69화 누드화
노을이 가라앉기 시작한 창밖, 화실 안은 붉은빛으로 물들어 있었다. 리디아는 언제나처럼 화실에서 그림을 그리고 있었다. 그녀의 손끝에서 낡은 집들이 줄지어진 비좁은 길이 그려지고 있었다. 빈민가 거리. 가난으로 마른 빵을 쥐고 끼니를 떼우던 시절. 그럼에도 불구하고 그곳은 그녀가 나고 자란 고향었다.
차라리 그 곳이 더 나았을까. 리디아는 이미 지나가버린 선택을 다시 한번 곱씹었다.
'유익한 시간이었네. 다음에도 또 부탁하지.'
로웬의 마지막 말이 계속해서 귓가에 맴돌았다. 로웬의 희롱과 추행이 몸에 각인된 듯 다리 사이로 저릿한 감각이 퍼졌다. 그 감각에 리디아는 고통스러운 수치심을 느꼈다. 리디아는 결국 붓을 더 들지 못하고 한숨을 쉬었다. 뒷목이 서늘해지면서도 속에서 불이 끓어오르는 듯했다.
리디아는 잠시 숨을 고르며, 그 감정을 억누르려 했다. 그 순간, 화실의 문이 두드려졌다.
"리디아. 거기 있나?"
그의 목소리를 들은 리디아가 숨을 멈추고 닫힌 문을 바라봤다. 귀에서 들리는 이명이 신경을 자극했다. 가늘고 질기게.
[69. 누드화]
아무런 말도 할 수 없었다. 마치 포식자 앞에 놓인 쥐처럼 숨을 죽였다. 뒤늦게 리디아가 대답을 하려 목소리를 쥐어짜는 사이, 로웬이 문을 열고 들어왔다.
"있었군."
그의 눈빛이 무감하게 그녀를 훑었다. 특유의 낮고 부드러운 목소리가 공기를 가르며 흘러나왔다.
"다행히 시간이 나서 말이야. 그림 수업을 계속할 수 있겠어."
리디아는 급히 고개를 숙여 인사하고는 자신의 자리를 내주었다. 로웬이 떨리는 그녀의 손끝에 잠시 시선을 두었다가 빈민가가 그려진 캔퍼스를 바라보왔다.
"음. 생각보다... 소탈한 그림을 그리는군."
그의 목소리는 마치 리디아의 그림을 처음 보는 것처럼 무심하게 흘러갔다. 그 말은 리디아의 가슴에 차가운 철창처럼 박혔다. 이미 알고 있던 사실을, 다시금 그가 말로 꺼내며 그녀의 내면에 파고들었다. 그가 자신을 데려온 이유가 결코 그림을 위한 것이 아니었다는 사실을, 리디아는 이제 더없이 뼈저리게 알았다.
리디아는 아무 말 없이 그림을 치우고, 무겁게 다가오는 침묵 속에서 새 캔버스를 그의 앞에 놓았다.
"그럼 잘 부탁하네. 우리 딸에게도 그림을 가르쳐줘야 하니까"
딸에게 직접 그림을 가르칠 생각인가? 잠시 그런 생각이 스쳐 지나갔지만 리디아는 계속해서 몰아치는 긴장감에 머리가 멍해졌다.
"...혹시 원하시는 그림이 있으십니까?"
"글쎄, 요즘 유행하는 그림이 있잖나."
"......"
"인간의 신체를 탐구하지 않고선 그림을 배웠다 할 수 없지."
설마. 리디아의 숨이 가빠지고 눈동자가 불안하게 흔들렸다. 머리는 모든 것이 뒤엉켜버린 듯 제대로 된 생각을 이어가기 어려웠다.
"뭐하나? 앞에 서지 않고."
리디아가 젖어드는 손바닥을 등 뒤로 감추며 로웬의 앞에 서자, 그는 성가시다는 듯 한숨을 삼킨듯한 표정으로 한쪽 눈썹을 끌어올렸다.
"리디아. 옷을 벗어."
그의 명령에 리디아의 심장이 기절할 듯 빠르게 두근거렸다. 전신에서 식은땀이 흐르는 듯 했다. 밀려오는 구역감과 당장이라고 주저앉을 듯한 기분을 애써 참았다.
리디아는 떨리는 손으로 천천히 린넨 드레스의 단추를 하나 하나 풀어냈다. 긴장으로 차가워진 손끝은 몇 번이나 허공을 허둥대며 헛손질을 했다. 단추가 하나씩 풀리자 하얀 속살이 점차 드러났다. 봉긋한 윗가슴과 속옷 아래로 보이는 윗배의 부드러운 곡선이 보여지고, 그녀의 숨결에 따라 살결이 미세하게 부풀어 올랐다. 여린 어깨 아래에 흐르듯 걸쳐진 드레스가 더욱 아슬아슬한 분위기를 내고 있었다.
마지막 단추까지 풀리자 린넨 드레스가 바닥으로 떨어졌다. 리디아는 잠시 로웬의 눈치를 보았다. 그의 날카로운 시선은 여전히 리디아에게 꽂혀있었다. 무언의 압박을 느낀 리디아의 입술이 눈에 띄게 떨렸다. 당장이라도 울음이 터질 듯 눈가가 붉어졌다.
그녀는 결국 숨을 얕게 고르며 속옷까지 벗어 내렸다. 가슴을 가리던 천이 벗겨지고, 풍만한 가슴과 그 위로 부드럽게 솟은 분홍빛 유두가 완전히 드러났다. 그녀의 손은 이제 팬티의 윗부분을 잡고 천천히 끌어내리기 시작했다. 리디아는 눈을 잠시 감고, 몸을 조금 더 뒤로 기울였다. 둔부의 곡선이 더욱 뚜렷하게 드러났다. 가는 허리 아래로 이어지는 하얗고 부드러운 굴곡이 로웬의 눈에 박혔다.
그의 앞에 완전한 나신으로 선 리디아가 본능적으로 팔을 올려 가슴을 가렸다. 리디아의 팔이 가슴을 가리자 눌린 젖살이 위아래로 도드라졌다. 그녀의 심장 소리가 들릴 듯 가슴이 크게 오르내렸고, 팔 사이로 비집고 나온 분홍빛 유두는 차가운 공기에 단단히 솟아있었다.
로웬은 캔버스 앞에 앉아 붓을 들었지만, 그의 시선은 리디아의 나신에 고정되어 있었다. 그녀의 하얀 피부는 햇빛을 받아 은은히 빛났고, 허리에서 엉덩이로 이어지는 부드러운 곡선은 그의 욕망을 자극했다.
"...그대로 있어."
그의 목소리가 눈에 띄게 낮았다. 어느새 그의 바지 앞섶은 눈에 띄게 부풀어 올라 있었다. 로웬은 마치 그림을 그리는 듯 손을 움직이며 자연스럽게 자신의 성기를 문질렀다. 붓을 쥔 손이 위아래로 움직일 때마다 바지 천이 그의 단단해진 성기를 자극했다.
"하아..."
애프릴과 닮은 외모는 로웬의 몸을 더 끓어오르게 했다. 거기다 리디아의 몸은 애프릴보다 성숙했고, 더 야했다. 그의 숨이 조금씩 거칠어지기 시작했다.
로웬의 손가락이 바지 위를 타고 더욱 노골적으로 문지르기 시작했다. 성기 끝에서 새어나온 액체가 바지에 젖어 어두운 자국을 만들었고, 바지 주름 사이로 단단하게 선 그의 성기가 움직일 때마다 천이 불룩하게 올라왔다가 내려갔다. 그 움직임을 리디아가 모를 리 없었다. 리디아의 몸이 불안과 긴장으로 뻣뻣하게 굳어졌다.
"소파에 앉아. 새로운 자세도 그려봐야 하니까."
캔버스 위는 아무것도 그려지지 않은 채, 새하얗게 비어 있었다. 로웬의 시선은 계속해서 리디아의 움직임만을 쫓았다. 리디아가 주춤하며 녹색의 벨벳 소파 위로 조심스럽게 몸을 낮췄다.
"다리를 벌려."
리디아는 그 자리를 박차고 도망가고 싶었다. 그러나 로웬의 시선이 주는 압박감에 시선을 내리깔고 천천히 다리를 벌렸다. 뽀얀 허벅지 살결이 파르르 경련하듯 떨렸다.
그녀가 완전히 다리를 벌리자 뻣뻣한 몸과 달리 부드러운 살결의 음부가 드러났다. 도톰하게 갈라진 살덩이 사이로 안쪽의 작은 음순이 보였다. 유난히 포동포동해 보이는 살결에 로웬의 동공이 확장됐다.
둘의 숨이 점차 가빠졌다. 로웬은 더욱 흥분했고, 리디아는 공포와 불안으로 숨이 막히고 있었다.
그러나 리디아의 몸은 그녀의 의지와는 반대로 반응했다. 음순 사이가 이슬이 맺힌 꽃잎처럼 물기를 벤 듯 촉촉하게 젖어 들었다. 긴장으로 그곳이 수축하며 실룩이자, 미끌거리는 애액이 아래로 흘렀다.
"하아, 하아..."
로웬의 손가락이 좀 더 다급한 몸짓으로 버클을 풀었다. 버클이 풀리는 소리에 반사적으로 리디아의 다리가 좁혀졌다가, 다시 벌어졌다. 갈라진 살덩이가 눌리고 다시 펴지는 모습이 고스란히 로웬의 눈에 담겼다.
단단히 부풀어 오는 성기가 속옷 위로 도드라졌다. 그의 손바닥이 성기를 쓸어올리자 이미 축축하게 젖어있는 속옷 천이 그의 성기에 달라붙었다.
로웬은 속옷 안으로 손을 넣어 성기를 꺼냈다.
찌걱...쯥...
충혈된 성기 끝에서 맑은 액체가 새어나와 줄줄 흘렀다. 그의 손가락이 성기를 위아래로 훑을 때마다 끈적한 소리가 들렸다. 리디아는 이제 아무런 생각도 할 수 없었다. 그저 이 순간이 빨리 끝나기 만을 간절히 바랄 뿐이었다. 그 때, 로웬이 자리에서 일어나 리디아의 앞에 다가왔다. 핏줄이 드러난 붉은 살덩이가 그녀의 시야에 들어왔다.
"원래 그림이란 감각적인 묘사도 중요한 법이 아니겠나."
로웬의 손이 리디아의 다리 사이로 향했다. 리디아의 숨이 완전히 멎었다. 마치 숨을 쉬는 법을 잊은 듯. 크게 뜨인 눈으로 로웬의 손끝만을 바라보았다.
"눈으로만 보니 잘 모르겠고, 직접 만져봐야 알 것 같아. 자네도 그렇게 생각하지?"
"끕..."
로웬의 손바닥이 기어이 리디아의 음부를 덮었다. 리디아가 비명을 지를 뻔한 것은 가까스로 삼켜내고 손으로 입을 가린 채 고개를 돌렸다. 로웬이 리디아의 반응을 즐기듯 가만히 그녀의 표정을 살피며 더욱 세밀하게 손가락을 움직였다. 중지와 검지로 음순을 살짝 벌리자, 안쪽의 점막이 드러났다. 그가 잠시 관찰하듯 그곳을 응시하고는 천천히 그 사이를 손끝으로 문질렀다.
"흐윽...아!"
끈적한 애액이 손끝의 마찰을 더욱 부드럽게 했다. 로웬의 손가락은 점점 더 깊숙한 곳으로 향했다. 질구 주변을 원을 그리듯 문지르자 리디아의 허리가 휘었다.
"으응...아..아앗!"
그는 조용히 아무 말 없이 그녀의 클리토리스를 손끝으로 살살 긁었다. 여린 점막이 움찔거리며 수축하고, 리디아의 다리가 좁혀졌다 벌어지기를 반복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