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60화 폭풍전야


애프릴이 로웬의 무릎에서 천천히 몸을 일으켰다. 그 순간, 그녀의 시선이 로웬의 바지 앞섶에 멈추었다. "아... 아버지... 제가..." 그녀의 얼굴이 더욱 붉어졌다. 로웬의 바지는 그녀의 애액과 그의 정액이 섞여 크게 젖어 있었다. "저... 저한테서... 뭔가 이상한 게 나왔어요..." 애프릴이 당황한 듯한 목소리로 말하며 고개를 숙였다. 그녀는 그것이 무엇인지 알지 못한 채, 낯선 감각에 어지러워하며 로웬을 올려다보았다. 로웬은 그 말에 가슴이 저릿하게 아려왔다. 그녀의 순진하고 서툰 반응이 숨 막히게 사랑스러웠고, 동시에 깊은 죄책감이 그의 가슴을 숨 막히게 눌러왔다. "괜찮아, 애피... 아무 일도 아니야." 그의 목소리는 낮고 가늘게 떨렸다. 애프릴의 첫 절정을 이끌어낸 그 순간이, 달콤하면서도 잔혹하게 느껴졌다. 달빛이 조용히 침실을 물들였다. 애프릴의 얇은 네글리제는 땀과 흥분으로 젖어 살결에 달라붙어 있었고, 그녀의 하얀 다리는 여전히 미세하게 떨리고 있었다. 정적이 흐르는 그 공간에서, 금기를 넘어선 쾌락의 잔향이 남아 있었다. 로웬은 고개를 돌리며 깊은 숨을 내쉬었다. 애프릴이 고개를 푹 숙인 채, 하얀 발가락으로 카펫 위를 꼼지락거렸다. 그의 시선은 애프릴에게서 쉽게 떨어지지 않았다. 바지 속에서 여전히 단단히 부풀어 있는 욕망이, 그의 자아마저 천천히 갉아먹고 있었다. [60. 폭풍전야] 며칠이 지난 어느 오후, 초여름의 햇살이 저택의 복도를 따스하게 비추고 있었다. 대리석 기둥 사이로 스며드는 바람이 클라라의 치맛자락을 살짝 흔들었다. 창틀 사이로 비치는 햇살이 복도 바닥에 부드러운 그림자를 드리웠다. 클라라는 창가에 서서 정원에서 뛰노는 애프릴을 바라보았다. 그녀의 금빛 머리칼이 봄바람에 살랑거렸다. 저택의 복도는 여전히 고요했지만, 그날 밤의 기억은 여전히 그녀의 마음을 무겁게 짓눌렀다. 로웬의 바지 앞섶이 젖어 있던 모습을 본 순간, 클라라는 자신도 모르게 인상을 찌푸릴 뻔했다. 그러나 오랜 습관대로, 그녀는 감정을 감추었다. 분명 그날 밤 로웬이 자신을 부를 거라 예상했다. 늘 그랬듯이 애프릴의 흉내를 내라고 명령하거나, 그녀의 이름을 부르며 자신의 욕망을 채우려 들 거라 생각했다. 그러나 의외로 그는 클라라를 부르지 않았다. 창밖 정원에서는 애프릴의 맑은 웃음소리가 들려왔다. 정원에서는 애프릴이 여전히 순수한 미소를 지으며 꽃을 가지고 놀고 있었다. 그녀의 백금발이 햇볕에 반짝였다. 클라라는 창가에 선 채로 한참을 그 모습을 바라보았다. 애프릴은 저렇게나 순수한데… '이상하게 조용해...' 클라라는 아침에 이오의 모습도 유심히 살폈었다. 혹여나 로웬이 그녀에게 무슨 짓을 저질렀다면, 행동이나 표정에서 드러났을 터였다. 그러나 이오는 평소처럼 밝고 천진난만했다. '제발... 이대로만 평화로웠으면...' 그러나 불길한 예감이 가슴속에서 꿈틀댔다. 이 적막이 폭풍전야처럼 느껴졌다. 겉으로는 잔잔한 듯 보이는 저택이었지만, 마치 깊은 바다 속에서 거대한 소용돌이가 숨어 있는 것만 같았다. 클라라는 창밖을 바라보며 깊은 한숨을 내쉬었다. 저택의 평화로운 일상이 얼마나 더 지속될 수 있을지, 그녀는 알 수 없었다. 정원에서 들려오는 애프릴의 맑은 웃음소리가 봄바람을 타고 울렸다. 그 순수한 웃음소리가 클라라의 가슴을 더욱 무겁게 했다. 그때, 복도 너머에서 하녀들의 수근거리는 소리가 들렸다. 클라라는 무심코 발걸음을 멈추었다. 목소리는 메리와 제인의 것이었다. "그게 정말이야? 소피아가..." 소피아. 그녀의 이름이 들리는 순간, 클라라의 손끝이 차갑게 식었다. 백작저를 떠난 지 벌써 석 달. 클라라는 그날 이후로 한 번도 그녀를 보지 못했다. "응, 12주 정도 됐다던데? 난 직접 봤어. 마을에서... 그 배는 분명 임신한 거야. 아침마다 계속 구토도 한대." 클라라는 미세하게 숨을 들이쉬었다. 하녀들의 말이 과장되었을 가능성이 높았다. 임신 3개월 차에 배가 눈에 띄게 불러올 리 없었다. 아마도 소문을 전하는 과정에서 누군가의 상상이 더해진 것이리라. 하지만 이어지는 말에 그녀의 심장이 서늘하게 식어갔다. "그런데 말야... 소피아가 마을 사람들한테 그러더래. 자기 뱃속의 아이가..." 제인의 목소리가 더욱 낮아졌다. "백작님의 아이라고..." 클라라의 심장이 멎는 것 같았다. 그녀의 머릿속에 소피아의 진저색 곱슬머리와 호박색 눈동자가 떠올랐다. 그녀의 순박한 웃음소리, 그리고 그날 밤 저택을 떠나며 흘렸던 눈물과 절규가 귓가에 울렸다. "쉿! 목소리 낮춰! 누가 들을라..." 메리의 다급한 목소리가 이어졌다. 하지만 이미 늦었다. 클라라는 모든 것을 들었다. 백작저를 떠난 소피아는 그 후 한동안 열병을 앓았다고 했었다. 로웬이 그녀를 내쫓지는 않았지만, 소피아는 스스로 백작저를 떠났다. 다시는 돌아오지 않겠다며... 하지만 이제 그녀가 돌아온다는 소문이 들려오고 있었다. 클라라는 창가로 다가갔다. 따스한 햇살이 닿았지만, 그녀의 온몸은 얼음장처럼 차가웠다. 정원에서는 여전히 애프릴이 꽃을 보며 즐거워하고 있었다. 그 천진난만한 웃음이 이 평화로운 순간이 곧 끝날 거라고 예고하는 듯했다. 소피아의 임신 소식이 퍼진다면, 저택 안은 어떻게 변할까. 로웬은… 그는 어떤 반응을 보일까. "저택으로 돌아올 거래… 이번 주 안에..." 제인의 속삭임이 귓가를 찔렀다. 클라라는 눈을 감았다. 소피아의 귀환. 그것은 저택을 뒤흔들 돌멩이가 될 것이었다. 그리고 그 파문은, 결코 사소하지 않을 터였다. ------------------------------------------ 소피아는 마을 외곽의 작은 오두막에서 허리를 숙인 채 숨을 헐떡였다. 속이 뒤집히는 듯한 메스꺼움이 몰려왔고, 텅 빈 위장에서 쓴물이 역류했다. 차가운 땀이 이마를 타고 흘러내렸고, 피부는 얼어붙을 듯한 냉기를 느꼈다. 두 손을 바닥에 짚고, 가쁜 숨을 내쉬며 떨리는 손을 애써 무시했다. 서랍을 열고 손수건을 꺼내는 그 동작은 마치 오래된 습관처럼 자연스러웠다. 마치 기계처럼, 반복되어 온 익숙한 일상이었다. 하지만, 문득 손수건을 내려다보던 그녀의 눈에서 눈물이 한 방울 떨어졌다. 그것은 스스로도 예상하지 못한 감정의 틈새 같았다. 말라붙은 입술을 깨물며 재빨리 눈물을 닦아냈지만, 속절없이 흐르는 감정을 멈출 수 없었다. 벽에 기대어 조용히 흐느끼던 그녀는, 마치 자신의 존재를 확인하듯 배 위에 손을 얹었다. 차가운 손끝 너머로, 미약한 생명의 온기가 느껴지는 듯했다. "괜찮아...괜찮을거야" 그러나 자신의 말이 공허하게 울리는 것만 같아, 소피아는 두 눈을 질끈 감았다. 정말로 괜찮을까? 끝도 없이 밀려오는 두려움과 불안 속에서 그녀는 홀로 버티고 있었다. 마을 사람들의 시선 속에서, 이곳에서 계속 살아갈 수 있을지조차 확신할 수 없었다. 소피아의 시선이 식탁 위의 마른 빵 한 조각에 멈췄다. 오늘이 지나면 더는 남은 게 없었다. 그녀는 주저하며 망토를 여몄다. 시장으로 가야 했다. 소피아는 마을 시장으로 향하는 길에서 다시 한 번 자신의 망토를 여몄다. 시선들이 느껴졌다. 차가운 바람같은, 날카로운 바늘같은 시선들이 그녀를 찔렀다. "저기 봐, 백작저에서 쫓겨난 그 계집..." "쉿, 목소리 낮춰. 하지만 정말 뻔뻔하단 말이지. 저렇게 대놓고 나다니니..." 빵집 앞을 지날 때였다. 평소 친절하게 대해주던 빵집 주인마저 그녀를 보자 얼굴을 찌푸리며 등을 돌렸다. 소피아는 입술을 깨물었다. 더는 이곳에서 빵을 살 수 없다는 것을 직감적으로 알았다. 익숙한 빵 냄새마저 그녀를 밀어내는 듯했다. 오늘따라 유난히 길게 느껴지는 시장길. 채소 몇 개를 사기 위해 노점 앞에 섰을 때도, 상인의 눈빛은 차가웠다. "금방 상할 물건이라 팔 수 없소이다." 분명 방금 전까지 다른 손님에게 친절하게 대하던 상인이었다. 소피아는 주머니 속에서 동전을 꽉 쥐었다. 돈은 있었다. 하지만 그것이 아무런 의미도 없다는 사실을 깨닫는 데 오래 걸리지 않았다. 소피아는 말없이 발걸음을 돌렸다. "저런 계집을 마을에서 내쫓아야 해..." "그래도 불쌍하지 않아? 아직 어린 나이인데..." "불쌍은 무슨. 자기가 자초한 일이지. 정숙치 못한 계집은 원래..." 발걸음을 재촉하며 소피아의 눈가에 눈물이 맺혔다. 차라리 저택을 떠날 때, 이 마을도 함께 떠났어야 했다고. 나는 대체 무엇을 기대했던 걸까. 오두막으로 돌아오는 길, 교회 앞을 지날 때였다. 교회 신부와 마주치자 소피아는 순간 얼어붙었다. 마치 신의 재판 앞에 놓인 기분이었다. 불안과 함께 미약한 희망이 번져 올랐다. 신부는 안타까운 눈빛으로 그녀를 바라보고 있었다. 그러나 뒤이어 들려온 말은 소피아의 내면을 완전히 무너뜨리는 것이었다. "주님의 용서를 빌게나, 소피아." 그 말에 소피아는 참았던 눈물을 터뜨리고 말았다. 용서... '용서받아야 할 게 뭔지 모르겠어요...' 차마 그 말을 입밖에 내뱉지 못한 채, 길가에 주저앉아 어깨를 들썩이며 흐느꼈다. 할 수만 있다면 머리를 땅에 박고 모든 것을 외면하고 싶었다. 귀를 막고, 눈을 감고. 한참 후, 그녀는 힘겹게 몸을 일으켰다. 눈물이 마를 틈도 없이 바람이 차갑게 뺨을 스쳤다. 오두막으로 돌아가는 길, 그녀는 가슴속에서 밀려오는 절망을 삼켰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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