나는 순간 숨을 멈췄다. ‘미쳤어… 들키면 어쩌려고, 황제 폐하도 보고 계신데.’ 나는 경악하여 그를 쳐다보았지만, 데이커스의 얼굴에는 흠잡을 데 없이 완벽하고 다정한 미소만이 걸려 있었다. 그는 내 귓가에, 다른 이들에게는 춤에 대한 조언처럼 들릴 법한 목소리로 나직이 속삭였다. “세라야, 긴장하지 말고 몸에 힘을 빼렴. 이 오라비에게 모든 걸 맡기면 된단다.” 그의 뜨거운 숨결이 귓가를 간질였다. 데이커스의 손은 이제 더욱 대담해져, 드레스 안쪽으로 파고들 기세였다. 황궁의 모든 이들이 지켜보는 이 화려한 연회장 한복판에서, 나는 오라비의 손에 의해 남몰래 농락당하고 있었다. 이보다 더 배덕적이고 아슬아슬한 상황이 또 있을까. 그의 이런 뒤틀린 면을, 과연 나 말고 누가 알고 있을까. 춤이 절정에 달했을 때, 음악이 잠시 멈추고 파트너와 함께 황제 폐하께 예를 갖추는 순서가 되었다. 나는 데이커스의 손에 이끌려, 수많은 귀족들과 함께 옥좌에 앉은 황제를 향해 우아하게 허리를 숙였다. 바로 그 순간이었다. 내 등을 받치고 있던 데이커스의 손이 드레스의 코르셋 끈 사이로 파고들어와 맨살을 매만지는 것을 넘어섰다. 그의 차갑고 단단한 무언가가, 내 엉덩이 사이의 가장 은밀한 곳을… 정확하게 찔러왔다. “흣…!” 나도 모르게 터져 나온 짧은 신음. 다행히 주변의 웅성거림에 묻혔지만, 내 온몸의 피가 얼굴로 쏠리는 것이 느껴졌다. 황제 폐하와 제국의 모든 귀족들이 지켜보는 앞에서, 친오빠가…! 그것도 황태자가, 자신의 여동생에게! 알고보니 그것은 손가락이 아니었다. 단단하고 차가운 금속의 감촉! 그가 허리춤에 차고 있던, 황태자의 권위를 상징하는 의전용 단검의 ‘손잡이 끝’이었다. 그는 고개를 숙이는 그 짧은 순간을 이용해, 나를 향한 자신의 뒤틀린 소유욕을 가장 모욕적인 방식으로 드러내고 있었다. 내가 경악과 수치심으로 굳어 있자, 데이커스는 예를 마친 척 나를 일으켜 세웠다. 그리고 다시 내 귓가에, 악마처럼 다정하게 속삭였다. “세라야, 얼굴이 붉구나. 많이 긴장했나 보구나. 괜찮다, 이 오라비가 있지 않니.” 그의 눈은 웃고 있었지만, 그 안에는 나를 완벽하게 지배하고 있다는 만족감과, 이 비밀스러운 배덕 행위를 즐기는 광기가 서려 있었다. 다시 음악이 시작되고 춤이 이어졌지만, 나는 더 이상 아무것도 느낄 수 없었다. 내 모든 신경은 아까 그 차갑고 단단했던 감촉에만 집중되어 있었다. 언제 다시, 어떤 방식으로 그가 나를 덮쳐올지 모른다는 극도의 긴장감. 바로 그때, 댄스 플로어의 반대편에서, 한 남자가 우리를 뚫어져라 쳐다보고 있는 것이 눈에 들어왔다. 그 또한 베이커스처럼 무신[武神]의 분위기를 풍기고있는 남자였다. 덥수룩한 검은 머리에, 제국의 기사들과는 다른 이국적인 갑옷을 입은 남자. 그의 눈은 데이커스의 손이 머물렀던 내 허리 아래쪽을, 마치 모든 것을 꿰뚫어 보고 있다는 듯한 예리한 시선으로 응시하고 있었다. 그리고 그의 입가에는… 희미한, 아주 흥미롭다는 듯한 미소가 걸려 있었다. 들킨 건가? 아니면, 단순한 호기심인가? 나의 좌충우돌 황궁생활은 이제 막 시작되고 있었다. * * * 그날 밤 연회가 끝나고, 시녀들의 안내를 받아 나의 처소로 향하는 내내 나는 꿈을 꾸는 듯한 경험을 했다. 부드러운 양탄자가 깔린 복도, 벽마다 걸린 아름다운 명화들. 그리고 마침내 도착한 나의 방. 그곳은 ‘방’이라기보다는 작은 궁전에 가까웠다. 천장은 아득하게 높았고, 거대한 수정 샹들리에가 별처럼 빛을 쏟아내고 있었다. 창밖으로는 황궁의 아름다운 정원이 한눈에 내려다보였고, 운동장처럼 넓은 방 한가운데에는 침대가 놓여 있었다. 한쪽에는 이미 김이 모락모락 피어오르는, 꽃잎이 띄워진 거대한 욕조까지 준비되어 있었다. “역시, 부잣집은 달라…. 중세에도 방 안에 화장실과 욕조가 다 있네.” 시녀들이 정성껏 내 드레스를 벗기고 목욕 준비를 도왔다. 따뜻한 물에 몸을 담그자, 그간의 모든 피로와 더러움이 씻겨 내려가는 듯했다. ‘드디어… 드디어 내 집을 찾았어.’ 오크 부락의 더러운 막사도, 숲속의 차가운 땅바닥도, 용의 둥지도 아닌, 오직 나만을 위한 이 아름답고 안전한 공간! 나는 오랜 방랑 끝에 마침내 안식처를 찾았다는 생각에 깊은 행복감에 젖어들었다. 목욕을 마치고 부드러운 실크 잠옷으로 갈아입었을 때였다. 똑똑. 조심스러운 노크 소리와 함께, 시녀장이 안으로 들어와 고개를 숙였다. “황녀 저하, 폐하와 전하께서 드셨사옵니다.” “폐하와… 전하께서?” 이 밤중에? 나는 의아하게 생각하며 고개를 끄덕였다. 잠시 후, 문이 열리고 황제 오베르딘과 황태자 데이커스가 나란히 내 침실 안으로 들어왔다. 황제는 평소의 위엄 있는 모습과는 달리, 인자하고 부드러운 미소를 띠고 있었다. 그리고 데이커스는… 연회장에서 보았던 그 의미심장한 미소를 그대로 얼굴에 걸고 있었다. 시녀들은 황제의 손짓 한 번에 모두 조용히 물러갔다. 이제 이 거대하고 아름다운 침실 안에는, 나와 제국의 가장 높은 두 남자만이 남게 되었다. 왠지 모를 불안감이 엄습했다. 이 늦은 밤, 그들이 나를 찾아온 이유는 대체 무엇일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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