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8화 숨 막히는 저녁 식사
[28. 숨 막히는 저녁 식사]
에단이 소파에 앉아 차를 홀짝이며 로웬을 기다리고 있었다. 그가 고요히 마주 앉을 때, 자연스레 입가에 떠오르는 미소는 마치 변함없는 봄날의 햇살처럼 부드럽고 따뜻했다. 그가 일어섰을 때, 그의 우아함은 변함없었고, 그 모습은 여전히 완벽했다.
"형님, 잘 지내셨습니까?"
에단의 목소리는 부드러웠고, 평온한 미소가 그를 감쌌다.
로웬은 그를 따라서 미소를 지으며 지으며 고개를 끄덕였지만, 그 마음속에는 비릿한 쓴웃음이 피어올랐다. 완벽한 동생, 완벽한 아들... 그리고 자신이 욕망으로 더럽힌 리리의 아버지.
"최대한 빨리 돌아오려 했는데 일이 지체되어 조금 늦게 왔네요. 신세가 많았습니다."
에단의 말에 로웬의 마음속에서 오래된 질투와 분노가 꿈틀거렸다. 하지만 그의 얼굴은 평온했다.
"실례라니, 그럴 리가."
로웬은 완벽하게 연기했다. 수십 년간 갈고닦은 가면이었다.
"리리는 잘 지냈습니까?"
그 이름을 입에 담는 순간, 로웬은 그날 밤의 기억이 선명하게 떠올렸다.
리리의 절규, 그녀의 순결을 빼앗던 순간의 쾌감, 그리고 그 후로도 계속되는 욕망... 그의 눈 앞에 리리의 모습이 아른거렸다.
"그래, 리리는... 잘 지냈어."
로웬의 목소리가 살짝 떨렸다. 다행히 에단은 알아채지 못한 것 같았다.
"가기 전에 식사라도 함께 하지."
로웬이 제안했다.
응접실의 공기가 무거워졌다. 로웬의 마음속에서는 열등감, 질투, 욕망과 함께 자신의 추악함을 들키는 것에 대한 두려움까지 뒤엉켜 소용돌이쳤다.
석양이 창밖으로 스며들어온다. 붉은 빛이 부서지는 그 순간, 로웬은 그것이 마치 자신의 죄악을 조용히 비추는 것처럼 느껴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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저녁 식사 시간, 우아하게 꾸며진 식당에 촛불이 은은하게 타오르고 있었다.
"삼촌! 삼촌이 오셨다구요!"
애프릴이 가장 먼저 달려왔다. 그녀는 예절 수업에서 배운 대로 우아한 인사를 건네려 했지만, 긴 드레스 자락에 발이 살짝 걸려 비틀거렸다.
"아앗..."
그녀의 서투른 모습에 하녀들이 긴장했다. 사교계였다면 분명 비웃음거리가 되었을 순간이었다.
하지만 에단은 아무렇지 않게 그저 따뜻한 미소를 지으며 그녀를 맞이했다.
"그래, 우리 애프릴이 이렇게 훌륭한 숙녀가 되었구나."
그의 목소리에서 진심이 묻어나왔다. 애프릴은 그 말에 순수한 기쁨이 묻어나는 웃음을 지었다.
시간이 흘렀지만, 리리의 모습은 보이지 않았다.
"그런데... 리리가 조금 늦는군요."
에단이 의아한 표정으로 말했다. 그의 목소리에서 걱정의 기미가 엿보였다.
로웬의 심장이 빠르게 뛰기 시작했다. 그것은 죄책감 보다는 자신이 저지른 일들이 들키는 것에 대한 불안감에 더 가까웠다.
쿵- 쿵-
"정말 죄송합니다, 형님. 식사가 준비되었는데..."
에단이 미안한 표정을 지었다. 그의 얼굴에는 완벽한 신사의 예의가 담겨있었다.
로웬은 자신의 심장 소리가 다른 이들에게도 들리지 않을까 걱정되었다. 그의 손바닥에는 식은땀이 배어났다.
애프릴은 여전히 순진한 표정으로 식당문을 바라보았다. 그녀는 아무것도 모른 채, 리리가 오기만을 기다리고 있었다.
식당의 촛불이 흔들렸다. 그 움직이는 그림자가 마치 로웬의 죄악을 드러내려 하는 것만 같았다.
"아..."
로웬이 무어라 말하려 입술을 달싹이는 순간, 애프릴이 먼저 입을 열었다.
"아! 리리 언니가 계속 몸이 아프다고 했어요! 배가 아프다고 했는데... 오늘도 그런가 봐요!"
애프릴의 순진한 목소리가 식당에 울렸다. 그 말을 듣는 순간, 로웬은 긴장한 듯 자신도 모르게 침을 삼켰다.
"리리가?"
에단의 얼굴이 굳었다. 걱정이 가득 서린 표정. 그리고 에단의 반응을 살피는 로웬의 눈동자가 불안하게 흔들렸다.
로웬은 급히 침착함을 가장하며 말했다.
"낯선 곳에 와서 긴장을 한 모양이군. 배탈이 난 모양이야."
그의 목소리는 평온해 보였지만, 손끝은 미세하게 떨리고 있었다.
"이런, 그랬군요..."
에단의 한숨 소리가 들렸다. 그의 눈에는 딸을 걱정하는 순수한 부성애가 가득했다.
식당의 샹들리에가 은은한 빛을 뿌리고 있었다. 그 빛 아래에서 로웬의 죄악은 더욱 깊어만 갔다.
"제가 리리 언니에게 가볼까요?"
애프릴이 순진하게 말했다. 로웬의 심장이 다시 한번 쿵쾅거렸다.
"아니... 애피, 리리는 지금 쉬어야 할 거야. 일단 우리끼리 먼저 식사하자꾸나."
그가 급히 말했다. 초조한 목소리 속에 담긴 불안이 아무에게도 들키지 않기를 바랐다.
그때, 무거운 식당 문이 천천히 열렸다. 모든 이의 시선이 그곳으로 향했다.
리리가 우아한 걸음으로 들어섰다. 그녀의 움직임은 한 치의 흐트러짐 없이 완벽했지만, 그 안에는 숨겨진 깊은 불안이 고요하게 흐르고 있었다.
"아버님... 백작님, 늦어져서 죄송합니다."
그녀의 목소리는 작고 떨렸다. 우아하게 인사를 건네는 그녀의 손끝도 미세하게 떨리고 있었다.
로웬은 그녀를 바라보며 숨이 막히는 듯한 느낌을 받았다. 리리의 창백한 얼굴, 그 이면에 숨겨진 공포와 트라우마... 그것들은 모두 자신이 만들어낸 것이었다.
'설마...'
그의 머릿속이 하얗게 변했다. 리리가 입을 열어 모든 것을 말해버릴까봐, 그의 추악한 진실이 드러날까봐 두려웠다.
리리는 조용히 자리에 앉았다. 그녀의 하얀 손가락이 테이블 보를 무의식적으로 매만졌다.
"리리, 몸은 좀 괜찮니? 아팠다고 들었는데."
에단의 걱정 어린 목소리가 들렸다. 그 목소리에서 숨겨진 순수함이 리리에게 어떤 압박을 가하고 있음을 그는 알지 못했다. 그녀의 어깨가 미세하게 떨렸다.
로웬은 자신의 심장 소리가 너무 크게 들리는 것 같았다. 식당의 공기가 점점 무겁게 내려앉는 듯했다.
"아... 아니에요, 아버지. 이제 괜찮아요."
리리의 목소리는 마치 깨질 듯이 연약했다. 그녀는 고개를 숙인 채, 시선을 테이블에 고정했다.
애프릴만이 상황을 모른 채 밝게 웃고 있었다. 그녀의 순수한 미소가 이 무거운 분위기 속에서 더욱 부조화스럽게 느껴졌다.
촛불이 흔들렸다. 그 빛에 비친 리리의 얼굴이 더욱 창백해 보였다.
로웬은 자신의 욕망이 만들어낸 이 끔찍한 상황을 어떻게 해결해야 할지 전혀 알 수 없었다. 마음속에서 갈피를 잡지 못한 채, 그저 리리가 입을 다물어주기를, 이 식사가 아무 일 없이 끝나기를 바랄 뿐이었다.
식사가 시작되었다. 은제 식기가 부딪히는 소리만이 무거운 공기를 가르고 있었다.
로웬의 손끝이 미세하게 떨렸다. 그의 시선은 끊임없이 리리를 향했다가, 에단을 향했다가, 다시 리리에게로 향했다.
하지만 리리는 침묵했다. 그녀의 포크질은 우아했지만, 그 손끝에 담긴 두려움을 로웬은 놓치지 않았다.
"리리 언니가 수도 구경하고 싶다고 했는데~ 아파서 못갔어요! 극장도 못가구..."
애프릴의 해맑은 목소리가 무거운 침묵을 깼다. 그녀의 순수한 목소리가 이 어둡고 무거운 분위기 속에서 더욱 부조화스럽게 들렸다.
에단이 애프릴의 말에 귀를 기울이는 것이 보였다.
애프릴이 허튼 소리를 할까, 로웬이 급하게 화재를 돌리기 위해 끼어들었다.
"리리, 몸이 아프면 미리 얘기하지 그랬니, 그랬다면 의사를 불러줬을텐데. 다음에도 그런 일이 생긴다면 내게 꼭 알려주렴."
"...네. 배려에 감사드립니다."
그의 말에 리리가 잠시 멈칫하더니 고요하게 답하고는 다시 고요하게 식사를 이어갔다. 그 조용한 태도에 에단은 자신도 모르게 한숨을 내쉬었다. 그가 느낀 건 안도감이었다. 리리가 말하지 않음으로써, 그들의 진실은 여전히 숨겨져 있었다. 아직은.
그 순간, 그의 마음속에서 불안이 잠시 사라졌다. 그 대신, 욕망이 차오르는 느낌을 받았다. 에단의 눈은 잠깐 무의식적으로 리리에게로 향했다. 그녀의 고운 얼굴, 흩어져 있는 금발의 머리카락, 떨리는 손끝. 그 모습에서 오히려 그의 욕망이 점점 더 강렬해졌다.
그는 목을 가다듬으며, 다음 말을 이어갔다.
"음, 괜찮다면 하루 더 쉬다가지 그래. 에단, 너도 오랜만에 집에 왔는데 하루는 자고 가야지."
로웬의 시선은 은근히 리리의 몸을 훑었다. 그녀의 하얀 목선, 가녀린 어깨, 그리고 그 아래로 드러나는 부드러운 피부... 리리의 모습에서 더욱 피어오르는 욕망이 그의 속을 휘감았다.
리리의 얼굴이 더욱 창백해졌다. 그녀의 손가락이 테이블 보를 꽉 움켜쥐었다. 그 작은 손끝에서 느껴지는 두려움이 로웬의 마음을 더욱 뒤틀리게 했다.
"그래도 되겠습니까? 그럼 하루 더 쉬며 집에서 시간을 보내겠습니다. 오래간만에 이렇게 모두 함께 식사하는 것도 즐거운 일이지요."
에단이 기쁜 듯이 답했다. 여전히 모든 것을 맑고 순수한 눈으로 바라보며, 상황을 전혀 눈치채지 못하고 있었다. 그가 말하는 순간, 리리의 어깨는 미세하게 떨렸다.
"리리, 어떠니?"
에단의 순수한 물음에 리리의 더욱 크게 어깨가 떨렸다. 그녀의 입술이 파르르 떨렸며 말을 잇지 못했다. 그 모습은 마치 예고 없이 얼어붙은 공기 속에서 조용히 흔들리는 꽃잎 같았다.
"저는... 저는..."
평소의 우아함은 온데간데없이 사라지고, 그녀의 목소리는 떨리고 있었다.
결국 그녀는 작게 고개를 끄덕일 뿐이었다. 그 순간 로웬의 입가에 희미한 미소가 스쳤다. 그것은 한 순간에 지나갔지만, 그 미소 속에 담긴 냉혹한 만족감은 누구도 알아채지 못했다.
촛불이 흔들리며, 그 그림자가 리리의 창백한 얼굴 위로 드리웠다. 마치 그 그림자가 그녀의 공포를 더욱 깊게 만드는 것처럼.