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45화 하녀채용


[45. 하녀채용] 짙은 갈색 머리카락을 가진 소녀가 백작가의 웅장한 정문 앞에 섰다. 차가운 돌바닥 위로 조심스럽게 내딛는 그녀의 발걸음은 마치 자신이 놓인 위치를 확인하려는 듯한 불안정함을 담고 있었다. 올리브빛 눈동자가 길게 흔들리며 불안감에 휘둘리고, 떨리는 손끝이 무의식적으로 치맛자락을 움켜잡았다. ‘언니가 알면 분명 화낼 거야...’ 이오, 클라라의 동생이었다. 그녀는 자신이 입고 온 수수한 면 드레스를 다시 한 번 매만졌다. 떨리는 숨을 고르며 결심을 다잡았다. 클라라가 알면 절대 허락하지 않을 터였다. 하지만 더 이상 언니에게 짐이 되고 싶지 않았다. ‘여기서 일하게 된다면, 언니의 부담을 덜어줄 수 있을 거야.’ 이오는 주머니에서 구겨진 하녀 모집 공고문을 꺼내 다시 한 번 확인했다. 깊은 숨을 들이마시고, 한 걸음 내디뎠다. 백작저택은 정원을 가로지르는 길 위에서부터 그녀의 시선을 사로잡았다. 만개한 장미들이 우아하게 흔들리며 그 자태를 뽐내고, 분수대에서 쏟아지는 물줄기가 햇살을 받아 반짝였다. 아름다웠지만, 이오의 가슴은 점점 더 두근거렸다. ‘이제 와서 돌아갈 순 없어...’ 조심스레 문을 두드리자, 곧장 시종이 그녀를 맞이했다. 복도를 지나며, 이오는 그저 넋을 놓고 걸었다. 대리석 기둥들, 찬란한 샹들리에, 벽을 장식한 금박 액자들… 이오는 숨을 삼켰다. 동화 속에서나 보던 궁전과 같은 풍경이 눈앞에 펼쳐졌다. 면접실 앞에 다다르자, 이오는 잠시 멈칫했다. 문 너머로 가느다란 소음이 새어 나왔다. 조심스레 문을 열자, 고요하고 우아한 분위기가 그녀를 감쌌다. 그곳에는 이미 한 여인이 앉아 있었다. 검은 머리카락이 부드럽게 흘러내리며, 보라색 눈동자는 마치 깊이를 알 수 없는 못처럼 신비롭게 빛났다. 그녀는 창밖을 바라보며, 그 고요한 기품을 온몸으로 발산하고 있었다. '비올레타...' 이오는 그녀의 이름표를 힐끗 읽었다. 그 순간, 복도에서 발소리가 울렸다. 집사 윌리엄과 하녀장 마거릿이 면접실로 들어왔다. "오늘 지원자가 두 명이군요." 윌리엄이 서류를 살피며 말했다. 그러나 그 말이 끝나자마자, 느긋하면서도 날카로운 목소리가 문을 가로막았다. "잠시만." 그와 동시에 방 안의 공기가 묘하게 긴장되었다. 문 앞에 서 있는 이는 은빛이 감도는 금발을 가진 한 남자였다. 그의 푸른 눈동자가 빛을 반사하며 깊은 무언가를 품고 있었다. 로웬. 그는 한 손을 주머니에 넣은 채 여유로운 걸음걸이로 다가왔다. 윌리엄이 머뭇거리며 입을 열었다. "하지만 백작님, 통상적으로는—" "이번만은 내가 직접 보겠다." 로웬이 손을 들어 그를 막았다. 낮고 단호한 목소리였다. 거역할 수 없는 위엄이 담겨 있었다. 윌리엄과 마거릿은 잠시 서로를 바라보더니, 곧 조용히 물러났다. 이오의 긴장이 최고조에 달하며 손끝이 떨리기 시작했다. 그에 비해, 비올레타는 여전히 고요했다. 감정을 읽을 수 없는 얼굴로 창밖을 바라볼 뿐이었다. 창밖을 바라보는 그녀의 모습은 마치 시간을 멈춘 것처럼 느껴졌다. 로웬의 시선이 그녀를 스치고 지나가 이오에게 닿았다. "먼저 너부터 보도록 하지." 이오를 바라보는 그의 얼굴 위로 가벼운 미소가 그의 입가에 맴돌았다. 하지만 그 속에 담긴 의미를 알 수 없었다. 로웬의 서재로 들어서자, 묵직한 나무 가구와 거대한 책장이 이오를 둘러싸며 압도적인 분위기를 자아냈다. 해가 기울며 붉은빛이 창을 타고 흘렀다. "이름이?" "이오입니다! 클라라의 동생이에요." 이오는 목소리에 힘을 주어 또렷하게 대답했다. 그를 향한 경계는 없었다. 오히려 새로운 환경에 대한 설렘이 얼굴에 고스란히 드러나 있었다. 로웬이 의자에 앉아 그녀를 바라보았다. 수수하지만 단정한 옷차림, 깨끗하게 빗어 넘긴 갈색 머리카락, 햇살에 반짝이는 올리브빛 눈동자. 모든 것이 눈에 띄게 매력적이었다. "클라라의 동생이라고? 언니는 네가 여기 온 걸 알고 있나?" 로웬의 입가에 떠오른 미소는 그저 호기심을 담고 있었다. 이오는 순간 당황했지만, 곧 해맑게 웃으며 고개를 저었다. "아니요. 언니가 너무 고생하는 것 같아서, 제가 몰래 왔어요. 제가 도와주고 싶어서요!" 이오의 순수한 대답에 로웬은 흥미를 느꼈다. 클라라와 닮았지만, 전혀 다른 매력이 있었다. 로웬은 잠시 그녀를 바라보며 깊은 생각에 잠겼다. 클라라가 이 저택에서 일한 지도 벌써 몇 년이 지났고, 그동안 그녀의 동생이 이렇게 아름답게 자랄 줄은 몰랐다. "그래..." 로웬은 천천히 그녀의 주위를 돌며 살폈다. 이오는 자세를 흐트러뜨리지 않았다. 시선을 정면에 고정한 채, 마치 자신을 증명하려는 듯했다. "언니처럼 성실하게 일하고 싶습니다." 이오의 손끝이 미세하게 떨리긴 했지만, 목소리는 결연했다. 로웬은 문득 손을 들어 그녀의 턱을 가볍게 들어 올렸다. 이오는 놀라 눈을 크게 뜨며 그의 손길을 느꼈다. "아직 어려보이는데, 할 수 있겠나? 일이 쉽지 않을텐데." 로웬이 낮고 낮게 읊조리듯 말했다. 그의 푸른 눈동자는 이오의 얼굴을 유심히 살폈다. "곧 성인이 됩니다. 충분히 일할 수 있어요." 이오가 힘주어 말했다. 로웬의 미소가 한층 깊어졌다. 그의 시선은 이오의 가는 목선에서 어깨선을 따라 내려갔다. 그 곡선이 예술처럼 아름다웠다. "좋아, 클라라의 동생이니 믿을 만 하겠지." 그의 말에 이오의 얼굴이 환하게 밝아졌다. "감사합니다! 최선을 다하겠습니다." 이오는 작은 강아지처럼 기뻐하며 활짝 웃었다. 로웬은 창밖을 바라보았다. 장미 정원이 황금빛으로 물들어가고 있었다. 이오의 시선이 무심코 책상 위 화병에 놓인 장미로 향하자 로웬이 따스한 목소리를 가장하며 은근한 어투로 물었다. "꽃을 좋아하나?" "네! 특히 장미를 정말 좋아해요." 이오가 반짝이는 눈으로 대답했다. 그녀의 해맑은 모습에 로웬은 가늘게 웃었다. ‘이 순수함을 서서히 물들이는 것도 나쁘지 않겠군.’ 그의 시선이 깊어졌다. 책상 위의 화병을 응시하다가 손끝으로 장미 꽃잎을 가볍게 스치자, 한 장의 꽃잎이 조용히 바닥으로 떨어졌다. '클라라의 동생이라… 재미있는 상황이 되겠어.' 그의 머릿속에는 이미 이오를 차근차근 길들일 계획이 그려지고 있었다. 순수한 그녀의 모습이 자신의 손길로 물들어갈 것을 상상하자 절로 미소가 지어졌다. -------------------------------- "비올레타입니다." 검은 머리카락이 우아하게 흘러내렸다. 그녀의 움직임 하나하나가 마치 춤처럼 매끄럽고 고상했다. 그녀가 무릎을 굽혀 정중히 인사할 때, 그 동작은 단순한 하녀 지원자의 그것이 아니었다. 손끝은 여유롭고 세련되었으며, 표정은 철저히 단정하고 냉철했다. 그 모습은 귀족이었고, 귀족만이 가질 수 있는 품격을 지니고 있었다. 로웬은 말없이 비올레타를 관찰했다. 그 동안 비올레타는 가만히 그 자세 그대로 그의 답을 기다렸다. "아, 기억나는군. 아스티아 가문의..." 그의 목소리가 미묘하게 갈라졌다. 순간, 내리깔고 있던 비올레타의 눈동자가 그의 눈을 올려다보았다. 짙고 맑은 보랏빛, 얼음처럼 차가운 빛을 띠었다. "그 반역자 가문의 막내딸이로군." 그녀의 냉담한 표정이 더욱 차갑게 가라앉았다. 단 한순간, 손끝이 떨리는 듯했으나 이내 다시 굳어졌다. 그러나 로웬은 보았다. 그 흔들림을. "...맞습니다. 백작님." 목소리는 낮고 차분했다. 마치 깊은 우물과도 같은 어조. 감정을 감추는 기술이었지만, 로웬의 눈은 그녀의 숨겨진 파문을 놓치지 않았다. 그는 천천히 그녀의 주위를 돌았다. 마치 사냥감을 가늠하는 맹수처럼. "5년 전, 네 아버지 이스티아 남작은 나에게 반역을 저질렀지. 그리고 그 대가는... 네가 잘 알고 있을 것이다." 비올레타의 시선이 그를 정면으로 마주했다. 그녀의 보랏빛 눈동자가 강렬하게 빛났다. "이제는... 그저 비올레타일 뿐입니다." 그녀의 목소리에는 쓸쓸한 기운이 서려 있었다. 그러나 로웬은 그 단어 하나하나 속에 숨은 결의를 감지했다. "흐음... 아버지를 찾으러 온 건 아닐테고." 로웬이 천천히 책상 앞으로 걸어갔다. 그의 입가에 싸늘한 미소가 번졌다. "너의 아버지 말이다. 이스티아 남작은 지금도 우리 저택 지하에서 잘 지내고 있단다." 비올레타의 손끝이 미세하게 떨렸다. 그러나 얼굴에는 미동도 없었다. 마치 이미 알고 있었다는 듯한, 준비된 태도. "그렇군요... 아버님의 생사를 알게 되어 다행입니다." 그녀의 목소리는 담담했다. 하지만 로웬은 그 속에 숨어 있는 증오를 감지했다. 바닥에 깔린 화약처럼, 한순간의 불꽃에도 폭발할 기세였다. "간이 크구나. 이렇게 제 발로 찾아오다니..." 로웬이 비올레타 앞에 서서 그녀의 턱을 들어 올렸다. 그녀의 보랏빛 눈동자가 흔들림 없이 그를 응시했다. "저는 그저... 일자리가 필요할 뿐입니다." 목소리는 흔들림이 없었다. 그러나 로웬은 보았다. 그녀의 가면 뒤에 숨은 진짜 목적을. "복수가 아니라?" 그가 그녀의 턱을 더욱 강하게 쥐었다. 하지만 비올레타는 눈 하나 깜빡이지 않았다. "아니요. 그저 살아남기 위해서입니다." 그녀의 대답은 완벽했다. 그러나 로웬은 그 거짓말이 얼마나 정교한지 알 수 있었다. 복수심과 경계심이 맞부딪치며 만들어내는 팽팽한 긴장감이 방 안을 가득 채웠다. "그래... 옛 정이 있으니까, 오랜 친우의 딸인데 배를 곪게 할 수는 없지." 그의 손이 턱에서 떨어졌다. 비올레타는 묵묵히 고개를 끄덕였다. 그 태도는 마치 언제든 준비된 검처럼 단호했다. "감사합니다, 백작님." "하지만 명심해라. 네 모든 행동은 내 눈 아래 있을 거다." 비올레타는 고요한 눈빛으로 로웬을 응시했다. 그녀의 보랏빛 눈동자가 차갑게 빛나며 그를 꿰뚫어보는 듯했다. "물론입니다. 제 모든 것은 백작님의 것이니까요." 붉어진 노을빛이 두 사람 사이로 길게 드리워졌다. 그 빛은 마치 그들 사이의 경계를 상징하는 듯, 점차 더 짙어졌다. 로웬은 그 속에서 그녀의 복수심과 자신의 경계심이 결합된, 치명적인 게임의 시작을 예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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