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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화 나의 애피


클라라의 다리 사이로 로웬의 흔적이 흘러내리고 있었다. 차가운 달빛 아래, 클라라는 하얀 잠옷을 집어 들며 조심스레 몸을 감쌌다. 그녀의 움직임마다 달빛에 길게 뻗은 그림자가 서늘하게 드리워졌다. “아무에게도 말하지 마라.” 로웬은 창밖을 응시하며 낮게 중얼거렸다. 그의 목소리에는 딸 애프릴에 대한 깊은 죄책감이 스며 있었고, 차가운 눈빛은 마치 잃어버린 순수함에 대한 한탄을 담은 듯했다. 침실에 무거운 침묵이 내려앉는다. 클라라는 조용히 고개를 숙인 채 방을 떠났고, 그녀의 발걸음은 복도를 따라 잔잔하면서도 애절한 소리를 남기며 사라졌다. 로웬은 홀로 창가에 서서 흐릿한 달을 바라보았다. 그의 마음 한켠에는 욕망과 죄책감, 그리고 후회의 감정이 그의 가슴을 무겁게 짓누르고 있었고, 차가운 달빛은 그 얼굴 위에 한층 더 서늘한 그림자를 드리워 주었다. 창밖으로는 달빛에 은은하게 물든 정원이 펼쳐졌고, 부드러운 봄바람이 커튼 사이를 살며시 스치며 조용히 새벽을 알렸다. [02. 나의 애피] 아침 햇살이 라쿠비스 저택의 집무실을 은은하게 물들이고 있었다. 창문 틈으로 스며든 부드러운 빛이 책상 위에 흩어진 서류들을 감싸 안았다. 하지만 로웬의 눈길은 그 위를 맴돌기만 할 뿐, 단 하나의 문장조차 머릿속에 들어오지 않았다. 어젯밤의 잔상이 여전히 그의 의식을 사로잡고 있었다. 애프릴의 따스한 체온, 그녀의 부드러운 숨결. 그리고 그 후, 클라라와의 강렬한 정사까지 그의 머리속에는 여전히 애프릴의 순수한 모습과 클라라의 뜨거운 육체가 뒤섞여 있었다. 두 개의 기억이 얽혀들며 로웬의 가슴을 옥죄었다. 그는 길게 한숨을 내쉬며 관자놀이를 문질렀다. 그러나 죄책감은 더욱 짙어질 뿐이었다. 창밖으로 비치는 따스한 햇살마저 그를 비난하는 듯했다. “아버지!” 문이 활짝 열리는 소리와 함께, 맑고 밝은 목소리가 공간을 가득 채웠다. 로웬은 흠칫 놀라며 고개를 들었다. 애프릴이 환한 미소를 머금은 채 방으로 들어왔다. 그녀의 금빛 머리카락이 햇살을 받아 후광처럼 빛났고, 하얀 드레스가 아침 공기 속에서 가볍게 나부꼈다. 그녀는 마치 작은 요정 같았다. 로웬의 목젖이 바짝 말라붙었다. "애피..." 목소리가 떨렸다. 애프릴이 다가오는 순간, 어젯밤 클라라의 뜨거운 몸이 떠올라 심장이 불규칙하게 뛰었다. 그러나 애프릴은 아무것도 모른다는 듯, 천진난만한 얼굴로 그의 품에 안겼다. 로웬의 가슴께로 달려든 그녀의 체온이 너무도 따뜻했다. 그가 망설이는 사이, 애프릴은 그의 셔츠를 살며시 잡아당기며 볼을 부풀렸다. "어제는 왜 애피랑 안 놀아주셨어요?" 앙탈 섞인 목소리에 로웬의 숨이 잠시 멎었다. 애프릴의 투명한 눈동자가 자신을 올려다보았다. 순수하고 맑은 그 시선이, 로웬의 죄책감을 더욱 깊숙이 파고들었다. 어젯밤, 그는 애프릴이 깊이 잠든 것을 확인한 뒤 조용히 방을 빠져나왔다. 그리고 곧장 클라라의 방으로 향했다. 그때였다. 딸깍. 고요한 공기를 가르며 문이 다시 열렸다. 은색 트레이를 든 클라라가 조용히 집무실로 들어왔다. 그녀의 연두빛 눈동자가 로웬과 스쳤다. 아주 잠깐, 서로의 눈이 맞닿았다. 그리고 곧 그녀는 고개를 숙였다. 트레이 위에서 찻잔이 미세하게 흔들렸다. "아침 차가 왔어요!" 그녀의 두 눈은 해맑은 기쁨으로 반짝였다. 클라라를 향해 환하게 웃는 모습은 마치 봄날의 꽃처럼 따스하고 아름다웠다. 로웬은 순간적으로 시선을 피했다. 애프릴의 맑은 미소와 햇살에 반짝이는 금빛 머리카락, 그 모든 것이 눈부셨다. 그러나 그가 외면하고 싶은 것은 그녀의 순수함이 아니었다. 손끝에 스치는 감촉이 여전히 생생했다. 어젯밤, 그는 클라라의 몸을 품에 안았다. 애프릴이 깊이 잠든 시간, 어둠 속에서. 숨을 삼키며 그는 애프릴의 머리카락을 조심스럽게 쓰다듬었다. 따스한 손길이었다. 어젯밤 클라라를 안았던 손과는 전혀 다른, 맑고 부드러운 부성애가 담긴 터치. 손가락 사이로 미끄러지는 머리카락이 비단처럼 부드러웠다. "클라라, 이제 가봐도 좋아." 로웬의 목소리는 차분했지만, 그 안에는 감추려 해도 지울 수 없는 긴장감이 서려 있었다. 클라라는 눈길을 들지 않은 채 조용히 트레이를 내려놓고 고개를 숙였다. 밤의 잔상이 그녀의 눈동자 속에서 희미하게 떠올랐다. 그러나 그녀는 아무 말도 하지 않았다. 조용한 발걸음으로 문을 열고, 다시 닫았다. 그녀가 떠나고 나서도 한동안 정적이 이어졌다. "아버지, 오늘은 정원에서 놀아주실 거죠?" 작은 손이 조심스럽게 로웬의 팔을 붙잡았다. 따뜻한 온기가 살며시 그의 피부로 스며들었다. 애프릴의 눈동자가 기대감으로 가득 차 있었다. 순수하고, 맑고, 깨끗했다. 로웬은 미소를 지었다. 그러나 그 미소가 진심이었는지는, 아무도 알 수 없었다. 로웬은 잠시 망설였다. 로웬은 잠시 망설였다. 그의 마음속에서 상반된 감정들이 격렬하게 충돌했다. 애프릴을 향한 순수한 부성애와, 어젯밤 클라라와의 정사로도 채워지지 않은 그의 욕망이 다시 한번 꿈틀대며 그의 의식을 잠식하려 들었다. "그래." 마침내 그가 입을 열었다. 목소리는 평온했지만, 그 안에는 깊이 숨겨진 갈등이 서려 있었다. 로웬은 자신의 감정을 단단히 다잡으며 애프릴을 바라보았다. 그녀의 순수한 미소 앞에서, 그의 욕망은 잠시 숨을 죽였다. 창밖에서는 아침을 알리는 새들의 지저귐이 들려왔고, 봄바람이 커튼을 살랑이며 불어왔다. 공기 중에는 막 피어난 꽃의 향기가 은은하게 퍼졌다. 로웬은 깊이 숨을 들이마셨다. 자신의 복잡한 감정을 가슴 깊이 묻어두기로 했다. 그는 애프릴의 손을 잡고 자리에서 일어섰다. 작은 손이 그의 손 안에 폭 안겼다. 따뜻하고 부드러운 감촉이 전해졌다. "아버지!" 애프릴이 기쁨에 찬 목소리로 그의 손을 꼭 쥐었다. 봄의 시작을 알리는 차가운 공기가 정원을 가로질렀다. 꽃들이 아직은 움츠러든 채, 이른 봄의 신선한 향기를 뿜어내고 있었다. 맑은 아침 햇살이 그들을 비추었고, 그 사이로 로웬과 애프릴의 발걸음이 조용히 이어졌다. 그러나 로웬의 마음 한구석에는 여전히 어젯밤의 기억이 선명하게 남아 있었다. 애프릴의 달콤한 숨결, 클라라의 뜨거운 육체, 그리고 끝없이 이어지는 죄책감... 그 모든 것들이 그의 내면에서 소용돌이쳤다. 그는 깊이 숨을 내쉬었다. 그리고 다시, 자신의 감정을 묻었다. 햇살은 따스했고, 꽃들은 찬란했다. 그러나 로웬의 그림자는 여전히 짙게 드리워져 있었다. 애프릴은 마치 작은 요정처럼 가벼운 발걸음으로 걸었다. 그녀의 하얀 드레스 자락이 봄바람에 살랑거릴 때마다, 로웬의 시선은 그녀의 가녀린 몸매를 따라갔다. 순수한 미소를 띤 그녀의 모습이 그의 마음을 미묘하게 뒤흔들었다. "아버지, 저 나비 좀 보세요!" 애프릴의 사랑스러운 목소리가 정원에 울려 퍼졌다. 그녀의 반짝이는 눈동자는 화사한 꽃밭을 향해 있었다. 그곳에는 노란 나비 한 마리가 꽃잎 사이를 훨훨 날아다니고 있었다. 로웬은 딸의 손을 잡아 꽃밭으로 이끌었다. 시원한 바람에 휘날리는 꽃잎들 사이에서 애프릴의 긴 금발이 마치 황금빛 폭포처럼 부드럽게 흩날렸다. 햇살을 받은 그녀의 머리카락은 더욱 찬란하게 빛났다. 로웬이 부드러운 미소를 지으며 애프릴을 바라보았다. 그의 마음속에서는 순수한 부성애가 깊이 솟아났지만, 동시에 그 아래 깊숙이 묻혀있는 또 다른 감정을 억누르기 위해 안간힘을 써야했다. 애프릴은 나비를 쫓아 꽃밭 사이를 달렸다. 그녀의 하얀 드레스가 꽃들 사이에서 펄럭일 때마다, 로웬의 시선은 그녀의 움직임을 놓치지 않고 좇았다. 그녀의 환한 웃음소리가 맑게 울려 퍼졌다. 아직은 서늘한 봄바람이 여전히 정원에 흐르고 있었다. 풀잎에는 아침 이슬이 맺혀 여전히 반짝이고 있었다. 그러나 로웬의 마음속에서 어젯밤의 기억은 떠나지 않았다. "아버지!" 애프릴이 갑자기 돌아보며 그를 불렀다. 해맑게 웃는 얼굴, 태양 아래 반짝이는 금빛 머리칼. 그녀의 눈동자에는 세상의 때가 묻지 않은 순수함만이 가득했다. 로웬은 순간적으로 숨이 막히는 듯했다. 그의 가슴 깊은 곳에서 무언가가 꿈틀거렸다. 죄책감. 그 감정은 온몸을 옥죄듯 강하게 조여 왔다. '나는 무엇을 바라고 있는 거지?' 그는 스스로를 책망하며 애프릴을 향해 미소를 지었다. 비록 어젯밤의 기억이 여전히 그의 가슴 한켠을 무겁게 누르고 있었지만, 지금 이 순간만큼은 딸과 함께하는 시간을 온전히 느끼고 싶었다. "그래, 나비가 참 예쁘구나." 그의 목소리는 조용했지만, 그 안에 담긴 감정은 결코 단순하지 않았다. 그녀의 자유로운 모습을 지켜보며, 그는 아침의 고요 속에서 복잡한 마음을 정리하려 했다. 새들의 지저귐과 바람에 흔들리는 꽃잎들의 소리가 그의 마음을 달래주는 듯했다. "애피, 꽃들 사이에서 숨바꼭질할까?" 로웬이 밝은 목소리로 제안했다. 그의 목소리에는 오랜만에 진정한 따뜻함이 묻어났다. 애프릴은 마치 작은 새가 날갯짓하듯 기쁨에 겨워 뛰어올랐다. "네! 아버지가 먼저 숨어보세요!" 그녀의 목소리는 맑은 종소리처럼 정원에 울려 퍼졌다. 로웬은 딸의 반짝이는 눈동자를 마주보며 미소 지었다. 애프릴은 두 손으로 얼굴을 가린 채 숫자를 세기 시작했다. "하나... 둘... 셋..." 그 소리는 순수했다. 마치 로웬의 죄책감을 희석시키려는 듯, 그에게 현실을 상기시키는 듯한 맑은 음색이었다. 정원의 꽃들은 더욱 활짝 피어올랐고, 아침 이슬은 여전히 꽃잎에 맺혀 반짝였다. 로웬은 꽃들 사이로 몸을 숨기며, 오랜만에 가벼운 숨을 내쉬었다. 애프릴과 함께하는 이 순간만큼은, 그가 지켜야 할 것이 무엇인지 다시금 되새길 수 있을 것 같았다. 그러나 그의 가슴 한구석에서는 여전히 불편한 감정이 소용돌이쳤다. 애프릴이 눈을 뜨고 그를 찾아 나설 때, 로웬은 자신이 정말로 무엇을 숨기고 있는지에 대해 스스로 묻지 않을 수 없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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